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82
00382 #16 – 엑스트라즈(Extras) =========================================================================
#16 – 엑스트라즈(Extras)(12)
문제의 장소는 본래 다양한 종류의 지능이 없는 벌레 몬스터를 사육하여 잡아먹는 초원지대였다.
초원형 몬스터들에게는 나름 영양가 있고 맛 좋은 저급몬스터들을 방생하여 기르는 장소였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런 본래의 용도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들판 전체가 우글거리는 슬라임에 뒤덮여 마치 거대한 물결이 요동치는 것처럼 진풍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으아악!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어!!”
“거리를 벌려! 잘못 접근했다간 그대로 집어삼켜진다!”
보스몬스터와 인간 모험가들이 뒤섞여 슬라임을 사냥하는 광경도 사뭇 인상적이기는 하다.
문제는 슬라임들 밑에 파묻혀있던 또 다른 슬라임들이 쉴 새 없이 기어 나오며 좀비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토록 한다는 점이지.
아니, 어떤 의미로는 좀비보다도 악질이다.
걔들은 죽으면 그대로 끝이지만, 슬라임들은 핵이 파괴되어 점액을 남기고, 그렇게 남은 점액은 다른 슬라임들의 먹이가 되며, 먹이를 먹은 슬라임은 몇 배씩 분화를 한다.
‘그냥 화염마법으로 싹 다 태워버리면 안 돼?’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기화된 슬라임이 무작위 공간에서 제멋대로 번식하게 된다.”
‘역시 그렇겠지.’
애초에 다이스 게임에서의 슬라임이란 초보 모험가가 상대해도 좋을 만큼 만만한 녀석도 아니다.
물리공격은 제대로 먹히지도 않고, 내지른 검은 점액질 내부의 소화액으로 순식간에 부식시킨다.
간혹 속성이 섞인 슬라임들이 방출하는 점액질은 마법의 성질까지 띠며 전투마법사의 광역기에 맞먹는 효과를 발휘하지.
‘대체 어떤 멍청이가 슬라임을 번식시켜 잡아먹겠다고 이런 소동을 저지른 거야?’
“근방에서는 나름 유명한 트롤 삼형제의 소행이라더군.”
‘그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냐.’
“슬라임들의 위장 속 어딘가.”
‘…….’
세상에 살다 살다 슬라임한테 잡아먹히는 트롤이 다 있다니.
멍청한 녀석들은 별 고민도 없이 먹이는 많을수록 좋다며 슬라임을 뿌려대고, 우글거리는 슬라임을 향해 뛰어들어 그대로 잡아먹혔겠지.
실로 황당무계한 상황이지만 엄연히 우리들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조준이나 위력조절은 필요도 없겠네. 후요. 적당히 아무데나 겨냥해서 아티팩트를 발동해라.’
“네!”
지금 후요가 들고 있는 아티펙트는 속칭 윈드캐논(Wind Cannon).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대포를 연상토록 하는 고압의 바람을 분출하는 마도구이다.
대량살상에 특화된 마도구이니만큼 틀림없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해준 무기이다.
“얍!”
맥 빠지는 기합소리와 뒤따라 들리는 방아쇠를 당기는 철컥 소리.
쿠아아앙!
정작 윈드캐논에서 분출되는 마법의 위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우와앗! 뭐야 뭐야 뭐야!? 슬라임이 사방에서 비산하잖아!?”
“방금 바람계통 마법 갈긴 거 어떤 새끼야!?”
“튄다! 슬라임이 튄다! 다 잡아! 하나라도 놓치면 인근 서식지까지 개판이 되어버려!”
마법 한 번 잘못 썼다고 슬라임들이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 내지는 당구대에 맞은 당구공마냥 사방팔방 튀어 다닌다.
장난 아니네 이거.
다른 녀석들은 멍청해서 마법을 안 쓰고 있는 건가 싶더라니, 잘 살펴보니까 마법사 클래스의 모험가들도 스태프로 단숨에 슬라임의 핵만 관통하는 사냥법을 취하고 있다.
“우아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여기저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자칫 잘못했으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 했으니 이만하면 다행이지.
임시로나마 발동술사 클래스가 정해졌답시고 아티펙트의 위력이 기존의 것보다 강해진 덕분에 벌어진 소동이다.
후요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발동술사의 가능성을 얕잡아봤던 나와 슈바인드브의 부주의함이라고 봐야겠지.
‘어쩔 수 없군. 그럼 최저사양의 아티펙트를 쓰는 수밖에!’
자세한 위력을 측정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자신감 있게 사용해라. 이거라면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까!’
후요는 내 말만 믿고 힘차게 아티펙트를 발동시켰다.
물론 사고는 나지 않았다.
애초에 애들 장난감용으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5cm 높이로 솟구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마법 아티펙트인걸.
아니.
쓸모가 전혀 없지는 않겠다.
사막 같은 데에서 조난당하면 물은 원 없이 마실 수 있겠네.
“15.5cm였다.”
‘3.1배인가. 물줄기의 두께는?’
“기억대로라면 이 정도이다.”
‘2배라. 위력은 도합 6.2배라고 보면 되겠군.’
