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348
350 – 부흥과 재회 #1
“프, 플루토의 아들이라니-!”
나는 기세를 몰아 악령의 허벅지를 한 대 더 후려갈겼다.
휘이이익-.
오러를 담은 강아지풀이 제법 유연하면서도 강렬하게 공기를 찢으며 이내 허벅지에 붉은 자국을 만들어낸다.
찰삭-!
“끄이이이익-!”
상당히 아플 것이다. 아프지만 강아지풀이니까 내상은 그리 입질 않겠지. 이것이 내가 새로 만든 무기 지옥 참마도다.
내가 가진 공포 분쇄자나 내 주먹은 필요 이상으로 파괴해버리니, 힘 조절을 잘 해봐야 상대를 죽여 버릴 수가 있다.
때문에 나는 내 힘을 낮춰줄 무기를 찾았는데, 때마침 신전 무덤가에 피어난 강아지풀들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그리고 내 예상은 잘 맞았다.
내 강아지풀 채찍에 맞아 무척 괴로워하던 악령은 이내 내 발 앞에 엎드리며 눈물을 흘렸다.
“시, 신의 아들이여! 나를, 나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꾸짖을 깐!”
고오오오-.
나의 강렬한 사자후와 함께 이 쓰레기장과 같은 움막이 들썩들썩한다.
내가 생각해도 제법 만족스러운 호통이었다. 내가 남들에게, 그것도 무서운 악령에게 이렇게 큰 소리를 낼 때가 오게 되다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분위기를 몰아 한 마디 더 말한다.
“이 여자애 몸에서 썩 나와라!”
“그, 그치만 저도 새로 들어갈 몸이 있어야 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몸을 주신다면, 그곳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새로운 몸…?”
“저, 저 가죽 옷을 입은 여자의 몸도 좋습니다. 젊고 건강해 보이는 것이, 사실 이렇게 빼빼마른 여자아이보다는, 저런 말랑한 계집의 몸이 더욱 제 취향입니다….”
“아앗-!”
그에 화들짝 놀라는 패러노이.
“핫산님…! 저 간악무도한 악령이 제 몸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닷…! 악령주제에, 제가 건강하고 말랑한 몸을 지니고 있다는 걸 눈치챈 약삭빠른 녀석인 것입니닷…!”
패러노이가 분노하듯 으르릉거렸다만, 악령은 안티오페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악령의 말대로 잘 못 먹어 비쩍 마른 빈민가의 소녀보다는 먹을 것 잘 먹고 단련도 매일 하고 있는 안티오페의 몸이 더 좋다.
나도 만약 누군가에게 빙의할 수 있게 된다면 안티오페는 단연 상위권에 랭크가 될 테지. 저렇게 말랑말랑한 가슴을 달고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였으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주물럭거렸을 텐데.
여자들은 사실 자기들의 가슴을 매일 남몰래 만지고 있지 않을까? 분명 그럴 테지.
그런 의미에서 이 악령이라는 녀석은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가는 놈인 모양이었다. 녀석은 안티오페의 몸을 차지해 매일 저 가슴을 만질 생각이 충만한 듯하다.
그에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미간을 와락 찌푸리는 안티오페.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물론 안티오페는 그게 싫은 모양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나는 살짝 고민을 했다. 그런 내가 한참 생각을 바쁘게 하고 있을 때 패러노이가 으르릉거린다.
“이 녀석, 내쫓아 버리는 것입니닷…!! 말을 들어줄 것도 없이 핫산님의 세 번째 성유물, 지옥 참마도로 마구 때리는 것입니닷…!!”
“저, 저는 아무런 나쁜 짓도 안했습니다…!! 그냥, 이 아이의 오빠가 벌어오는 돈으로 나태한 삶을 살은 게 전부입니다…!!”
“흠-.”
“그, 그럼 신의 아들이여.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인형에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내 인형?”
웬 인형이지 하다가. 나는 허리춤에 루나가 준 인형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루나가 이데오페로 떠나며 남겨준 인형.
