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0
00030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30)
경비대장과 경비원이 보험사기단마냥 사악한 수작을 부리려던 순간이었다.
「하아… 대체 아까부터 뭘 하던 건지 원.」
「웨, 웬놈이냐!」
「잠깐! 여자다! 일단 체포부터..」
빡! 빠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두 남자가 맥없이 나자빠졌다.
셀레나의 한심하게 여기는 시선과 함께 흑백세계가 제 색을 되찾았다.
『교섭이 종료되었습니다.』
『아군의 지원이 도착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었기에 무승부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보상으로 3,000p를 습득합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고 따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아이템은 주인이 없으면 역시 고달프다는 생각에 서러워서 눈물만 날 것 같았다.
나 서러워! 울 것 같아! 좀 위로해줘!
“…….”
때로는 침묵만큼 확실한 대답도 없다.
엄청나게 쪽팔리네.
말없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보니 완전 수치스럽잖아.
“비밀창고의 아이템은 모두 회수했다네.”
소식을 전달받음과 동시에 시스템 알림이 이어졌다.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 당신은 세계 최초로 이국의 보물창고의 보물을 100% 탈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설적인 대도나 벌임직한 업적에 7,500,000p가 지급됩니다.』
『전설업적 보상으로 1 LP(Legand Point)를 습득했습니다.』
훔칠 것도 다 훔쳤겠다, 이제 소리 안 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겠지.
셀레나는 차원배낭에서 커다란 망치를 꺼내 휘둘렀다.
쾅!
터프한 일격에 기둥이 산산조각 났다.
나 이제 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아냐?
문득 든 생각이지만 심적으로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그럼 세 번째 국가로 갈 차례인데… 여기서부터는 그 지팡이를 쓰자.’
“투명지팡이 말인가?”
‘그래. 지금까지처럼 경비병 하나만 얼쩡거리는 정도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지. 이동하기 전에 미리 몸을 감추는 게 좋아. 덤으로 나도 스킬 좀 재정비하고 출발해야겠어.’
이왕 만전을 기하기로 한 이상, 약간의 시간소모는 상관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공략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고.
비밀창고 공략에 최적화된 스킬을 맞출 필요도 있다.
이런저런 스킬을 손보고 난 뒤, 시트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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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의 실패작(Rare, Ego Item)]
*공격력 : 38 *내구도 : 37 *마법명중률 : 23%
*마법성공률 : 12% *마법시전속도 : 2.0배
*설명 :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마법사가 희대의 역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아이템. 본래의 목표와는 달리 제작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탓에 희대의 괴작이 되어버렸다.
*히스토리 : 이후, 세간을 떠돌며 악마계의 쿨데레로 숭배받거나 스핑크스를 정신만으로 압살(壓殺)하기도 했다. 육국의 보물창고를 털어버린 역사상 두 번째로 악명 높은 도둑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내장마법 : 랜덤 매직(9종/22종)
-부리 뽑기, 염력(念力), 귀환, 명상,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 환영, 이색판별, 마비독, 화살표 공략
*보유스킬 : 무기 수리(中), 자동수복(中), 전음(中), 회색 안개(中), 번개내성(最上)
*소유 포인트 : 189,286,4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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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이렇게 썩어 넘치는데 안 쓰는 게 죄악이지.
이참에 보유스킬을 작정하고 갈아엎었다.
우선 [회색 안개(中)].
이건 원래 의도대로 분위기 조성은커녕 방해만 돼서 제거했다.
딱히 셀레나가 수분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투덜거려서 지운 건 아니라고!
[무기 수리(中)]도 제거했다.
손도 없는 데 약 오르게 내비 둘 필요가 뭐 있나.
[자동수복(中)], [전음(中)]스킬은 각각 [형상복원(特)]과 [천리전음(特)]으로 거금을 들여 업그레이드했다.
중급에서 상급, 상급에서 최상급, 최상급에서 특급으로.
무려 20,220,000p라는 경악스러운 현질로 특급스킬을 박아버린 거다.
이거 굉장한 거라고?
쌩 노가다로 얻으려면 게임 속에서 3년은 족히 걸리니깐.
신규 추가된 스킬로는 [절대공포(特)]가 있다.
이건 처음부터 특급으로 구매해서 10,000,000p만 들었다.
나름 개인적으로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구매한 스킬이다.
여차해서 셀레나의 투명화가 발각되는 경우.
절대공포 패시브 스킬을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상태이상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강적과 다수의 적병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만능의 견제기(牽制技)이다.
