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98
00198 #9 – 마이 퓨어 레이디 =========================================================================
#9 – 마이 퓨어 레이디(16)
악마군주의 막돼먹은 심보는 확실하다만 당사자들이 이 일에 어떻게 임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까놓고 말해서 일하기 싫다고 깽판 쳐놓으면 애먹는 건 이쪽이거든. 별로 걔들 데리고 일하고 싶지 않은데.’
“그거라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공여도를 채우지 못할 시, 죽을 때까지 놀이공원의 노예가 되어 일하도록 만들면 된다. 아니, 영혼까지 묶어두고 백 명의 관광객을 파산시키면 풀어주는 계약을 맺는 게 낫겠어.”
‘……여기가 데비존스의 놀이공원이냐? 내 바이킹이 유령선이었어?’
판타지세계 버전의 다단계 시스템 설립하지 마라.
악마 따위 역시 존재 자체가 해악이잖아.
불법 체류자들 쫓아내는 것처럼 전부 다 내쫓을 거다.
“애초에 직원들도 허접해서 제대로 일도 못하고 있던데. 관객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르거나, 삼십 년 전의 원수 같은 소릴 하면서 칼부림을 해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어… 몰랐지만 그건 꽤 있음직한 이벤트네. 후요의 주머니를 루팅하면 사탕이 하나씩 나오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 무능한 녀석들에 비하면 관광객을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악마들이야말로 놀이공원의 직원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소리를 듣고 나면 선뜻 거부하기가 힘들단 말이지.
관광객하고 싸우는 직원이라니.
어떻게 생각해봐도 전부 해고감이잖아.
‘그래서. 악마들은 무슨 수로 속일 건데? 다들 사기에 능통하니까 어지간하면 안속을 거 아냐.’
“그리고 이 몸은 악마군주이지.”
‘어… 굉장한 자신감인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악마들을 속이려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머저리 같은 수하들은 전부 역병에 중독 당했다. ”
‘뭐… 그렇겠지. 넴루드가 보통 아이는 아니니까. 역병도 마나로 불사를 수 있는 초고수가 아닌 이상에야 평범한 질병치료 마법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실제로 마구 잘난 체 하고 있는 악마군주 머리 위에도 [상태이상 : 역병(Lv4)]라고 버젓이 태그 달려있고.
몸이 튼튼해서 별 효과는 없는 모양이지만.
악마군주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잠복력을 지닌 역병이라면 분명 악마군의 졸개들이 빌빌거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치료를 빌미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 거에 속기나 하겠어?’
“괜찮다. 이거라면 절대로 눈치 채지 못할 거다.”
악마군주가 종이 한 장을 들이밀었다.
뭐지.
새하얀 종이에 점 하나 박혀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봐라.”
악마군주의 말에 종이에 찍힌 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가만.
이거 배율을 확대해서 보니 뭔가 글씨가 써져 있잖아.
‘아니, 이건 설마!’
“이제야 눈치 챘는가.”
악마군주는 음모를 꾸미는 모략가 특유의 비열한 미소를 띠었다.
“초소형 약관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의 약관이잖아!
그보다 어떻게 새긴 거냐 이거.
도트장인도 이런 쥐꼬리만 한 크기로 글씨 새기지는 못한다고.
무슨 반도체냐.
극세 나노정공도 이것만큼 작지는 않겠다!
‘하아. 뭐 이렇게까지 준비성이 철저하다면야. 악마는 어떻게든 꼬드길 수 있겠지. 나도 인건비 문제로는 속 시원하고.’
외계인보다 정신 나간 비주얼을 자랑하는 악마들이 직원으로 상주하는 이상, 어지간히 막장인 녀석들이 아닌 이상에야 함부로 사고를 칠 엄두도 못 낼 거다.
설령 사고를 치더라도 시설파괴 따위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를 저지른 녀석들이 과연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싶을 정도로 목숨 쪽이 걱정된다고.
“지팡이여. 그대는 너무 순순히 악마군주의 발언을 신용하는 게 아닌가?”
‘음?’
“본녀라도 악마들을 굴리고 싶어서, 같은 시시한 이유를 믿어줄 만큼 순진하지는 않다. 분명 악마군주에게는 이 결정을 내린 이유, 뚜렷한 동기가 있을 거라네.”
