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두 길드 마스터끼리 몰래 속닥거리던 때, 결투장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불청객은 아니었다. 소식을 듣고 축하하러 온 대기업 길드의 박회장과 그 길드원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사냥하느라 늦은 하이 랭커도 몇 있었다.
“80 찍었다면서요? 축하해요.”
최근 들어 길드 마스터들과 부쩍 친해진 박회장이 함박웃음을 지며 달려왔다. 중간에 대화가 끊기긴 했지만, 마제스티와 레온은 불쾌한 기색 없이 박회장을 맞이했다.
“어서 와요, 회장 님.”
“신스킬 어때요? 좋아요?”
“말도 마세요. 나이트 스킬은 그냥 양학 수준이에요. 쿨타임 차면 바로 보여 드릴게요.”
“오…….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고생이야 뭐, 비격분들이 했죠. 특히 리디안 님이…….”
경험치 문제를 떠올린 레온이 민망하게 웃었다. 그에 자연스레 리디안을 향해 고개 돌린 박회장의 얼굴이 또다시 밝아졌다.
“오, 리디안 님도 74 되셨구나.”
흥에 겨워 바로 다가가려던 박회장이 잠시 멈칫했다. 뭔가 할 말이 생각났다며,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마제스티 님. 혹시 별님반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도로 머리를 맞대던 두 사람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반갑지 않은 길드 명에 곧장 눈매를 찌푸리니, 박회장이 다시 돌아와 진득한 한숨을 뿜었다.
“지금 친목 길드 사이에서 소문이 좀 이상해요. 레기온이 별님반에다 쁘락지 심었다고…….”
“뭐요? 쁘락지?!”
일전의 사건이 있어, 쁘락지는 마제스티에게 몹시 민감한 단어였다. 마제스티는 한순간 이성을 잃고 큰 목소리로 대꾸했다.
주위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고, 마침 함께 있던 백검과 신사, 버베나가 급히 달려왔다. 뒤이어 이노센트나 이모탈 등. 간부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궁금함에 다가왔다.
크라이그에게 버프를 걸어 주고 있던 리디안 역시 가보자는 크라이그의 눈짓에 멋도 모르고 따라갔다.
“뭐야,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
화가 나 보이는 마제스티의 표정을 버베나가 놀라 물었다. 박회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조용히 설명했다. 레기온이 별님반에 쁘락지를 심었다는, 며칠 전부터 떠도는 소문이라는 말에 버베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와. 이X 봐라? 대놓고 걸려서 몸 사릴 줄 알았더니, 더 추잡하게 구네?”
“웬만해서는 서로 얼굴 볼 일 없으니까 객기 부리는 거지.”
이노센트도 기분 나쁜지 입술을 실룩거렸다. 허탈하게 웃은 마제스티가 길게 한숨 쉬었다.
“우리 길드 이미지도 이제 나락으로 가는구나.”
그에 레온이 미안하게 웃는 한편, 리디안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 속상함을 눈치챈 크라이그가 서둘러 달랬다.
“신경 쓰지 말아요. 별님반 출처 소문이라 신뢰성도 없어요.”
“그래도…….”
“놔 봐!”
갑작스러운 고함이 장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말을 하다 멈춘 리디안은 딸꾹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분노한 마제스티가 사람들의 팔을 뿌리치고 있었다.
당장 가서 제니스를 닦달할 생각인지, 움직이는 발길이 심상치 않았다. 쫓아가서 뺨을 때려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이라 백검이 서둘러 그를 설득했다.
“아, 형! 잠깐 진정하고. 내일 정식으로 회의 열어서 그때…….”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리디안을, 크라이그가 냉큼 팔목을 붙잡아 끌었다.
갑작스레 끌어당기는 손짓에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주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마음으로 축하하러 왔던 이들도 싸늘해진 분위기에 알아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서부터는 간부들의 영역인 것도 컸다. 뒤늦게 깨달은 리디안은 조용히 크라이그의 뒤를 따랐다.