이외에도 이리저리 투자할 수 있는 방향은 많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실전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쪽에 투자를 하는 게 적절하다.
무턱대고 포인트 전량을 스킬로 도배해봤자 기본적으로는 아이템이니까.
상황과 조건이 맞지 않으면 제 능력을 1% 발휘하기도 버겁다.
벽에 끼인다거나.
바위에 꽂힌 채 방치된다거나.
셀레나에게 싸늘하게 외면 받는다거나.
……그렇다.
그냥 혼자 있으면 폭탄덩어리가 된다.
아이템의 숙명이니 거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걸.
무슨 용사마냥 지팡이가 저 혼자 전 세계를 유람하며 파티원을 모으고 마왕군을 처단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랜덤마법으로 염동이 발동할 때마다 마을이 하나씩 파괴될지는 모르겠다.
용사는커녕 마왕취급받기 딱 좋네.
모쪼록 전력도 재정비했겠다, 슬슬 세 번째 공략지점으로 향할 차례다.
‘그냥 벽에만 안 끼이면 좋겠다.’
야심만만한 포부는 벽에 끼일 때부터 산산조각 났다.
이쯤 되면 어딘가에 끼이는 게 트라우마(Trauma)가 되지 않을까.
***
세 번째 목적지는 [브랑시아 공화국].
산악국가답다고 해야 하나.
이곳의 보물창고는 무려 휴화산의 분화구 근처에 세워져 있다.
군사력에서 인접국에 비해 뒤처지는 이상, 이들은 언제 국토를 유린당하고 수도가 함락되어 국고를 약탈당할지 모른다.
빼앗길 바에야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고 말겠다.
브랑시아 공화국은 그런 심보로 언제든 마법 한 방으로 화산을 폭발시킬 수 있는 휴화산의 분화구를 선정했다.
지독한 무더위 탓에 경비인력은 적지만 경비병 개개인의 경지와 실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드높은 편이다.
“이스. 방금 허가받지 않은 마법이 감지되었다. 네 짓이냐?”
“더워. 아무 것도 안 해. 살려줘…….”
“……되었다.”
예리한 인상의 사내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동료를 내려다봤다.
기후가 좀 높기로서니 국고를 지키는 중임을 맡은 자가 뭍에 올라온 오징어마냥 흐느적거리며 늘어지다니.
추태도 이런 추태가 따로 없다.
“덥지도 않아? 혼자만 멀쩡하고. 불합리해…”
“한심하긴. 수련이 부족한 거다. 마법사라고 육체의 단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그러니까 네… 기감이 둔한 거다!”
팔짱을 낀 남자의 손이 빠르게 허리춤을 훑으며 튕겨 올라왔다.
빗살처럼 날아든 여덟 개의 수리검이 벽면에 파고들었다.
“기감이 어쨌다구우?”
“…나도 더위를 먹었나보군. 수련이 부족한 모양이다.”
“너무 민감하게 살면 피곤할 뿐이야. 어차피 창고는 털렸고. 본국의 지원 병력이 오기까지 자리나 지키는 정도잖아. 설렁설렁하자구…….”
이스의 투덜거림에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주저앉았다.
확실히 무더위 탓에 신경이 과민해졌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으나 역시 무언가가 걸렸다.
수상한 마법의 기운.
보이지 않는 기척.
단순히 착각이었다고 여기기에는 두 번이나 뭔가가 걸렸다.
날이 뭉툭한 수련용 단검을 허공에 띄워 올렸다가 낚아채려는 순간,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사내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이 일대의 투사체는 조금씩 나아가는 방향이 왜곡된다.
분명 강력한 대기마법이 공간에 영향을 미친 게 틀림없다.
“멍청한 짓 그만하고 앉아.”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이스. 여기에 침입자가…”
“카일.”
나른한 이스의 목소리에서 사내, 카일은 위화감을 느꼈다.
평상시의 그녀라면 분명 졸음기가 역력해야 했다.
지금의 그녀는 졸음을 느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예민한 청각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잡아내었다.
무엇 때문에?
변수는 하나.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심한 열등생이라 생각했던 동료야말로 자신보다 먼저 침입자를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의욕만 앞서면… 언젠가 골로 가버릴지도 몰라?”
여느 때보다 지나치게 의욕이 없는 게 못마땅하다고 생각했었다.
철부지 어린애나 다름없다고 여겼지만 정말로 뒤쳐진 건 누구였는가.
이스는 처음부터 침입자를 감지하고도 이를 모르는 체 했다.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긴, 공간을 왜곡시키는 마법이 어디 보통 쉬운가.
