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48
00148 #7 – 치킨과 먼치킨의 차이 =========================================================================
#7 – 치킨과 먼치킨의 차이(12)
갈등 해결자로서의 사이다형 먼치킨 모델을 제시하자마자 이런 깽판이라니!
기껏 멋 들여가며 먼치킨의 의미를 재해석했건만.
흔해빠진 발암형 막장 먼치킨 플레이로 대적해서야 공들여 잘난 체 한 보람이 없어진다.
‘그만 둬! 지난번에도 당해놓고 헛수고를 할 셈이냐? 혼돈의 석판을 불러봤자 내가 있는 한, 내 여자들은 광기에 미치지 않는다!’
“그건 약화버전이었을 때에나 그랬겠지. 여기는 내 성소. 혼돈의 석판의 위력도 인간계에서보다 월등히 강해진다!”
‘기어이 저지를 셈인가…!’
이 녀석, 완전 저지를 마음 만반이잖아.
틀렸어.
이성적인 대화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쪽도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수를 동원하려 하고 있다고.
지난번의 혼돈의 석판보다 위력이 강화된다면 이번에는 나조차도 제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쉽게는 당해주지 않는다!’
셀레나와 켄이치는 이미 항마력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장비에는 신경 썼으니까.
달리 말하자면 장비의 성능을 능가하는 광기가 닥칠 경우, 그때는 우리들 모두가 노스트라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사태마저도 벌어질 수 있다.
국면을 전환시키다 못해 판 자체를 뒤흔드는 공략.
그야말로 광기와 혼돈의 신다운 충격과 공포의 전술이다.
‘그렇게 둘까보냐! 셀레나!’
“맡겨주게나!”
허공에 균열이 일어나며 불길한 기운이 새어나오는 사이.
셀레나는 지팡이를 붙든 채로 단숨에 쇄도했다.
목표는 혼돈의 석판을 소환한 노스트라.
소환자에게 직접 공격을 가해서 소환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계산이다.
데미지는 적어도 상관없다.
집중이 깨지는 것만으로도 소환은 무효로 돌릴 수 있으니까.
“구오오오오오오!!”
“위다!!”
켄이치의 경고와 동시에 큼지막한 발이 내리꽂혔다.
콰아앙!
천장에 매달려있던 14번째 사도의 기습이다.
“──!!”
기합을 내지를 여력조차도 없다.
이마 위로 핏줄이 서도록 온 힘을 쥐어짜내는 셀레나.
그러나 70대로 성장한 근력으로도 대형몬스터를 웃도는 초대형몬스터의 무게는 버티기조차 빠듯했다.
셀레나의 근육이 한계까지 압축되고, 뼈마디가 으스러지도록 힘을 주어도 혼종닭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여유가 있어서.
압사시킬 정도의 체중은 싣지 않고 이쪽의 행동을 봉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잘도 이런 건방진 짓을…!’
대전 상대를 죽이는 방식으로 승리하는 것만은 최소한의 미학에 어긋나기라도 한다는 건가.
웃기는 짓에도 정도가 있다.
이렇게나 좋을 대로 깽판을 쳐놓고 이제 와서 점잔을 떨겠다니.
역시 녀석은 겁쟁이(Chicken)에 불과하다.
자신을 포장할 여지를 남겨두는 되다 만 악신 따위, 인정할 수 없다. 여기서는 랜덤마법으로 치킨 녀석을 날려─
“질량 왜곡(Mass Distortion)!”
켄이치의 시기적절한 서포트가 빛을 발했다.
갑작스레 체중이 가벼워진 사도가 기우뚱하며 쓰러졌다.
성소 보너스로 인해 소환속도가 예상보다 높아진 걸까.
혼돈의 석판은 이미 소환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공간의 틈새 너머로 아른거리는 심상찮은 기운은 당장이라도 그 배덕한 존재감을 과시할 것만 같다.
“큭─!”
안타깝게도 셀레나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했다.
잠시나마 초대형 몬스터의 무게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비록 힘에 가감을 주었다고 해도 그건 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뼈마디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끊어지는 등의 운신이 불가능한 중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에는 선명한 투지의 기운이 일었다.
‘뒤는 맡기겠노라.’
말하지 않아도 그런 마음이 전해졌다.
분명 걸음조차 내딛을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이거늘.
그런 몸으로, 붕괴 직전의 신체를 고도의 정신력만으로 통제하며, 통각의 한계로 의식이 증발해버릴 정도의 고통을 견디며 발을 내딛었다.
한껏 틀어진 상체가 회전을 실어 손을 뻗는 순간.
지팡이가 위협적인 파공음을 내며 노스트라를 향해 날아들었다.
‘바보 같은 녀석. 무리하기나 하고…!’
내가 조금만 더 유능한 도구였다면 이렇게나 엉망진창으로 주인이 망가지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런 무력함이 분노로 승화되어 스스로를 거세게 질타했다.
힘이 있다면.
보다 큰 힘만 있더라면.
