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성재야. 잠깐 놀다 와.”
주성재는 어릴 때부터 자주 바깥을 나돌았다.
집으로 어머니를 찾아오는 남자들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성재야. 엄마가 미안해…….”
주성재는 어머니가 싫었다.
항상 그에게 미안해하지만, 정작 이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조폭들도 싫었다.
“어이, 꼬맹이! 이걸로 오락실에서 놀고 있어.”
매일 더러운 인상으로 자신의 집에 드나들뿐더러, 입에는 고함과 욕을 달고 사는 인간들.
조폭에 대한 생각은 그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를 자주 찾던 남자를 마주쳤다.
남자는 바지춤을 정리하며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에이, X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응?”
어리둥절한 표정의 주성재를 본 남자가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뒤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네 엄마 갑자기 쓰러졌다. 데리고 병원이라도 가 봐, 인마.”
주성재는 그 말을 듣고 집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어, 엄마!”
어머니는 피를 토한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듣길, 사인은 급성 폐렴이었다.
제때 약을 구해 치료만 했다면 충분히 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로, 소문이 퍼졌는지 몇몇 남자가 찾아왔다.
들리는 남자들은 전부 집안을 둘러보고 나갔다.
어머니가 모아둔 돈을 찾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건 위치를 알고 진작 숨겨놨기에 뺏기지 않았다.
“어딨어?”
문제가 생긴 건, 어머니가 죽던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남자가 온 날이었다.
“뭐가요.”
“네 엄마가 숨긴 돈, 어딨냐고.”
“그걸 왜 알려줘야 되는데요.”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퍽!
“네가! 숨겼잖아!”
남자는 분이 풀릴 때까지 주성재를 두들겨 팼다.
피떡이 되도록 맞은 주성재는 야반도주를 결심했다.
이대로 살다가 죽느니, 차라리 외진 시골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 보란 듯이 잘살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주성재를 찾아온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니가 성재가?”
그는 자신을 김운택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주성재가 대단한 사람의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주성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재’는 주성재가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걸 믿기 싫어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끝까지 부정할 순 없었다.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마.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그라.”
그 후로 주성재는 사회생활과 사업을 배웠다.
그리고 작은 술집을 관리하며 일머리를 키워나갔다.
주민등록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신분이 없으면 손해 보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물밑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철수라는 조폭의 아들로 신분이 정해지는 게 싫다는 이유도 없지 않았다.
“성재야…….”
그러던 어느 날, 김운택에게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분이 싱숭생숭하긴 했으나, 어머니 때만큼 슬프거나 비통한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운택에게는 그렇지 않았는지, 그때부터 그는 조금씩 달라졌다.
갑자기 한쪽 눈을 스스로 찌르기도 하고, 주성재에게 뒷세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니는 제2의 주철수가 되어야 한다. 강남파를 다시 바로 세우는 거야!”
김운택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그의 마음을 저버리기엔 무리였다.
주성재는 타고난 재능과 성격을 이용해 금세 성장했다.
아버지를 닮은 탓에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김운택은 그의 변화를 바로 잡아줄 생각이 없었다.
술, 여자, 마약, 폭력, 살인까지.
클럽을 넘겨받은 주성재는 그런 것들을 접하며 점차 타락해 갔다.
한때 조폭을 혐오하던 그였지만, 조폭들이 할 법한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그는 다시 서울을 손에 넣자는 김운택의 계획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보탰다.
“애들을 이용하는 건 어때요?”
“아들?”
“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쉬울 것 같아서요.”
치기 어린 청소년들을 구슬려 조직으로 끌어들이고, 김운택은 삼합회와 거래를 텄다며 마약을 가져왔다.
마약의 위험성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클럽 스텔라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권력자의 자식들을 중독자로 만든 뒤, 자신에게 약을 제공해 주는 이 클럽을 보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경찰들이라도 건들지 못할 뒷배를 만드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다.
“X발….”
상념에 잠겨 있던 주성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대체 뭐 하는 새끼야?’
배상훈. 처음에는 돈 많은 망나니 같은 놈인 줄 알았다.
갑자기 자신을 삼합회 소속이라고 밝히기 전까진 말이다.
그 뒤로 약을 거래하던 자들은 사라져 버렸다.
듣기론 배상훈 일행이 그들을 다 쓰러뜨린 뒤 몇 명을 데려가고, 남은 사람들은 김운택이 묻었다고 한다.
정확히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앞으로 물건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내 잘못이다. 면목이 없다.”
그의 앞에 앉아있던 김운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삼촌 잘못이 아니에요. 그놈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주성재는 담배를 문 채로 고민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에 미심쩍은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이혁주라고 소개한 남자, 그리고 우연히 클럽 스텔라를 찾은 삼합회 조직원.
상황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황은 이상했다.
그렇다고 냅다 배상훈의 멱살을 잡고 당신 삼합회 맞냐고 윽박지르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요. 삼촌.”
“니도 글나?”
“예. 이혁주, 배상훈. 조사해 보셨죠?”
끄덕.
김운택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봤는데, 둘 다 이렇다 할 건 없었다. 진짜 삼합회 출신이거나, 아니면 철저히 준비해서 작업을 친 기라.”
“음…….”
“성재야. 일단은 물건 구할 데를 찾아보자.”
조만간 삼합회 쪽에서 사람을 보내 약을 회수한다고 했다.
그 전에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두 눈 뜨고 밥줄을 빼앗기는 것이다.
“원체 단속이 강해져가 하늘의 별 따기긴 한데, 그래도 내가 발품 팔아보믄 당분간 쓸 건 있을 기다.”
