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villain, but I wish for world peace RAW novel - Chapter 359
91 어서 오세요, 환장의 나라로 (3)
쑤어하오주는 우울한 얼굴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N : 쭈! 잘 지내고 있어? 그놈들이 잘 대해 주고 있는 거야?
S : 나쁘지 않음
채팅창에는 그렇게 쳤지만, 사실 쑤어하오주는 전혀 잘 지내고 있지 않았다. 벨츠머츠 사람들은 야만적이었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무엇이든 다 먹어 치우지 않나, 바깥에서 입고 온 그대로 침대에 눕지를 않나!
예쁜 잠옷도, 자기 전에 하는 파자마 토크도 없었다. 디저트를 자주 사 주긴 했지만, 그 또한 입에 넣기 급급할 뿐이었다. 그렇게 예쁜 디저트를 사 왔으면! 그래도 조금 찍어 두는 게 예의 아니냐고!
적어도 쑤어하오주가 배운 ‘예의’란 그런 거였다.
남주현과 함께 있을 때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쑤어하오주가 몇 번이나 혼을 낸 덕분에 이제는 밥을 먹을 때 사진 찍을 시간 정도는 준다만,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어찌나 눈치를 주는지. 눈이 빠져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김재호라는 녀석이 특히 문제였다.
조금 더 예쁜 사진을 찍고 싶어도 옆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리를 떨어대서는! 조금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남주현은 나한테 어떻게 하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팁도 주고, 필터 쓰는 법도 가르쳐 줬는데!
여기 사람들은 야만적이었다. 그저 입에 먹을 걸 집어넣는 것밖에는 모르는 놈들!
이런 놈들이랑 같이 사느라, 션도 이상해졌다.
자신이랑 놀 때는 반짝반짝 예쁘기만 했는데, 지금은 길에 지나다니는 노숙자하고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션은 션이었다. 비록 이상한 옷을 입고 제대로 씻지도 않아서 눈곱을 달고 다니긴 해도, 자신을 보며 씩 웃는 미소만큼은 여전히 그럴싸했다.
‘흐응, 나중에 돈이 생기면 내가 옷을 사 줘야겠어. 그런 거지 같은 옷은 갖다 버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입으라고 해야지.’
자고로 사람이란 제대로 꾸며야 했다. 얼굴이 아무리 잘나도 걸레를 입어서는, 걸어 다니는 걸레 꼴이 될 뿐이다. 응응, 그렇지, 그렇고말고.
하지만 이 모든 사정을 적을 순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말할 수밖에.
N : 이상한데? 쭈는 좋으면 진짜 좋았다고 말하잖아! 나쁘지 않다는 건, 나쁘다는 거야!
L : 그런 것 같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U : !! 무슨 일이야!
다들 귀신 같았다. 쑤어하오주는 제게 날아드는 문자에 인상을 쓰다가 그대로 휴대폰을 꺼 버렸다.
절대로 그립지 않았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쑤어하오주는 재빨리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었다. 후, 숨을 내뱉은 쑤어하오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있던 것은 그토록 기다리던 ‘션’이 아닌, 한서현이었다.
“뭐야!”
죄도 없는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쑤어하오주에게 한서현이 대뜸 말했다.
“너야말로 뭔데!”
“아잇!”
이런 녀석에게 미소를 지었다니. 쑤어하오주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한순간에 변하는 모습에 한서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쑤어하오주를 바라보았다.
“보스한테 예쁘게 보이려는 거야? 하! 보스는 너 같은 꼬맹이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거든!”
“네 알 바 아님.”
“참나, 그 말은 어디에서 배운 거야?”
[네가 알 바가 아니라고, 이 멍청한 녀석아.]그 말에 한서현이 열을 냈다.
“욕했지!”
그 말에 쑤어하오주는 딴청을 피웠다. 발을 한 번 구른 한서현이 쑤어하오주를 흘기며 말했다.
“보스가 밖으로 나오래. 기지 가 보자고.”
그 말에 쑤어하오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지라니? 이곳에 온 지 이제 일주일이었다. 아직 기지가 완성되려면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할 텐데? 그래도 일단 이 구질구질한 여인숙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바깥으로 나가자 모두가 쑤어하오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한서현이 부른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이였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좋았다. 이렇게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비록 열이 받게 하는 꼬맹이의 능력이었지만 말이다.
새는 산 중턱에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숲속의 모습에 쑤어하오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야?]“벌써 환영장을 만들었나 보네.”
차송진의 말에 쑤어하오주는 고개를 돌렸다. 환영장? 션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쪽으로 와 봐.”
쑤어하오주는 그 손을 맞잡고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바위 앞에 선 션이 그 바위를 뚫고 지나갔다.
아, 하는 사이 쑤어하오주의 몸도 그 환영을 통과했다. 쑤어하오주는 눈을 깜빡였다.
[진, 진짜처럼 보였는데!]“전보다도 훨씬 환영이 정교해졌네요.”
환영을 뚫고 들어온 곳에는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 아래에는 건물이 서 있었다. 거대한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허나, 쑤어하오주는 느낄 수 있었다. 그 건물에서부터 내뿜어지는 거대한 마력을.
하얀색 벽돌에, 중간중간 푸른색의 철 구조물로 되어 있는 건물은 세련된 모던 형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완공까지 일주일이 남았다더니, 겉모습은 얼추 다 완성이 되어 있었다.
“와, 여기가 우리 기지라고? 믿을 수가 없네?”
“아직 완성이 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겠지만, 당분간 지낼 만은 하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말한 션은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보스가 지은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요.”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까지 있어?”