* * *
마제스티가 박회장으로부터 불편한 소식을 전달받은 다음 날이었다.
주점 ‘바다를 품은 고동’에서 긴급 전체 길드 회의가 열렸다. 주최는 레기온 길드, 참여자는 오로지 각 길드 마스터뿐이었다.
ONE과 레기온이 지하 도시에서 얻은 신스펠, 신스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취지로 열었지만 사실 목적은 별님반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신세계나 던전데이트, 아마존익스프레스, ANG, 이상성욕자 같은 몇 개의 소수 길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모인 자리라 처음부터 성급하게 굴지는 않았다.
일격필살, 참격난무, 초월자의 손길, 여신의 영역, 프로즌 스피어, 썬더 스톰, 엘레멘탈 붐, 멀티샷, 비스트 피스트, 마력이 깃든 축복, 영웅을 위한 축복, 음유시인의 하프 연주 등.
결투장과 필드에서의 효율에 대한 공유를 먼저 했고 중요성과 필요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유니크성으로 인해 일부의 부러움을 받은 건 덤이었다.
실컷 태양을 약 올린 마제스티는 바로 길드 가입 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요즘 각 길드에 가입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는 말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싱긋 웃는 마제스티의 시선에 내내 좌불안석이던 제니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서로가 각자의 동맹을 찾아서 협조하는 상황이라, 일전에 제안한 우선 추천제가 사실상 의미 없어진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플레이어들도 자유롭게 길드를 선택하는 추세고요. 여기까지는 좋아요, 아무런 문제 없어요. 근데…….”
웃고 있던 마제스티는 바로 정색했다.
“탈퇴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요즘 들어 자율 선택 플레이어에 대한 비방과 터무니없는 억측이 무분별하게 난무하고 있더군요. 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안 그래요, 제니스 님?”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마제스티가 곧장 그녀를 지칭했다. 청풍명월의 길드 마스터, 풍월주는 그럴 줄 알았다며 한심한 눈으로 제니스를 쳐다봤다.
집중된 시선에 제니스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제니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켰다.
최근 전투 길드들의 대립이 심해져 이런 공개적인 회의 자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잔뜩 독이 오른 마제스티가 80레벨 제한 스펠과 스킬을 빌미로 교묘하게 자리를 만든 것이다.
마제스티는 아무 대답 못 하는 제니스를 향해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친목 길드에 쁘락지를 심었다고. 그에 언급된 게, 최근 가입한 우리 힐러님인데. 와, 참 어이없어요. 그 힐러님은 원래부터 1인 길드 소속이었고, 해당 길드원이랑도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이였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사주해서 그분이 의도적으로 친목 길드에 가입해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쵸, 제니스 님?”
제니스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옷깃을 붙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평소 같았으면 간부들이 나서 감정적으로라도 항변했을 텐데, 오늘은 오로지 길드 마스터만 참여한 자리라 제니스를 도울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호수, 그린그린 길드 마스터 역시 마제스티의 서슬 퍼런 기에 눌려 한마디도 못 하는 상태였다.
“차라리 둘이 친해져서 일부러 길드 정보를 흘렸다고 하면, 모르겠어요. 실제로 그랬던 분도 계시니까.”
자연스레 닿는 시선에 핑크푸크가 반사적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고목나무 전쟁 때, 쁘락지로 논쟁거리가 됐던 흑곰과 백두오리의 얘기였기 때문이다.
“근데 어쩌자고 자기들 입맛대로 날조해서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는 건지 모르겠네요.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그쵸, 제니스 님?”
마제스티가 작정하고 캐물으니 듣고 있던 사람들도 가시방석이었다. 일부는 제니스의 굴욕적인 모습을 즐기는 눈치였다. 그다지 보기 좋은 행동은 아니었으나, 그간 별님반에게 비슷하게 당한 것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혹시 싸우고 싶은 거면 그냥 대놓고 거시든지요. 애들 장난 같은 말싸움이라도 언제든지 받아 줄 테니까. 괜히 이상한 주점에서 위에 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조심성 없게 뒷말하지 마시고요.”
