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클럽 스텔라에서 일어난 난투극은, 주성재 일당의 체포로 마무리되었다.
따까리들은 살인미수. 주성재는 거기에 마약 유통 및 제공 혐의도 인정될 거다.
“너무 두들겨 패 놓은 거 아니냐?”
특수수사국의 수사과장이 된 송태석이 골치 아프다는 듯 물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체포 과정에서 흉기를 들고 덤볐는데, 총 안 맞은 게 어디에요?”
“그건 그렇긴 하지.”
송태석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너희끼리 다 끝내버릴 줄은 몰랐네.”
“일단 실적 하나를 던져줘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급하게 좀 진행했습니다.”
우리 선에서 충분히 끝맺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그 말에 송태석이 의심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나 바지사장으로 앉혀놓은 거 아니지?”
“그럴 리가요. 이번 일도 경찰이 조사해 놓은 일에 숟가락만 얻은 건데.”
그렇게 설명하자 송태석의 표정이 풀렸다.
사실 반쯤은 가식이었지만.
“어쨌든 탓하려는 건 아니었다. 빨리 끝나면 나야 좋은 거고.”
“그래요?”
“근데 보고서가 걱정이다.”
송태석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하긴, 이번 사건이 정상적인 수사를 통해 해결된 건 아니니까.
삼합회를 가장하고, 거래 현장을 덮치고, 칼 든 조폭들을 두들겨 팼지.
비정상적인 과정을 정상적인 보고서로 써내려고 하니 고민이 많을 거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딱히 없었다.
“청장님한테 다이렉트로 보고하는 거죠?”
“어. 그렇지.”
“이번 보고서는 제가 쓸게요.”
내 말에 송태석이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래도 되는 거야?”
“네. 저희 쪽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거니까, 이번엔 제가 책임지고 보고해야죠.”
그제야 송태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다. 근데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뭘요.”
“너, 청장님 직속이지?”
나는 눈썹을 까딱이며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아니, 그렇잖아. 경찰 내부 사정도 알고 있고, 어디서 정보도 막 물어오고. 또 일 처리를 이렇게 해도 네가 말하면 청장님이 덮어준다는 거잖아?”
“그래서, 제가 뭐 비밀 조직 같은 거라고요?”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니, 송태석은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닙니다. 그런 거.”
“그래? 아니면 말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전혀 납득한 눈치가 아니었다.
뭔 이상한 오해를 하나 본데, 해서 나쁠 거 없는 착각이라 더 해명하진 않기로 했다.
“어쨌든, 이번에 김운택 계파 정리됐잖냐.”
“예.”
“김운택 말고 다른 놈들은 다들 흩어졌더라고. 아예 지방으로 내려간 놈도 있고, 은퇴한 놈도 있더라.”
“강남파 말이죠?”
“어. 강남파.”
좋은 소식이었다.
김운택이 주성재와 붙어서 다시 제2의 강남파를 부활시키려고 한 것처럼, 다른 놈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알아서 몸 사리면 나야 좋다.
“김운택은 어떻게 됐어요?”
“곧 체포될 거야. 뇌물수수도 있고, 마약을 유통했다는 증거도 나올 테니 실형은 확정이라고 봐도 되지.”
“좋네요.”
이 정도 했으면 나머지는 이 양반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김운택도 손발이 다 잘렸으니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다.
“X발! 아프다고!”
“시끄러!”
“부러진 것 같다니까! 아악!”
주성재의 수하들을 연행해 가는 모습을 보던 송태석이 은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러면 다음은 어디냐?”
“고민해 봐야죠.”
“모르는 척은. 서울 광목파야? 아니면 인천?”
이거, 아무래도 날 진짜 비밀 조직 같은 걸로 생각하나 본데…….
막상 또 틀린 소린 아니라 할 말은 없었지만.
“광목파는 일단 둘 겁니다.”
“뭐? 왜. 이왕 출범한 거 서울부터 정리하는 게 낫지 않아?”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덩치 큰 놈 하나는 필요해요. 괜히 분산되는 것보단 한데 몰아놓는 게 낫죠.”
