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83
00183 #9 – 마이 퓨어 레이디 ==================================================
#9 – 마이 퓨어 레이디(1)
투르비쳬 공국은 불과 두 달 만에 전에 없던 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공국 역사상 최강의 공왕이라 일컬어지던 먼치킨 즈베늄이 실각당하고 차기 공왕으로 등극한 것은 다름 아닌 마왕을 참칭하는 자였다.
마왕 셀레나.
이지적인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대체로 어수룩한 행동을 취하지만, 마왕군 결전병기의 비호를 받는 최강자였다.
이따금 지존의 풍모를 보여줄 때면 누구도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제까지의 마왕과는 상궤를 달리하는 행동을 보이는데, 무려 인간과의 공생을 추구하니 모두가 경계하면서도 섣불리 그녀를 도발하지 않고 있다.
그러한 행보에는 초창기부터 마왕 셀레나의 곁을 지켜온 네 명의 간부들이 주요공신으로 손꼽히는데, 바로 이들이 신생 마왕군의 사천왕이라 불리는 조력자였다.
검왕 란도멜, 마법사왕 켄이치, 변신술사 크롬, 대지술사 지메클로 경.
사천왕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다.
란도멜은 위대한 검주의 실력을 지닌 난쟁이조차도 휘하에 두고 있고, 켄이치는 9써클 초마도사로서 차원의 틈도 자유자재로 개방해낸다고 전해지는 초월자급 강자였다.
심지어 변신술사 크롬의 수많은 위장 신분 중 하나는 전대용사라는 소문까지 퍼지며, 셀레나와 그녀를 따르는 사천왕이 전대 마왕인 불멸의 마왕 봉인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천왕 최강자인 지메클로 경은 이미 대륙 동부에 자리한 마도황국 질런의 인근에서 신화시대의 대괴수들을 풀어버리고 대대적인 파괴행위를 자행함에 따라 질런이 강제적으로 공국과 동맹을 체결하도록 압박을 벌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공식적으로 투르비쳬 공국의 신 정부 출범을 선포한 이래로는 새로이 인재를 대거 확충하였다.
그것도 각국이 파견한 스파이를 공격적으로 발탁하며 얼마든지 염탐하라는 양 능력평가까지 거치고 온갖 요직에 배정할 지경이었다.
첫 번째는 마도황국 질런 소속 스파이 마에다 유키.
그녀는 현재 공국의 내무대신으로 여겨지는 마법왕 켄이치의 직계비서로 발탁되었다.
공국의 실무에 관한 자료가 새어나가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당당한 인사평가였다.
다음은 구 마왕군 중간간부 발드 마이저.
그녀는 마왕군이 파견한 스파이 겸 자객이었지만, 지팡이의 위엄을 인정하며 스스로 충정을 바친 실력자였다.
먼 상고(上古)적부터 악명을 널리 떨쳤던 역병의 악신 넴루드(Nemrud)를 양녀로 받아들일만한 배짱과 연륜을 지녔으며, 이를 바탕으로 표면적으로는 고위법무관 직책을 꿰어찼으며 물밑에서는 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르갈 연합국 스파이 출신 외교관 카심.
그는 면접시험에서 압도적인 지략을 뽐내며 다른 모든 면접자들을 탈락시키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기회만 주어졌다면 실제로 이루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카심의 정보력과 외교적인 대응능력은 대단했기에, 그는 현재 투르비쳬 공국 외무부 장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카심은 은근히 쿨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나이스댄디한 남성이었기에 궁궐 내의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요주의 인물로 손꼽힌다.
참고로 그의 취미는 낚시이며, 선물로 연못에 풀어놓을 메기를 받기를 원하고 있는 모양이다.
‘…무슨 약 먹었냐?’
아침 댓바람부터 카심이 들고 온 문서를 보고 내린 소감이었다.
‘네가 썼지?’
“아니다.”
‘네가 썼잖아.’
“아닌데.”