“그러니까. 전에는 무덤인지, 집인지도 구분이 안 갔는데.”
“저기 다 들린다고!”
다들 션을 놀리는 데에 진심이었다. 도대체 전에 집이 어땠기에 저런 말이 나오는 거지? 쑤어하오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집의 문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한 여자가 튀어나왔다.
[왔어?]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쑤어하오주는 얼굴을 팍 구겼다. 그러고 보니 저 여자애를 잊고 있었다.
[대충 지내도 될 것 같아. 아직 손볼 곳이 많긴 하지만, 외부 공사나 마무리 정도니까.]준의 말을 강이신이 전해 주자, 차송진과 한서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신을 찾아 댔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드디어 손빨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구나.”
한서현의 말에 션이 물었다.
“스켈레톤이 대신 빨아 주지 않았나?”
“그래서 올이 다 나갔잖아요.”
“아.”
어쩐지 옷에 구멍이 너무 많다 했더니, 뼈다귀한테 손빨래를 시켰기 때문이었나. 뼈다귀를 그런 데에 쓰다니. 네크로맨서가 돼서는……. 쑤어하오주는 그 한심한 말에 혀를 쯧쯧 찼다.
“그럼 이제 다들 안으로 들어가 볼까.”
“잠깐!”
쑤어하오주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전에 나, 저 녀석이랑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꼭 해야 할 말이라고?”
“응! 여자들끼리의 말이야. 남자들은 끼어들지 마!”
그렇게 외친 쑤어하오주는 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는 그저 강이신의 옆에 여자애가 있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천천히 다시 살펴보니 분하게도 제법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거기에 키도 쑤어하오주보다 한 뼘은 컸다. 젠장! 뭘 먹고 저렇게 큰 거야!
심지어 팔다리도 길었다.
“이잇!”
쑤어하오주는 위기감을 느꼈다. 가뜩이나 조금 전에 너 같은 땅딸보 꼬마는 보스의 취미가 아니라는 비웃음까지 들었는데!
[너,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나랑?]준은 쑤어하오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왜 나랑 할 말이 있냐는 듯이.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한다고 그래.]션이 끼어들려고 하자 쑤어하오주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여자들끼리의 얘기라니까! 얼른 저리로 가!]션을 떼어 놓은 쑤어하오주는 재빨리 준을 끌고 구석으로 향했다. 션이 두 사람에게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던지긴 했지만, 곧 기지 안을 구경하러 가자는 일행들의 채근에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구석에 준을 몰아넣은 쑤어하오주가 살벌하게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너도 벨츠머츠의 정식 멤버야?] [으음, 일단은?]으! 젠장, 분하다! 자신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 여자애가 먼저였다니. 쑤어하오주는 짝다리를 짚은 채로 준의 정보를 털었다. 나이, 이름, 거기에 재능까지.
[너는?]준의 질문에 쑤어하오주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름은 쑤어하오주. 나이는 몰라! 그래도 너보다는 많을 테니까, 언니라고 불러. 재능은…….]쑤어하오주의 말에 준은 성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쑤어하오주가 목소리를 낮춰 준에게 속삭였다.
[너, 션이 누구 건지 알아?] [저 사람한테 주인이 있었어?] [주, 주인? 주인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저 남자는 내 거야!]쑤어하오주의 말에 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그 힘없는 반응에 맥이 빠질 법도 했지만, 쑤어하오주는 오히려 불타올랐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해 두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저 남자한테 다른 불손한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아무리 너한테 꼬리를 치는 것 같아도 말이야! 저 남자는 내 거니까!] [꼬리는 모르겠지만, 발이 네 개 달린 남자는 트럭째로 갖다줘도 싫어.] [발, 발이 네 개라니?]나도 모르는 션의 비밀이 있는 걸까? 잔뜩 긴장한 쑤어하오주에게 준이 잔뜩 굳은 얼굴로 속삭였다.
[저 남자가 만든 걸 봤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고! 이 집을 다시 짓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게다가 부양 능력도 형편없어.]준의 말에 쑤어하오주의 눈동자가 떨렸다.
[부, 부양 능력이라니?] [아주 돈이 없다고 얼마나 찡찡거리던지. 이 집에도 원래 A급 마정석이 다섯 개는 들어가야 하는데, 못 구하겠다고 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나중에 마정석을 구하는 대로 업그레이드할 거지만, 마음에 안 차.] [A급 마정석이라는 거 구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구하기 어려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만들고 싶은 걸 그거 때문에 만들지 못했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 나를 데리고 올 때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으면서…….]쑤어하오주는 강이신을 변호하기 위해 말을 꺼내 보았지만, 준의 이어지는 말에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어쨌거나 저 발이 네 개 달린 남자는 내 취향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정말이지?] [오히려 난 네게 묻고 싶은데. 도대체 저 남자를 왜 좋아하는 거야?]준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마음이 풀린 쑤어하오주가 땅을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그냥, 뭐, 얼굴도 제법 괜찮고…….] [저게?] [눈이 좀 쫙 찢어져서 그렇지, 귀, 귀엽지 않아?] [세상에, 맙소사.]쑤어하오주의 말도 안 되는 콩깍지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보는 눈이 바닥에 처박힌 모양이라며. 그 반응에도 쑤어하오주는 외쳤다.
[어, 어쨌거나! 쟨 내 거야!] [응, 너 많이 가져.] [내 거다!]그렇게 두 사람이 강이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소유권을 정하고 있을 때 강이신은…….
“이, 이게 우리 집?”
압도적인 재능의 차이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멋진 건데.”
제3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