셀레나의 발언도 일리가 있다.
하는 짓은 막장처럼 보여도 일단은 초월자잖아.
그게 무슨 농담 따먹기로 되는 경지도 아닌데 헛소리나 하려고 초월자가 된 건 아니겠지.
“동기라면 분명하게 있다.”
악마군주는 딱히 대단한 비밀도 아니라든 듯 시원스레 대답해주었다.
“저 빌어먹을 꼬맹이가 질병아이스크림을 팔지 못하게 하는 거다.”
뭐!?
안 돼!
‘넴루드의 소중한 일자리를 뺏기게 되잖아!’
“파파! 넴루드 실직자가 되기 싫어여!”
“악마군단 전원이 맛이 갈 정도의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어쩌자는 거냐. 그런 끔찍한 혼종 같은 질병덩어리는 이 세상에서 박멸해야 한다.”
“넴루드 일할 수 있어여! 아이스크림 열심히 만드는 걸!”
“닥쳐! 악마군의 평화를 위해서 영원히 실직자로 살아라!”
뭐 넴루드도 일을 할 수 있기는 하지.
역병 아이스크림이라는 전제가 달려있지만.
솔직히 재밌기는 했는데 이런 걸 진지하게 판매했다간 고객들의 클레임에 존나 고생하게 될 것 같잖아.
‘넴루드. 미안하지만 놀이공원에서 이미 사망자가 잔뜩 나오고 있단다. 여기에 식중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겹치면 진심으로 귀찮아진다고.’
-프랑 : 사망자가 나온 시점에서 끝났잖아ㅋㅋㅋㅋㅋ
-낭자아이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츳키 : 너도 드립력 시동 걸렸냐? ㅋㅋㅋㅋㅋ
넴루드는 울먹거리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넴루드 아이스크림 못 팔아여?”
‘어. 못 팔아.’
“넴루드 착한 아이니까. 말 잘 들어요…”
다행이다.
때라도 쓰면 어쩌나 싶었어.
솔직히 저 앳된 얼굴에 눈물을 매단 애원은 반칙이라고.
“걱정 마. 후요가 하는 장사라도 돕지 뭐!”
‘그럼 그럼. 아이는 아이끼리 놀아야지.’
“사탕도 쪼코만큼 좋아요! 마시쪄!”
음.
궁궐의 두 명 뿐인 아이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근사한 일이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간과할 수 없는 말을 들어버린 기분이 든다.
나는 사뭇 심각한 어조로 발드 마이저에게 물었다.
‘후요가 사탕을 판다고? 우리 사탕공장 없잖아.’
“뭔가 슈바인드브한테 칭찬 들을 때마다 사탕이 하나씩 생기던데?”
‘역시 그 사탕이었구먼!’
그건 곤란해!!
사탕 한 알에 란도멜이 어떤 개고생을 해왔었는데.
그걸 대량으로 판매하려 들다니!
재앙이 시작될 거다.
고객들이 부작용에 학살당할 거라고!
‘먹으면 해로운 사탕은 또 어떻게 파는 건데!? 이것도 먹고 버티면 무료 같은 거냐?’
“아니. 그냥 돈 주고 파는데?”
‘그럼 무슨 의미가 있어. 평범하게 사탕 파는 건 굳이 그 사탕이 아니어도 되잖아.’
“특제사탕 하나 팔아서 일반사탕 백 개를 사면 평생 사탕을 쌓아놓고 먹을 수 있다고 좋아하던데? 귀엽기도 해서 한 손 거들어주기로 했지!”
‘그만둬! 그 사탕은 정말 아니야!’
넴루드는 힘없이 고개를 숙여 땅만 내려다본다.
이런.
아이스크림도 못 팔고 사탕도 못 팔게 하니까 본의 아니게 넴루드가 하는 일을 전부 가로막은 꼴이네.
“파파. 나 필요 없는 아이…?”
‘아니야! 그냥 넌 아직 일하기엔 이른 나이일 뿐이라고!’
“넴루드, 열심히 돈 벌어서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정말로 괜찮다. 아이는 아이답게 즐기는 모습이 부모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거야.’
“정말요?”
‘그럼!’
간신히 넴루드를 달래고 나자 진이 빠져버렸다.
