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84
084 ? 플루토의 후예 #11
“이거, 진짜 구하기 존나 힘든 건데!”
굉장한 것이라도 발견한 소년처럼 밝게 외친 솜니아가 내 손에서 항아리를 빼앗아가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
루나의 것인 항아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을 줘 봤으나, 가느다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 상상 이상이라 나는 먹이 빼앗긴 다람쥐처럼 망연자실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크으, 시발, 진짜 존나 맛없다.”
솜니아는 자신의 것도 아닌 비약을 작은 나무컵 같은 것으로 퍼올린 뒤에, 가면을 입까지 드러내 놓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래도 몸에 기력이 차오르잖아! 진짜 효과 좋네? 이 정도로 즉효성 나게 만드는 거 진짜 존나 어려울 텐데…!”
“솜니아, 이게 뭔데 그럽니까?”
“단 시간 체력을 높여주는 비약! 세상에, 이걸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운이 좋네! 이건 나도 못 만들어. 진짜 죽인다!”
“진짜 죽을 것 같은 냄새긴 하군요. 이게 효과가 있긴 합니까?”
“당연하지. 맛은 좆같은데, 한 번 그 효과에 맛 들리면 없이는 살수가 없거든. 요새 통 잠을 못자서 죽을 맛이었는데. 아, 좀 살겠다.”
스윽.
가면의 여자는 내게 손까지 내밀어왔다.
“나는 이데오페의 딸, 솜니아야. 실버 티어 의술사지. 야만인 새끼야, 만나서 반가워.”
악수를 하자는 건가?
뭔가 내게 호의를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징조일 것 같아서 나 역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대로 기회를 노리다가, 빠르게 탈출해서 이 새끼들이 숨어 있는 곳을 고발하는 거다.
그럼 스벌, 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사교도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핫산이 되는 거다!
간첩을 잡은 불법체류자라니. 이건 분명 뉴스거리가 된다.
그 정도면 솔직히 어마어마한 포상이 내려지지 않을까? 마당 있는 집? 금화 꾸러미? 시바, 모르겠다.
“저는 사마리아의…올돌골입니다.”
“올돌골? 시바, 이름 참 좆같네.”
내가 생각해도 좆같은 이름이긴 했는데. 여기서 내 이름을 말했다간 나중에 누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뭐 좋은 이름이 있나 급하게 생각하다보니, 시바 어째선지 야만인의 이름으로 적합한 것은 올돌골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시발, 올돌골 형 미안해.
“뭐, 사마리안들이 좆같은 건 하루 이틀 있는 게 아니니까. 아무튼, 우리한테 이런 귀한 선물까지 다 가져오고. 너 좋은 녀석이구나.”
슥.
나는 그렇게 내밀어진 의술사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디링-하는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글자들.
『리 솜니아 Lv. ??
상태 : 불면증》 헤시시 중독》 ???》 ???》』
물음표가 많은 것을 보니 역시 나보다 배 이상은 강한 사람인 듯하다.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사람들 중에 물음표가 보이던 것은 전부 강력한 녀석들 밖에 없었으니까.
내 레벨이 낮기 때문에 높은 자들의 정보는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겠지.
“그보다, 너. 신기한 상처가 있네.”
그런데 의술사 솜니아는 걷어 올려진 가죽 셔츠의 소매를 보며 흥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거기에는 루나에게 깨물려 아직까지 이빨 모양대로 파고들어 있는 상처가 있었던가.
스윽.
가면을 코 부분까지 올린 뒤에 이빨자국에 대고 킁킁-하고 냄새까지 맞는다. 시바, 뭐지. 이데오페 출신들은 남의 냄새를 맡는 것에 거리낌이 없나?
“…조금 미약하긴 하지만, 분명 밤과 어둠의 마력인데. 뭐야, 너. 설마 성흔(聖痕)을 입었냐!? 존나 대단한 새끼구나, 너!”
근데 그 이빨자국을 보며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양 소리치는 의술사 솜니아였다.
성흔이 뭐지?
“그게 진짜입니까? 녹스와 에레보르는 지옥 마력의 근원이 되는 프로토게노이지 않습니까!?”
“잘난 척 하지 말고 쉬운 말로 해! 새끼야!”
“솜니아 씨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위대하신 플루토 님의 아군이라는 소리죠. 그리고 그 말은, 저희들의 아군이라는 소리도 되거든요.”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며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던 검은 마법사 앵크셔스까지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를 높였다.
“올돌골 씨라고 했습니까?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로브의 후드 아래로 단정한 이까지 드러내며 웃는 게 상당히 재미있고 기쁜 일을 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나로서는 그냥 루나에게 깨물린 상처가지고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것이 있나 싶을 뿐이었다. 역시 사교도들은 븅신들인가.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사악한 종교에 물들 리가 없지.
놈들의 기세나 기백이라고 할 것에 잔뜩 쫄아 있긴 했는데. 이제는 조금 자신이 생긴다. 이제 여기서 놈들을 잘 구슬려서 탈출만 하면 되겠지?
