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72
071화
“하…….”
나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문자를 확인했다.
[그냥 제 사무실 말고 클럽 지하에 룸 하나 잡았습니다 ㅋㅋㅋ 주소 보내 드릴 테니까 글로 와요] [네?] [남자끼리는 술이나 한잔하면서 친해지는 거죠 ㅋ 제가 좋은 놈으로 하나 들고 갈 테니까 좀 편하게 이야기 나눕시다. 이쁜 애들이랑도 놀면서 ㅋㅋㅋㅋ]이 새끼가, 약속 시간이 코앞인데 장소를 바꿔?
벌써부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아래층을 향해 내려갔다.
쿵. 쿵. 쿵.
한 층 위에 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트가 내 머리에서 쿵짝댔다.
이런 분위기는 딱 질색인데…….
이명학을 한 시간은 더 패야 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나를 덩치 큰 문지기가 막아섰다.
“손님. 여긴 VIP분들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티켓을 보여 주십시오.”
……티켓? 이명학이 그런 얘기는 한 적 없는데?
“하, X발 진짜.”
나도 모르게 욕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명학, 이 새끼가 내가 어느 정도인지를 테스트하나 본데…….
한껏 열 받은 나에게 문지기가 말했다.
“티켓이 없으시면 입장할 수 없습니다. 그냥 들어가시면 무단…….”
콱!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빠르게 꺼내 문지기의 턱을 후려쳤다.
커다란 덩치의 문지기가 눈을 뒤집으며 허물어졌다.
작은 소란에 안에 있던 직원들이 슬쩍 내다보고 깜짝 놀랐다.
“어, 무슨…….”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쓰러진 문지기를 발로 툭 치며 지나쳤다.
“새끼가. 지금 감히 누구 앞을 막아? X발.”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문지기 옆에 뿌렸다.
그러자 날 불안한 눈으로 보던 사람들도 그냥 망나니 하나가 왔구나 생각했는지 시선을 피하며 자기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 지금부터 나는 개망나니다.
재킷 단추를 풀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거기.”
건들대며 걸어가 여직원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명학이 어딨어요?”
“네? 아, 저쪽 끝 룸에 계세요.”
“고마워요.”
“네…….”
나는 몸을 이리저리 풀며 복도를 걸었다.
어떻게 하면 이놈을 잘 다져 줄 수 있을까.
쿵쿵.
“들어갑니다.”
굳이 대답은 듣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매캐한 담배 연기가 내 코로 밀려 들어왔다.
손을 휘휘 저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이주혁 사장님?”
“예. 제가 이주혁입니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놈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명학입니다.”
이명학이 그다지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도 마주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유명하신 분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내 말에 이명학이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제가 유명하긴 하지요. 이 현대 사회가 나를 아직 못 받아들여서 그렇지, 과거에 태어났으면 영웅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영웅은 지랄…….
“하하.”
“흐흐흐……. 아.”
짝.
실없이 웃던 이명학이 손뼉을 마주쳤다.
“이거 내가 사장님 목을 타게 만들었네. 한 잔 받아요.”
“오. 비싼 거 아닙니까?”
이명학이 내 앞에 잔을 놓고, 옆에 놓여있던 와인 병을 들었다.
“싸장님. 70년 산 드셔 보셨어?”
“이야. 뭐 이런 걸 다.”
쪼르륵.
나는 잔에 담긴 와인에 입술만 살짝 댔다.
혹시 뭐가 들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거랑 별개로, 와인은 기가 막혔다.
“와우.”
“괜찮죠? 흐흐흐. 근데 왜 이렇게 찔끔찔끔이셔? 입에 영 안 맞나?”
“아뇨. 한 번에 다 털어 넣기 아까워서 그럽니다.”
“큭. 흐흐흐. 하하! 어우, 재밌네. 내가 나중에 한 병 따로 보내 줄 테니까 그냥 마셔요.”
“그럼 고맙죠.”
와인은 그대로 두고 나는 이명학이 본론을 꺼내길 기다렸다.
내가 왜 만나고 한 건지는 라세흠 부장이 설명하지 않았을 거다.
이제 이명학이 어떻게 나올까.
말없이 눈빛을 보내자, 이명학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근데 어떻게 사장님 다신 거지? 아직 어려 보이시는데.”
“그쪽도 어리잖아요?”
“음?”
이명학은 내 말투에 멈칫했다.
나는 뒤로 기대앉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뭐, 어린놈이 사장 달고 있으면 다 아버지 덕 아니겠습니까.”
죽고 나서 마주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자 미소를 지어졌다.