기가 허하다고 해야 하나.
귀여운 건 좋지만 상처받지 않게 달래기가 어렵다.
제길.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진심으로 악마들을 부려먹을 테다.
“사인이라고? 이런 거 진짜 싫은데. 꼭 수작 부릴 때 하는 짓이잖아.”
“뭐? 사인을 하지 않으면 역병 아이스크림과 정체불명의 사탕을 먹이겠다고? 환자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빼애애액!”
“으브으브, 퉤퉤! 할 테니까! 그 끔찍한 독 좀 저리 치워!”
병동에 모인 악마들은 졸지에 계약서에 잇달아 사인이나 하게 될 처지가 되었다.
가엾은 녀석들.
관광지에 놀러 와서 관광객에서 지원으로 변하고 심지어 발까지 묶이다니, 완전히 인생 망쳤구나.
바로 그때였다.
잠자코 사태를 관망하던 알파고가 채팅방으로 경고를 가했다.
-알파고 : 계약을 당장 멈추십시오.
뭐?
이건 또 뭔 소리야.
방금 전까지 악마들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었잖아.
초소형약정도 제대로 살펴봤다고.
평범한 다단계 노예계약서의 뭐가 걸린다는 거지.
-알파고 : 악마들 일 안하면 놀고먹음
-퐁삽 : 대신 지들도 놀이공원에 갇히잖아
-알파고 : 생각의 허점입니다.
알파고는 정말로 예상치도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알파고 : 독식. 악마들의 목적은 그것입니다.
그런 발상은 생각지도 못했다.
에이.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손님들한테 막장으로 대하면서 관광객을 쫓아내고, 직원들만 남은 놀이공원을 독차지하며 안전성 점검을 핑계 삼아 저들끼리만 영원히 놀아난다니.
존나 설득력 있는 가설이네.
악마들은 웰빙라이프를 위해서 인간 세상에서 사기 치고 다니는 것도 포기하고 험준한 산맥에 파고들었잖아.
기여도가 채워지지 않는 걸 변명 삼아 전력으로 빈대 붙어도 이상할 거 없다.
사실상 놀이공원을 사유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속셈이다.
‘알파고가 아니었다면 깜빡 속을 뻔했군.’
한 번 빈대 붙는 놈들은 내쫓기도 힘들겠지.
임금도 안 받고 무보수로 일한다고 하는데.
애초에 악마군 전체가 이사라도 올 기세로 눌러앉는 이상, 악마군을 모조리 격퇴시킬 자신이 없으면 쫓아낼 수도 없다.
‘악마군주. 네 수는 이미 간파했다. 악마들을 이용해서 놀이공원을 반 강제로 통제하려는 속셈은 단념하는 게 좋을 거다.’
“제길. 앞으로 일보였거늘. 마왕군 결전병기라는 악명은 허투루 얻은 게 아니었는가.”
‘산골짜기에 처박혀있기 싫은 마음도 이해는 한다지만, 여긴 내 나름대로 공을 들인 장소이다. 무상으로 내주어도 좋을 곳이 아니야.’
피차간에 적지 않은 지략을 지니고 있기에 수 싸움의 패배는 곧 실제 전투의 패배나 다름없다.
막무가내로 계약서를 돌려서 사인을 받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이미 간파한 이상, 놀이공원에 예속된 악마들을 배치할 권한으로 대응하면 그만이니까.
까놓고 말해서 안전실습을 명목으로 대관람차에 전부 다 우겨넣고는 메테오라도 떨구기라도 하면 지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악마들은 전부 페르뒬 산맥에서 안면을 텄다.
주인 개최식이니 뭐니 호들갑을 떤 덕분에 내가 까먹은 녀석은 있을 수 있겠지만, 녀석들은 결코 날 잊지 못하겠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나, 마왕군 결전병기로서의 악명이 녀석들에게는 훌륭한 동경의 상징으로 먹힌다는 거다.
‘너희들. 놀이공원은 마음에 드냐?’
악마들은 사뭇 열광적으로 환호하였다.
“전차로 듀라한을 찢어발기는 재미가 일품이었지!”
“사격코너 가봤어? 총을 쏠 때마다 주사위를 굴리는데 96부터 100에 당첨되면 총이 폭발해!”
