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125
124화. 벌레잡이 (1)
딱딱하게 경직된 유리.
그와 반대로 율리아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유리는 경계심을 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직 그 누구에게도 자신과 요한의 관계에 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말할 생각이 없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본 사람이 나와 영감의 관계에 관해 알고 있다고?’
순간 유리의 뇌리로 군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과 증명 시험을 같이 치른 그 녀석이라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터.
‘걔가 말했나?’
하지만 그는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입이 가벼운 놈으로는 안 보였어.’
그럼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그리고 그런 유리의 의문 섞인 눈빛을 읽은 율리아.
살포시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까치발을 들어 유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신(神)의 눈은 언제나 세상을 살피고 있거든.”
“……?”
나름 자기 딴에는 무언가 힌트를 주려 했던 모양.
하지만 그게 오히려 유리를 더욱더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신? 이게 뭔 개소리냐?’
무슨 신탁이라도 받았다는 뜻이야 뭐야?
유리가 연신 머리 위로 물음표 하나를 띄워 올릴 때.
제리가 둘 곁으로 다가왔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그 질문에 유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런 거치고는 상당히 가까워 보이네?”
그런 제리의 말에 율리아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이에 유리가 말했다.
“가까운 사이는 두 사람 아닌가?”
“뭐, 보시다시피 동기인지라.”
어깨를 으쓱인 제리.
그의 어깨에 있는 노란 견장처럼 율리아의 어깨에도 노란 견장이 자리해 있었다.
그녀 역시 49기라는 소리.
이에 노란 견장과 율리아를 빤히 바라보던 유리가 넌지시 물었다.
“혹시… 몇 살이신지?”
“나?”
“예에.”
“올해로 열여덟인데?”
“진짜로?”
“응.”
용의 요람에 들어오는 데에는 딱히 나이 제한이 없었다.
따라서 선배일지라도 후배보다 나이가 적거나.
혹은 선후배의 나이가 같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유리는 율리아가 자신보다 어릴 거라고 여겼다.
한데 막상 까 보니 무려 자신보다 두 살이나 연상이란다.
유리가 놀란 듯 율리아를 바라보자 제리가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가 이래 보여도 성인이라고.”
“…그 ‘이래 보여도’가 대체 무슨 뜻일까?”
율리아가 실눈으로 노려보자 자라목이 된 제리가 다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아, 아무튼! 여긴 이번에 내가 데려온 신규 고객! 보증인은…….”
보증인이란 대목에서 찝찝한 얼굴로 잠시 멈칫한 제리.
“…나야.”
그의 옅은 한숨 섞인 말에 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어. 그래서 의뢰 내용은? 용건 있는 사람이 누구야?”
그 말에 유리가 살짝 놀라 물었다.
“이걸로 가입 절차는 끝? 무슨 가입 서류 같은 건 안 씁니까?”
“응, 안 써. 괜히 회원 명단 같은 걸 가지고 있어 봤자 혹시라도 유실된다면 귀찮아지잖아?”
“그럼 누가 회원인지 어떻게 알고?”
그 물음에 율리아는 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겼다.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에서 유리는 엄청난 자신감을 느꼈다.
‘은환의 현자라 이건가?’
회원들의 명단을 전부 기억하고 절대 잊어먹지 않을 거란 확신.
이는 현자의 혈통만이 할 수 있는 확신이었다.
“그래서 용건을 가진 사람이 누구야? 너야?”
“네, 접니다.”
다시 한번 던져진 질문에 유리가 손을 들었다.
이에 율리아가 제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의뢰인만 남기고 넌 이제 그만 가라는 듯한 눈빛에 제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자, 그럼 이제 필요 없어진 사람은 이만 빠지겠습니다. 볼 일 잘 보시고…….”
슬쩍 뒤로 물러서던 제리가 유리를 보고 당부했다.
“…제발 사고 치지 말아 줘.”
“에이, 사고 안 친다니까. 아무튼 고생했어 쩨리 선배. 잘 가고, 다음에 또 보자!”
