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험악한 인상의 깡패 둘이 우리를 맞이했다.
“뭐야?”
“손님인데, 혹시 양동철 안에 있나?”
“넌 뭔데 형님 이름을 마음대로…….”
“있냐고, 없냐고. 그것만 말해.”
“별 미친놈이.”
손을 확 치켜드는 놈에게 귀싸대기를 갈겼다.
짝!
“억.”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눈을 까뒤집으며 옆으로 넘어갔다.
“이런 개새……!”
짜악! 쿵.
그렇게 두 놈을 눕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야. 무슨 소리야? 지금 그놈 와서 형님 심기…… 어?”
뭐라 지껄이며 나오던 녀석이 우릴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눈을 끔뻑이며 바닥에 쓰러진 놈들을 쳐다봤다.
“세 번째로 묻는다. 사장 안에 있냐?”
내 물음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긴 한데…… 혹시 마쯔리에서 나오신 분들이십니까?”
“마쯔리?”
“아니면 누구……?”
“됐다. 비켜.”
나는 녀석의 가슴팍을 툭 밀치며 지나갔다.
“양동철! 뭐 좀 물어보자!”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며 들어가니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대부분이 인상 더러운 조폭들로, 웬 낯선 놈이 보스를 찾으니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어이. 깍두기들.”
뒤에서 따라오던 덩치가 앞으로 나섰다.
“느그들 대가리랑 대화만 하러 온 거니까 얌전히 엉덩이 붙이고 있으라이.”
내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녀석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나랑 같이 왔다고 기세등등하네, 아주.
그때, 한쪽 방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안에서 중년의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대체 어떤 새끼야?”
“나다. 네가 양동철이냐?”
어딘가 야비한 인상을 가진 양동철이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넌 뭐야? 처음 보는 놈 같은데.”
“별건 아니고,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다.”
내 말에 양동철이 헛웃음을 지었다.
“궁금한 게 있는 놈치곤 혓바닥이 아주 짧네. 어디서 온 놈이냐? 김용수 쪽 사람이냐?”
“내가 누군지 모르나?”
일단 나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 들은 적 없는 모양이네.
“미안한데, 오늘은 바쁘니까 그냥 돌아가라.”
“급한 일이라. 시간 못 내나?”
양동철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얘들아. 손님 가신다. 매는 넉넉하게 넣어서 보내 드려라. 너무 시끄럽겐 하지 말고.”
“예. 형님.”
바쁘다, 조용히 하라는 거 보니까 지금 저 방 안에 선객이 있나 본데.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이야기가 조금 빨라질 것 같다.
나는 우리 주변을 에워싸며 다가오는 깡패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뒤를 향해 물었다.
“알아서 다 처리 가능하시죠?”
“당연하지.”
“얼마 안 걸린다.”
“행님. 저희 SA시큐리팁니더.”
중간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하나 껴 있네.
부하들이 포위했는데도 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자, 양동철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눈썹을 찌푸렸다.
“SA시큐리티? 네가 거기 보스냐?”
“뭐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한데, 우리가 그런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곳은 아니라서.”
“뭐?”
“중요한 건 아니고, 지금부터 편하게 감상해.”
히죽.
“너희 부하들이 사라지는 걸.”
* * *
“…….”
양동철은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굳은 채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봤다.
많이 세력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마흔 가까이 되는 숫자의 조직원들이 아직 양동이파에 남아 있었다.
강남파나 국제파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조직들에 비하면 꽤 많은 수였다.
그런데 그 많던 녀석들이 갑자기 나타난 네 사람에 의해 전부 쓰러졌다.
‘아니, 아니지.’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한테 대부분이 당했다.
무슨 중국 무협 영화에서 나올 법한 움직임으로 허공을 날며 순식간에 녀석들을 제압한 것이다.
양동철은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에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꽈악.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은 아니었다.
“…….”
너무 갑작스러운 일을 당한다면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뭡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양동철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미우라 단장.”
자신과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남자, 미우라가 불쾌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인천 유흥가의 주인, 스가와라 켄타의 오른팔이었다.
일이 바쁜 스가와라 대신 양동철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건데, 마침 그런 자리에서 이런 추태를 보여 버린 것이다.
축출만은 당하지 않기 위해 굴욕을 참으며 겨우 밑으로 들어갔지만, 조직원들이 이렇게 된 이상 쓸모가 없어진 양동철을 축출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허.”
미우라는 단 네 명한테 전부 쓰러진 양동철의 수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 사장. 설명해 보세요.”
“…….”
“저들은 누구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것이.”
그때, 선두로 쳐들어왔던 놈이 입을 열었다.
“이봐. 미우라 단장? 혹시 스가와라 켄타와 아는 사이인가?”
“내가 모시는 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당신 오야붕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 말에 미우라의 눈빛에 의심이 경계심이 서렸다.
“이유가 뭐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걸로.”
“무슨 제안 말인가?”
“그건 말 못 하지. 스가와라 켄타와 만나서 이야기하겠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양동철이 끼어들었다.
“잠깐! 저놈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혹시 스가와라 사장을 해하려는 목적이면 어떡합니까?”
“만나게 해 준다고 한 적은 없다만.”
“그냥 여기서 해치웁시다. 미우라 단장과 내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양동철은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미우라를 꼬드겨 놈들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무너진 자존심과 신뢰를 어떻게든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혹시 저놈이 스가와라의 밑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입지가 더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걸 막기 위해 양동철은 바닥에 쓰러진 수하의 손에 들려있던 칼을 집어 들었다.
