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36
135화
교회 내부 인물에게도 발견된 천칭자리 표식.
역시 정 목사라는 놈도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네.
아니, 아마 주도하고 있겠지.
이 교회에서 최고 권력자니까.
남자가 멀어진 걸 확인한 뒤, 나는 정 목사에게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목사님.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형제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혹시 아까 그분은 누구십니까? 예배 때도 못 본 것 같고, 목사님도 형제님이라고 안 부르시던데.”
내 물음에 정 목사의 얼굴에 찰나 굳은 표정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저분은 특별 신도입니다. 성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며 천국에 갈 준비를 하는 형제자매님들과는 달리, 특별 신도들은 성자님과 직접 소통하며 세상을 구원할 준비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아……. 그렇군요.”
머릿속으로 점점 퍼즐이 맞춰지네.
천칭자리의 표식이 박혀 있던 놈들은 전부 ‘특별 신도’라고 불리는 위치일 거다.
교회에서 양성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특별 신도로 지정받은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선생 놈의 지시를 받아 일을 처리한다.
날 감시하던 놈도 그렇고, 왕후성을 죽인 양호. 최용달을 납치했던 대머리까지.
새사람 교회의 본질은 선생 놈의 하부 조직인 게 확실한 듯 보였다.
문제는 선생이 어떤 위치에 있냐는 건데…….
“이쪽입니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정 목사가 안내한 방 안에 들어갔다.
‘회개실’이라고 되어 있는 작은 방 내부엔, 단둘이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책상과 의자 둘이 놓여 있었다.
“앉으시지요.”
“예.”
의자를 당겨 앉으니, 정 목사가 넉살 좋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늘 형제님의 헌금은 성자님의 구원행(救援行)에 요긴히 쓰일 겁니다.”
“좋은 곳에 써 주세요.”
1억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 1억은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보를 얻기 위한 값으로 생각해 보면 싸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런 나의 말에 미소 짓던 정 목사가 눈알을 굴리더니,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성자님을 섬기는 저희 새사람 교회는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네?”
“전국 곳곳. 해외까지 성자님의 손길이 닿아 있지요. 성자님의 목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구원하시는 것이니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니.
규모가 클 거라고 대충은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스케일이 상상 이상인 듯 했다.
“성자님은 신도님들의 헌금으로 각지에서 구제사업을 벌이고 계십니다. 불우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하시는 거죠.”
남의 돈으로 좋은일 하는 거면서 생색은.
하지만 나는 정 목사가 원하는 반응을 해줬다.
“그런 곳에 쓰일 줄이야……. 더 열심히 성금하겠습니다.”
“그게 저희 신념이기도 하니까요, 거기다 성자님은 아이들한테 관심이 많으셔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잘 자라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걸 가장 우선시하시는 분입니다.”
아이들이라.
나는 저 말이 곱게 들리지 않았다.
사람을 세뇌해서 써먹다가, 자기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놈이 애들한테 관심을 가져?
아직 성자가 선생 놈이라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그놈을 박살 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거지.
내가 생각에 빠져 있자, 정 목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곱씹는다고 생각한 건지, 계속해서 나를 설득하려 했다.
어떻게든 돈을 더 뜯어내려고 말이다.
“오늘 형제님의 행동은 오늘 다른 형제자매님들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이주혁 형제님.”
“행동이라뇨?”
“큰 액수를 헌금하셨잖습니까. 그것 때문에 다들 형제님을 부러워합니다. 성자님께 큰 도움이 되고, 천국에 많은 보화를 쌓으셨으니까요.”
“하하……. 그런가요?”
“말도 마세요. 다들 본인도 헌금을 더 하겠다면서 돈을 찾아오시질 않나, 가진 재산을 전부 가져오시질 않나. 그런 성도님들은 제가 난감해서 몇 번 돌려보냈습니다.”
돌려보내긴 무슨.
그냥 받았다는 데 배상훈 연봉을 건다.
내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정 목사가 은근슬쩍 물어왔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 주에도 뵐 수 있을까요? 형제님과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앞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네요.”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이게 아무래도 제가 사업을 하다 보니…….”