또 보자는 말에 인상을 와락 구긴 제리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듯 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유리와 단둘이 남게 된 율리아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정보 매매? 아니면 필요한 물건이 있어? 찾아 줄까?”
“정보 매매요.”
“무슨 정보를 원해?”
“한 사람의 신상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기수가 아니어도 괜찮겠습니까?”
“일단 들어 보고, 누군데?”
“2월 중순부터 말일까지, 북쪽 기관 돌파 퀘스트장의 기관 설비를 관리한 사람입니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골족으로 추정된다는 거죠.”
“골족?”
살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율리아.
유리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능할까?’
파랑새는 일개 기수가 요람 내에서 운영하는 정보 조직이다.
그런 조직의 정보력이 과연 어디까지 닿아 있을지는 미지수였기에 유리는 조용히 율리아의 답변을 기다렸다.
“골족… 골족이라…….”
그리 몇 번 정도 중얼거린 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될 거 같네.”
이에 유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 돼요?”
“응, 네가 알려 준 단서가 명확해서 특정하기도 쉬울 거 같아. 다만 시간은 좀 걸릴 거야.”
“급한 건 아니니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정보 조직이라고 해서 찾아오기는 했으나 반신반의했었다.
일개 기수가 운영하는 정보 조직이 요람에 고용된 사람의 신상 정보를 알아낸다?
그건 분명 어지간한 수완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리가 파랑새의 정보력에 놀라워하는 사이.
“그럼 보수는…….”
율리아가 넌지시 운을 뗀 말에 유리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보수라, 역시… 비싸겠지?’
만약 정보 입수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면.
원래 가지고 있는 정보도 아니고, 의뢰 내용에 맞춰 새롭게 알아내야 하는 정보이니 아마 값이 꽤 나갈 것이다.
‘내 말빨이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후려쳐 보겠어!’
그냥저냥한 사람도 아니고 무려 현자의 혈통이다.
과연 자신의 협상 기술이 얼마나 먹힐지, 그로 인해 얼마나 값을 깎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이에 유리가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그… 호, 호, 혹시 말야… 그분의 친필 서명을… 어, 얻을 수 없을까?”
“…녜?”
한껏 긴장하고 있던 유리는 난데없는 이야기에 맥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에 율리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답했다.
“어, 어려울까?”
“…뭘요? 친필 서명?”
“응! 그, 그분의 친필 서명을 정말로 가지고 싶었거든!”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지 율리아의 창백한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올라왔다.
이에 유리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분?”
“응!”
“그게 누구?”
“그야 당연히……!”
당차게 외치려던 율리아가 슬쩍 주변을 휙휙 살피더니, 누가 들을 새라 까치발을 들고 유리의 귀에 속삭였다.
“…부절검님이시지.”
“누구? 부절검? 제가 알고 있는 그 부절검?”
“응! 그 부절검 요한 레드너 님!”
세상에 ‘부절검님’이시란다.
맙소사 ‘요한 레드너 님’이시란다!
순간 사고가 정지된 유리가 넋 나간 말투로 물었다.
“…왜요? 도대체 그딴 걸 왜?”
이에 율리아가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모로 깔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그분을… 흐, 흠모하고, 동경하고 있었거든.”
“…….”
“그, 그래서 이번 의뢰 보수로 그분의 친필 서명을 받고 싶은데… 어려울까?”
“…….”
유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무거운 침묵을 오해한 율리아가 슬쩍 눈치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그… 친필 서명이 어려우면 친필 서한이라도.”
“…….”
“되, 되도록 내 이름이 들어간 문장으로 부탁할게! 몇 년이 걸려도 좋으니까 꼭… 꼭 좀 구해 줘!”
알아서 이번 의뢰의 보수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요한의 친필 서한’으로까지 낮춘 율리아를 보며 유리는 생각했다.
‘말세야… 말세.’
아무래도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적인 세상이 종말을 맞은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유리는 율리아가 원하는 것을 구해 주겠다고 약속한 뒤, 파랑새에 대한 의뢰를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유리가 파랑새와 첫 인연을 튼 날로부터 며칠이 흘러.