‘구라치고 있네. 다른 연놈들에 비해서 유독 너에 대한 설명만 군더더기가 많잖아. 스파이의 정기보고서처럼 써먹은 주제에 수상할 정도로 의미 불명의 상세정보가 달려있다고.’
갤러리들도 뜬금포로 당당하게 면전에서 사기 치는 카심에게 의아해하고 있다.
얘가 별난 놈이긴 해도 사서 문제를 만드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이 문건에는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디다 써먹으려고?’
“본국에 보낼 보고서다.”
‘그건 벌써 보냈을 텐데?’
“나에 대한 신뢰─”
‘이거 아침부터 왜이러실까. 허튼 수작은 통하지 않아. 그렇다고 네놈이 유능하다는 점을 부정할 마음도 없고. 괜히 모략 같은 거 세우다가 진짜 신용을 잃기 전에 솔직하게 굴라고.’
『카심의 호감도가 1 상승합니다.』
카심은 못내 당해낼 수 없다는 양 쓴웃음을 지었다.
정답을 파고들었나보다.
그는 문서를 품에 집어넣으며 순순히 제 꾀를 실토했다.
“오드마이어 제국의 상인이자 현 재상, 루세트의 음모. 마녀사냥을 집행하는 불의 교단 총본부 직속 적염의 기사단장 바크 노덤의 특공. 치킨해저드의 주범, 악신 노스트라의 습격. 이제껏 공국에 닥친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간 것은 훌륭하다. 다만 유독 한 가지에 대해서는 취흡한 모습을 보이더군.”
‘보안 말인가?’
“그것을 겸하여, 대외방침이 지나치게 느슨하다. 실제로 외교부에 내려온 마지막 지시는 한 달 전의 것이 전부였지. 지금 대외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공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심리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궁리해본 적은 있는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리타분하고 노잼인 업무이야기다.
‘1도 관심 없는데.’
“바로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타국의 동향파악을 게을리 하면 국제관계에서 고립되기 십상이며, 여차할 경우 전쟁발발과 동시에 정보노출로 아군의 전력이 대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현재 공국의 입지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헤. 완전히 공국에 붙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가? 솔직한 진언은 보기 좋네.’
“오랜 음지생활이 지쳤을 뿐이다. 모처럼 양지에 올라선 이상, 떳떳한 일을 하면서 소일거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그렇게나 낚시에 취미를 들렸던 건가.’
“아니. 소일거리는 국정을 돌보는 거다.”
‘그쪽이 소일거리면 곤란하지!!’
하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라니깐.
‘그래서. 이걸 켄이치나 셀레나한테 보고하지 않고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야? 안 그래도 피곤하고 귀찮고 나른하고 인생무생의 경지에 접어든 참인데.’
바로 그 점이 불만이었다.
업무를 보고하려면 좀 더 나은 대상이 둘이나 있잖아.
난 그냥 퀘스트가 뜨면 허허 간만에 포인트 좀 벌어보실까, 하고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RPG충에 불과하다고.
얼마 전에 수도 귀환해서 완전 일하기 싫다고.
란도멜이 마검 카오스의 조력에 힘입어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 지금, 나와 레이첼은 간만에 한가롭게 테이블 위에 엎어져서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단 말이다.
“내 알바냐. 내 평생직장을 위해서 일해라, 지팡이.”
-쓰ⓡⓔ기 : 이 새끼도 은근히 또라이 기질이 있어ㅋㅋㅋ
-퐁삽 : 얜 목적이 뭐냐 대체ㅋㅋㅋㅋ
-낭자아이 : 개복치 괴롭히러 온 거 아님?ㅋ
국왕의 충실한 조언자이자 공국 최고의 실세인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야?
이런 건 말도 안 된다고.
다른 놈들은 제대로 날 대부라거나 충격과 공포의 악명제조기 따위로 취급해주고 있는 걸.
물론 예외는 있다.