설령 악신을 상대로 두더라도 굴하지 않을 능력만 주어진다면, 적어도 저 악신의 자존심을 가슴처럼 납작하게 짓뭉개줄 수 있을 텐데!
『랜덤 마법(11종/22종)의 열두 번째 마법이 확정됐습니다!』
『치열한 격노는 막강한 마법으로 이어지는 법. 당신의 분노가 새로운 마법을 탄생시켰습니다.』
『습득한 마법은 [거인의 손]입니다.』
좋은 타이밍의 신규마법이다.
셀레나가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선사한 기회.
결코 헛되이 만들지 않겠다!
‘랜덤마법 발동!’
이 다이스 롤에 내 전부를 걸었다!
『랜덤마법으로 [광폭화]가 선택되었습니다.』
………망했다!
다이스갓은 대체 얼마나 광폭화를 좋아하는 거냐!
초 쓸모없어.
이거 없어도 효과 받고 있다고.
가뜩이나 펌블 부작용으로 상시발동 하잖아!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28』
『마법성공률 15%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아니,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언가 기발한 부작용이라도 적용되면 제대로 한 방을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만 아는 법이다.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19』
『[부작용 No.19]의 효과로 마법이 반영구적으로 발동합니다. 죽지 않기만을 기도하십시오.』
장담한다.
이건 확실하게 망했다.
펌블효과도 받은 걸 일반부작용으로 중첩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틀렸어.
이젠 꿈도 희망도 없는 베드엔딩 직행이다!
“껚!”
헌데 대뜸 노스트라의 마법시전이 중단되었다.
공간의 틈새 사이로 비추던 석판의 끄트머리.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괴한 신물이 머리끄덩이를 잡힌 것처럼 공간의 틈새 사이로 끌려들어갔다.
왜냐고?
셀레나가 던진 지팡이가 농구대에 쏙 들어가는 농구공마냥 노스트라의 복부에 직격으로 꽂혔기 때문이다!
-애쉬 : 크리티컬 히트!!!
-누렁이 : 노맘쏙 어택!!
-퐁삽 : 알파고. 해석!
-알파고 : 노스트라 마음에 딜이 쏙 들어감.
-로드롤러 : 마법 따위 무다무다무다! 답은 투척이다!!
…이거 사실 마법 안 써도 됐던 거 아닌가.
셀레나의 하드캐리로 깽판은 단번에 진압되었다.
복부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노스트라 따위, 아무래도 좋다.
더 이상 훼방 놓기 전에 단번에 게임을 끝내자.
“아, 아직이야…! 초침을… 멈추면…!”
‘셀레나. 초침 돌려.’
“아, 앙대!!”
‘뭐가 안 돼야? 돼!!’
철컥.
기어이 수동으로 30초를 경과시킨 뒤, 켄이치가 선언했다.
“30초경과. 노스트라가 패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판은 반칙패. 1점이 감점된다.”
“이걸로 다섯 턴은 모두 지났구나.”
“셀레나의 말대로다. 치킨게임은 종료. 스코어 2 대 -2로 4점을 앞선 지팡이가 승리했다. 덤으로 삼판양승제에서 2승을 딴 것도 우리 쪽이지.”
이걸로 내기는 이겼다.
노스트라의 패악질도 여기까지라는 거다.
“우, 우우…!”
‘울어도 소용없어. 오히려 짜증나니까 우는 소릴 내면 더 쌔게 배빵을 해줄 거다!’
“히끅!”
배빵이 뭔지 알아들은 시점에서 놀라면 되는 걸까.
‘내기는 이쪽의 승리로 끝났으니까. 이제 승자의 특권으로 요구하겠어. 현 시각부로 투르비쳬 공국에 행사하는 모든 영향을 배제하고, 치킨해저드를 종결시켜라.’
“하, 할 테니까. 제발 때리지 말아줘. 아픈 거 싫어…!”
‘건방 떨 때는 밉상이더니, 울상이 되면 넴루드랑 비슷해지는 건가. 이런 녀석한테 당한 넴루드도 가엾기가 짝이 없네.’
결국 노스트라의 발악은 철저하게 진압에 성공했다.
치킨으로서도, 먼치킨으로서도.
그녀는 완벽하게 우리들에게 패배한 셈이다.
“치킨바이러스는 전부 거둬갔으니까. 공국에 더는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을 거야.”
……치킨바이러스라니.
어떻게 되어먹은 바이러스냐, 저건.
키메라 제조에 이어서 병리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건가.
역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중에 전리품으로 치킨 몇 개는 받아가야겠다.
“이걸로 됐지…?”
“턱도 없는 소리를.”
셀레나는 싸늘한 눈으로 노스트라를 노려보았다.
“방금 건 사건의 수습이었을 뿐. 정식 배상이라고 여길 수는 없노라.”
“히잉…”
“꼴사납다. 같잖은 애교는 통하지 않으니 얌전히 울상이나 지어라!”
그거, 차이가 있기는 한 걸까.
“지팡이. 아까는 그런 말은 없었잖아…”
‘그거야 내 조건이었고. 공국의 공왕이자 내기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셀레나는 관계자임과 동시에 당사자잖아. 그녀의 배상요청을 들어주는 건 지극히 타당한 일이지.’
