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19
119
* * * *
미켈란젤로의 작업 속도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켈란젤로에게 들어왔던 의뢰 하나를 설명해야 한다.
···그날 들어온 의뢰는 베네치아에 사는 귀족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귀족은 자신의 흉상을 제작해달라고 미켈란젤로에게 요청했다.
그 당시의 미술은 열 중 아홉은 의뢰로 시작하는데다, 미켈란젤로는 오는 일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한 일중독자였다.
흔쾌하게 수락했다는 소리다.
애초에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망치와 끌에 매달려 움직이곤 했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의뢰였을 거다.
얘기로 돌아와서···미켈란젤로는 누구보다 노력을 숭상했던 만큼 이번에 들어온 의뢰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대했다.
그는 다른 의뢰를 받았을 적과 똑같이 작업에 열중했고,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식사는 빵 한 조각과 와인 한 잔으로 기꺼이 대체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최소한의 식사.
피로를 풀기 위한 마지 못한 잠자리.
다른 시간을 극단적으로 아껴 미켈란젤로는 오로지 흉상에 전부 쏟아부었다. 심지어 하루는 흉상 생각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촛불에 의지하여 대리석을 다듬을 정도였다.
그렇게 온 시간을 다바친 끝에 미켈란젤로는 흉상을 완성시켰다.
걸린 시간은, 겨우 열흘이었다.
겨우 열흘.
베네치아의 귀족이 중얼거렸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당당하게 요청한 금화 50개가 너무 많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겨우 열흘에 걸쳐 만든 작품의 값치고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군.”
품속의 두카트(베네치아의 금화)를 어루만지는 귀족의 말에 미켈란젤로가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는 예의 그 불타는 눈동자로 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열흘만에 만들기 위해 30년 인생을 바쳐 조각을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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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기에 완벽한 대사는 커녕 정확한 서사도 없다. 금화 50개를 요청했는지, 57두카토(두카트의 복수명칭)를 요청했는지, 52플로린(피렌체 발행 금화명칭)을 요청했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어찌되었든···이 일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노력.
그의 작업 속도는, 그가 조각에 바쳐온 시간을 증명한다는 거다.
– [조각가와의 수업]의 저자이자 1세대 조각가인 양선구가 강연 중 했던 말을 기록한 블로그 게시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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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bellissimo···(아름다워···)”
생머리의 여인이 사랑에 빠진 듯한 눈으로 벽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항상 고개를 꺾어서 보던 것을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감동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불긋해진 뺨을 손등으로 식히며 여인이 등을 돌렸다. 이사벨라 리날디의 표정에 드러난 것은 지독한 호기심이었다.
“(대체 강석이라는 작가는 누구죠? 와 , , 그리고 , 까지···어떻게 조각과 유리를 다루면서 회화까지 이렇게 잘하는 거죠?)”
한국의 미켈란젤로.
그 이름이 아깝지 않은 실력이었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면 좋았을 텐데···!
이사벨라 리날디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흥분감을 식히기 위해 레몬에이드를 입에 털어넣듯 마셨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면 좋았을 거라고 하는데요.”
이사벨라 리날디의 정면에서 산강문화재단 류정형 이사로부터 통역을 전달받고 있던 박선우가 입꼬리 한쪽을 끌어올렸다.
“이탈리아?”
박선우의 이탈리아라는 말에 반응하여 리날디가 불쑥 고래를 들자, 박선우는 얼굴에 달라붙은 그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로 응대했다.
그러자 리날디가 또 이탈리아어로 뭐라뭐라하면서 흥분하여 작품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실시간으로 류정형에게 통역을 듣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았다.
강석에 대한 찬양이겠지.
박선우가 차게 식은 눈으로 다리를 꼬았다.
이사벨라 리날디.
아비마엘 스테파노 리날디의 무남독녀 고명딸.
그녀를 한국까지 친히 초대한 이유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 자리를 강석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불러들인 거지만.’
진유진 큐레이터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박선우는 강석이 아트페어에 참가한 이유를 진유진 큐레이터를 통해 진도욱 관장에게 대충 전달받았다.
– ‘···확실한 건 아닌데 강작가님은 유명세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진유진 큐레이터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을 다시 만들고 싶다면···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 ‘미켈란젤로의 무덤을요?’
– ‘뭐, 미켈란젤로의 무덤을 다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거 대표님께 너무 시덥잖은 이야기를 들려들린 게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 ‘아뇨. 아뇨.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선우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검지로 톡톡, 제 무릎을 두들겼다.
무슨 뜻에서 한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강석이 원하는 것이 유명세와 인정이라면, 박선우는 능히 안길 재력과 힘이 있었다.
그가 앞으로 만들 작품들이 기대가 된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도 박선우는 차가운 눈으로 이사벨라 리날디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 중 한 명이 불미스런 일로 참가를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이사벨라 리날디를 불러들였지만···결단코 리날디에게 강석을 빼앗길 마음은 없었다.