“차라리 뒤통수치고 나를까요? 어디 조용한 데 숨어버리면 그놈들도 못 찾을 텐데.”
그 제안의 김운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해가 평생 동네 조폭으로 살라 카나.”
“잠시 숙이는 거죠.”
절레절레.
“그래 도망치뿌면 그 양반들한테 맥인 돈은?”
다시 강남파의 부흥을 위해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한두 푼 꽂아준 게 아니었다.
“저도 해본 말이었어요.”
지금의 상황은 한 마디로 진퇴양난이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앞으로의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주성재는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끼며 제안했다.
“그래도 한번 확인은 해보죠.”
“확인?”
“그 새끼가 성남지부장 밑에서 일한다고 했죠?”
“어. 맞지.”
“찾아가 봅시다.”
김운택이 알기론, 예전에 성남지부에 문제가 생겨 지부장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 후로 새로운 사람이 왔다고 듣긴 들었는데,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너무 도박수 아이가? 그러다 문제가 더 커지면 우짤라고.”
“문제는 이미 커요. 삼촌. 길이 있으면 일단 가봐야 하는 상황이라고요.”
주성재는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직접 만나볼게요.”
“성재야. 니를 못 믿는 건 아이지만… 괘않겠나.”
“이번 일을 알고 있다면 절 소개하자마자 자세한 사정을 물을 거고, 절 모른다면 배상훈이란 놈이 우리한테 작업을 친 거예요. 위험할 일은 없어요.”
가만히 생각하던 김운택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니 말이 맞네. 그동안은 상황이 급박해가 확인을 못 했지만은, 어차피 이래 된 거 확실하게 하고 가야겠지.”
“네.”
주성재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배상훈, 혹시라도 그 새끼가 한 말이 허풍이었다면…….’
절대로 편하게 죽이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 * *
“상관없어.”
내 대답에 배상훈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왜 상관없어? 내가 구라쳤다는 걸 그놈들이 알아채면, 마약 회수는 물 건너가는 거 아니냐?”
“어차피 마약은 그 근방에 있을 거야. 놈들이 약을 빼돌려도 근처에 쫙 깔린 우리 눈이 찾아낼 거고.”
“하기야, 뭐…. 잠깐만.”
수긍하던 배상훈이 고개를 들었다.
“마약 압수하러 가는 건 우리잖아. 그 새끼들이 아예 우리 묻어버리려고 하면 어떡해?”
가능성이 없는 소린 아니었다.
우리가 구라친 걸 알아채면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아예 도망을 치거나, 빡이 돌아서 우릴 죽여버리려고 하거나.
물론 그것도 상관은 없었다.
“왜. 쫄리냐?”
“뭐?”
“걔네한테 칼이라도 맞을까 봐 무섭냐고.”
벌떡.
몸을 일으킨 배상훈이 인상을 구겼다.
“설마 그렇겠냐?”
“그럼 그냥 가, 인마. 순순히 넘기면 잘 챙겨오고, 덤비면.”
까딱까딱.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배상훈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털썩 앉았다.
“이 새끼,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네.”
“누가 들으면 혼자 보내는 줄 알겠네. 부장님이랑 춘식이랑 같이 가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아?”
“쓰벌. 월급 많이 주는 것만 아니었어도…….”
“성과급은 근면 성실하게 가져가는 새끼가. SA 문 닫으면 보험 처리도 안 되는 거 알지?”
“죄송합니다.”
바로 꼬리 내리는 거 봐라.
하여튼 요즘 애들은 돈을 너무 쉽게 벌려고 한단 말이야.
어쨌든, 이번 일에 걱정할 만한 변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뜬금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어쨌든, 해야 할 일대로만 하고 와라.”
“그래.”
방문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었기에, 배상훈은 자리를 떴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별일 없겠지?’
* * *
배상훈과 라세흠, 춘식은 클럽 스텔라에 도착했다.
“이야. 여기에요? 좋네~.”
춘식의 감탄에, 팔짱을 끼고 있던 라세흠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이런 데는 왜 자꾸 마약이 도는지 몰라.”
“그러게 말입니다.”
클럽 마니아인 배상훈이 할 소린 아니었지만, 그의 목적에 마약이 있었던 적은 없었기에 당당하게 말했다.
세 사람은 매일 출석 도장을 찍던 배상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클럽의 사장, 주성재가 그들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그래. 물건은 어디 있지?”
“이쪽으로”
주성재는 순순히 일행을 안내했다.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은 배상훈은 일단 그의 뒤를 따랐다.
‘생각보다 별 반응이 없네?’
무슨 액션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곱게 나왔다.
그렇게 주성재는 그들을 지하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바로 우리 발밑에 있었구만.”
라세흠이 중얼거리며 좌우를 둘러봤다.
와인 창고처럼 생긴 공간 내부에 소분된 마약들이 꽤 많이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청도지부가 망할 때 거기 있던 걸 싹 다 긁어온 게 아닌가 싶은 수준이었다.
“담읍시다.”
배상훈이 손짓하자 다들 가져온 캐리어에 마약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걸 본 주성재는 뒤로 슬쩍 빠졌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몰래 문자를 보냈다.
우르르-.
얼마 지나지 않아, 김운택의 수하들이 지하실로 몰려왔다.
“…쯧.”
사람들의 발소리를 들은 배상훈이 혀를 찼다.
좋게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일이 귀찮게 되어버렸다.
어느새 지하실 입구로 향한 주성재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건지 말해. 그럼 살려는 주지.”
그걸 들은 배상훈은 코웃음을 쳤다.
몇 명을 준비했는진 모르겠지만, 이쪽에는 인간 흉기가 있다.
라세흠을 힐끗 쳐다본 배상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가만히 있지 그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