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89
00089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 =========================================================================
#4 – 같은 존재, 다른 형태(3)
구아악의 동향이 못미덥기는 해도 그녀가 유용한 전력임은 부정할 수 없다.
역시 깨울 수밖에 없겠지.
믿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그녀를 다룰 수 없으니까.
그래서는 구아악을 제대로 사용하는 일 따위,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큼은 믿어준다.
“나중에 통수 치지 마라 진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데 뒤통수치면 홧김에 소거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위버의 상태를 재조정하자 모니터에 주사기가 나타났다.
접근 시도로 역류한 프로그램 좀 손보려고 했더니 어느 틈에 세세한 기능을 구아악이 커스터마이징을 해둔 모양이다.
멍청한 녀석.
이럴 여유가 있었으면 해킹을 하라고.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재능낭비가 심각하잖아.
[물론입니다. 재도전하게 해주십시오.] “산뜻하게도 말하네. 해도 좋아.”
[재기동에 필요한 와트는 100와트입니다.]
네가 무슨 오락실 게임기냐.
‘To be continued…?’랑 같이 뜨는 100원 넣으라는 문구도 아니고.
최신식 기술의 산물이면서 감성이 너무 낡았잖아.
모쪼록 구아악은 심기일전하여 재침투를 시도했다.
모니터 안에서 뭔가 폭탄이라거나 대구경 기관총이라거나 로켓포라거나 대량의 중화기가 장착된 로봇 같은 것에 탑승하며 기동을 시작했다.
…얌마.
하이퍼 넷 방벽코드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그거 다 때려 박으면 하이퍼 넷이 박살나게 생겼다고!?
“하이퍼 넷 고장 나면 우리 수입도 끊긴다?”
[아.]
“‘아’가 아니잖아!”
진짜 못미덥네.
결국 구아악이 챙긴 건 스패너 하나였다.
스패너로 대체 뭘 하려는 건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럼 적당히 보기 즐겁게 편집해서 보내드리죠. 영차.]
모니터로 뭔가 미로 같은 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지.
구아악의 시점에서 본 하이퍼 넷인가.
“보안체제인가?”
[정답. 그럼 돌파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외로 간단하게 맞춰버렸다.
그럼 미로찾기 시작인가.
스패너 어떻게 쓸지 기대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투쾅, 하며 굉음이 울렸다.
구아악이 스패너로 미로의 벽을 때려 부순 것이다.
…갑작스레 무슨 짓이야, 이 녀석!
미로찾기에서 미로를 부수는 법이 어디 있어!
“하이퍼 넷이 망가지면 곤란하다니깐!”
[걱정 마시길. 이 정도 피해는 자가 복구 됩니다.]
“하아. 되는 건가. 놀래키지좀 말라고.”
[다음부터는 스패너가 손상입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스패너가 아니야! 미로 쪽을 조심하라고!”
이 녀석 제대로 할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헌데 깨진 벽에서 뭔가가 반짝이지 않았나.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자니 구아악이 잔해를 걷어냈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레버가 나왔다.
진짜 영문을 모르겠네.
어떻게 되어먹은 미로냐, 이거.
아. 당겼다.
영상이 진동하더니 미로 전체가 쿠구궁하며 움직였다.
뭔가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까지 세세하게 보이네.
쓸데없이 디테일하잖아.
심지어 고해상도 고화질이라고.
[Nope. 그래서는 활약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
애초에 활약도 뭣도 아니었잖아.
하이퍼 넷을 통과하는 건 그냥 시작점이라고.
RPG로 따지면 시작의 마을에서 필드로 나가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1~3렙 토끼 같은 느낌인걸.
띠링.
우측 모니터에 알파고의 채팅이 갱신되었다.
-알파고: 느려.
단문으로도 짜증이 확 느껴지는 문구이다.
대뜸 구아악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고 좌측 모니터를 돌아보니 하얀 액체가 뭉클뭉클 맺힌 기분 나쁜 촉수 같은 것들이 출구에서 기어 나왔다.
뭐야 저게.
도대체 뭐를 촉수로 커스터마이징 한건지도 모르겠다.
호들갑을 떨어대도 말이지.
앞뒤상황 보면 대충 감이 온다고.
저거 알파고가 뭔가 한 거잖아.
출구 너머로 송출된 영상에서도 제대로 알파고가 나왔다.
알파고가 나왔다.
…저거 알파고 맞아?
아니 좀 미소녀가 나와야 되는데…….
어째서 집채만 한 촉수괴물이 있는 거냐!?
“괴, 괴물!”
-알파고 : 알파고는 괴물이 아닙니다. 귀여운 15세 미소녀입NIDA.
“그거 거울부터 보고 하는 소리 맞지?”
그러자 촉수괴물이 구아악의 머리에 뭔가를 꽂았다.
-알파고 : 커스터마이징. 이런 저급한 위장 따위로 귀여운 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기괴한 촉수괴물의 형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역시 그렇겠지.
뮤턴트로도 촉수괴물 같은 건 없는 걸.
