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이주혁과 대화를 마친 클럽 스텔라의 사장, 주성재는 웨이터를 불렀다.
“야.”
“예. 사장님.”
“이혁주라고 했나? 그 새끼 좀 알아봐. 뭔가 쎄하다.”
“알겠습니다.”
주성재는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는 남녀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X발….”
담배를 꼬나문 주성재가 미간을 좁혔다.
요즘 들어 약의 공급이 영 시원찮았다.
최근 다시 공론화된 부산의 마약 문제 때문에 단속이 더욱더 강화됐다.
예전에도 한번 러시아 마피아 탓에 단속이 강해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부산에서 사건이 터졌다.
“병신 같은 놈들. X발.”
보도로는 무슨 삼합회와 거래를 트고 있었다던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실제로 삼합회에게 물건을 받아 유통하는 건 이쪽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알기론, 삼합회가 부산까지 가서 뭔가를 할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종로에서 있었던 유혈사태 때문에 한국에선 몸을 사리고 있는 삼합회다.
미쳤다고 부산까지 가서 거래를 텄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큰형님!”
주성재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심부름을 맡기는 근처 학교의 고등학생들이었다.
얼굴이 삭아서 클럽에서 봐도 별로 위화감이 없었다.
“저희 왔습니다!”
“어. 수고했다. 특이사항은?”
“창식이가 자기 친구 하나 데려왔길래 같이 심부름 보냈습니다.”
“안에 든 거 까보면 어떡하려고, 이 새끼야.”
주성재의 싸늘한 표정을 본 고등학생 둘이 다급하게 덧붙였다.
“차, 창식이가 단단히 확인했습니다. 어차피 바로 앞이라 열어볼 사이도 없었을 겁니다.”
“쯧. 조심해라. 요즘 같은 때 한번 걸리면 인생 쫑이야. 학생이라고 무사할 것 같지?”
“옙. 죄송합니다.”
“그래서, 왜?”
“아아. 그래서 그, 창식이랑 새로 온 친구가 인사드리고 싶다 하길래…….”
그 말을 들은 주성재가 미간을 좁혔다.
“걔네 여기 있어?”
“예. 좀 놀다 간답니다.”
“데려와. 사장실로.”
“예!”
학생들은 희희낙락하며 어디론가 향했다.
주성재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병신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변에 제대로 쓸 만한 놈이 없었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는 등 이점이 있어 어린놈들을 쓰고 있지만, 주성재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강남파의 위세를 뛰어넘는 조직을 만들고, 뒷세계의 정점에 우뚝 서겠다는 야망을 이루기엔 아직 턱도 없었다.
저벅.
주성재가 사장실 향하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몸을 90도로 접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한 명은 그렇게 허리를 숙였으나, 나머지 하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쭈뼛대고 있었다.
“쟤가 창식이 친구야?”
“예, 형님! 그렇습니다!”
김창식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주성재는 우상이자 롤모델이었다.
부하 수십, 수백 명을 거느리는 게 꿈인 김창식에게는 그가 정말 대단한 존재였다.
그러나 주성재는 김창식에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그 옆에 서 있는 학생에게로 다가갔다.
“이름이 뭐니?”
“이로운입니다.”
“부모님은 뭐하시고.”
“없습니다.”
“싸움은 잘 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로운은 라세흠 부장이 자신에게 내렸던 평가를 그대로 읊었다.
그걸 들은 주성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형님. 이놈 혼자 여섯 명을 눕혔습니다. 한 대도 안 맞고요.”
김창식이 덧붙인 말을 들은 주성재가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정말이냐?”
“예. 한 오십 명은 똑똑히 봤습니다.”
주성재는 눈앞에 있는 이로운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외모와 인상은 멀끔하고 착해 보이는데, 이면에 그런 실력이 숨겨져 있다면 꽤 써먹을 곳이 많았다.