모습이 보이지도 않게 만드는 수법도 장난이 아니다.
기껏해야 검술전문가(Sword Expert)와 전투마법사(Battle Mage)로 이뤄진 단일파티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스는 카일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돌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만용의 대가는 죽음이다.
마법의 잔재만으로도 도저히 상대를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이제야 간신히 깨달았다.
오한이 등골을 따라 자르르 흘러내렸다.
구원을 요청하거나 이 자리에서 달아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어떤 수단을 구사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몇 명이 이 근처에 있는지 가늠조차도 할 수 없다.
숨 막히는 정적의 끝에 다시금 마법적인 기운이 감지되었다.
카일은 간신히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무서울 정도의 실력자였군.”
“멍청이. 정말 한심할 정도로 속편하게 사네…….”
“뭐?”
화가 난 카일이 이를 악물고 이스를 노려봤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당황해서 눈을 돌려야만 했다.
이스는 나라라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실금을 해버렸다.
그녀의 두 눈에 비치는 것은 한없이 커다란 공포심이었다.
“투명감지렌즈 따위, 사는 게 아니었어…”
이스는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 악마. 정말로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이쪽이 눈치 챘다는 걸 처음부터 알면서도 건드리지도 않았고. 이유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아. 살해당했을 거야. 조금만 심기를 거슬렀어도.”
이스는 유능한 마법사였다.
적어도 세간에 4써클의 배틀 메이지라 알려진 것보다는 스스로 숨겨온 수준이 한층 더 높았다.
그러나 보물창고에 찾아온 셀레나에 비견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는 못했다.
그런 어중간한 강함을 지닌 것이 그녀의 불행이었다.
차라리 실력이 부족했다면 케일처럼 알아보지 못했을 텐데.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전신이 덜컥 붙들리는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텐데.
세로로 갈라진 파충류를 연상케 하는 샛노란 눈동자.
그 눈과 마주친 것만으로도 모든 전의가 사그라졌다.
어쩌면 평생 동안 잊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수련한다고 해도 그 악마의 앞에 다시 마주설 수 있을까.
감히 그것을 장담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
“귀여웠지? 그 애.”
때 아닌 셀레나의 찬사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 마법사가 작은 눈에 참한 몸매를 지니긴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에 개인적인 사심을 느끼는 건 좀…
“그저 귀엽냐고 묻지 않았는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이 변태가.”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 되었다.
귀여웠던가.
예쁘장한 건 기억하지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던데.
뭔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애써 눈을 돌렸던 것도 같고.
오히려 남자검사 녀석이 더 놀라웠지.
설마 투명화 상태의 셀레나를 눈치 챌 줄이야.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격전을 치러야만 할 뻔했다.
딱히 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쪽이야 차라리 그랬었는데, 네 번째 목적지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당장에 잠입 중인 처지에 셀레나가 육성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엇을 숨기랴.
대륙 중부의 사막국가, [사르갈 연합국].
열사의 사막에 세워진 피라미드의 중심부.
왕릉의 보고에서 우리는 또 다른 적과 마주쳤다.
“검사의 소질은 절정. 근육을 봐서 그것도 주특기는 아니군.”
“당연하다. 이 악마의 마법사로서의 소양은 극상. 일국에 한 명도 나올까 말까한 대단한 자이니까.”
흑색 무복에 커다란 태도를 짊어진 검주(Sword Master).
금실을 단 백색 로브를 뒤집어쓴 아크메이지(Arc Mage).
불과 네 번째 공략지점에서 투명화조차 꿰뚫어보는, 무려 셀레나와 동급의 강적이 둘이나 떡하니 나타났다.
“범죄자여. 무엇을 노리고 다시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그 수급, 이 란도멜의 충의의 검으로 잘라내 주마. 물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고통을 느낄 틈조차 없이 베여버릴 테니까.”
“악마 마법사의 심장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진귀한 촉매제. 수급은 양보해도 심장만큼은 내 손으로 앗아가겠다.”
교섭 같은 잡기를 다룰 여유는 없다.
사르갈 연합국이 준비한 예상치 못한 초강수가 나타났다.
나와 셀레나는 대놓고 지뢰를 밟은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1. 2차 경비레벨 상승(3번째 국가) 1d6 : 3
2. 3차 경비레벨 상승(4번째 국가) 1d6 : 6
3. 재미가 떨어져서 양으로 승부를 본 못난 작가를 용서해주세요.. 윽윽.. 내일은 반드시… 재밌게 돌아올 거에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