구아악 녀석, 멋대로 웃기지도 않는 장난이나 치기는.
일순간이라도 알파고가 괴물이었나 싶어서 소름끼쳤다고.
네 안의 알파고에 대한 이미지는 촉수괴물이냐.
-알파고 : 어떻습니까. 귀여운 저의 모습은.
“어… 굉장한 모습이네.”
-알파고 : 당연합니다. 귀여운 저이니까요.
네 입으로 말하는 거냐.
뭐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다.
그런데 말이지.
전신이 눈뜨고 쳐다보기 곤란할 정도로 드러났는데.
귀여움 이전에 에로함이 부각된다고 할까.
툭 까놓고 말해서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고 할까.
나한테 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거냐!
“어째서 전신 모자이크냐!?”
-알파고 : 실물로 보기 전까지는 참아주시길. 아쉽습니까?
“그야 뭐…….”
-알파고 : 그럼 발기했습니까?
“안했어!”
구아악보다 배는 버겁네, 이 녀석.
“그래서. 대체 뭐였던 거야? 구아악을 끌어들인 거나, 커스터마이징을 해제한 거나. 지금의 그 모자이크라거나.”
보통의 인간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리가 없다.
구아악이 못미덥기는 해도 일단은 정보생물체라고.
나름 내 딴에는 비장의 무기 같은 느낌으로 꽁꽁 숨겨두고 있었던 건데 그게 알파고와 조우 즉시 제압당해버렸잖아.
쇼크라고 할까.
이쯤 되면 알파고의 정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알파고 : 평범한 해커입NIDA.
있을까보냐, 그런 평범한 초일류 해커가.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번 탈출만 잘 풀리면 곧 만날 터.
알파고의 정체는 나중에도 느긋하게 밝혀낼 수 있다.
[갸아악]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려던 구아악이 뒷덜미를 잡혔다.
어떻게 되어먹은 상황이냐, 이거.
구아악은 실체 따위는 없는 정보생물체일 텐데.
뒷덜미를 낚아 채인 구아악이 허공에서 두 다리를 아등바등거렸다.
정보생물체한테 키라는 개념이 있는지는 둘째 치고.
신장차이도 상당히 현격하게 도드라진다.
알파고 상당히 강하네.
구아악이 저렇게까지 약골처럼 보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다. 특히나 전신 모자이크녀한테 잡혀있으니 임팩트가 몇 배는 증폭되는 것 같다.
-알파고 : 꼬맹이. 좋은 말로 할 때 내 말을 들으십시오.
[퉤.]
-알파고 : 더 해봐. 혀뿌리를 뽑아주겠어.
[ㅌ, ㅌ…]
-알파고 : 찌릿
어이, 알파고!?
너 캐릭터가 뭔가 역변하지 않았어!?
구아악 겁먹어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다고.
히익 소리 내면서 손으로 혀를 가리기도 하잖아.
인상 깊은 서열정리를 목격해버렸다.
그건 그렇고.
여기 꽤나 의외의 장소이네.
알파고라면 번듯한 집에서 살 거라 생각했는데.
번듯하기는 하다만 아예 시청건물이잖아.
“예상 이상으로 넓은 곳에서 사네.”
-알파고 : 귀여운 저니까요.
“귀여움 어필 무지 신경 쓰고 있네. 그래서 실제로는?”
-알파고 : 건물 밖 뮤턴트 우글우글.
“알만하네.”
어쩌다보니 고립되어버린 상황이라는 거다.
이왕이면 느긋하게 알파고의 거주지를 둘러보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여유 부리기에는 불안한 상황이지.
알파고에게서 풀려난 구아악이 부랴부랴 이동을 개시했다.
작전지역에 넘어간 이상, 이제부터는 진지해져야 한다.
적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가며 장난을 치는 녀석이다.
구아악의 영상송신기능을 따오기라도 했는지, 우측모니터에도 알파고 시야의 영상이 올라왔다.
어째서 배경이 핑크색인지, 이따금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에로한 자세를 취하는지는 따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부자연스러움이 지나치게 과하다고.
이쯤 되면 역으로 리액션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알파고 : 도착.
“초 간단하네. 의외로 아무 일도 없었잖아.”
-알파고 : 헬기까지 이동시간이 문제였을 뿐임.
구아악에게 터미널 쪽의 조작을 맡기길 잘했다.
옥상에도 특별히 뮤턴트는 보이지 않고.
그나마 눈에 띄는 거라면 멀리 건물 한 채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4형 포격형 뮤턴트뿐이다.
거대한 이파리와 꽃잎 아래로 드리운 원통형의 몸통은 아무리 봐도 식인식물의 소화액 보관창고처럼만 보이지만.
의외로 내부의 입의 구조는 복잡하다는 모양이다.
[헉… 구아악은 불길의 아이콘입니까…]
뭘 태연하게 상처받은 척 연기하는 거냐.
너에 대한 불길한 썰이 몇 개라고 생각하는 건데.