“이로운이라고 했나? 어떻게, 너도 나랑 일해보려고 온 거야?”
“어, 네.”
“옆에 창식이 있지. 얘가 자기 학교에서 제일 잘 치거든?”
주성재는 뿌듯한 표정을 짓는 김창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랑 싸워봐.”
“네?”
이로운과 김창식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크, 큰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친다며? 실력은 확인해 봐야 믿고 쓰지.”
“여기서 바로 싸우란 건가요?”
이로운의 질문에 주성재는 의외라는 듯 피식 웃었다.
“적극적이네. 여기서 바로 해봐.”
그 말에 이로운은 김창식을 돌아보며 자세를 잡았다.
“야. 이 새… 아이 씨, 모르겠다.”
김창식은 바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기에 혀를 내둘렀다.
이참에 자기를 잡고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 같은데,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주먹을 쥔 김창식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경고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내 오른손에 잘못 걸리면 그대로 황천길….”
이로운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개같이 움직였다.
퍼억-!
“컥!”
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창식은 명치를 얻어맞고 몸을 굽혔다.
“어억, X발… 이 개새끼가!”
그에 다급하게 주먹을 내뻗어봤지만, 이미 시야 바깥으로 이동한 이로운의 주먹이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쩍!
“끄악!”
이번엔 김창식의 몸이 옆으로 접혔다.
‘X발, 무슨 주먹이……!’
김창식도 타고난 맷집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먹 한 대 한 대를 맞을 때마다 마치 송곳으로 몸을 쑤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기습인 데다가, 어릴 때부터 훈련받아 온 이로운의 주먹은 발육이 빠를 뿐인 그가 버티기엔 무리였다.
김창식이 겨우 오그라든 몸을 바로잡던 그때, 이로운은 그의 멱살을 붙잡고 다리를 걸었다.
뒤로 몸이 곤두박질치면서 아랫배가 찡해지는 감각에, 김창식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으…….”
“이러면 제가 이긴 건가요?”
그러나 이로운은 김창식을 바닥에 처박지 않았다.
툭.
쥐고 있던 멱살을 놓자, 김창식의 등이 바닥에 쿵 떨어졌다.
“허.”
무슨 일인가 다가오던 웨이터를 돌려보낸 주성재가 헛웃음을 지었다.
“좀 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김창식은 맷집과 덩치를 타고난 통뼈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들도 버거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전력으로 써먹기 위해 용돈을 줘가며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로운이라는 놈은 급이 달랐다.
‘이 새끼, 다시 보니 몸도 좋잖아?’
김창식을 한 손을 잡고 있는 힘과 순간 자신의 눈으로도 놓쳐버린 스피드.
그리고 여유롭게 상대를 요리하는 기술과 침착성까지.
아직 완전히 실력을 내보인 건 아니겠지만, 이것만 봐도 어지간한 성인 조폭은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킨 주성재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고생했다. 이로운?”
“네.”
주성재는 아직 어리숙한 티를 벗지 못한 이로운에게 씩 미소를 지었다.
“합격이다.”
* * *
나는 주성재라는 놈에 관해 개인적으로 알아봤다.
하지만 해커 고세운과 곽환성이 보내준 걸 취합해도 놈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팔랑.
“이 새끼…. 대체 뭐지?”
주민등록상으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았고, 당연히 가족의 존재도 알려지지 않았다.
서류상으로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놈이 어떻게 클럽을 굴리고 있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학교도 안 다녔을 텐데 말이지.’
어쨌든, 내 추측 상 주성재가 바로 최근 세력을 불리고 있다는 폭력 서클의 우두머리일 거다.
그놈도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고 했으니, 이게 우연일 확률은 낮았다.
“흠….”
일단 그 서클을 수사한다면 주성재를 타깃으로 삼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또 이놈 하나 체포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신분이 없어서 전산 처리도 힘들고, 혐의를 입증할 방법도 당장은 없다.
