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2
00022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22)
사실 나 행운수치 엄청 낮은 거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뭔가 들썩거린다 싶더라니 셀레나 등에 업혀있더라.
반대편으로는 무슨 구름 같은 게 보였다.
여기 땅인데.
나 죽을 때가 된 건가.
헛것을 봤나 싶었는데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대규모 군세가 움직이며 일어나는 먼지구름이었네.
어…….
먼지구름?
대규모 군세?
잠깐 눈 좀 붙이고 일어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깨어났는가! 마침 딱 좋은 시기였네!”
‘이봐, 셀레나. 3줄 요약으로 상황 설명 좀.’
“몬스터가! 미쳐! 날뛰고 있네!”
갤러리들도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낭자아이 : 저능아 취급ㅋㅋㅋ
-퐁삽 : 파티원 신뢰 좀 얻어라ㅋㅋㅋ
-구아악 : 갸아아악 구아아악
아나.
누굴 등신으로 생각 하냐.
그런 건 나도 봐서 알 수 있다고.
바보 취급당한 기분이 드는데.
정작 셀레나의 상세설명이 이어지니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잠든 사이, 셀레나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정말로 갑자기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다.
경험이 부족한 셀레나는 감도 못 잡은 모양이지만.
숙련된 게이머인 나라면 알 수 있다.
이건 각 지역마다 일정 확률로 발생하는 돌발이벤트.
[몬스터 웨이브(Monster Wave)]다.
‘투명망토는 어쩌고?’
“망토고 나발이고! 사방에서 적이 몰아닥치는데 어쩌겠는가!”
하긴.
이 정도 숫자면 보이든 안보이든 관계가 없다.
이동경로에 있는 나무도 몬스터에 치여 박살나는 판국인데.
악마 한 마리 정도, 잘 다진 고기완자처럼 으깨지겠지.
그런 것 치고는 어째 위기감이 전혀 안 든다.
이것도 임시주인을 잘 만난 덕분일까.
나 완전 빈대 붙고 있네.
그러고 보니 아직 셀레나 상태창을 못 봤던가.
몬스터한테 쫓기는 거야 셀레나가 쫓기는 거고.
느긋하게 셀레나의 상태창이나 한 번 열람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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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의 상태창]
*종족 : 악마 *관계 : 임시 주인 *클래스 : 7써클 대마도사
*체력 : 1289/2500 *지구력 : 650/1200
*마나 : 318600/420000 *만복도 : 80/100
*호감도(Lv 1) : 35/100(피로)
-호감도 50에 추가 기능이 개방됩니다.
*기본 능력치
-근력 65 체질 61 민첩 65 통찰 72 지능 81 내성 50
*부가 능력치
-잠행 42 인내 36 마력 55 생존 31 정직 39 학식 49
*보유마법(대표) : 지진, 미로생성, 중력조종
*보유스킬(대표) : 지질학(特), 위상학(最上), 탄지공(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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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대마도사인데 기본 능력치가 왜 이래.
일류 격투가도 그냥 두들겨 패서 잡을 수준이잖아.
부가 능력치는 더 이상하다고.
마도사는 개뿔.
도적, 탱커, 레인저, 팔라딘, 학자 능력치도 들고 있고만.
심지어 보유스킬은 대표 세 가지 중 두 개가 학식스킬이다!
뒤따라 달린 건 무술가도 아니고 웬 탄지공(彈指功)인지.
……이거 때문인가!
어쩐지 돌멩이 무진장 잘 튕기더라니.
이 녀석, 어쩌면 손가락으로 지건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대, 지금 설마 내 재능을 꿰뚫어보는 건가!?”
‘마왕이 깃들었다며? 그런 대단한 장비에 재능간파 옵션도 안 달린 게 이상하잖아.’
지금의 나로서는 주종관계의 대상만 확인할 수 있지만.
모쪼록 주인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건 상당한 이점이다.
주인이 뭘 할 수 있는지, 뭐가 강점인지.
이런 정보를 알고 있다면 그만큼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파티관계의 심층적인 구도라고 해야 할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마법이나 스킬을 배울 수도 있고.
사전에 합의를 거쳐서 합격기, 연계기를 구축할 수도 있다.
“지금 그런 걸 보고 있을 시간인가! 어떻게든 좀 해주게!”
두두두두두.
대지가 들썩거릴 정도로 몬스터들이 뒤를 쫓고 있다.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범위기로 쓸어버릴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좁혀져서 그건 힘들 것 같다.