그에게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으니.
이는 유리가 기다리던 파랑새로부터의 소식이 아니었다.
“유리, 다 모이래!”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뭘 모여?”
“2차 통합 퀘스트 준대!”
다름 아닌 요람의 소집령이었다.
* * *
요람에서 진행했던 50기의 1차 통합 퀘스트가 있던 날로부터 근 두 달여가 흐른 시점.
50기 전원에게 2차 통합 퀘스트 공지가 떨어졌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3월 10일 09시까지 1차 통합 퀘스트를 치른 곳으로 집합하라는 것.
이에 50기 170명이 가죽 모으기를 치렀던 동물의 숲 입구로 모여들었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작은 목소리로 사담을 주고받는 이들.
이제 그들에게서 전과 같은 어수선함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무언가 노련한 느낌이 엿보였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러, 정각 9시.
어김없이 안경남을 필두로 흑검병들이 나타났다.
“정렬하라.”
안경남의 명령에 흩어져 있던 기수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섰다.
그런 그들을 슥 훑어본 안경남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2차 통합 퀘스트의 내용을 하달한다.”
나직한 목소리로 읊는 퀘스트의 내용이 기수들에게 또렷이 전달됐다.
“현 시간부로 동물의 숲이란 명칭은 삼림전투장으로 변경한다.”
이에 검은 머리의 누군가가 ‘땅덩어리도 넓은데 똑같은 곳을 재활용하고 있냐’라고 중얼거렸지만, 안경남은 이를 무시했다.
“이번 퀘스트의 명칭은 완장 빼앗기다. 지금부터 너희는 각각 스쿼드를 편성한 후, 전투를 수행한다.”
이후 이어진 안경남의 설명은 이러했다.
각 스쿼드는 최소 3명에서 최대 10명까지의 인원으로, 기수들끼리 알아서 편성할 것.
스쿼드는 모든 구성원이 전투 불가가 되거나, 분대장이 완장을 빼앗겼을 때 전멸로 간주.
퀘스트 기간은 단 하나의 스쿼드만이 남을 때까지이며.
보상은 스쿼드당 300만 포인트와 분대원 개별로 맞춤형 무구 제작권을 준다는 거였다.
이는 처음으로 있는 기수들 간의 전투 퀘스트였기에 50기의 눈빛이 뜨겁게 변했다.
열기를 띤 그들을 향해 안경남이 말했다.
“지금부터 스쿼드를 편성할 시간을 10분 주겠다. 편성이 끝난 후 각 스쿼드의 분대장은 나에게 와서 인원에 맞게 완장을 받아 가라.”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리가 앞으로 나섰다.
1초도 안 되어 완장을 받으러 나온 그를 보고 안경남이 미간을 모았다.
“벌써 스쿼드를 짰다고?”
“당연하죠.”
“몇이지?”
“셋요.”
조금도 망설임 없는 유리의 대답에 안경남은 흰색 완장 3개를 지급했다.
검정 실로 1-1, 1-2, 1-3 이란 숫자가 박음질 된 완장.
이를 받아 든 유리가 물었다.
“-1이 분대장 완장이겠죠?”
“당연하다.”
답을 들은 유리는 1-1의 완장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제 팔에 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를 들고 가 아린과 뽀삐에게 들이미는 게 아닌가.
“자, 니들 거.”
그런 유리의 뻔뻔함에 아린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우리 의견은 안 물어보는 거야?”
“싫어?”
“후후, 그럴 리가.”
언제 꽁알거렸냐는 듯 배시시 웃은 아린이 1-2를 가져갔다.
이후 뽀삐까지 말없이 나머지 완장을 챙겨 가자 유리가 그들을 향해 자신의 완장을 보여 주었다.
“분대장은 내가 한다. 불만 있는 사람?”
“없어.”
“배고프다.”
일사천리로 첫 번째 스쿼드가 된 유리 일행.
그 과정을 지켜본 50기 사이에 큰 술렁임이 번져 나갔다.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50기들.