“저….”
그렇게 입을 열려 했을 때.
“스키조! 눈깔도 없는 주제에, 정말 제대로 된 녀석을 데려 왔구나! 이 녀석이 있으면 패러노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겠어!”
엄청난 하이텐션으로 소리친 의술사 솜니아는 구석에서 커다란 대접 같은 것을 가져왔다.
김치를 담굴 때 쓰는 고무 다라 정도의 크기에, 그 안쪽의 바닥에는 검은 먹 같은 것으로 기이한 육망성이 그려져 있기까지 하다.
그것을 원탁 위에 탁- 올려놓은 솜니아가 말했다.
“이 새끼 피 뽑아!”
“네, 넵!?”
피를 뽑는다니. 스벌, 나는 목이 잘려진 채 도축 당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시바, 나를 아군으로 인식했던 거 아니었나?
“제, 제 피를 뽑는다구요?”
“주술 마의 안개를 사용하기 위해선 피와 어둠의 힘이 섞인 마력이 많이 필요하거든. 패러노이는 머저리 같아도 보유 마력만큼은 우리 중 최고였으니까.”
스릉-.
곧 자신의 허리춤에서 짧은 단검을 하나 뽑아드는 솜니아.
칼날이 짧고 손잡이가 긴 것이, 살상을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예식용이나 종교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칼날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저것에 찔리면 많이 아프고 피가 날 것이다. 위험한 곳에 찔리면 죽을 수도 있고.
스벌, 나를 칼로 찌르려고 하는 건가-.
그렇게 잔뜩 긴장해 있을 때.
촤아악-.
솜니아는 자신의 손바닥을 그 날카로운 칼날로 베어내 피를 뚝뚝 흘렸다.
곧 그녀의 손바닥에서 떨어지는 피가 대야에 떨어지며 기이한 그을음 혹은 연기라고 부를 만한 것을 내뿜는다.
치이익-.
“봐, 피에 담긴 카르마와 마력에 반응해 안개를 불러일으키지.”
솜니아의 피가 끓어오르며 잔잔한 안개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그 모습이 꼭 무대에 설치하는 드라이아이스 장치 같다.
“앵크셔스, 네 차례야.”
“제 피는 귀한데 말이죠.”
“닥쳐, 병신아. 우리 늦었어. 안개로 시야 가리고, 급습해서 챙길거 챙기고, 부술 거 부숴야지.”
“네, 그렇죠. 참.”
검은 마법사 앵크셔스는 솜니아로부터 단검을 받아들였다. 곧 자신의 손바닥에 대고 그것을 살짝 긋자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와 대야에 떨어진다.
치익-.
솜니아의 때와 마찬가지로 대야에 그려진 마법진에 닿은 핏방울은 뜨거운 펜에 튀겨지는 기름처럼 하얀 그을음을 내며 주변으로 안개를 뿜어냈다.
덕분에 이제는 이 밀폐된 공간의 무릎까지 뿌옇고 기분 나쁜 안개들이 가득 잠식된 상태.
“제법이네, 앵크셔스. 마력이 늘었나 봐?”
“저는 누구처럼 미신이나 행운에 의존하지 않죠. 그래도 도시를 전부 메울 정도의 술식을 발휘하는 건 어렵겠군요. 역시 패러노이가 아니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성흔의 힘을 믿어 보자!“
의술사와 마법사의 손바닥을 가른 단검이 이제 내게로 돌아왔다. 그것을 얼떨결에 받아 쥔 나는 당황해 되묻게 된다.
“벌써 제 차롑니까? 여기 이 분은 아직 피 안 흘렸는데.”
“스키조는 마력이 전혀 없어. 싸움은 잘 하지만 이런 쪽엔 잼병이라. 아무튼 힘 내 봐.”
“그, 그게 화장실 좀….”
“뭘 빼고 앉았어! 뭐야, 설마 손바닥 베는 게 무서워!? 덩치는 산만해서 병신같이 겁먹는 거야? 이리 내!”
갑자기 급발진을 해서 버럭 화를 낸 솜니아가 내 손에서 단검을 휙 빼앗아들더니, 그대로 그것을 휘둘러 내 왼손의 손바닥을 좌아악 베어냈다.
“으겍!”
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가르는 끔찍한 고통이 이어지고, 내 손에서는 제법 많은 양의 피가 뿜어져 이리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그렇게 떨어진 내 피의 몇 방울이 대야로 들어가 하얀 그을음 만들어냈다.
“오, 효과 좋아! 굉장한 카르마야!”
솜니아는 무척 기쁜 듯이 소리쳤지만 나는 아픈 손바닥을 부여잡아 지혈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란 자신의 피를 보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니까.
스으으으윽-.
“…솜니아. 그런데 안개의 양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시발, 나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어! 조, 조졌다! 술식이 잘못 됐었나!?”
뭉게뭉게.
