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9
00039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39)
란도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범한 치질게이라고 생각했던 야만전사가 경천동지할 힘을 지니고 있었다니. 아무것도 모르고 깝죽거렸다간 지금쯤 머리통이 터져서 붉은 고깃덩어리로 화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무지와 공포가 들끓는 야만의 땅에서 용맹을 드높여온 자이다.
속편하게 쾌검의 연마에만 몰두했던 자신보다 몇곱절은 힘든 여건에서 성장해왔음이 틀림없다.
따라갈 수 없다.
노력치로도.
실제 경지로도.
검을 맞대자마자 세 합 이내로 목이 떨어지는 미래만이 그려진다.
거인.
터무니없이 커다란 거인이다.
피부가 저릿하게 울릴 정도의 살기는 진즉에 넘어섰다.
눈앞의 괴물 같은 작자가 뿜어내는 살기는 압(壓)과 패(敗), 격(擊), 참(斬), 멸(滅)의 성질을 고루 내포하고 있으니.
세상 그 어떤 검주도 이처럼 무지막지한 기운을 지닐 수는 없다.
천외천(天外天)의 경지.
비인외도(非人外道)의 길을 따르는 마왕군 사천왕에게서나 느꼈던 압박감이다.
-느려터진 네놈의 엉덩이로 이 나를 찾아낼 수는 있겠는가?
이 자는 이 가공스러운 살기가 느껴지지도 않는단 말인가.
지팡이 주제에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배짱인지.
노골적인 업신여김에 즈베늄이 거칠게 이를 악물었다.
콰드득.
주저앉는 지면에 야만전사들이 스무 보 이상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정도의 실력자들조차 그만한 간격을 유지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쪽은 물러설 수 없다.
초고수의 간합에 들어와 언제라도 목이 떨어져나갈 수 있는 위기라고 해도 셀레나와 지팡이는 자신의 파티원.
육국의 적이 된 지금, 이들이 죽으면 뒤는 없다.
이래도 죽나, 저래도 죽나라면…….
하다못해 의리를 지켜 죽음을 불사한다.
그것이 란도멜이 택한 삶이었다.
-의외인데. 달아나지 않다니.
지팡이는 여유롭게 개별전음까지 보내왔다.
이 녀석, 정말로 괜찮은 건가?
그런 진심어린 의문을 품고 있자니 전음이 이어졌다.
-재밌는 걸 보여주지. 이건 네가 보인 결속력에 대한 포상이다.
일순간이었다.
간합 속에 들어와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흔들림.
그것은 동요였다.
저 즈베늄의 경이적인 살기가 단 한 순간에 불과할지라도 거칠게 흔들렸다.
촌철살인(寸鐵殺人).
지팡이는 단 한 번의 초수교환도 없이 말만으로 저 정도의 초고수를 동요시켰다.
믿을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제는 그조차도 돌아가는 사태를 따라잡기 버거워졌다.
‘지팡이. 네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냐. 평범한 에고 아이템이 아니었단 말이냐.’
그저 편리한 동료라고 여겼던 녀석이 새삼 두려워졌다.
그러나 란도멜이 느끼는 두려움은 즈베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즈베늄은 자신이 이렇게 격렬하게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고 확신했다.
-잘 떠올려보아라. 지난여름, 얼음욕조에서 휴식을 취할 때나 3년 전 타락정령들의 대빙하기의 도래를 막기 위한 원정. 7년 전 설원의 베어울프(Beowulf)와 일기토를 벌였던 무렵을.
상대는 단순히 정보력이 뛰어난 게 아니었다.
-그 때. 나는 어디에 있었지?
그제야 즈베늄은 깨달았다.
모른다.
정말로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기억 속을 아무리 뜯어보고 되돌아보아도 자신을 지켜보는 제 삼 자의 시선 따위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상대는 언제든지 암중에서 자신의 목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7년 전, 웨어울프 부족의 전설적인 치프 몬스터를 해치우고 공왕의 자리에 올라섰던 날부터.
그날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어쩌면 상대가 말하지 않은 그 이전부터 자신은 감시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의도도, 목적도,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대에게서.
기감도, 살기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고수에게서.
고수?
그런 어정쩡한 표현으로 얼버무릴 수준은 진즉에 지나쳤다.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 여유.
그것은 압도적인 실력의 고하(高下)를 알기에 나오는 확신(確信)이다.
“나와라. 그 머리통을 단번에 찢어발겨주지.”
-글쎄.
이 정도의 살기는 무섭지도 않다는 걸까.
다른 자라면 심령이 위축되어 목숨을 애원할 여력도 남지 않을 기세를 마치 동네 촌부의 술주정 받아내듯 가볍게 묵살해버린다.