체력이나 지구력도 어느새 반 토막 났고.
이 상황, 타개하려면 내가 나서야만 한다는 거다.
‘…진심? 나 랜덤 마법 쓰느라 뒷수습은 장담 못한다?’
“뭐든 좋으니까 빨리!”
‘랜덤 마법 발동!’
이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마법이 무슨 재난을 불러일으킬지 말이다.
『랜덤마법으로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 선택되었습니다.』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3』
『마법성공률 12% 달성! 마법시전이 훌륭하게 성공합니다!』
처음이다.
처음으로 마법시전이 성공했다.
그것도 2부터 5까지만 해당하는 훌륭한 성공이다!
-형 : 와. 형 축하드려요.
-츳키 : 하필이면 이상한 마법이 스페셜 터졌네.
-묵제 :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 잘 발동하면 어찌 됨?
-구아악 : 더 빨리, 더 많이, 더 무작위로 순간이동 되는 거 아님?
하하, 뭐야 그게.
완전 쓰레기 마법이잖아.
이 마법 애초에 시전자는 포함도 안 되고.
주변의 무작위 대상을 무작위 위치로 날리는 마법인데.
그게 훌륭하게 발동된다고 설마 갤러리들 말대로 되겠어?
…되겠는데?
무진장 설득력 있는데?
쫓아오는 몬스터들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는데?
마법시전의 효과로 도주 난이도가 한층 상승했는데!?
슈융──!
“이, 이게 뭔가!?”
‘아, 미안. 뒤에 있던 애가 앞으로 순간이동 됨.’
셀레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 끼워둔 돌멩이를 튕겼다.
오오, 탄지공.
중형 몬스터가 쓰레기처럼 찌그러졌어.
그래도 능력치가 능력치다보니 저만한 것도 한방감이네.
『임시주인 셀레나가 바위골렘을 사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1,000p를 습득했습니다.』
겸사겸사 주종관계 보너스로 포인트 수급까지.
이거 의외로 괜찮네.
슈융──!
골렘을 쓰러뜨리자마자 전갈 한 마리가 추가됐다.
셀레나의 시선이 무진장 험악해졌는데.
이거 도주 끝나면 내구도 20정도는 까일 것 같다.
가뜩이나 바쁜 참에 2연속으로 몬스터가 날아오다니.
해치우는 건 별거 아니라도 신경 쓸 거리가 늘어난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미안하긴 하네.
『임시주인 셀레나가 동굴전갈을 사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750p를 습득했습니다.』
‘저기 셀레나.’
“말 걸지 말라! 바보 같은 지팡이!”
‘아니, 하나 더 간다고.’
슈융──!
-낭자아이 : 미친ㅋㅋㅋ
-퐁삽 : 너 뭐하냐?ㅋㅋㅋㅋ
-줌벽 : 5계층에서 당한 거 복수하는 중?ㅋㅋㅋ
빠득, 빠드득!
이를 빠득빠득 악무는 게 이거 단단히 화가 났다.
아니,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이거 랜덤 마법이고.
뭐가 나올지는 모른다고 나도 경고했다고.
나한테만 이러는 건 불합리해!
“닥쳐!”
‘네.’
돌멩이를 날리던 셀레나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뭐지, 부상이라도 당한 건가?
당황해서 전방을 예의주시했더니…….
미친.
랜덤이라 앞으로 소환된 몬스터가 다시 뒤로 날아가기도 한다.
공격이 빗나간다고.
심지어 위에서도 가끔 추락하고 있잖아.
‘저기 셀레나. 존나게 두들겨 패도되는데 이거만 미리 말해줄게.’
“죽을 각오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뒤에 지금 백 마리 넘게 순간이동 이펙트 떴음.’
게임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칼과 마법으로 자웅을 겨루는 판타지 세계?
그런 건 없다.
여기 있는 건 온몸으로 날아오는 몬스터뿐이라고.
졸지에 판타지 버전 탄막 게임 비스무레한 게 되어버렸어!
‘왼쪽! 왼쪽! 위! 오른쪽! 왼쪽!’
셀레나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강력한 그녀라도 이 숫자는 살인적이다.
자칫 한 번이라도 충돌했다간 몬스터 무리에 휩쓸린다.
그 뒤로는 체중에 제압당해 마법이고 뭐고 쓸 수도 없다.
신나게 린치당하고 먹이가 되거나 성노리개로 전락하겠지.