그것을 허리에 핸드폰 고리처럼 걸고 다녔는데, 악령 녀석이 그걸 발견한 모양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스르륵-.
그때 여자애의 몸에서 힘이 스륵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내 허리춤에 서늘하고 기묘한 감각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안티오페가 제법 신기한 일이라는 것처럼 작게 웃는다.
“와, 진짜 인형 안으로 들어갔네.”
“뭐 이 스벌?”
감히 루나가 준 인형을 멋대로 집으로 삼다니! 나는 이 무단 점거자에 대해 존나 화가 났지만 루나가 준 소중한 인형에 대고 채찍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티오페는 내 허리춤의 인형을 고개 숙여 살핀 뒤에 설명을 덧붙인다.
“스스로 이 인형 안에 봉인됐어. 이 인형 자체가 하나의 액막이나 저주 인형적인 역할을 하는 모양이네.”
“그래?”
“그 이데오페 꼬맹이가 만든 거지? 그렇다면 뭐. 이해가 되긴 해.”
“그럼 이 안에서는 어떻게 못 내보내?”
“그건 이 인형을 만든 당사자가 와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시부럴-.”
루나가 올 때까지 이 귀신들린 인형을 들고 다녀야 한다니. 존나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만 눈앞이 아찔해지는 듯했다.
루나한테 뭐라고 말하지.
귀신들린 인형이라니.
반대로 부두술사인 루나는 오히려 좋아하려나?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티오페는 이 상황이 놀라운 것처럼 혀를 내두르기 바쁘다.
“완전히 몸을 지배할 정도면, 적어도 기사단원 두 명은 있어야 겨우 쫓아낼 수 있을 정도의 거물이었던 것 같은데. 그러한 녀석이 잘도 순순히 굴복하네.”
“플루토님의 아드님이신 핫산님이시니, 악령을 굴복시키는 것이야 당연한 것입니닷…! 신전 기사단 따위와 비교하는 것이 실례인 것입니닷…!!”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같은 괴물밖에 없다더니. 악령을 내쫓는 플루토의 아들인가-.”
곧 안티오페는 생각에 잠긴 것처럼 말을 멈췄다.
부스럭-.
그 순간 우리 옆에 있던 여자애가 몸을 일으켰다.
“이, 이게…? 이게 뭐야! 시발! 좆같은 새끼들!”
꾀죄죄하고 연약한 소녀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소리를 보니, 아직 악령이 다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몸에 여러 마리가 군생하고 있었나?
그래서 다시금 강아지풀을 휘두르려는 나를 노르트가 황급히 막아선다.
“그, 그만하셔도 됩니다…! 저희 여동생은 원래 입이 험합니다…! 쥬시! 정신을 차렸구나!”
“노르트, 이, 이 십새끼! 왜 대낮부터 일도 안하고 친구들이나 불러와서 놀고 있어! 이 쇠사슬은 뭐야! 어서 풀어!”
여동생의 비명은 악령 못지않았다.
하물며 악령은 노르트를 향해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었던 것에 반해, 정신이 돌아온 여동생은 녀석을 향해 욕설과 폭력을 행사할 뿐이다.
스벌, 이래서야 악령을 내쫓고 안 내쫓고의 의미가 있나?
하지만 피가 이어진 오빠와 여동생의 사이란 본디 저런 것이 맞겠지.
나는 어딘가에 있을 내 여동생을 떠올려 봤다.
물론 그다지 떠올리고 싶은 얼굴은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사고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만다.
*
*
*
“그때, 핫산 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닷…! 악령아 물러가랏…! 그 불쌍한 소녀는, 네가 괴롭혀도 좋은 존재가 아니닷…!”
호오-.
과연-.
이곳은 묘지의 앞.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옛 묘지터에 지은 새로운 재단, 핫산의 신전 앞.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리에 앉아 패러노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첫 번째 사제가 된 패러노이는 그런 그들에게 열심히 나름대로의 설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핫산님께선 그런 악령조차 불쌍히 여기시고, 쉴만한 인형을 내어주신 것입니닷…!!”