이명학은 그걸 다른 의미로 생각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 그렇지. 아버지 덕이죠. 아, 그런데 사장님. 더 좋은 게 있는데 왜 담배를 피워요.”
“음?”
“거참. 담배 꺼 봐요.”
이명학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잔 옆에 있던 봉지 하나를 건넸다.
“받아요.”
나는 떨떠름하게 그걸 쳐다봤다.
작은 비닐 안에 흰색의 가루가 들어있었다.
이거 코카인 아냐?
“이거 설마…….”
“한번 해 봐요.”
이명학은 씨익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와인을 따랐다.
“사장님. 어차피…… 우리 같이 비즈니스 하려고 오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좀, 친해지려고 주는 선물이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하.”
이놈의 속셈이 뻔히 보여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명학 씨.”
“예? 흐흐. 사장님. 선 긋지 마시고…….”
“이렇게 몇 명 털어먹었냐?”
“……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명학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나가 있어요.”
“아, 네.”
여자가 몸을 일으키자, 이명학이 여자를 붙잡고 다시 앉혔다.
“꺅!”
“어딜 가……. 허락도 없이. 야. 너 뭐야? 이런 태도로 날 대하고 감당돼?”
“감당은 지랄. 그 손 놔 드려라.”
“흐흐흐…….”
이명학은 웃으며 여자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으, 이러지 마세요…….”
“으? 으으? 이런 개 같은…….”
나는 잔을 들어 이명학의 얼굴에 와인을 쫙 뿌렸다.
“억.”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가 이명학의 손목을 붙잡았다.
꽈득.
“윽, 아. 아! 아아! 아파 이 개새…….”
고통스러워하는 이명학의 뺨따귀를 날려 줬다.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돌아간 이명학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옆으로 벌렁 쓰러졌다.
“이 새끼가. 그쪽은 나가 있어요.”
“네, 네.”
여자를 다시 내보내고, 나는 쓰러진 이명학의 멱살을 잡고 다시 앉혔다.
“어으.”
나는 와인 병을 들어 이명학의 코에 기울였다.
그러자 이명학이 발작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컥. 켁! 푸흡! 악, X바알! 억!”
“정신이 좀 들어?”
“헉, 후욱. 뭐야. 뭐야 X발…….”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놈의 머리채를 쥐고 눈을 마주쳤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나? 다시 알려 줘?”
“이런 개X끼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음. 아직 덜된 것 같네.
나는 남은 한 손으로 뺨을 몇 번 더 후려쳐줬다.
짝! 짝! 짝!
“악! 아악! 그만, 그만!”
“그만해?”
이명학은 팅팅 붓고 피가 터진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쉽게 주눅 들진 않는다 이건가?
자존심이 강한 놈인 것 같은데, 이런 놈은 끝까지 가면 결국 부러지기 마련이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로 카운터에 전화를 걸었다.
-네, 뭐 필요하세요?
“여기 1번 방. 아무도 가까이 못 오게 해요. 시끄러운 소리 나도 신경 쓰지 마시고.”
내 의미심장한 말에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직원들한테 피해 안 가게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룸의 문을 잠그고 다시 걸어가니 이명학이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명학의 옆자리에 앉아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이명학.”
“…….”
“성호그룹 소속 유가공 업체, 이명준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회사 푸른.”
“무슨…….”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었지?”
콱.
이명학의 멱살을 틀어쥐고 확 잡아당겼다.
“좋았냐?”
“뭐, 뭐가.”
“네가 잘나서 그 집 아들로 태어난 줄 아나 본데, 넌 그냥 운이 좋아서 부잣집에 태어난 거야. 너희 부모님은 운이 나빴던 거지.”
“이런 개…….”
퍽!
나는 이명학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끅!”
“그러니까. 운 나쁜 너희 부모님 같이 만나 뵈러 가자.”
“어, 어윽. 우리 엄마아빠는 왜…….”
“왜긴 왜야. 네가 너희 회사 주가를 얼마나 깎아 먹었는지 알아?”
“그게 무슨 상관…….”
아직도 이해를 못 했냐?
“부모님한테 전화해. 지금 내가 간다고.”
“뭐, 뭐?”
“이 새끼 이거 말귀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들어?”
딱!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이명학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전화하라고, 새꺄.”
***
‘주식회사 푸른’ 본사 엘리베이터 안.
룸에서 나올 때 병원에 들러 이명학의 얼굴을 대충 치료했다.
흉할 정도로 부어서 도저히 봐 주기가 힘들었다.
“X발……. X발.”
이명학이 얼음주머니를 얼굴에 댄 채 연신 욕을 지껄였다.
“닥쳐.”
“…….”
