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5
024화
배상훈과의 통화를 마무리하고 생각에 잠겼다.
‘종로면 서울광목파 구역이야.’
주철수가 서울광목파 보스와 만남을 가진 건가?
아니야. 의문을 품지 말자.
분명히 만났을 거다.
종로까지 움직일 이유는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럼…….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친절하게 언제 만나서 전쟁을 치르자고 선언하진 않았을 테고…….
서로 불가침 조약 같은 걸 맺은 건가?
그래. 불가침 조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
아무리 주철수라도 남의 구역에서 선전 포고를 하는 미친 짓을 하진 않는다.
부하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직접 가서 그런 말을 한다면, 배때기에 바람구멍이 생길 테니까.
‘주철수가 종로에 간 게 확실하다면…….’
서울광목파와 강남파의 연합이 만들어졌다는 거고.
동대문구를 지배하는 미추리파와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겠지.
“진짜 종로에 갔다면 말이야.”
혼잣말을 뱉고 문자를 보냈다.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상훈아. 주철수가 종로에 다녀왔는지 제대로 확인해 봐. GPS나 블랙박스 확인하고, CCTV도 볼 수 있으면 보고.]10초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개쉑. X라 어려운 거 시키네. 열두 시간 내로 연락할게.]징징거려도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 놈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오늘 내로 가져다줄 거다.
이제 팩트만 확인하면 된다.
강남파가 서울광목파의 손을 잡은 건지 아닌지.
잡았다면 목표는 미추리파일 것이다.
두 조직이 연합해서 미추리파를 접수하고, 사업권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미추리파를 찢어 먹겠지.
‘난 그걸 못하게 막으면 되는 거고.’
제갈량이 왜 삼국지 최고의 책사겠는가?
천하 삼분지계라는 엄청난 계책을 떠올렸기 때문이지.
강남파, 서울광목파, 미추리파.
세 개의 세력이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
그래야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할 수 있고, 불안 속에서 안정이 만들어지는 게 가능해진다.
세력이 두 개가 되면 곧바로 전쟁이다.
싸워서 이기는 쪽이 모두 가지게 되니까.
서울이라는 엄청난 이권을 가지기 위해, 혈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 조폭 삼분지계가 유지되어야지.’
서로 칼을 세우고 있어라.
누구 하나 움직이면, 목이 잘리도록.
그래야, 평화가 유지된다.
.
.
[다녀온 거 맞아. GPS 확인했고 주철수 동선도 확인했어.]이로써, 확실해졌다.
주철수는 서울광목파와 연합을 맺었다.
조만간 밑에 놈들을 몰아서 미추리파를 치러갈 거다.
우린 그걸 막으면 된다.
‘그런데…….’
이거 너무 쉽게 풀린다는 기분이 든다.
주철수가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행동할 리 없는데 말이다.
“아오!”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건 또 다른 변수네.
내가 주철수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그때, 라세흠 부장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너 그러다 탈모 온다. 머리 관리는 젊을 때부터 하는 거야.”
“부장님, 요즘 탈모 와요?”
“아……. 아니.”
시선을 피하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괴물 같은 운동능력과 머리카락을 맞바꾸고 있는 거 아니야?
어라? 이거 어디서 본 내용 같은데…….
“근데, 왜 그러냐? 네가 머리를 다 잡아 뜯고? 뭐 안 풀리는 거라도 있어?”
“아……. 그게…….”
“시원하게 말해 봐. 내가 해결책을 찾아줄 테니까.”
“예?”
“나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 상담소로 통한다. 어지간한 건 다 해결해 줄 수 있어. 여자 문제만 빼고. 큼.”
아. 맞다. 이 양반, 아직 솔로지.
“주철수가 강북의 서울광목파를 만났습니다.”
“그래?”
“제 생각엔 서울광목파와 연합을 맺고 미추리파를 칠 거 같은데……. 주철수가 이렇게 단순하게 움직일 놈이 아니거든요. 그 자식 머릿속에 뱀이 수십 마리는 있어요. 분명히 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음…….”
입가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 라세흠 부장.
당신도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겠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그걸 일일이 대입해서 가장 확실한 수를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강남파와 서울광목파가 연합했다면, 미추리파를 치는 것 말고도 수많은 전략을 쓸 수 있다.