나는 어찌 되냐고?
몬스터가 지팡이가 알 게 뭔가.
우르르 몰려와서 짓밟느라 박살나 죽겠지.
…미친.
마법이 성공했는데 상황은 어째 더 심각하잖아.
랜덤 마법 초 쓸모없어!
게다가 너무 많아서 말로 경고할 수도 없다고!
-퐁삽 : 바보야! 멍청아! 말로 못하면 도형을 그려!
-다스 : 그러네요. 어차피 전음마법, 생각한 게 전해지는 거잖아요? 이미지로 떠올려도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네?
갤러리들이 간만에 유익한 조언을 해줬다.
자, 그러면 어디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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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
■ ↘→→→Fin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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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뭐야 이거.
완전 참신하고 간단하잖아.
이정도 난이도라면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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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Finish!
Start!↗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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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벌 존나 힘들어.
몬스터 몇 마리가 떨어지는 건데.
한 순간에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야…… 으아아 더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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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 ↗→→→↙■■■■■■■■
↘←←↙■ ↗ ■■■ ↙■■MONSTER!■■■
■ ↘→→↗ Cr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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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길막이라니 너무하잖아!
탄막게임의 약속된 탈출구라는 게 없다고!
애초에 다이스게임은 판타지게임이지 탄막게임도 아니었지만!
“됐네! 이 쓸모없는 지팡이 같으니!!”
콰앙──!
위기의 순간에 나오는 초인적인 힘이라는 걸까.
달려 나가는 와중에 보폭을 줄이더니 몬스터들이 튕겨나갔다.
급정지한 힘을 고스란히 팔목에 담아 장력처럼 후려친 거다.
이게 어딜 봐서 대마도사야.
완전 무협고수잖아.
모쪼록 내 어드바이스가 도움이 됐던 것도 초반까지의 일.
탄막게임은 이제 슈팅게임으로 바뀌었다.
셀레나는 아예 작심하고 돌멩이를 날리며 길을 뚫었다.
잇달아 몬스터의 벽이 날아들고.
천장과 바닥이 역전되고.
보스몬스터마냥 대형몬스터가 통로에 버텨서고.
지하에 있던 용암이 허공에서 끼얹어지기는 위기까지.
천재지변에 준하는 위기를 체감상 10세트가량 넘었을까.
동굴 전체가 굉음을 내며 무너지는 대 파란을 지나친 끝에 장대한 도주극을 성공할 수 있었다.
간신히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의 발동시간이 끝난 것이다.
셀레나의 우수한 신체능력이 아니었다면 백번도 더 죽었겠지.
“지.팡.이.님?”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드립니다…….’
나는 오늘 내 속살이 연갈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구도 1까지 갔다고.
몬스터 웨이브보다 셀레나 한 명이 더 무서워…….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셀레나에게 두들겨 맞고 자연치유를 진행하던 도중.
노고를 치하하기라도 하듯이 청량한 기운이 일었다.
새로운 마법을 습득했음을 알리는 이펙트다.
『랜덤 마법(8종/22종)의 아홉 번째 마법이 확정됐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은 순간의 오성을 마법으로 끌어내는 법. 당신의 집중력이 새로운 현상을 마법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습득한 마법은 [화살표 공략]입니다.』
뭐야 이거.
이름부터 엄청나게 구린 느낌이 팍팍 들잖아.
*화살표 공략
-당면한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려면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방향을 알려드립니다. 단, 신체능력이 부족하면 화살표를 보고도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신체능력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고.
나 지팡이잖아.
피지컬 제로라고.
이거 대체 어디다 쓰라는 거야…….
-낭자아이 : 셀레나랑 슈팅게임 할 때?
-묵제 : 부럽다. 나도 예쁜 악마랑 판타지 세계에서 슈팅게임 하고 싶다.
-츳키 : 너 엄청 착실하게 망케 만들고 있구나. 이쯤 되면 존경스럽다.
-낭자아이 : 위로금으로 1와트 드림ㅎ
그놈의 1와트, 쓸모없기는 마찬가지잖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도대체 난 이 게임에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서럽기 짝이 없는 아이템의 일생은 오늘도 계속된다.
============================ 작품 후기 ============================
독자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덕분에 글을 쓰는 저도 무척이나 힘이 납니다.
하여 이번 화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비장의 약을 하나 꺼내봤습니다.
큰 웃음 받으셨기를 고대하며 내일도 다음 화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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