셀레나나 켄이치, 란도멜, 슈바인드브, 후요, 유키, 발드 마이저, 넴루드, 노스트라, 델피아(매혹의 마녀), 헤르마(저주의 마녀), 레이첼에 이르기까지.
얘들은 날 무슨 도라X몽의 주머니나 미치광이 에고아이템, 할 일 없는 뒷방늙은이 취급한다.
이 정도면 예외가 아니라 웬만한 인재들한테는 100%로 무시당하는 거 아니냐고?
정답이다.
팩트는 언제나 팩션보다 잔혹하기 마련이지.
…전적으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는가.
실제 플레이가 도라X몽 주머니나 미치광이 에고아이템 취급 받기에 적합했던걸.
‘구체적으로는 뭘 원하는 거냐.’
“간단하다. 공국이 타국을 침략할 의지가 없음을 전적으로 어필하는 거다.”
‘어째서?’
“그야 겁먹으니까. 조금쯤은 자각을 가지는 게 어떤가. 너희들의 왕은 공왕이기 이전에 마왕. 심지어 휘하의 사천왕들도 각 분야의 왕을 자처하는 대단한 절세고수들이다.”
‘전혀 실감나지 않는데.’
그보다 대부분 그거 셀레나가 멋대로 친 쌩 구라잖아.
특히나 지메클로 경은 영문을 모르겠다고.
어째서 그깟 돌멩이가 타국의 영토에서 신화생물하고 엮이는 건데.
“핵심은 이거다. 다른 국가들에게 공국이 정말로 공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켜라. 나야 줄곧 같은 나라에서 머무르고 있으니 너희들에 대해서 다소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정말로? 네가 아는 우리가 진짜 본모습이라고 생각해?’
“……이 타이밍에 의미심장한 표현은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솔직히 똑똑한 녀석은 재수 없어서 조금 골려주고 싶었다.
‘안심을 시키라고 해도 말이지. 뭘 해야 되는데. 네가 가져온 정보처럼 적당히 그럴싸한, 그러면서도 안전하다는 인상을 주는 일을 저지르고,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노출시키라고?’
“의외로군. 정확하다.”
‘싫어.’
“…어째서지? 외교부 장관으로서 올리는 진언이라 생각해라. 이편이 가장 귀찮은 일이 적어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알려주지. 내 생활의 신조를!’
나는 존나 당당하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을 인생의 미덕으로 삼는 남자다!’
“상쾌할 정도로 쓰레기인 녀석이군.”
‘적당한 게으름은 인생의 미덕이다! 오히려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타국의 집정자들도 안심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도 않다. 까놓고 말해서 묻도록 하지. 일전에 듣기로, 마왕의 마이너 카피 같은 게 출몰했다고 하던데. 맞나?”
‘어? 어. 맞는데.’
“그 녀석,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는지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더군.”
순간 진심으로 소름이 돋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다른 적도 아닌 마왕(Minor Copy)라고.
사고를 쳐도 거하게 쳐야 했을 녀석이 어째서 종적도 드러내지 않는 걸까.
혹시.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엄청난 음모라도 꾸미는 거 아냐?
“이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가?”
‘전혀. 오히려 당장이라도 본드래곤과 함께 궁궐 상공에 나타나는 건 아닐지 두려워지는데.’
“같은 거다. 마왕의 무게라는 건 존재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우니까. 그 이름을 빌려 쓰는 이상,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거다.”
실로 간만에 듣는 조언이었다.
한참 부족한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천 회차를 넘기고도 아직 모자름이 있다니.
내게 부족한 건 컨트롤뿐이라고 자만했던 게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근데 잠깐만.
카심 녀석, 방금 마왕의 이름을 ‘빌려 쓴다’고 하지 않았나……?
‘이봐. 방금 전의 표현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음?”
‘마왕의 이름을 빌려 쓴다는 거. 특별한 의미가 있나?’
“없다.”
‘역시 그렇지? 우연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좀 소름 끼쳐서.’
카심은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쓸데없이 잘난 체 하는 자세로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런 일로 소름이? 그거야말로 이상하군. 셀레나가 가짜 마왕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 아닌가.”