서울 근교의 다른 지역을 먹는다든가.
미친 척하고 야쿠자가 관련된 인천이나, 삼합회가 뒤를 봐주는 성남을 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서로 싸우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고 자기들 살림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심플하게 추측해도 이 정도다.
이것 말고도 경우의 수는 수백 가지가 더 있었다.
“어렵네.”
“그렇죠? 어렵죠?”
“어려울 땐, 쉽게 해결해야지.”
“예?”
“들어 봐.”
“……?”
라세흠 부장이 자기 전략을 말하기 시작했다.
“!!”
듣고 있던 내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이 사람. 천재……. 아니다. 그냥 미친 거다.
“어때? 괜찮지 않냐?”
“괘……. 괜찮겠죠?”
“가끔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해결하는 것도 괜찮아. 미친 척하고 부딪혀 보자.”
그래. 당신 말대로 이렇게 경우의 수가 많은데, 일일이 대응할 순 없지.
부딪혀 보자. 시원하게!
***
“행님. 움직일까예?”
“그래.”
“알겠으예. 깽판 함 쳐 볼게예.”
서울광목파는 청계천 일대의 유흥가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 주 수입원은 불법 포장마차다.
거리를 점령한 포장마차가 줄줄이 늘어선 이곳이 그들이 관리하는 곳이었다.
내가 지시하자, 통영 후배들이 나섰다.
너희들의 깽판 실력을 보여 줘라.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잘하니까.
“와따마! 이거 맛이 와 이렇노!”
“해물이 이기 뭐꼬? 다 상한 거 아이가?”
“에이. 소주가 와 이리 밍밍하노!”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아 깽판을 치고 있다.
덩치는 맛이 없다고 진상을, 돼지는 해산물이 싱싱하지 않다며 으름장을 놨고, 최근에 소주 회사를 다녀온 난쟁이는 소주를 꼬투리 잡았다.
난쟁아. 근데, 소주는 기성품인데 그걸로 꼬투리 잡는 건 좀…….
“내는 돈 못 낸다! 맛대가리도 없는데 우째 내노?”
“손님, 다 드시고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희도 먹고살아야죠.”
“잘 뭇고 잘살고 있는 거 긋드만. 뉴스 본께나 이런 데서 포장마차하몬 벤츠 끌고 다닌다매? 잘 사네. 와 징징대노?”
덩치의 행패가 확실히 진상이다.
팔을 휘적거리고, 테이블을 발로 차고, 의자를 던지고.
멀리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내가 화가 날 정도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지막 경곱니다. 돈 주고 가세요.”
“마지막 갱고? 아따. 무섭네. 무서버!”
그러면서 테이블을 부숴 버렸다.
주위에 있던 손님들이 눈치를 보며 계산하고 나가 버린다.
장사하는데, 초를 치고 있는 거다.
“당신……. 후회할 거야.”
“맛도 없는 거 묵어서 후회하긴 한다.”
그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떡대가 커다란 남자들이 다가왔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5명.
서울광목파는 강남파와는 달리, 의상이 자율이구나.
“저희랑 얘기 좀 하시죠.”
“너그는 뭐꼬? 믄 얘기를 하자꼬?”
“따라와 보시면 압니다.”
“뭐?”
덩치의 대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다리를 잡으며 끌고 나갔다.
장정 5명이 당기자, 190cm가 넘는 덩치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구석진 곳으로 향한 그들.
이제……. 덩치가 맞을 시간이다.
미안하다. 후배야.
네가 맞아야 우리 계획이 시작돼.
5분쯤 지나자, 덩치 다섯 명이 골목 밖으로 나온다.
난 곧바로 난쟁이한테 전화했다.
“따라붙어라.”
-예. 행님.
난쟁이를 붙이고 골목으로 들어가자, 쓰러져서 쿨럭거리는 덩치가 보였다.
“덩치야. 괜찮아?”
“……개안습니다. 행님 주먹에 비하몬 저것들은 솜방망이라예.”
“……고생했다.”
“별말씀을예. 이기 믓이라꼬.”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너……. 옷에 발자국이 엄청 많이 새겨져 있어.
얼마나 밟힌 거야?
“가자.”
“예.”