그중 특히 빛나는 눈동자가 몇몇 있었고.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분 뒤.
스쿼드를 편성하는 시간이 모두 지나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스쿼드는 총 25개였다.
그렇게 본격적인 퀘스트에 돌입하기 전.
‘음?’
유리는 제 주변으로 흐르는 묘한 기류를 읽었다.
‘어라?’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인 줄 알았던 묘한 느낌.
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유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하? 이것들 봐라?’
연신 자신과 아린, 그리고 뽀삐를 흘깃거리는 시선들.
잔뜩 경계 서린 눈빛과 마치 자신들과 벽을 친 듯한 주변 분위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 빠른 유리가 모를 리 없었다.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따돌리시겠다?’
유리의 스쿼드를 제외한 모든 스쿼드끼리 묘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서로서로 약간씩 교류를 하는 게 훤히 보였음에도 유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스쿼드는 없었다.
거기다 더 웃긴 건…….
‘생각을 숨길 마음조차 없다는 거냐?’
저들의 적대적인 시선에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훤히 읽힌다는 거였다.
오로지 한 스쿼드만이 우승하는 퀘스트.
그렇기에 저들도 알고 있는 거다.
이 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누구인지.
누가 가장 우승에 근접한 이들인지 말이다.
단 3명뿐인 스쿼드지만, 그 셋이 월말 평가 상위 3등.
심지어 그들은 백보 의식에서 여섯 걸음 이상을 걸은 이들이었다.
그랬기에 단합을 했을 것이다.
일단 유리 스쿼드를 먼저 처리하고 우승은 나중에 가리기로 말이다.
그게 저들의 시선에서 훤히 드러났다.
“하? 우리부터 조지시겠다?”
유리의 입꼬리가 더욱 크게 비틀렸다.
아마 퀘스트가 시작되면 자신들을 제외한 167명이 몰이 사냥을 시작할 터.
‘우리를… 사냥감으로 보고 있다고?’
그리고 유리는 그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힘을 합치면 자신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여기는 저들의 안일한 생각이 너무도 우스웠다.
하여 보여 줄 생각이었다.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지를.
저벅-.
삼림전투장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유리.
갑작스러운 그의 돌발 행동에 아린과 뽀삐가 의문스러운 눈빛을 해 보였다.
저벅-.
그렇게 삼림전투장 입구를 등지고 선 유리.
“아아. 모두 주목.”
작지만 마나가 담긴 유리의 목소리는 다른 이들의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유리를 향했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백 쌍의 눈빛에도 유리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니들 그거 아냐?”
난데없는 질문을 들은 50기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고.
“벌레 167마리가 뭉쳐 봤자 그건 여전히 벌레일 뿐이고…….”
곧이어 유리가 말한 벌레 167마리가 자신들을 뜻하는 것임을 알아차린 순간, 그들 머리 위에 뜬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했으며.
“그런 벌레 따위는 그저 밟아 죽이면 그만이라지? 이렇게 말야.”
쿵- 즈극 즈즈즉-!
유리의 발이 마치 벌레를 밟듯 땅을 지그시 밟는 모습에 느낌표마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찾아든 고요.
“그러니…….”
그 조용함을 즐기는 듯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유리.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덤벼 봐. 오는 족족 짓밟아 줄 테니까.”
유리의 선전포고에 주변은 숨소리조차 사라졌다.
실로 지독한 적막에 휩싸인 장내.
그리고 곧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스스스스-.
이는 삽시간에 거대한 살기로 화해 주변을 장악했다.
고오오오오-.
167명이 피워 낸 어마어마한 살기가 유리를 향해 쏟아졌다.
기필코 널 죽여 버리겠다는 동기들의 굳은 의지를 보며, 유리는 마치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듯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편, 자신들의 동료가 시전한 광역 도발을 똑똑히 지켜본 아린과 뽀삐.
“…저 미친놈이?!”
“배, 배고프다?!”
정신 차리고 보니 반드시 죽일 놈과 같이 싸잡아 죽여야 할 동료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