도저히 기세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이 없다.
아니, 싸워서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식은땀이 맺힌 손아귀를 굳세게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내 정체를 알게 된다면. 너는 반드시 죽는다.
움직일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목울대조차도.
아주 조금이라도 헛되이 동작을 낭비했다간 그대로 죽는다.
참을 수 없는 공포가 전신을 장악했다.
-내가 너의 죽음이다.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어렴풋한 불길함.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행적.
진실과 진상이 어떠하든 간에 그의 앞에 남겨진 것은 절대적인 죽음, 피할 수 없는 파멸이라는 종언(終焉)뿐이었다.
만장단애(萬丈斷崖)처럼 높이 솟구친 그의 기세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지라 만인들이 칭송해왔다.
그러나 진정한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하지 못했기에 보여 왔던 자만이었으니.
압(壓)과 패(敗), 격(擊), 참(斬), 멸(滅).
상대는 그 어떤 기운도 선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형언할만한 단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지만, 구태여 빗대자면…….
무(無).
형체 없는 존재의 불가해(不可解)한 존재감과 같다.
분명 목소리가 들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그 실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인생지사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도 기의 출납이 함께하거늘, 상대는 그런 극미한 기의 방출마저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즈베늄이 인식할 수 있는 최소시간단위는 찰나(刹那).
생각이 한 번 스치는 시간으로 0.013초에 달한다.
그 정도의 간합으로도 변화의 징조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몇 배는 아득한 시간을 쪼개어 인지불가의 시간 속을 누빈다.
그런 자가 내지르는 검을 막을 수 있는가?
인식조차도 할 수 없다.
죽는다.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
상대의 가공할만한 전음술(傳音術)은 이미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물며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존재와 비존재를 넘나드는, 생사를 농락하는, 만물의 유무마저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이 말도 안 되는 은신술(隱身術)은 어떠한가.
보이지도 않고, 감지할 수도 없으며, 인식할 수도 없는 속도로, 언제인지도 모를 옛적부터 자신의 곁을 배회해온 자.
이런 건 망령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저 죽음이다.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으나, 이를 발견하는 순간은 오로지 최후의 일순간뿐이니.
이런 존재를 죽음이라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자만하지마라, 애송이. 네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건 내가 그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나의 노력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노라고.
누구도 나의 선천적인 용력(龍力)을, 초월의 경계에 선 경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나는 나 자신에 의해 오롯이 세워졌다는.
자신감의 기저가 근본부터 송두리째 파괴당했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의미를 부여함이 이러할까.
자신이 쟁취하고 누려왔다고 생각했던 세계는 새장에 불과했다.
초고수(超高手).
고수중에 한층 더 우위의 경지에 올라선 자?
그 정도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상대의 경지는 기존의 무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상괘(上卦)를 벗어난 존재.
세상에는 그런 존재를 칭하는 경지가 있다.
초고수, 인간의 극의를 넘어선 초월에 도달한 존재들.
그런 자들 중에서도 한층 더 상식(常識)을 벗어난 강자들.
절세고수(絶世高手).
그것은 현실의 물리법칙을 부정하고 이 세상의 수태물질인 마나(Mana)를 이용해 인간의 한계를, 나아가 종의 한계를 돌파한 자들만이 쟁취할 수 있는 경지이다.
역사상 이 경지에 접어든 실력자는 전 종족을 통틀어도 백 명이 넘지 못했다.
시대를 풍미하는 힘?
어림도 없다.
절세고수란 그 자체로 시대를 이끄는 자.
아니.
나아가 개척하는 자이다.
그런 절세무비의 괴물 앞에서 자신의 강함을 좌시해왔다니.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미친 짓이었다.
“하. 하하……. 이 즈베늄의 일생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나는. 나는 대체 그간 무엇을 해왔단 말인가!”
당해낼 수 없다.
전의의 뿌리까지 뽑혀버린 채 무참하게 난도질당했다.
언제?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상대는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을 넘나드는 존재.
베였다.
그렇게 느낀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압도, 패기, 격멸, 참살, 멸혼.
전의와 살기로 점철된 다섯 극의가 모조리 잘려나갔다.
아무 것도 없다.
이제 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무기는 아무 것도 없다.
어떤 깨달음이 그를 절세고수의 암습에서 지킬 수 있는가.
어떤 무학이 그를 절세고수의 경지보다 드높일 수 있는가.
실현불가.
가능성은 없다.
이 앞으로 남는 것은 오로지 무(無)뿐이다.
즈베늄이 느꼈던 죽음.
그것은 절대적인 공포에 기인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특급 스킬, 절대공포(特).