난 상투적이지만, 확실히 먹히는 방법을 택했다.
일명, ‘우리 동생 때린 놈 누구야!’ 전략.
뭐……. 전략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일 것도 아니다.
그냥, 선제공격을 위한 구실을 마련하는 것뿐이지.
지이잉.
잠시 후, 난쟁이의 전화가 왔다.
-여기 종로3가 옆에 냉동창고인데예. 여가 이놈들 아지튼가 봅니더. 떡대들이 많네예.
“오케이. 지금 간다.”
.
.
냉동창고가 제법 크다.
포장마차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관하는 곳인가 본데, 어지간한 공장 수준으로 컸다.
“안에 몇 명이나 있어?”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는데예. 한 오십 명은 되겠던데예.”
“오십 명이라…….”
난 뒤를 돌아봤다.
인간 병기. 아니, ‘SA시큐리티’ 직원들이 나를 바라본다.
‘다 데리고 가면 안 되겠는데…….’
이것들이 얼마나 좀이 쑤셨는지 벌써부터 몸을 풀고 있다.
잘못 걸리면 크게 다칠까 봐 걱정이다.
아! 물론 안에 있는 깡패들 말이다.
내가 몇 명이나 추려서 들어갈지 고민할 때였다.
“오십 명? 좋아! 나 먼저 들어간다.”
“부, 부장님!”
라세흠 부장이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며 먼저 움직였다.
두들겨 맞은 덩치를 앞장세우고 말이다.
아무리 당신이 낸 아이디어라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가면 어떡합니까?
“우리도 들어가야지!”
“가즈아!”
다른 직원들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
“에휴……. 이 젊은 피들.”
라세흠 부장이 내게 말한 전략은 간단했다.
이런저런 경우의 수가 발목을 잡는다면, 그 경우의 수를 없애 버리자고.
강남파와 서울광목파가 연합을 맺은 게 문제라면, 서울광목파의 세력을 약하게 만들어 버리자고 말이다.
서울광목파의 위상은 상당하다.
깡패들의 터인 종로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력이다.
수백 명의 깡패들이 소속되어있고, 수백 명의 양아치를 불러들여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라세흠 부장은 서울광목파의 규모가 상당하니, 각개격파로 깡패들의 수를 줄이자는 거였다.
그렇게 서울광목파에 타격을 주면, 연합의 힘도 자연스레 약해질 터.
주철수가 뭘 꾸미든 당장 시도할 수 없게 원천 차단하는 거다.
경우의 수를 없애는…….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이 펼쳐지고 있다.
“들어가 보자.”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우리 신분이 알려지면 안 되니, 얼굴을 가리는 거다.
서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인간들이 제법 보인다.
“어이, 거기. 아킬레스건 끊지 마.”
애를 불구로 만들려고 그러냐?
“야. 얼굴 좀 그만 때려. 이빨 다 빠지겠다.”
저러다 임플란트로 수천만 원 쓰겠다.
그만 좀 때려라.
“어? 어? 목 꺾으면 안 돼. 애 죽어.”
일방적이다.
15명의 인간 병기들은 50명의 깡패를 묵사발로 만들고 있었다.
너희는 ‘적당히’라는 걸 모르냐?
아무리 실전 격투를 배웠다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휘리릭. 퍽!
아……. 저 괴물 같은 인간은 뜯어말려야겠다.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도는 거야.
신났네. 신났어.
라세흠 부장은 내가 직접 말렸다.
발 쓰면 안 되는 양반이 다리로 묘기를 부리기에 어쩔 수 없었다.
“으…….”
“커억…….”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정리되었고 50명의 깡패는 냉동창고의 바닥이 얼마나 차가운지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저놈이겠네.’
한 장소에 50명이나 모여 있다는 건, 여기 행동대장 격인 놈이 있다는 거다.
온몸을 금붙이로 장식한 저놈이 바로 그놈일 테고.
“야.”
“……이, 이 개새끼들. 어느 조직에서 온 거냐?”
“조직 같은 건 없고. 우리 동생이 맞아서 형들이 화가 많이 났어.”
“뭐?”
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다른 애들은 어디에 짱박혀 있냐?”
50명만 처리해서 되겠어? 한 200명은 병원 신세 지게 만들어 줘야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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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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