‘의미가 없기는 무슨! 핀포인트로 의미가 겨냥 당했구먼!’
“설마 그걸 숨긴다고 노력한 건가. 그편이 오히려 더욱 놀라운데.”
아무래도 카심의 반응은 무시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셀레나가 가짜라는 건 착각이다. 진정한 마왕의 격에 못 미칠 뿐, 그녀는 엄연히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가슴이?”
‘실력이! 물론, 그것도 포함해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가짜 마왕이든 진짜 마왕이든 집정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성군이 아니어도 괜찮은 건가?’
“모처럼 마왕을 참칭하는 자가 선량한 자의 흉내를 내기에 여념이 없다. 괜히 자극해서 화를 뒤집어쓰느니 이대로 침묵을 고수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거다.”
이건 인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네.
뭐냐 대체.
무슨 포지션을 취하고 싶은 거냐, 이 인간들은.
‘아무튼 간에 타국을 안심시킬 만한 소일거리라.’
나름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였다.
『[쓰ⓡⓔ기]님의 관람모드가 차단되었습니다.』
물론 차단도 잊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1차 호감도 락 해체한 인물 중 후요를 제외하곤 전부 H이벤트를 봤네여… / @…1차 호감도 락 해제에 후요가?(두근두근)
A : 시간선을 뛰어넘어 10살 이상 나이를 먹은 후요가 나타나지 않는 한, 후요 H이벤트는 없습니다(엄근진)
Q : @아, 설마 다이스 게임 모토가 D&D 아니면 13시대인가요?
A : 룰적인 모토는 없습니다. 룰 외적인 모토는 은혼과 원펀맨에 가깝겠네요. 개인적인 지향점은 크툴루로 하고 싶습니다(…)
Q : @세상에.. 개복치가 전형적인 미소년 박사라고요? 젤나가 맙소사
A : 실로 완벽한 주인공 보정이지요! 의외로 대단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잉여스러운 대단함이!(…)
Q :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사실 개복치 주사위가 아니라 작가님의 주사위라는건데… 작가님 듁디마요ㅜ
A : 돌연사를 피하고자 금연을 시작한지 24시간이 넘었네요. 하지만 약물보존의 법칙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기에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Q : @낭자아이의 호감도는 몇정도되는건가요!?
A : 기본적으로 현실세계에 호감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만, 다이스게임 식으로 수치화하자면 1차 호감도 락을 돌파해서 8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Q : @발드 마이저 1차 호감도락 해제 안됬나요?
A : 네.
Q : @이런 브론트씨가…!
A : 인공적으로 도태되고있는것이 눈에 보이는군요!
Q : @어 잠깐. 그럼 최소 저 셋은 개복치의 원래 목소리를 알고 있다는 말? 어쩌면 외모도?
A : (타 독자분의 코멘트)게임시작한부분이라 외모는 최초 설정(민둥이)이라서 모를테고 목소리는 게임으로 넘어가면서 바꿔놓았겠죠
Q : @조신한 낭자아이ㅋㅋㅋㅋ 역시 세월이 야속해
A : 나쁜 갤러리들에게 물들고 말았군요…!
Q : @다음 활약할 개스트는 퐁삽인가요? (구아아아앙~♡구아악!)
A : 쓰레기입니다.
Q : @이것이 개복치 오리진의시작부분인건가요?ㅋㅋㅋㅋㅋㅋ
A : 네
Q : @저거 100나오고 98 나온거 진짜 주사위가 저렇게 나온건가요? 아니면 바로 죽어야하는 스토리상 저렇게 만든건가요?
A : 주사위 값은 언제나 직접 굴린 값만을 집어넣습니다. 적당히 그럴싸한 다이스값만 추출하려면 굳이 다이스갓의 부름을 받아가며 집필에 나설 이유가 없지요. 적당히 결과값을 창조하는 건 교만한 배덕자나 저지를 끔찍한 범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