회장실에 가까워질수록 이명학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마약까지는 부모님이 몰랐던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부모님을 만나는 게 불안한 걸까.
이유가 뭐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띵.
“자, 잠깐만.”
“왜.”
“오늘은 어머니가 쉬는 날이라서, 다음에 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지랄 말고 따라와.”
나는 팔을 둘러 불안해 보이는 이명학의 어깨에 얹고 걸음을 옮겼다.
이명학이 다리에 힘을 주길래, 뒷덜미를 붙잡고 끌고 갔다.
“아니, 진짜 잠깐만!”
아버지가 어지간히 엄한 건지, 그 건방지던 놈이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회장실의 문을 열었다.
벌컥.
“어, 일정을 미리 잡지 않으신 분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안에서 나오던 비서가 놀라길래, 나는 이명학과 어깨동무를 했다.
“얘가 전화 안 했어요?”
“이명학 사장님은 연락받았지만, 옆에 계신 분은…….”
“얘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어서 같이 온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도 방침이 그렇습니다.”
거참 깐깐하시네.
나는 이명학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억! 아, 아니. 김 비서. 내 친구야. 친구. 같이 들어가도 돼.”
“아, 실례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비서의 말에 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여기 이 친구가 여길 제일 잘 알 텐데, 뭐 하러 안내까지.”
그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화 나누십시오.”
“예. 고맙습니다.”
비서가 회장실을 나가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학아. 옆에는 누구냐? 처음 듣는 목소린데.”
성큼성큼 걸어가 이명학의 아버지이자 푸른 회장, 이명준을 마주했다.
이명준 회장은 굵은 눈썹에 딱딱한 입매를 가진 중년이었다.
미간이 주름이 깊고 표정이 굳은 게, 딱 봐도 엄한 아버지상이었다.
그런 이명준 회장의 책상에 서류를 꺼내 놓았다.
쾅!
“이게 무슨…….”
“이명준 회장님.”
나는 미간을 좁힌 이명준 회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게도, 자식 농사는 망하신 것 같습니다.”
***
한때 서울을 3분할했던 남자.
낭만 주먹 고광목은 이주혁이 준 명단을 든 채 거기 적힌 가게 앞에 동생들을 데리고 서 있었다.
“그래. 여기가 뽕쟁이들 들락거리는 데란 말이지?”
“예. 맞는 거 같습니다. 들어갈까요?”
“이 개새끼들. 감히 광목파 영역에서 뽕을 팔아? 얘들아! 들어…….”
조직원들에게 손짓하던 고광목이 한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
저번에 봤던 그 괴물 같은 남자, 라세흠 부장이었다.
고광목은 당황하며 그를 쳐다봤다.
‘아니, 저 새끼가 왜 여기에?’
난데없이 나타난 라세흠 부장이 큰 덩치를 꿈틀대며 다가왔다.
“오. 드디어 찾았네.”
라세흠 부장의 그 말에 고광목은 근육을 긴장시켰다.
‘나를 왜 찾은 거지?’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라세흠 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뭘 긴장하고 있어. 너 조지러 온 거 아니야.”
“아, 그런가. 음.”
고광목은 어떤 말투를 써야 하나 고민했다.
그 사이 코앞까지 온 라세흠 부장이 고광목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오, 뭐야. 악수 한번 하자.”
“어? 예? 아니.”
덥석 손을 붙잡은 라세흠 부장이 고광목의 손과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오호.”
“왜, 왜 이러는 거야. 겁니까.”
“괜찮네, 괜찮아. 우리 애들이랑 잘 맞겠는데?”
씨익.
미소 지은 라세흠 부장의 시선이 고광목의 손에 들린 명단을 향했다.
“이게 그 약 파는 가게들이야?”
“뭐, 그런데…….”
“안 그래도 좀이 쑤셨는데, 잘됐네.”
“예?”
“뭘 예야. 같이 하자고. 빨리 끝내고 같이 밥이나 먹게.”
“네……?”
고광목은 계속해서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괴물 같은 인간이랑 내내 같이 다녀야 한다고?
눈을 굴리던 고광목이 겨우 말했다.
“명단 하나 줄 테니까 따로 행동하는 게…….”
“가자고.”
라세흠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가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허.”
어이가 없어서 라세흠 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고광목은 그의 등 근육에 시선이 닿았다.
탄력 있어 보이는 형태와 선명한 데피니션. 이상적인 근육이었다.
탄탄한 근육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져 버렸다.
“얘들아, 가자!”
“예!”
동생들에게 손짓한 고광목은 라세흠 부장의 등을 선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체 어떤 운동으로 키운 걸까……. 한번 물어봐야겠어.’
저것이 진정한 남자의 근육이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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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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