“이 시간에 잠깐만 왔다 가셔도 됩니다. 형제님한테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는 성도님들도 많거든요. 한두 시간 정도만 시간 내주실 수 없을까요?”
정 목사는 헤헤 웃으며 날 어떻게든 붙잡아 두려고 계속해서 입을 털었다.
하지만 내가 명쾌하게 답하지 않자, 되지도 않는 소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는 사업 잘 되시라고 제가 특별 기도도 해 드리겠습니다.”
“아, 기도요?”
“성자님이 노력한 성도님들을 위해서 저를 통해 내려 주시는 축복입니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아무래도…….”
특별 기도? 다른 신도들에게 그게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었다.
어디 그딴 얄팍한 혀놀림으로, 1억을 날로 먹으려고.
정보라든가, 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연기는 그만할 생각이었다.
‘뭐, 이미 정보라면 얻을 만큼 얻었으니까.’
필요하다면 동료들을 데리고 와서 이곳 내부를 더 샅샅이…….
“아!”
그때, 살짝 고민하던 정 목사는 박수 소리와 함께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하나 했다.
그건 바로.
“그럼, 성자님을 직접 만나 뵙는 건 어떻겠습니까?”
성자란 말에 난 서둘러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정 목사가 보기엔 감격에 겨워 한 행동처럼 보이겠지만.
‘이거 대박이네.’
실상은 미쳐 날뛰는 입꼬리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
쿵.
최용달이 낑낑대며 묵직한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물었다.
“이게 답니까?”
“네.”
“후…….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요?”
SA흥신소의 서류는 모두 사라졌지만, 우재성의 요청에 팩스로 보냈던 자료들은 그의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우재성은 혹시 몰라 이것들을 모아 두고 있었다.
“역시 철저하시네, 우 선생님.”
“아, 최 사장님. 우 선생님이라는 칭호는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왜요.”
“선생이라는 말을 대표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
저게 무슨 말인가 고민하던 최용달은 이내 신경을 돌리고 상자 안의 종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2005년 7월. 그 이후부터 서울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정리된 것들이었다.
이주혁이 죽은 뒤 회귀한 시점이었다.
우재성은 그 사실까진 몰랐지만, 이주혁의 행보에 위화감을 느끼고 그가 전역하고 나서부터 엮인 사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남파와 주철수. 공리회와 선생까지. 자신은 알지 못하는 핵심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우재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히 운이나 분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지.’
한참을 말없이 서류를 보던 우재성은 의아해하는 최용달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뭔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별거 아니라기엔 표정이 심각하던데. 문제 생기면 바로바로 얘기해 주십쇼. 한 소리 듣는 건 저니까. 이번에 부하들 관리 못 했다고 어찌나 쪼아대는지…….”
“이거랑 관련된 건 아니었습니다.”
우재성은 옆자리에 놓여 있던 서류와 테이블 위에 나열된 것들을 보며 반쯤 남아 있던 커피를 들이켰다.
탁.
‘이걸로 정보 조직을 다시 구성할 순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주혁을 조사하면서 다른 사건들도 정리해 놓길 잘했다.
이걸 토대로 우재성의 머릿속에 쌓인 기억들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SA흥신소와 같이 전국적 규모의 조직을 만들기엔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있었다.
‘가용 인원이 부족해.’
최용달의 조직과 기타 인력들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흥신소 같은 ‘정보 조직’의 형태를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사람이 필요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고민하던 우재성은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쳤다.
미국에선 서로 다른 갱단이라고 무조건 적대하진 않는다.
한국의 일부 조폭도 그렇듯, 이익을 위해서라면 힘도 합치고 서로 형제처럼 지내는 일도 없는 건 아니다.
‘최용달과 고광목. 이 둘만 이용하라는 법은 없다.’
한국에 정보 조직이 충청흥신소만 있던 게 아니다. 비밀스럽게 운영하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재성은 이주혁에게 들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곽환성.’
주철수 전대의 거물이자, 현 전국구 조폭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존재.
그 정도 인물이 이주혁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다.