“단장! 어서 칩시다!”
하지만 미우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시라(頭)가 마음에 들어 할 성격이군요. 이야기 정도는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양동철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남의 구역에 들어와서 이런 분탕질을 치는 놈을 가만히 놔두자는 겁니까?”
“애초에 우리는 영역 다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 그럼 나 혼자라도 나서겠습니다.”
양동철은 궁지에 몰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개X끼! 나와라. 나까지 꺾는다면 우리 양동이파의 패배를 인정하겠다.”
그 선언과 함께 양동철은 미우라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보통 야쿠자들은 사무라이 정신을 중시하니, 자신의 이런 행동이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미우라는 무심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큭.’
이런 꼴로 전락해 버린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지만,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판에서 완전히 배제당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정당당하게 붙자.”
“칼 들고 정정당당은 무슨.”
양동철은 계속 입을 놀리던 남자가 걸어 나오는 걸 보며 내심 안도했다.
상대로 그 괴물 딱지 둘 중 하나가 나왔다면 무조건 패배였지만, 별로 실력이 좋은 것 같지 않은 이놈은 어떻게든 이길 순 있을 것이다.
* * *
아마 이놈은 그나마 내가 만만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조금 전 싸움에서 나는 거의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까.
뚜둑.
근데 어쩌나. 나도 이 사람들 틈에서 꿀리진 않는데.
내가 목을 돌리며 성큼 나서자, 양동철은 뭔가 불안함을 느꼈는지 눈썹을 꿈틀댔다.
과연 이놈은 어느 정도로 강할까.
곽환성의 밑에 있다가 독립해서 조직까지 만든 걸 보면 영 맹탕은 아닐 거다.
탓!
양동철이 스텝을 밟으며 짓쳐 들어왔다.
사삭.
슬슬 간을 보는 녀석을 보며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칼을 발로 탁 걷어찼다.
휘리릭!
“윽!”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칼을 피하기 위해 양동철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는 그 틈을 타 달려들어 가볍게 옆차기를 날렸다.
퍼억!
“으악!”
“엥?”
내 발차기에 양동철이 맥없이 뒤로 나동그라졌다.
쿠당탕!
“뭐야?”
다들 그걸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 있던 덩치가 의아한 듯 물었다.
“행님. 저 사람 그래도 대빵 아니었으예? 근데 와 저래 약합니꺼.”
악의 없는 순수한 질문에 양동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이내 이놈이 왜 이렇게 허접한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주철수가 몸 관리를 잘한 것이고, 사실 이 세대의 인물들은 거의 50줄에 가까웠다.
한창때 잘 나갔다고 해도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신체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본인이 아직 강했으면 야쿠자들과 이권 다툼을 이어 가면 갔지, 숙이고 들어가진 않았을 거다.
“그렇게 비실비실한 몸으로 팔팔한 20대를 상대하려고 했던 거야?”
내가 비웃음을 짓자 양동철이 벌떡 일어났다.
“이런 개 같은 새끼! 어디서 보낸 놈이냐!”
다시 한번 칼을 치켜드는 양동철을 보며 미우라라는 놈이 입을 열었다.
“그만하십시오. 양 사장.”
“예?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전언이 있었습니다. 저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뭣……?”
미우라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선 여기부터 정리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그 말에 양동철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걸 보던 미우라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일정은 카시라와 조율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 바로 만나자고 전해.”
“무례하군요. 약속도 잡지 않고 다짜고짜 그러면 곤란합니다.”
“더 곤란해지기 전에 스가와라에게 전해. 지금 만나면 미래가 바뀔 거라고.”
내 자신만만한 태도에, 미우라는 잠시 고민하다 어디론가 연락했다.
꾹.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당신,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당연하지.”
고개를 끄덕이자, 미우라는 우리를 지나쳐 사무실 출구로 향하며 말했다.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그에 나는 허망한 표정의 양동철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씨익.
이거,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됐는데?
* * *
부웅-.
달리는 차 안, 한 남자가 조수석에서 건네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번 달 수익 현황입니다.”
“음.”
잠시 내용을 살피던 남자가 슬쩍 고개를 들며 말했다.
“지난달보다 줄었군.”
“송구합니다.”
거대 야쿠카 조직인 스미요시카이의 서열 2위, 스가와라 켄타가 시트 뒤로 몸을 기댔다.
“미래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스가와라의 푸념을 듣던 참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카시라(頭). 정말 그자를 만날 생각이십니까?”
“왜. 안 되나?”
참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자의 패거리가 양 사장의 부하 수십을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직접 만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우려 섞인 말에 스가와라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만나려고 하는 거다. 특히 놈들의 우두머리를.”
“그렇습니까.”
“어떤 사람이길래 그렇게 강한 자들을 휘하에 두고 있는지 알고 싶어져서 말이야. 너도 궁금하지 않나?”
“대신 호위를 철저하게 두는 건 허락해 주십시오.”
“그게 네 마음이 편하다면.”
우웅-.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던 스가와라는 미우라의 문자를 받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나를 지금 만나자고 했다는군.”
“예? 지금 말입니까? 안 됩니다. 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냥 가자고. 지금 만나면 미래가 바뀐다잖나.”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참모가 반대했지만, 스가와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은 조직원에게 말했다.
“어이. 마쯔리로 가지.”
“예. 카시라.”
“너무 위험합니다. 카시라.”
“궁금하지 않나?”
“예?”
“그놈이 어떻게 내 미래를 바꿔 줄지.”
스가와라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길 바라야겠군.”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