“사랑해요 지팡이님! 우윳빛깔 지팡이!”
반색을 하면서 마지막 악마를 눈여겨봤는데 쭈글쭈글하고 끔찍한 촉수괴물 새끼만 눈에 띄었다.
시발.
다이스 게임의 H이벤트 중에서 내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몇 안 되는 대상, 서큐버스였다.
처음엔 상당한 외모에 반해서 즐거운 잠자리를 가졌는데, 그게 서큐버스의 환각가루와 독침부여로 일어난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어찌나 소름이 끼쳤던지.
그 사실을 깨닫기가 무섭게 농담이 아니라 심장마비로 돌연사를 했었다.
‘보아하니 다들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군. 내 딸아이의 아이스크림만 아니면 좀 더 재미를 봤을 텐데, 미안하게 됐어.’
“뭣…! 에고아이템이 아이를 잉태시켰다고요?”
“바보야! 멍청아! 에고아이템이 되기 이전에 낳은 아이겠지!”
‘아, 정말. 소란스러운 건 질색이다. 싸우지 말고들 들어라. 너희들은 진심으로 놀이공원을 즐기는 훌륭한 관객이자 실력자들이고, 내 정식주인인 셀레나와 같은 곳에서 살았던 동족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너희 중 일부에 한하여 이쪽에서 직원으로 뽑고자 한다. 이견은 있나?’
나는 필사적으로 서큐버스를 외면한 채, 악마들에게 전음을 날렸다.
악마군주는 적절한 양보라고 생각했는지 달리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악마군단장이나 고대악마 등의 강력한 악마들도 악마군주와 나의 뜻을 존중하여 순순히 따를 것임을 피력했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근데 저 블랙드래곤이 개복치 정체 까발렸는데 현세에서 사건 터지지 않으려나요? 개복치 에뮬레이터였어?하면서 잡아간다거나
A : 물론 현실 이벤트로 이어집니다. 작중 전개를 기대해주세요!
Q : @악마군주 지린다….저게바로 절대로 보기싫은 상사님이시지//거짓말안하고 이작품처럼 급 빵터뜨리는작품 거의없습니다 ㅎ / @어라..? 근데 악마군주는 일 안하잖아? ㅅ, 사장님이냐!
A : 컨셉 뚜렷한 보스(Boss)몹 되겠습니다. 순수 개그를 목적으로 하는 글은 요즘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요..
Q : @크아아아 나는 강려크한 이면의 군주 샤마신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
A : 이면의 군주가 울부지저따. 개복치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돌연사해따.
Q : @희대의 망겜이 사실 알고보니 희대의 갓겜…? 저 드래곤은 큰 떡밥이 되어 물고기를 물어오나요!
A : 하~안참 뒤에 마왕(Minor Copy)과 세트로 나올 예정입니다.
Q : @분명 이번파트는 후요와 넴루드를 위한거라 하였는데 후요 울겠어요
A : 간판미소녀는 실은 한 명으로도 충분합니다!
Q : @드래곤이 언급한 이상 위버라는 사실이 갤러리들에게 방송된 건가요?
A : 네 그렇습니다.
Q : @어… 나 가끔 지옥에서 일하다온 악마가 되는 느낌인데 착각인가…
A : 네? 여기 헬(Hell)조선 아닌가요?
Q : @개복치는 세계멸망 시리즈에서 어디까지 진행했었나요?
A : [외계침략]까지 진행했습니다.
Q : @알피고가 디아스 게임사 해킹히는건…?
A : 알파고 주거욧
Q : @이면의군주…발빠른 갤러리 패치
A : 쓰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넘나 재밌는 떡밥이었던 것..
Q : @아… 왠지 고대의 개콘력을 보는 기분…. 마치 봉x아 학(읍읍)
A : X숭X X당을 아는 독자님은 틀림없는 아재로군요!
Q : @이것도 선작 늘어나면 주인공이 강해지나요?
A : 야캐집니다.
Q : @아직도 수도가 부셔지지않았다니. 물론 스토리가 척척 진행되는거같아 즐겁게봤지만 예상이 틀렸군요! 약속했던 쿠폰드릴테니 손모가지는 봐주세요. 이거 없으면 매일밤..흐규흐규
A : 이참에 오욕칠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