대야에서는 불이라도 난 것처럼 정말 끝 모를 안개들이 뿜어졌다. 얼마나 많이 뿜어져 나왔는지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정도였다.
마치 수문을 연 댐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모든 공간을 빠르게 메워가는 게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평소 과장을 많이 한다지만, 이건 진짜 한 치의 과장도 없었다.
“너무 많아! 이, 이대로라면 들킬 것 같은데! 앵크셔스, 어떻게 좀 해 봐!”
“주술은 제 담당이 아니지 않습니까!”
뭔지는 모르겠는데 당황해서 호들갑을 떠는 사교도들의 목소리가 안개를 가르고 들려왔다. 혹시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시바, 도망치자!
그래서 나는 이리저리 팔을 허우적거려 출입문을 찾았다.
구우우-.
그것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 열자 바깥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연기와 안개가 뿜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나는 정말 빠르게 뛰어서 복도를,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 사교도들의 회합 장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시바, 자유다! 멍청한 사교도 새끼들!
* * *
정말 온 도시에 안개가 뒤덮여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루나의 집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에 습득한 빛나는 손바닥으로 뿌연 안개들을 조금이나마 헤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컥, 절컥-하고 갑옷의 소리가 나를 뒤쫓는 것만 같아서 정말 엉덩이에 불이 난 것처럼 열심히 달렸다.
“루나야, 문 열어!”
나무 집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자 벌컥 열리는 문. 그 안에서 잔뜩 미간을 찌푸린 루나가 나를 맞이해준다.
“핫산! 안개도 이렇게 자욱한데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걱정했잖아!”
킁킁-.
그리고 내 냄새를 맡는 루나.
“쓸데없는 짓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왼 손은 어쩌다 다쳤어!? 피, 피 나!”
“그게 중요 한 게 아니야, 지금! 사교도들이 나타났다!”
“사, 사교도!? 그럼 빨리 신고해야지!”
“근데 경비대고 뭐고 문 다 닫았어! 안개도 가득차서 보이지도 않고! 어떻게 하지!?”
“나도 몰라!”
루나와 나는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진짜 루나와 나는 오합지졸이었다. 시바, 진짜 나는 올돌골도 아닌 이름 없는 잡졸인 것이다!!
“어떻게 뭐 불러올 방법이라도 없나?”
이 세상에 핸드폰이 있으면 좋을 텐데. 시바, 핸드폰도 없다니 진짜 좆같은 세상이다. 어떻게 해야 히폴리테나 다른 모험가들을 불러올 수 있지? 하다못해 경비대라도 불러와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이 루나의 나무 집을 불태워 봉화라도 피워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즘이었다.
“내, 내 주술로 영기를 날리면 사람을 부를 수 있긴 해!”
“그게 진짜냐? 그럼 빨리 해 봐! 누구든지 강한 사람 좀 불러 보는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의 신체 일부분을 지니고 있어야 해. 머리카락이나, 손톱 같은 거….”
순간 나는 내가 부를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인 히폴리테를 떠올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나 털 하나쯤 내 몸에 묻은 게 있지 않을까? 그토록 격렬하게 비벼댔으니까, 구불구불한 음모 하나쯤 내 다리에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정강이 부분을 진짜 존나 열심히 헤집었는데 내 다리털 밖에 없었다. 시바, 그때 너무 열심히 씻은 모양이다!
“거, 거기는 왜 찾아!”
그때 종아리를 보기 위해 무릎을 숙인 내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기는 루나.
빡!
“그엑!”
근데 생각보다 아파서 내 입에서는 비명이 절로 세어 나왔다. 내가 히폴리테 털을 찾는 다는 걸 눈치 챘나? 진짜 귀신이 따로 없다.
“그, 그럼 어떻게 하지?”
그래서 한참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곧 내 눈에 누군가의 ‘털’이 가득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시바 저게 있었구나.
그것을 쥐고 높이 들어 올리는 나.
“이거다!”
“하, 핫산 사슴 카펫은 왜….”
“털! 스벌, 이거 털이잖아! 이것도 되는 거 아냐!?”
그것은 일찍이 내가 사슴으로 변한 것을 구해주었던 악타이온인지 뭔지 하는 골드 티어 모험가의 허물과 비슷한 것이었다.
솔직히 자기 털 덮인 가죽을 보상이랍시고 준 것이 조금 째째한 느낌이긴 했는데.
“빨리 골드 티어 모험가를 소환하자!”
지금은 그것을 재물로 삼아 든든한 아군을 부를 생각에 희망이 샘솟았다.
절컥-.
그때 오두막의 앞에서 거대한 쇳덩이 같은 것이 멈추는 소리가 난다.
“안개가 자욱해도. 늘 어둠에 잠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나와라. 이곳에 있는 것 다 안다.”
“이런 씁-.”
나는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는 정말 싸워야 한다.
[작품후기]다음화 제목은…핫산의 장례식 #1….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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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회
소도모라의 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