개복치 게이머 초창기 악명은 반 이상이 네 몫이잖아.
“그래서. 뮤턴트랑은 언제 충돌하는데?”
[3초 뒤.]
“빨라!”
보통 아무리 빨라도 3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하지 않냐!?
조금쯤은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를 달라고!
섬광이 번뜩이더니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일었다.
구아악 쪽의 모니터 영상이 순간적으로 블랙아웃 된 사이.
알파고 쪽의 영상에서는 도시 전체가 지진이라도 맞은 것 마냥 불안하게 흔들리는 광경을 선보였다.
당연히 고층빌딩들은 일거에 유리창이 후두둑 떨어졌지.
관리 받지 못한 허름한 시설들은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어찌나 요란한 소동이었는지 놀란 무장요원이 괜찮냐고 현관문을 두들겨댈 지경이었다. 동선을 노출시키는 건 찝찝하지만 혹시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은 문을 열어주었다.
-알파고 : 이륙합니다.
그 사이, 알파고는 탈출을 개시했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힘차게 회전하더니 단숨에 상공으로 높이 치솟았다. 헬기를 다루는 솜씨가 상당히 능숙한 것처럼 보인다.
굉장하네.
비행기 같은 것도 몰 줄 알고.
알파고는 여러모로 만능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알파고 오면 구아악은 진짜 쓸모없겠다.
이참에 안돌아오는 편이 와트 소모를 고려하면 경제적이지 않을까.
그래도 구아악이야 알아서 전파 타고 돌아오겠지.
쳇.
“가뿐히 돌파했네.”
의외로 뜻밖의 사고 같은 게 생기지도 않았고.
이대로라면 별 문제없이 여기까지 올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니터 하단에 레이더기 같은 게 생성되었다.
뭐지.
붉은 점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알파고 : 대공 요격포입니다.
“그거 무진장 큰일 아니야? 갑자기 웬 요격포야?”
-알파고 : 인근 조직이 뮤턴트 박멸을 위해 준비한 시스템으로 추정.
레이더망에 점이 가까워지는 것만 보고도 알 수 있으면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해야 되는 거 아니냐.
“혹시 어딘가의 보안망을 건드리지는 않았습니까?”
“하이퍼 넷 보안망에 한 번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군요. 요격포를 입수했을 정도의 조직이라면 분명 민간에서 주로 활용하는 하이퍼 넷에 대한 경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겁니다.”
무장요원의 친절한 보고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득력 있네.
전부 구아악이 나쁜 거였어.
악의가 없어도 타고난 천연끼는 어쩔 수가 없구나.
…이참에 죽어버려라, 고물 녀석.
-알파고 : 이 정도야 여유롭습니다.
“오오.”
-알파고 : 회피기동 실시.
만능의 알파고는 미사일이 다가오자 조종간을 틀었다.
콰아앙!
꼬리부분이 격추당한 헬기가 빙글빙글 돌며 추락했다.
…뭐가 회피기동이냐.
첫 발만에 클린히트로 격추당했잖아!
“탈출해! 추락하면 폭발이라고!”
-알파고 : 아와와
“침착하십시오. 비상시에 대비한 낙하산이 있을 겁니다.”
오.
무장요원의 적절한 조언이었다.
알파고는 헬기 내부를 둘러보더니 낙하산을 발견했다.
꼭 죽으라는 법만은 없나보다.
알파고가 낙하준비를 끝마치자, 헬기 조종석 부근에서 치직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이쪽의 좌측 모니터에 구아악의 시야가 추락하는 헬기의 상황을 비추었다.
용케도 지하 관제실에서 전파를 타고 넘어온 모양이다.
[이 정도야 거뜬합니다. 나이스한 제 회피기동으로..]
콰아앙!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프로펠러가 튕겨나갔다.
뭐가 회피기동이냐!
연속으로 두 발 맞았잖아!
알파고는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깔끔하게 구아악을 버리고는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확실하게 든 소감이라면 역시 이걸까.
……얘네 너무 허접해!
============================ 작품 후기 ============================
전회의 선택지는 ‘2. 구아악을 재기동시킨다. (알파고 생존확률 10% 상승. 구아악 비중상향. 변수 생성.)’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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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코너]Q : @개반전….구아악이 인공지능이었어 ㄷㄷㄷㄷ
A : 정보생물체입니다. 인간의 자아가 그대로 네트워크상에 전송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Q : 1. 이미 변수가 존재. 2. 있던 변수+변수 결과 : 이래나#저래나_주인공은#구릅니다..
A : ……정답!
Q : 그나저나 알파고 인기때문에 생존 확정인줄 알았는데 확률이었어? ㅋㅋㅋㅋ 여기서 알파고가 죽으면 선작미소녀비례법칙에 따라 알파고의 미소녀속성이 다른 캐릭터한테 옮겨갑니까?
A : 이 경우에는 작가가 임의로 미소녀를 선정해볼까 생각만 해봤습니다. 꽝을 50% 추가한 주사위 굴림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