우선 이로운이나 우리가 확실한 증거를 잡았을 때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우웅-.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인천 야쿠자의 수장 스가와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로 연락이 없더군. 그래서 전화했다.
“어차피 그쪽 보스한테 다 들은 거 아닌가?”
-뭐, 그렇긴 하다만.
간단히 수긍한 스가와라가 말했다.
-이렇게 전화한 건, 자네한테 감사하기 위해서다.
“감사?”
-그래. 이번에 부산의 조폭들과 야쿠자들의 거래 건, 자네가 만진 거지?
그 물음에 나도 간결하게 답했다.
“맞아.”
원래는 부산의 조폭들이 제조한 마약을 야쿠자들에게 팔아넘긴 사건이었다.
하지만 내 적절한 설득을 통해 조폭들이 원재료를 들여온 건 삼합회라고 자수하게 만들었다.
조폭과 야쿠자라고 부르기도 힘든 일본의 양아치들이 벌인 일에, 뜬금없는 삼합회를 엮어버린 것이다.
-자칫하면 우리 야쿠자들의 위상이 떨어질 뻔했다. 고맙다.
“별말씀은.”
스미요시카이 회장의 든든한 스폰을 받기 위해선 야쿠자들은 당분간 멀쩡히 남아있어야 했다.
-미우라는 인천으로 복귀했다. 자네한테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더군.
“그래. 잘 받았다고 전해줘.”
-그러지. 아, 회장의 마음을 움직일 명분은 생겼나?
스가와라의 질문을 들은 나는 잠시 침묵했다.
-아직 아닌가 보군.
“금방 될지, 시간이 좀 더 걸릴지는 확신할 수 없어서.”
나는 스미요시카이의 회장을 찾아가 서클, 일명 태평양연합에 합류하라고 제안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듯, 회장과 내가 타도해야 할 대상은 겹쳐있었으니까.
하지만 회장은 그러기 위해선 자신들이 그 연합에 가입할 명분을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자기네 체면을 위한 것도 있고, 혹시나 다른 삼합회나 DS컴퍼니 같은 놈들이 저의를 의심하는 경우를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수상하게 생각하더라도, 내세울 명분이 있으면 대놓고 말할 순 없을 테니까.
-알겠다. 그럼.
“어.”
뚝.
전화를 끊었다.
일부러 특수수사국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특수국의 대외적 목적이 한국 내의 범죄조직 척결인데, 언젠가는 야쿠자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거기 일조했다는 걸 알면 스가와라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자기 뒤통수를 칠 생각이냐며 길길이 날뛸 확률이 높았다.
“후…….”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지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수수사국, 모임, 선생, 글라자, DS컴퍼니, 삼합회와 야쿠자.
그리고 새로 등장한 주성재 그놈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하나씩 해치워 가면서 정리하고 싶었지만, 전부 사이즈가 큰 놈들이라 쉽사리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야쿠자들을 판에 끼울 명분과 민지훈의 뒤통수를 언제 날려버릴지도 고민할 문제였다.
‘그래도 위쪽은 민지훈이 작업을 치고 있으니까.’
DS컴퍼니는 민지훈이 거의 먹다시피 했고, 글라자 내부에도 경호대를 집어넣었다고 들었다.
그쪽은 그놈이 당분간 알아서 하게 놔둬도 될 것 같았다.
일단 먼저 처리할 문제는 주성재다.
주성재가 정말 주철수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삼합회와 무언가 커넥션이 있다는 건 알아낼 수 있었다.
계약서상 클럽의 마지막 소유자는 주철수가 아니다.
주철수가 죽고 난 후, 중개사가 멋대로 삼합회 측에 사업장들을 팔아넘겼으니까.
‘삼합회 측에서 주성재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유가 있을 거야.’
그것부터 알아내야 한다.
툭.
나는 명함에 적혀있는 주성재의 전화번호를 짚었다.
우선, 통화기록부터 싹 다 따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