이는 어떠한 식(式)도 형(形)도 없는 기(氣)만이 홀로 부유하는 스킬로, 대상의 두려움을 비집고 들어가 그 마음을 극대화한다.
즈베늄은 강했다.
그랬기에 그가 느끼는 두려움은 더욱 커다랬다.
보이지 않는 적이 암시해온 사실이 여기에 단서를 더했다.
[절세고수의 위협]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공포에 고도의 무학의 이치가 덧씌워진 순간, 승부는 이미 끝났다.
즈베늄이 도달한 절대자의 경지는, 초월을 넘보는 지고한 깨달음은 이해할 수 없는 미지 앞에서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공포는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이해불능의 대상을 이해하려 했다.
자연히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다.
세상 그 어떤 절대강자라도 피할 수 없는 함정.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덫에 빠져 자멸(自滅)해버린 셈이다.
왈칵.
검게 죽은피가 새어나왔다.
즈베늄은 고통스레 신음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걷잡을 수 없는 탁기가 전신을 몰아치며 미쳐 날뛰었다.
아아, 그런가.
와버렸는가.
즈베늄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깨달았다.
주화입마(走火入魔).
극심한 정신적인 혼란이 기의 수발을 뒤틀리게 하여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자살충동(Thanatos, 自殺衝動)이다.
인간의 본능이란 본디 생존을 향해 움직이기 마련.
그러나 인간의 정신 속에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고를 제어하는 방어기제라는 것도 존재한다.
만일 이 두 가지가 충돌하면 어찌되는가.
생존을 위해서 고통을 줄여야하는데, 고통을 줄일 유일한 방법이 죽음뿐이라면.
이 삶에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절대적인 공포, 파멸만이 펼쳐져있을 뿐이라면.
마나(Mana)와 기(氣)는 수태물질로서 소유자의 소망을 대리 실현한다.
가능한 한 빠르게, 최고속도로 자멸한다.
주화입마란 그러한 죽음으로 치닫는 본능이다.
지팡이가 가한 단 한 번의 경고만으로 그 정도의 절망을 느꼈던 것이다.
장차 스스로가 떠올린 절세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존재가.
대륙 최강자에 한없이 가까워질 수 있는 자가.
이계관리청의 국장이나 대미궁의 악마군주에 버금갈 수도 있었던 실력자가.
자신의 경지로 비상식을 재단하며 공포에 매몰되었다.
-약하다. 실로 나약하도다.
저벅. 저벅.
그런 혼란의 중심 속에서 셀레나가 걸음을 옮겼다.
당장이라도 미친 듯이 몸속을 질주하는 기류에 휩쓸려 고깃덩어리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를 즈베늄을 향해, 주화입마로 인해 극심한 고통과 혼란에 휩쓸린 절대자를 향해서 단신으로.
아무 저항도 방비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말이다.
“““!!!”””
그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셀레나.
단순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던 저 여자였다.
저 자가 이제껏 우스갯소리를 던져왔던 목소리의 주인이다.
사태를 파악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즈베늄을 사망 직전으로 몰아붙인 절세고수이며 감히 자신들이 실력을 계측할 수 없는 진정한 천외천의 경지에 접어든 존재였다.
막는다?
설마.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즈베늄조차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의념의 공격에 피를 토하며 온 몸이 울긋불긋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지 않은가.
대체 어떤 흉악한 공격에 당해야 저 괴물 같은 인간이 저 지경에 도달할 수 있는가.
누구도 그 의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런 절대적인 공포 속을 한 점 두려움 없이 거닐다니.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아니라면 절대로 실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겉보기에는 약해보인다고?
더는 속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는 존재감이라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게 실제로는 눈앞에 있는 존재였다면.
대체 상대가 지닌 정신력은 얼마나 가공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것이란 말인가.
실체를 넘어선 정신만으로 이루어진 영체.
상대는 그 영체의 의념만으로도 자신들을 모조리 베어버릴 수 있다.
겉모습 따위는 처음부터 속임수였던 것이다.
이 싸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승산은 처음부터 1%도 존재하지 않았다.
『위대한 업적! 세계 최초로 단 한 번의 초수교환도 없이 오로지 허세만으로 투르비쳬 공국의 최대전력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며 10,000,000p가 지급됩니다.』
『특별보상으로 칭호 ‘의념살해자’를 습득했습니다.』
『종족 특성으로 인해 칭호가 아이템 설명 문구에 합쳐집니다.』
『전설업적 보상으로 5 LP(Legand Point)를 습득했습니다.』
다이스 게임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달성했다.
게이머 최약체 개복치가 그 먼치킨 즈베늄을 이긴 것이다.
가히 압도적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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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계에 경비레벨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txt
진심모드의 착각계 주인공은 이렇게나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