이 정도라면 사고가 안 났다면 더욱 놀랐을 거다.
뭐야 이 효율.
엄청나게 뛰어나잖아.
같은 도구여도 6.2배는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니.
심지어 이걸로 끝이 아니다.
‘정확한 계산은 안 되어도 지속시간이나 소모마력에서도 꽤 효율이 있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적당히 위력을 조절한 세 번째 아티펙트를 건네주었다.
이번 아티펙트의 효과는 실로 간단하다.
매직 애로우.
마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마탄을 발사하는 아티펙트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후요의 증폭 실력이라면 능히 슬라임의 핵을 꿰뚫을 수 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저렴한 아티펙트 가격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갈게요! 매직 에로우!”
결연한 외침과 함께 녹색으로 반짝이는 반지.
그 위로 화살 모양의 흐릿한 형상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단숨에 마력을 집어삼키며 실체화가 되어 날아간다.
파앙!
단숨에 슬라임 세 마리를 관통해버린 마탄.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것이 금수저의 직업, 발동술사… 실로 대단하군.”
‘당연하지. 누가 만든 직업인데.’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아니, 너라면 딱히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군. 아이템인 주제에 아이템을 수도 없이 소환해대는 재력가이니까.”
넴루드 뺨치게 빈곤했던 내가 금수저 소리를 다 듣게 되다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이처럼 감개무량한 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확실히 위력은 있군. 효능도 상당하고. 발동술사라는 직업이 제대로 전파된다면 공국은 새로운 특수병과를 창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슈바인드브는 상당한 확신을 품었다.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겠지. 아티펙트의 가치가 상승한 이상, 대마법사들의 운용법도 달라질 테고. 이를 동원한 적진테러나 자폭강습도 잦아질 거다.”
‘적에게 기술이 넘어가는 걸 경계하라는 건가.’
“잊지 마라. 결코 정보가 누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 막 발동술사의 위용을 목격한 시점에서 가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충고였다.
그만큼 발동술사의 중요도가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나, 슈바인드브는 분명 다른 목적도 지니고 있다.
카심.
그가 경계하는 것이 그임은 아무리 봐도 명백했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또한 카심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것이 틀림없다.
‘개별전음이다.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반응해도 좋다. 너는 카심을 의심하고 있는 거냐?’
슈바인드브는 고민에 빠진 척, 턱에 손을 괴며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렇다면 카심을 향한 의심을 뒷받침할 모종의 단서를 포착한 것이냐?’
“어렵군.”
‘협력에 감사한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카심에 대해서는 내 쪽에서도 관찰 중이니, 무언가의 정보를 얻어낸 게 있거든 내게 따로 연락해주기를 바란다.’
역시나 전대용사 답다고 해야 하는가.
순간의 재치만으로 잘도 여기까지 어울려주었다.
실로 구 마왕군의 주요시설을 향한 파괴공작과 수뇌부를 향한 특공을 가해왔던 용사파티의 리더다운 면모이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후요의 발동술, 나름 대단하기는 한데 진척 속도가 너무 더디잖아.
한 번에 세 마리씩 잡는 정도로는 새로이 탄생하는 슬라임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할 지경이다.
뭔가 좀 더 확실한 공격수단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우우… 지팡이님. 다른 아티팩트는 없나요?”
‘역시 너도 더디다고 생각한 거냐?’
“네. 지팡이님을 다룰 때하고는 너무 비교 되요.”
아무래도 평범한 아티팩트의 출력으로는 성에 안 차는 게 당연하겠지.
후요는 이전에 나를 다뤄본 적이 있었다.
랜덤마법.
이를 통해서 발동한 것은, 무려 짧은 순간이나마 말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있다면 전부 이루어주는 초월마법 [신의 저울대]였었지.
그 화끈한 마법에 비하면 매직 미사일 몇 개나 날리는 수준은 애교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팡이님을 다룰 때에 사용한 마법은 정체가 뭔가요?”
‘뭐, 지금이라면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랜덤마법이다.’
“랜덤마법이요!?”
‘그래. 무작위 마법을 사용하는 거였지.’
“말도 안 돼! 분명 좀 더 근사한 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거 말고 다른 건 뭐가 있어요!?”
랜덤마법 이외의 마법인가.
‘없는데.’
“네에에!?”
‘액티브 스킬이라면 갖고 있는 게 있지만.’
“와아! 후요 궁금해요!”
‘그렇다면 알려주지. 내가 자신하는 유일한 공격스킬. 그 이름도 막강한 초진동이다!’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구려…”
‘…….’
역시 아이는 사춘기가 오지 않을 때의 순종적이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엽다니깐.
물론 육아 난이도가 지옥에 근접한 다섯 살은 예외이다.
“저도 랜덤마법 써볼래요! 시동어구가 뭐에요?”
‘랜덤마법 발동. 물론 내가 쓰고자 하지 않으면…….’
“랜덤마법 발동!”
훗.
그게 외친다고 나오는 마법인 줄 아냐.
『임시주인 후요가 랜덤마법을 발동합니다.』
외친다고 나오네.
이게 되는 거였어!?