마제스티의 시선은 여전히 제니스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멈추지 않는 저격에 결국, 참다못한 제니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다는 뻔한 대사와 함께 제니스는 도망치듯 주점을 빠져나갔다.
빈자리를 두고 썰렁해진 가운데, 정색해 있던 마제스티가 다시 방긋 웃었다.
“요즘 레기온 관련 소문은 다 거짓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뭐가 아쉬워서 친목 길드 염탐이나 하겠어요? 어처구니없다는 목소리에 샤봉과 풍월주가 동시에 제니스의 표정을 떠올리며 비웃었다.
한쪽은 별님반을 적대하는 노르드연합의 길드 마스터라 그랬고, 한쪽은 제니스와 개인적으로 사이가 나빠서 그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색한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 회의는 끝인가요?”
태양 길드의 길드 마스터, 핑크푸크가 정중하게 물었다. 그 역시 이 자리가 불편하긴 매한가지였다. 얼핏 살펴보니 벌써 ONE, 레기온 코인을 탄 길드가 몇 보였다.
굳이 별님반 건이 아니더라도, 80레벨 스펠 스킬로 인해 노르드연합의 샤봉이 흥미를 보이는 눈치였다.
지하 도시 공략에 대한 정보는 공유받지 못했지만, 저들이 대기업과 ANG을 끌어들인 걸 보면 인원수가 핵심인 건 분명했다.
“네. 더는 안건이 없네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핑크푸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양 길드의 동맹인 무법자의 아퀴나스, 슈퍼문의 무너스키도 곧장 그를 뒤따랐다.
SSR과 파라다이스를 포함해 내내 가시방석이었던 길드 마스터들도 급히 자리를 떠났다. 남은 건 레기온과 ONE. 대기업, 노르드연합, 청풍명월, 과일박스, 델피네마켓뿐이었다.
레온은 일어나지 않는 샤봉, 마리타 등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이런 자리면 항상 귀찮다는 듯 후다닥 자리를 뜨던 사람들이라,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기회를 보던 마리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도, 대기업처럼 쩔받고 싶은데, 끼워 주시면 안 돼요? 저희가 딱히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협조할게요.”
델피네마켓 길드 마스터, 마리타는 돌려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명확하게 요구하는 그녀의 언행에 레온과 마제스티가 놀라 눈을 끔뻑거렸다. 자리에 남은 사람들 대다수가 같은 생각인지라, 풍월주가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의외네요. 필드 쟁 휘말릴까 봐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무심해 보이는 표정 탓에 자칫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발언이었으나, 마리타는 풍월주의 성격이 원래 그런 걸 알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막말로 언제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다고 유야무야 태평하게 지낼 수 있는 곳도 아니잖아요. 우리도 일단 살아남고 봐야죠. 그리고 풍월주 님도 저랑 같은 생각이라 남은 거 아니에요?”
바로 날아온 직격탄에도 풍월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마제스티는 동시에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 잠시 당황했다.
물론 두 손 들고 반길 일이지만 마리타나 풍월주. 두 사람 모두 레온에게 감정이 좋지 않을 걸 알아 반사적으로 레온을 쳐다봤다. 레온도 의외에 상황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저… 정말 괜찮으세요?”
조심스러운 레온의 물음에 마리타와 풍월주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 침묵하던 두 사람 중, 마리타가 먼저 말했다.
“솔직히 옛날 일 생각하면 기분 별로 안 좋아요. 근데 뭐, 피케이당한 건 내가 약해서 그런 거고, 레온 님도 이미지 세탁 제대로 한 뒤로는 나름 개과천선하셨잖아요? 또 그때처럼 갑질을 하시는 것도 아니니, 저희 쪽은 크게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레온의 몸을 푹푹 관통했다. 레온은 힘겹게 웃어야 했다.
“그리고 저희 길드에 리디안 님한테 신세 진 사람이 몇 명 있어서요. 이왕 은혜 갚는 거 태양보다는 차라리 레기온이 낫겠다고 한 거라서.”