곽환성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독자적인 루트도 존재할 거고, 이쪽에 빌려줄 수 있는 인원도 있을 것이다.
‘접촉해 볼 가치가 차고 넘치지.’
우재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 사장님. 혹시 운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운전이요? 어디 가시게.”
“곽환성을 만나러 갈 겁니다.”
“과, 곽환성이요?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습니까?”
“아마요.”
최용달은 벌떡 일어나다 흩어진 종이를 다시 주우며 물었다.
“그분은 왜……?”
“지금 가장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요.”
우재성은 자신이 알아본 곽환성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
“성자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요?”
입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묻자, 정 목사가 걸려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총기도회라면 직접 뵐 수 있습니다.”
“총기도회요?”
끄덕.
이어지는 그의 말에 난 눈을 부릅떴다.
“1분기에 딱 한 번. 성자님이 직접 기도를 주관해 주시는 행사입니다.”
총기도회를 성자가 주관한다라.
설교로만 듣던 놈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럼 절 그 총기도회에 데려가 주신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성자님께 형제님을 소개해 드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까요. 원하신다면, 제가 성자님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성자님께서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큰 헌금을 한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시면 꼭 만나 보고 싶다 하실 겁니다.”
그 제안에 난 바로 결정하지 않고 살짝 뜸을 들였다.
이런 나의 행동에 정 목사는 살짝 긴장한 듯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쫄기는.’
그렇게 대략 몇 분간 놈의 똥줄을 타게 만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참석하겠습니다.”
내 말에 정 목사가 참았던 숨을 토해 내듯 뱉어 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님도 성자님과 대화를 나눠 보시면 마음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런가요. 그럼 총기도회는 언제 진행하는 겁니까?”
“아! 그거요!”
뜸을 들인 탓일까.
나의 물음에 정 목사는 빠르게 대답했다.
“다음 주일입니다.”
일주일 뒤네.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하겠어.
만약, 내 생각대로 성자가 선생 놈이 맞다면.
‘그 자리에서 붙잡는다.’
그리고 아주 깊은 대화를 나눠야지.
그리고 나는 정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장소는 어디죠?”
“아, 잠시.”
이런 나의 물음에, 정 목사가 품에서 펜과 메모지를 꺼내 뭔가를 끄적이더니 건네줬다.
“여기 이곳입니다. 총기도회는 1시에 시작되니, 참여하실 거라면 그보다 일찍 도착하셔야 할 겁니다. 신도님들이 워낙 열정적이셔서 새벽부터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음. 알겠습니다.”
메모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 보니, 행사 장소는 서울 외곽에 있는 새사람 기도원이었다.
많은 사람이 올 테니, 아마 기도원의 규모도 상당할 거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선생으로 추정되는 성자의 정체.
만약 놈이 정말 선생이고,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있는 놈이라면.
이번 총기도회에 참석하는 게, 호랑이굴에 제 발로 머리를 들이미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대놓고 찾아가는 게 맞을까?’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 보던 그 순간.
‘아, 내가 왜 고민하고 있지?’
순간 내 머릿속에서 미친놈들처럼 훈련을 하고 있을 동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악귀의 모습을 한 채, 아직도 부족하다며 윽박지르고 있을 라 부장님까지.
이에 난 싱긋 미소 지으며 정 목사에게 물었다.
“목사님. 총기도회 말입니다.”
“예?”
“꼭 교회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겁니까?”
“아, 그거요?”
정 목사는 내가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원하는 분은 모두 참석할 수 있습니다. 왜 더 모시고 가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신가 봐요?”
욕심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헌금을 생각한 모양이데.
이걸 어쩌냐.
적어도 내가 데려갈 놈들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그래, 악마들일 텐데 말이다.
그런 정 목사의 물음에 난 아주 해맑은 미소로 대답했다.
“예, 참회가 필요한 형제들이 있어서 함께 데려가려고 합니다.”
“오오! 그거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많이 데려오셔도 됩니다.”
“오호! 그래요?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씨익.
“저야 감사합니다.”
아마 총기도회가 시작되면 정 목사는 방금 한 그 말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