오직 전취(戰取).
그것이 산강그룹의 회장이자 제 할아버지에게 배운 가르침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날디는 레몬에이드를 쪽쪽 빨며 아쉽다는 듯 읊조렸다.
“(정말 아쉽네요. 제가 한국관 감독을 맡았을 때 강석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줬다면, 전 한국관 대표작가로 강석을 결정했을 거예요. 아니죠. 제가 알았을 정도라면 우리 리날디 가문에서도 그를 알았을 테니···한국관 대표작가 정도가 아니라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본 전시에 초청을 받았을 거라고요.)”
“아아···네에.”
흥분한 기세로 말을 이어가는 이사벨라 리날디를 박선우는 차분히 바라보았다.
옆에서 들려오는 류정형의 통역대로, 강석이 조금만 일찍 세상에 알려졌다면···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은 자신이었을 거다.
‘우리 강석 작가님을 리날디 가문이 낼름 채갔을 테지.’
그랬다면 한국에서 유명한 작품들이 죄다 이탈리아에 있었을 거다. 그가 한국인인걸 알게 된 순간, 박선우는 배가 아프다못해 뒤집혀 잠도 자지 못했을 거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리날디 가(家).
그 피를 이은 모두가 예술가 특히 미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가문으로, 이탈리아에선 우스갯소리로 신흥귀족이라고 할 정도로 정통과 명성있는 집안이었다.
문화의 힘을 믿고 그쪽으로 돈을 쏟아부었던 산강그룹의 초대 회장, 박은수와 같이 리날디 가문 역시 미술가들을 후원하는 일에 황금을 쏟아붓기로 유명했다.
리날디 가문에서 운영하는 재단 밑으로 들어간 유명 작가들만 몇명이던가.
이탈리아를 주름잡던 메디치 가문이 방계만 살아남아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지금.
메디치 가문의 화신이라고까지 불리우는 리날디 가문의 파워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업계 최고였다.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 그리고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불리우는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커미셔너(최고 책임자) 자리를 서른도 안 된 이사벨라 리날디가 단독으로 따낸 것만 봐도 리날디 가문이 얼마나 입김이 센지 알만했다.
“(강석 작가의 작품을 더 보고 싶은데···더는 없는 건가요?)”
이사벨라 리날디가 꿈에서 이제 막 깬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사벨라에게는 정말 황홀한 관람기였다.
“(과 라는 노을 연작이 더 있긴 한데 이건 강작가님 개인 소유인 씨엘로 갤러리에서 소장중이라···저희가 관람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우, 그런가요?)”
이사벨라가 아쉽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한국관을 맡았을 때만 해도 아버지를 원망했는데···이탈리아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볼키스 세례를 해주어야지.
어젯밤 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이어진 , , 그리고 과 관람은 이사벨라 리날디를 사랑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사랑은 나이도 국경도 상관이 없는 법이지.
이사벨라 리날디가 얼음이 다 드러날 정도로 마셔버린 레몬에이드의 빨대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는 살짝 올라가 있어, 그녀가 공상에 빠져있다는 걸 전방 30미터의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종래에는 검은 그림자로 덮인 근육질 남성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힌 리날디가 새초롬하게 입을 열었다.
“(저 그래서 강석은 언제 볼 수 있나요?)”
잘 관리된 다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리날디는 정숙한 숙녀 같은 차림새와는 반대로 사랑에 빠진 것처럼 달콤한 눈을 했다.
류정형이 박선우에게 통역을 해주는가 싶더니, 곧장 리날디에게 대답했다.
“(여기 8층 아래 7층에 그의 개인 갤러리인 씨엘로가 오픈 준비중에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내려갈 거고, 그때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리날디가 머리카락을 검지로 꼬는가 싶더니, 박선우에게 물었다.
“(그는 흰색 머리인가요, 회색 머리인가요, 검은색 머리인가요?)”
차가운 눈을 한 채, 리날디를 바라보던 박선우가 이어지는 류정형의 통역에 순간 얼이 나간 얼굴로 리날디를 응시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왜···한국인들은 동안이기로 유명하잖아요. 그가 검은색 머리를 유지하고 있나요?)”
통역을 거쳐 듣고 있는 박선우는 지금 자신이 잘 듣고 있는 게 맞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류형. 내가 지금 잘 들은 게 맞다면 지금 저 아가씨가 우리 강석 작가님을 일흔살 먹은 노인으로 보고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대표님.”
박선우와 류정형이 황당함에 눈을 끔뻑거리는데도 리날디는 고고하면서도 오만한 눈동자로 박선우와 류정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탈리아.
그 멀고 먼 나라에 이제 막 너트뷰와 마이애미 아트페어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강석의 정보는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지만, 워낙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리날디 가문의 독녀(獨女)에게는 닿지 않을 정보들이었다.
또한 이사벨라 리날디는 조각과 관련한 수업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인물이었다.