『랜덤마법으로 [화살표 공략]이 선택되었습니다.』
『지속 중인 디버프 [티타늄 슬라임의 저주]로 인해 [화살표 공략]이 [애로우 슬라임]로 변화합니다.』
심지어 또 이 마법이냐!?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79』
『마법성공률 16%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아니 잠깐.
이거 진짜로 위험하다고.
가뜩이나 슬라임이 널려있는데 슬라임을 날리는 마법이 걸렸잖아.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9』
『[부작용 No.9]의 효과로 마법이 다른 랜덤마법과 융합합니다.』
『랜덤마법으로 [거인의 손]이 선택되었습니다.』
『[애로우 슬라임]과 [거인의 손]이 융합되어 [거대 슬라임 투척]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훨씬 더 커다란 녀석들을 투척하게 되었다!?
내심 비명을 지르는 내 심정과는 무관하게도, 눈앞의 지면이 쩍 갈라지며 집채만 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거인의 손 옆으로 불가사의한 기운이 느껴지는 녹색의 거대한 관문이 출현했다.
꿀렁…!
관문 내부로 거대한 손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집채만 한 손에 꽉 들어갈 만큼 거대한 슬라임을 쥔 채로 나왔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그런 절박한 외침을 무시한 채, 거인의 손은 공성병기마냥 손을 뒤로 쭉 내렸다가 있는 힘껏 슬라임을 전방을 향해 집어던졌다.
콰아앙!
적게 잡아도 천 단위를 넘어서는 슬라임들이 느닷없이 추락한 거대슬라임과 충돌하며 아비규환을 일으켰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내 의지가 아니야! 후요가 발동했다고!’
“이런 맙소사. 식장에서 보았던 달님의 검은 손만큼은 아니어도 소름 끼칠 정도로 막강한 힘이 느껴지는군!”
기겁한 슈바인드브가 다급히 대검을 짊어졌지만, 거인의 손은 그가 자신을 적대하든 말든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는 양 관문 속으로 다시금 손을 뻗었다.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거대 슬라임이 집혀져 나오자 인근에서 슬라임 사냥에 열을 올리던 모험가나 보스몬스터들마저 비명을 질렀다.
“우와앗!? 뭔 짓을 하는 거시여!!”
“이러다 슬라임이 튀기라도 하면.. 아니, 안 튀잖아?”
앞서 착지한 거대슬라임의 주변은 오히려 다른 장소와 비교하면 눈에 띨 정도로 평온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
동족포식을 하지 않는 이 변종 슬라임들과 달리, 거대 슬라임은 제게 닿는 슬라임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콰아앙!
콰앙!
그러는 와중에도 거침없이 투포환 선수마냥 거대 슬라임을 던져대는 거인의 손.
그 많던 슬라임이 전멸할 기세로 던져대는 모습에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는 일이 없는 카심마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거, 몇 개나 더 나오는 거냐?”
‘글쎄. 융합되기 이전의 애로우 슬라임을 기준으로 고려하자면… 못해도 천 개는… 나왔었지…’
“너무 많잖아!?”
거인의 손은 정말로 천 개 가량의 거대 슬라임을 던지고는 관문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당연히 십만 대군에 육박하던 슬라임들은 결국 거대 슬라임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덤으로 이제는 거대 슬라임들이 자기들끼리 각축전을 벌이며 서로 먹고 먹히는 전쟁을 벌였다.
멍청하니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바라보던 우리가 정신을 차린 것은, 거대 슬라임들이 초거대 슬라임으로 진화를 마친 무렵이었다.
『경고! 경고! 강력한 필드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35m급 초거대 슬라임의 탄생!
시급히 초거대 슬라임을 제거하지 못할 시, 녀석이 지근거리에서 가장 많은 먹잇감이 있는 놀이공원으로 쳐들어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 작품 후기 ============================
충격!
사실 랜덤마법은 주인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팡이는 도구이니까 당연히 주인도 인챈트 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야죠!
– – – – –
[Q & A 코너(2/2)]Q : @난이도 높아지니 적들 계속 강해지는데 왜 우리 편은 그대로죠? 적어도 네임드들은 강해져야 되는데. 10명만 더 들어오면 .모든 악마들을 통솔하는 악마군주가 불멸의 마왕보다 약해지겠네!!
A : 악마군주는 원래부터 불멸의 마왕보다 약했습니다(…) 아군도 착실하게 수련하고 있어요! 물론 적군의 성장속도가 더욱 가속되었을 뿐이지만요! 이유는 물론 다이스 게임이 사행성에 미친 망겜이기 때문이죠!
Q : @내일은 소소한 4참을 바라는 마음에서 원고료 쿠폰 4개 투척!!
A : 기대는 저버리라고 있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믿음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죠! 3참도 힘들어욧!
Q : @후요의 강화루트는 이미 1후요의 진동수를 가진 초진동블레이드를 휘두르는 후요블레이드 마스터로 정해져 있을텐데!
A : 1후요는 그렇게나 높은 단위의 진동수를 지니지 않았습니다 ㅎㄷㄷ;
Q : @근데 바위는 그냥 맥거핀인가요?
A :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