“음. 틀린 말은 아니네. 일망타진하기도 편할 거고.”
실은 저 이유 때문만은 아니긴 하다.
고광목은 내가 도움을 준 이후로 나와 협력 관계가 된 상태였다.
써먹을 때도 많고, 말도 잘 들어서 계속 데리고 있는 게 이득이었다.
특수수사국을 창설한 목적도 도움이 되는 범죄 조직만을 남기는 거였기에, 광목파를 건드리지 않을 명분도 있었다.
“일단 이번 사건부터 마무리하고, 다음에 눈에 띄는 놈들을 족치는 게 낫겠죠.”
“그래. 알았다.”
“아, 요새 문제가 되는 게 하나 있긴 합니다.”
“뭔데?”
스윽.
만나서 넘겨주려고 가져왔던 서류를 건넸다.
그걸 받아 든 송태석을 향해 설명했다.
“러시아 킬러들이 한국에서 설치더라고요.”
“킬러? 마피아가 아니라?”
“네. 암살을 전문적으로 하는 놈들이죠. 한국에 이미 정보원들이 퍼져 있답니다.”
송태석이 미간을 좁히며 서류를 확인했다.
“데릭 크로프, 유현…. 이놈들이 킬러야?”
“데릭, 이놈은 정보원입니다. 위장한 신분으로 현지에서 대기하다가, 유현 같은 킬러가 한국에 넘어오면 목표의 정보를 주고 안내하는 역할입니다.”
“허, 이젠 아예 막 나가는구나. 이 새끼들.”
“아마 특수국 다음 목표는 이놈들이 될 확률이 높죠.”
고개를 끄덕인 송태석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코쟁이 놈들이 우리나라 땅에서 사람 죽이는 건 두고 볼 수 없지.”
“마지막 장에 이놈들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뒀습니다. 그건 과장님이 청장님한테 말씀드려 보세요.”
“내가 확실히 얘기할게. 걱정하지 마라.”
송태석의 적극적인 태도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레이븐, 그놈이 금방 잡힐 수도 있겠지.’
선생에게 들었다.
레이븐이 사라졌고, 한국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는 말.
경찰 쪽에 놈의 정보가 알려지면, 혹시 이곳으로 온다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될 거다.
괜히 한국에서 헛짓거리하기 전에 경찰 선에서 정리되는 게 가장 좋으니까.
이럼 전달할 건 다 전달했고.
덜컥.
차 문을 여니 송태석이 물었다.
“갈 거냐?”
“가야죠.”
송태석이 들고 있는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잊지 마시고요.”
“그래. 들어가라.”
탁.
나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러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장님이 물었다.
“뭔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하냐?”
“그런 게 있습니다.”
“이 새끼, 이제 혼자 큰물에서 논다고 우린 뒷전이지?”
부장님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씩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조직의 최정예 멤버들을. 다른 게 아니고, 그 킬러 놈 있잖아요? 저랑 잠깐 붙었던.”
“어어. 걔는 왜.”
“경찰한테 신상 넘기고 왔습니다.”
“뭐?”
내 말에 부장님이 인상을 구겼다.
“그러면 어떡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뭘 기다려요.”
“한판 붙어보려고 했지. 너도 못 잡았다면서. 그럼 좀 셀 거 아니냐.”
“얼마 전에 총 맞을 뻔한 사람이 그런 소릴 하시네. 됐습니다.”
“쩝.”
“어차피 멀쩡한 상태도 아닐 거랍니다. 죽었을 수도 있고요.”
부장님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하여튼, 이 양반은 전역하면 안 됐다니까.
계속 전장에 나갔어야 하는 사람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조폭들 싹 정리한다면서. 다음은 누구야?”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이제 덩치 좀 있는 조폭은 다 박살 났고, 슬슬 해외파들을 몰아내야죠.”
그 말을 들은 부장님이 슬쩍 물었다.
“네 야쿠자 친구도?”