그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악령을 쫓아낸 지 어느덧 일주일.
나 핫산이 가난하고 불쌍한 악령을 쫓아내고 남매의 행복을 되찾아주었다는 이야기가 소도모라 서문, 빈민가 지역에 널리널리 퍼진 듯하다.
근데 그게 진짜인가? 악령이 그렇게 쉽게 내쫓아 지는 거야?
몰라, 조용히 해. 이제 곧 허리 눌러줄 거 같으니까.
옆집 김리 씨가 여기서 거북목을 하루 만에 고쳤다지?
물론 내가 악령을 쫓아냈든, 쫓아내지 않았든 그 사실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이 으스스한 무덤가까지 몰려온 데에는 패러노이의 설교 뒤에 찾아오는 시간 때문이겠지.
“그럼, 영광스러운 신! 빛보다 밝은 어둠! 하이포스가 인정한 명계의 적통한 계승자! 찬란한 황금의 신 핫산님으로부터 은총을 내려주실 시간입니닷…! 모두 큰 박수로 맞아주시는 것입니닷…!!”
패러노이의 말에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재단 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나는, 벌써 두어 번 경험한 일이긴 했어도 이 상황이 영 어색하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유명인사가 된다는 건, 신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부끄럽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짝짝짝짝-.
커져가는 박수소리.
나는 긴장으로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내 손목 안쪽의 신문혈을 눌렀다.
긴장이나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혈자리. 그것을 엄지로 꽉 누르니 제법 통증이 느껴져서 떨림이 묻히는 기분이 든다.
“후-.”
나는 짧게 숨을 내쉬어서 몸 안의 기운을 갈무리 한 뒤에 사람들 앞에 나아갔다.
*
*
*
“으어아악-!”
우드득-.
“응기이잇-!”
뚜둑-.
잔뜩 긴장을 했던 것도 잠시. 아픈 사람들의 몸을 눌러줄 때가 되니 그런 생각으로 딴청을 부릴 여유 같은 게 없었다.
『현재 과업 수치 + 560』
잔뜩 솟는 과업 수치.
예전 같았으면 기뻐하고도 남았겠지만, 아픈 이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들은 나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
나는 아직도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나의 이마에서 한 방울의 땀이 흘러내려 미간을 타고 눈을 찌른다.
“제 병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 들어서, 새벽부터 줄을 서 있었습니다. 몸에 영 힘이 없고, 자도 몸에서 피로가 벗어나지 않는 것이….”
물론 그들이 가진 모든 병들을 내가 치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맥을 짚어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병. 그들 대부분이 특히나 심하게 앓고 있는 병이 바로 그것인데-.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지독한 가난이었다.
이 빈민가의 주민들이 앓고 있는 병세의 대부분은 지독한 영양부족과 피로에서 유발되는 것들로, 어느 정도의 내상과 고질병이야 내가 치료할 수 있지만.
아마 얼마 못가 금방 병세가 재발하여 그들의 삶을 갉아 먹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소도모라의 서문이 빈민가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는데. 그걸 요즘은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바였다.
죽 한 그릇 먹는 것이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젊은 남성들이라면 그나마 이것저것 할 수 있지만, 아직 어린 아이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가난해지고, 가난해지기에 몸을 가꿀 수가 없어 아픔을 겪는다.
아픔을 겪으면 더욱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더욱 상황이 악순환 되고 만다고 해야 할까.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었다.
“자, 한 사람당 3쿠퍼를 받아가는 것입니닷…! 중복으로 받아가는 이들에게는 큰 벌이 있을 것이니, 양심을 속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닷…!”
“3쿠퍼, 주시오-.”
“핫산 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입니닷…!”
“이야, 다른 신전에서는 돈을 내라고 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돈을 주네. 정말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괴상한 예배 후에 나눠주는 3쿠퍼.