조각에 대한 높은 식견이 오히려 강석의 나이를 작품에 의거하여 어림짐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그녀의 머릿속에서 강석은 조각, 유리, 회화를 거치면서 점점 나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일흔의 노인을 떠올리며 사랑에 빠진 눈이라니.
이것이 예술에 미친 황금의 리날디 가문인가.
박선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바라보는 사이.
저 멀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조동범이 헐레벌떡 박선우를 향해 달려왔다.
“박대표님!”
백산호텔을 맡기 이전에도, 맡은 지금도, 여전히 조동범에게 박선우는 박대표였다. 익숙한 호칭에 박선우가 고개를 돌렸다.
조동범은 산적 같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어투로 외쳤다.
“선생님께서 내려오시랍니다!”
선생님.
강석을 말함이었다.
* * * *
이사벨라는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었다.
그가 걸어온 세월은 그의 눈에 남고, 얼굴에 남고, 몸에 남고, 마지막으로 그림자에 남는다.
이사벨라 리날디는 자신이 하룻동안 작품을 통해 바라본 강석을 상상하며 존경과 경외를 느꼈다.
신의 왼손을 훔치기라도 한 것이 분명했다.
신이 깃든 웅장한 등, 절망하는 인간의 얼굴, 생명보다 아름다운 유리꽃, 등불을 태우는 동양의 신, 미의 여신보다 아름다울 여인, 그리고 절망과 희망이 함께하는 구름 위의 여인과 땅 위의 사내, 그리고 인간과 신의 만남까지.
그 모든 것을 그렇게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그에게 필요한 노력의 시간은 얼마였을까. 고행과도 같은 길이었을 거다. 그 조각과 유리 그리고 프레스코에 다 남아있었다.
첫 인사는 뭐라고 해야하지.
이사벨라 리날디가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은 한국관 일정에 차질이 없게끔 기본만 되는 작가이기만 하고 바랬었는데···일생일대의 작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심장이 달음박질을 쳤다.
커피원두를 닮은 다갈색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고혹한 얼굴의 여인이 얼굴을 붉히는 순간.
띵.
밝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섰다.
7층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양쪽으로 열렸다.
이사벨라는 박선우와 류정형, 그리고 조동범이 내리는 것을 따라내렸다.
심장 박동치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귓볼이 붉어질 정도로 크게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이사벨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그녀는 보았다.
하얀 벽.
하얀 바닥.
그리고 하얀 벽과 바닥, 가운데에 포대자루 위 신비로운 색을 품은 수백수천의 돌.
조명에 닿아 수십가지 빛그림자가 뿌려지고, 그 속에서 유리조각을 닦고 있는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적갈색 눈동자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이사벨라 리날디는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학문과 예술의 여신.
무사(Μουσα)를 만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 ‘이사벨라. 사람을 볼 때는 눈을 보렴.’
– ‘왜요, 아버지?’
– ‘그가 걸어온 세월은 그의 눈에 남고, 얼굴에 남고, 몸에 남고, 마지막으로 그림자에 남는 법이란다. 얼굴은 화장품에 가려지고, 몸은 옷에 가려져 볼 수가 없고, 그림자는 빛 뒤에 몸을 숨기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눈밖에 없지.’
적갈색 눈동자를 보며 이사벨라가 중얼거렸다.
“···디비노(Divino).”
그의 눈에 신이 깃들어 있었다.
* * * *
“···디비노(Divino).”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타난 숙녀의 말에 강석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디비노.
아주 옛적의 호칭이었다.
익숙한 생김새의 여인이 중얼거림은 강석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강석은 씨글라스를 닦던 천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저 사람은 어디 사람이려나. 요즘 틈틈이 배우고 있는 외국어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강석이 여인을 살폈다.
자고로 거래란, 빠르게 교환되어야 먹잇감을 낚아채기 쉬운 법이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속삭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첫 인삿말을 외국어별로 머릿속에서 돌리며 멍하니 서있는 여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데 조동범이 강석의 근처로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요?”
강석의 말에 이사벨라가 눈을 들었다.
이탈리아라는 말이 귓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탈리아.
어쩐지 생김새가 지나치게 익숙하다 했다.
‘저 사람이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라고.’
3대 비엔날레 중 가장 격조높은 비엔날레인 베니스 비엔날레.
그곳의 한국관 주인과 눈이 재차 마주친 강석이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이탈리아를 향한 향수는 한 터럭도 찾아볼 수 없는 적갈색 눈동자가 탐욕을 드러냈다.
디비노, 신이라는 금욕적인 이름과는 대조적인 탐욕적인 눈동자였다.
“(반갑소. 이사벨라.)”
젊은 얼굴과 달리 노인같은 말투가 툭, 튀어나왔다.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흔들렸다. 당황이었다. 눈에서 읽어지는 감정을 한 번에 파악한 강석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거인처럼 길게 늘어졌다.
즐거운 거래가 될 것 같았다.
120. 신성한 자(IL Div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