“아뇨. 걔네는 남겨놔야죠.”
스미요시카이의 회장, 사이토 소스케.
그 인간을 써먹기 전에는 야쿠자들을 축출할 생각 없다.
“조만간 큰일이 하나 터질 예정입니다. 우린 거기 맞춰서 움직이면 돼요.”
“큰일? 확실해?”
“예. 선생 놈한테 들었습니다.”
부장님이 팔짱을 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럼 생기겠네.”
“계획은 그걸 기점으로 시작될 겁니다.”
‘서클’의 일원이 되는 계획 말이지.
“아.”
그때,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었네요.”
“무슨 일?”
“뒤에서 쓸데없는 짓하다 저한테 걸린 놈이 있거든요.”
전前 삼합회 놈들을 김운택에게 소개해준 놈.
‘좀 혼내야지.’
오랜만에 다시 기강 한번 잡아야겠다.
* * *
저벅.
이주혁의 바람과는 달리, 유현이 탄 고속정은 무사히 한국 땅에 도착했다.
“후우….”
거의 며칠 동안을 배 안에만 있다 보니, 유현은 뱃멀미 때문에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거의 러시아 안에서만 활동했기에 배를 탈 일이 거의 없던 탓이었다.
“내리십쇼.”
턱.
그 말에 유현은 빠르게 배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디뎠다.
한적하고 작은 부두라 근처에 사람은 없었다.
‘경호대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 이용하는 곳이겠군.’
유현이 멀미를 가라앉히고 있자, 배를 몰고 온 경호대원이 다가왔다.
“따라오시면 됩니다.”
“배는 이대로 두는 건가?”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현도 딱히 궁금한 건 아니라 잠자코 그를 따라갔다.
그러니 부두와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된 지프가 눈에 들어왔다.
“타십쇼.”
유현은 뒷좌석에 오르며 물었다.
“이제 난 어디로 가는 거지?”
“가면 알게 될 겁니다.”
“대답은 꼬박꼬박 해주는데 실속이 없군.”
냉소적인 말에도 경호대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부릉-.
“어디로 가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이유가 뭐야?”
“…….”
입을 다물고 있던 경호대원은, 뒤에서 날아오는 살기 어린 시선을 느꼈다.
꿀꺽.
그는 조용히 침을 삼키고 허리춤에 있는 권총에 의식을 돌렸다.
그걸 눈치챈 듯, 위에서 비아냥 섞인 말이 들려왔다.
“왜 날 데려가는 데 한 명만 보낸 건지 모르겠는데.”
“…….”
“누가 빠를 것 같나?”
경호대원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렀다.
스윽.
그는 손을 뻗어 조수석에 있던 서류봉투를 집었다.
“…확인해 보십시오.”
덥석.
그에 유현은 바로 그걸 받아 들고 열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더 좋았을걸.”
경호대원은 마른 입술을 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
목숨이 오가는 싸움을 거쳐온 왔음에도 방금은 승산을 점칠 수가 없었다.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자칫하면 목이 따일 수도 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저 남자는 맨손인데도 말이다.
팔랑-.
유현은 그런 그의 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눈치도 보지 않고 서류의 내용만을 살폈다.
그곳에는 40대 정도 남성의 사진이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주머니에 껄렁하게 손을 꽂은 것과 복장을 봐선 어디 삼합회나 그런 쪽 인물 같았다.
“이 사람을 제거하면 되는 건가?”
“자세한 사항은 도착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지.”
툭.
유현은 들고 있던 종이를 옆에 내려뒀다.
굳이 여기서 더 기 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웅-.
선팅된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풍경이 보였다.
‘가네무라 아키라. 야쿠자라…….’
야쿠자들과는 엮일 일이 없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유현은 조용히 사람을 제거하는 데엔 전문가다.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다음에 또 무엇을 해야 할 지였다.
빨리 고상미를 대면하고 미하일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경호대에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
‘언제까지 날 이용해 먹나 보자고.’
유현은 그리 생각하며 속으로 칼을 갈았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을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