ONE 길드는 얻어걸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레온은 한없이 작아졌고 마제스티의 콧대가 잠시 높아졌다. 굳이 상세히 따져 묻지 않아도 대강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리디안의 인맥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때였다. ‘감사합니다, 리디안 님.’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마제스티는 마리타를 향해 방긋 웃었다.
“저희도 태양보다는 레기온에 한 표.”
풍월주마저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자, 레온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구석에 앉았다. 진작 동맹이었던 박회장을 제외하면, 이제 남은 사람은 샤봉과 프루츠맨이었다. 눈짓이 닿자 샤봉이 기다렸다는 듯 발언했다.
“제니스 조질 거면 우리도 끼워 주세요.”
마리타 못지않게 직설적인 말투였다. 마제스티의 얼굴에 잠시 당황스러움이 묻었다.
샤봉은 20대 중반으로, 다른 전투 길드 길드 마스터들과 비교하면 어린 편이었다. 별님반 출신이라는 게 특이점인데, 초창기 사람이라면 샤봉과 제니스의 그렇고 그런 관계를 아는 눈치다.
당연히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샤봉은 본인이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제니스도 딱히 반박하지 않고 있어 둘 사이에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하다.
뭐, 남녀 사이는 본인들만 아는 거라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제니스를 잘 아는 사람은 두 사람의 관계가 아침 드라마급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앙숙 관계이기도 했다. 지나간 일을 두고 감정 정리를 하지 못한 게, 자칫 속 좁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굳이 이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제니스와 친분을 맺어 안 좋게 끝맺음을 한 사람이 몇 있는지라, 무작정 샤봉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음… 딱히 걔를 조질 생각은 없는데, 만약 태양이랑 손잡고 필드 나오면 같이 조지긴 해야겠죠.”
“괜찮아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지금 노르드연합이 길드 기능 거의 못 하고 있어서요. 알프하임에 귀농하기 직전이었는데, 이왕 반반으로 갈라지는 분위기면 차라리 마제스티 님네랑 같이 즐기고 싶네요. 레이드도 해볼 겸…….”
침울해하는 레온과는 달리 마제스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제니스 때문에 더러웠던 기분이 단박에 바뀌었다. 동맹을 원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던 길드라 더욱 그랬다. 마제스티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은 건 프루츠맨뿐이었다. 그에 모두가 동시에 그를 쳐다봤지만, 박쥐라는 별명답게 프루츠맨은 중립을 지킨다며 교묘하게 입장을 방어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마제스티는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이로써 마제스티와 레온에겐 해피 엔딩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상황에 가만히 있을 핑크푸크가 아니었다.
진작 주점을 빠져나간 핑크푸크는 바로 제니스에게 연락해 동맹을 제안했다. 마제스티와 공식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걸 노린 틈새 전략이었다.
감정적인 제니스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자신과 친한 친목 길드인 호수, 그린그린. 보험차 작업해 두었던 전투 길드 SSR에게도 같은 길을 강요했다.
제니스의 물밑 작업으로 제니스와 상당히 친해진 SSR의 길드 마스터 네오의 선택은 뻔했다. 핑크푸크의 사전 제안에 거리를 두던 네오는 제니스의 말 한마디에 곧장 마음을 돌렸다.
결국, 전체 길드 회의가 있던 12월 1일을 기점으로 길드 세력이 정확하게 양분화되었다.
끝까지 중립으로 남은 길드는 전투 길드 파라다이스, 친목 길드 과일박스와 광부클럽, 위너 정도였다.
동맹의 목적은 레이드 클리어 협조였으나, 사실상 서로의 적대 길드를 두고 편을 나눈 것과 다름없었다.
길드 동맹의 소식을 들은 그날 밤, 레기온 길드 또한 모두가 환호하며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레이드에 대한 기대보다는 PK에 대한 열망이 더 빛났기에… 리디안을 비롯한 일부는 씁쓸함을 삼켜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