“으으… 알았어. 그래서 뭘 해주면 되는데?”
셀레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켄이치. 이번 사태로 공국이 입은 물질적인 피해 및 복구 작업에 소요되는 예산내역은?”
“말로 하기는 기니까. 내친김에 문서화해서 제작해보지.”
켄이치는 즉각 전후 보상금의 내역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얼핏 봐도 끼워 넣을 건 죄다 넣고 있네.
어찌나 기가 막히게 산정을 하는지 안락의자에 몸을 싣고 노후를 만끽하는 노인들의 틀니 값까지 심신안정을 명목으로 요구할 것만 같다.
물론 나야 좋기만 하지.
가뜩이나 포인트 소모가 상당했는데 돈으로라도 돌려받아야하지 않겠는가.
신과 관련된 이벤트는 어째 퀘스트도 안 떠서 보상도 없다. 최상급 게이머들의 활약으로 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최초업적 보상도 없는 만큼, 켄이치가 작성하는 전후 보상금이 두둑할수록 내게 돌아오는 이득도 커진다.
“파, 파산할 거야! 저거 다 지불하면 망한다고!”
‘넴루드만큼 가난해져도 안 봐줄 거다.’
“적당히 해라! 이 몸이 약속을 무시하고 너흴 죽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신이 약속을 어기면 신격에 페널티가 붙을 텐데? 이제까지의 반칙처럼 귀여운 장난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걸?’
“으으! 지팡이 주제에 어째서 신들의 사정을 이리도 잘 안단 말인가!”
꼬우면 게이머가 되든지!
‘그건 그거고. 우리 사이에 정산할 건 달리 있잖아?’
“파, 파렴치한! 기어이 개목걸이를 채우고 밤마다 에로한 포즈로 치킨을 뜯어먹게 시킬 생각인가!”
‘…에로한 포즈로 치킨을 뜯어먹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건 그냥 니가 치킨을 먹고 싶은 거잖아.’
“어림없다! 이 몸은 일일 1치킨이 아니라면 결코 이 조건을 수락할 수 없다!”
‘저렴해! 일일 1치킨으로 해주는 거냐!?’
나도 모르게 그만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
‘그런 시시한 짓으로 만족할 것 같으냐!’
“대, 대체 얼마나 더 심한 짓을 시키려고…!”
‘어려운 건 아니다. 오히려 치킨성애자인 너에게는 몹시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설마 일일 2치킨을 시키려는 건가!? 그런 짓을 했다간 신이라도 뚱보가 되어버려!”
‘먹는 걸로는 부족하다. 넌 아예 치킨이 되어줘야겠어.’
노스트라가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치킨이 되라고…?”
‘그렇다. 공국을 침범 받은 수치는 더욱 큰 수치로 갚아줘야겠지. 오늘부터 너는 매일매일 치킨코스튬을 입고 지팡이를 품는 음란한 암탉이 되는 거다!’
“시, 싫어!! 바보!! 그런 짓 할 리가 없잖아!!”
‘이게 싫으면 요구조건은 없다.’
“정말로?”
화색을 띠며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나 고생시킨 강적을 순순히 놔줄 리가 없잖아.
단순 변덕으로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데 자비를 베푼다면 그건 선량한 게 아니라 호구이다.
‘대신 다른 신들에게 이번 사건으로 네가 소모한 신성력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덤으로 네가 전후보상도 지불하지 않는 파렴치한 녀석이라고 대륙 전역에 소문을 낼 거다.’
“뭐어!?”
‘보상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신. 이런 평판은 어떤 신에게든 굉장히 치명적인 평판이지. 신도가 되어도 돌아오는 대가가 시원찮다는 계산이 선다면 새로운 신도의 유입은 줄어들고 기존 신도들도 꽤나 이탈하겠지?’
“그건 곤란하다!”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실까. 내친김에 다른 신이 신위를 탐내고 공격해올 수도 있고, 광기의 교단이 대폭 약화되어서 신성력 수급이 대폭 하락할 수도 있지. 어느 쪽이든 광기의 신이라는 신위는 사라지게 될 거다.’
제안을 거절하면 무조건 파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 다시 묻도록 하지. 치킨코스튬을 입고 에로한 암탉이 될 거냐. 아니면 고고한 자존심을 지키고 신위를 상실할 테냐.’
한 번 품은 결의는 결코 가벼이 놓지 않는다.
“크윽…! 하겠다! 하면 될 거 아닌가!”
광기와 혼돈의 악신, 노스트라.
그녀의 자존심을 가슴처럼 납작하게 뭉개버리겠다는 결의는 훌륭하게 결실을 맺었다.
그렇게 노스트라와의 2차전은 완벽한 승리로 끝을 맺었다.
============================ 작품 후기 ============================
치킨코스튬은 거추장스러운 닭날개와 걷기 힘든 닭발, 전신슈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코스튬이 왜 있냐구요?
그건 수X플레이를 즐기는 하드코어한 플레이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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