싸구려 여관에서 값싼 죽을 먹을 수 있는 값. 하루 2시간 괴상한 설교를 앉아서 듣고 나서 얻을 수 있는 돈이라기엔 미묘한 느낌이 있는 돈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이 3쿠퍼를 받기 위해 패러노이의 괴상한 설교를 듣는 이들이었다. 그 말은 그들이 그만큼 가난하고, 절박하다는 소리가 된다.
“내, 내 쿠퍼! 누, 누가 내 쿠퍼를 훔쳐갔어요! 저기 저 새끼 잡아-! 아이고….”
물론 그런 이들이 다수 모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도 비일 비재.
“자, 조용-.”
단창을 뽑아들고 있는 안티오페가 경비와 치안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미 굶주림과 가난에 몰릴 대로 몰린 사람들은 신전 기사단도 두려워하질 않는다.
“핫산님, 오늘은 120명 정도가 모였습니닷…! 대략 4실버가 나간 것입니닷…!”
“남은 돈은?”
“가진 돈은 전부 땅을 샀었으니, 이제 3골드 정도 남았습니닷…. 사람들이 생각보다 점점 모이고 있어서, 금방 동이 날 수도 있겠습니닷….”
“난감하구만.”
“나눠주는 돈을 2쿠퍼로 줄여보는 건 어떻습니까…?”
“가장 싼 국밥이 3쿠퍼잖아. 2쿠퍼로는 한 끼를 못 먹어.”
“그건 맞는 말입니닷…. 아무튼 핫산님의 말대로 돈을 나눠주니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닷…! 이대로 가면, 굉장히 교세가 발달하게 될 것이 분명 합니닷…!”
결국 긍정적인 반응으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는 패러노이.
“내일 또 오는 것입니닷…! 내일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님프, 패러노이에 대한 설교가 2시간 이어질 것이니 기대하고 오셔도 좋은 것입니닷…!”
그렇게 사람들이 한 바탕 우르르 빠져나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핫산님. 감사합니다. 저희 같이 돈 없는 노인들은, 중앙구역의 신전에서도 받아주질 않거든요.”
“비록 묘지에 있지만, 그래도 마음 둘 곳이 생기니 좋은 것 같네요.”
물론 쉬이 떠나지 않고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해오는 노파들도 많다.
나보다 배는 나이가 많을 노인이 내게 성치 않은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해오는 광경은, 아무리 봐도 쉬이 적응이 되는 광경이 아니었다.
다만, 지난 몇 년 간 야만인이라 배척받아오며 눈칫밥을 먹어야했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오늘은 다 끝났구만.
“이제야 좀 살겠네.”
을씨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묘지의 한 귀퉁이에 앉아 나는 잠깐 휴식을 취하게 됐다.
스륵-.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마른 수건 같은 것을 내밀어 온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였군.”
그것은 히폴리테였다.
“매주 수요일,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하지 않았나? 하도 오지 않아서. 내가 직접 찾아와봤다. 외근을 내고 말이야.”
오늘이 수요일이었나?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게, 아무래도 좀 바빠서요.”
“그래 보인다.”
스르륵-.
히폴리테는 가느다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 안티오페와 패러노이가 무어라 조잘조잘 떠드는 모습을 보더니, 한 마디 더한다.
“신도들을 순조롭게 늘리고 있는 듯해. 마르스 길드가 있는 중앙거리까지, 네가 행하고 있다는 이 괴상한 예배의 소문이 퍼져 있다.”
“그렇습니까.”
“악령을 쫓아내기까지 했다지? 이대로라면 소도모라 전역에, 왕국 전역에 널리 퍼지는 것도 일도 아닐 테지.”
히폴리테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옆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괜찮겠나? 오늘 모인 이들을 보니 대부분 가난한 빈민들이더군. 그런 이들을 신도로 삼아봤자 네 신전은 가난해지기만 할 뿐일 텐데.”
아무래도 히폴리테는 내 신도들의 질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찍이 안티오페도 가난뱅이들을 신도로 모아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얘기했었던가.
히폴리테가 조금 비정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것을 중시하는 이 세상사람 다운 생각일 뿐이다.
신도의 부유함, 명성, 명예에 따라서 신전의 위용과 위세가 드높아진다.
때문에 사제들은 자신들을 후원해줄 패트론들을 찾기 위해 열심이고, 신들도 위대하고 강대한 전사들을 찾아 자신의 대전사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신도들이 늘어난다면 좋겠는데. 내게 몰려오는 것은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람 많은 이들 뿐이다.
늙거나, 가난하거나, 병들었거나, 혹은 저것 전부 포함되어 있거나.
그런데 내가 지닌 이 괴상한 안마의 능력은 본질적으로 부족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건강한 자에게 약이나 수술이 딱히 필요하지 않듯, 내 안마나 마사지는 몸이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해 내게 부여된 힘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이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볼품도 없이 죽어가는 자들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 꺼냈다. 번들번들거리는 금빛 동전. 이것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내가 말했다.
“한 끼도 먹지 못해 가난한 노인. 그리고 집에 가득 황금을 쌓아놓은 부유한 부자. 둘 중 이 금화가 필요한 자가 누구일 거라고 생각 합니까?”
내 말에 가느다란 눈으로 사람들의 등을 바라보는 히폴리테.
“그야, 아무래도 가난한 노인이겠지.”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황금의 동전 같은 겁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더 절실히 필요한 신이 되고 있는 것이죠.”
“하, 그렇군. 황금의 신인가.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빈곤해 보이는 신이로군.”
히폴리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웃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한 마디 덧붙인다.
“하지만 이렇게 돈과 시간을 나눠줘 봐야 네 신전은 가난해질 뿐일 텐데.”
“그렇긴 하겠죠. 그래도 뭐, 이제 어느 정도 순조롭게 성장했으니 신도들에게 축복을 나눠 줄 수 있겠군요.”
“축복? 핫산, 네가 벌써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히폴리테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는 듯하다.
나는 조용히 글자들을 불렀다.
『하산이 보유한 항목
신도의 수 : 117
재단의 수 : 1
신전의 수 : 1
사제의 수 : 1
은총의 수 : 0
종합 : 어리고 연약한 소년 신 정해진 규율이 없어 신도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신도들을 통제하고 가르칠 사제의 수가 부족합니다.』
어느덧 내가 보유한 신도들의 수는 100여명 남짓.
비록 모두가 가난한 자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리는 은총을 고대하고 있겠지.
현재 내 과업 수치는 560. 나는 그 중 100을 소모하여 상점에서 은총을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광역 금전운》 : 모든 신도들에게 수익이 증대되는 축복을 시전 한다. – 100K』
『구매하시겠습니까?』
손을 움직이자 디링-하는 소리와 함께 글자들이 눈앞으로 떠오른다.
과업 수치 100이라는 것을 소모하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됐지만, 어차피 병든 사람들은 많고, 그들이 내게 주는 과업 수치도 상당하다.
나는 결국 망설임을 뿌리치고 손을 움직였다.
『의 신으로부터 신도들에게 축복 금전운》이 시전 됩니다.』
“이, 이게 무엇입니까…?”
그때 패러노이가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눈앞에 괴상한 글자들이 떠올라 있습니닷…! 제게 축복이 내려진 것입니닷…! 오직 저, 패러노이만이, 대제사장인 저 지옥 성수의 님프 패러노이만이 선택을 받은 특별한 으뜸 신도가 된 것입니닷…!”
그 말에 옆에서 미간을 찌푸리는 안티오페.
“아니, 뭐야. 내 눈에도 보여! 축복이라고?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데.”
“저, 저만이 보이는 게 아니었다니….”
패러노이는 눈에 띄게 풀이 죽은 듯했다. 다만 이 상황을 이해 못한 히폴리테만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을 뿐이다.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