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57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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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각에는 한동안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와 세속어로 이탈리아어 낭송을 공부하는 데 몰두했다. 기분 풀이를 위해서 소네트를 쓰기 시작했다.❞
콘디비는 카시나 전투 소묘 이후 미켈란젤로의 상황을 위처럼 써내렸다. 미켈란젤로의 인생에도 이와 같은 휴식은 몇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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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예정에 없던 교황의 등장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진 것을 바라보며 강석이 소파로 향했다. 잠이 깨자마자 소파에 나왔는데 부엌에서 익숙한 집밥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어났니?”
“깼어?”
다정히 어깨를 부딪히고 부엌에서 놀고 있던 부모님, 강현도와 백명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북동 넓은 저택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어깨가 부딪히는 부엌이 좋은지 입가에는 미소가 둥둥 떠있었다.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잠깐 앉아있어봐. 금방 밥 해줄게.”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강채영은요?”
“자고 있어.”
“아아.”
가족들과 해후를 어제 밤새 나누었지만 이렇게 또 아침을 같이 맞이하니 기분이 몽글거렸다.
좋다.
강석은 양선구가 마련해준 에어비앤비 숙소 거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젖혔다.
젖혀지며 드러난 상은 덤덤하고 무감정해 보였지만, 그렇게 보인다고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저와 가족들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 만면에 편안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일을 좋아하는 만큼 일을 끝내고 상처럼 주는 휴식도 좋아했기에 강석은 편안하게 소파에 늘어졌다.
강석이 소파에 몸을 눕다시피하며 조금 시원해진 것 같은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자고 있는 강채영을 깨울까. 강석이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며 어제 있었던 강채영의 만행을 떠올렸다.
– ‘야, 강석!’
– ‘뭐냐, 그 뿅망치는.’
– ‘알 거 없어······후우. 내 브러쉬의 원수···! 내 한정판 돌려내앳!’
– ‘악! ······악?’
뺙뺙뺙뺙!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대형 뿅망치로 어깨 마사지를 시전하던 강채영의 목소리가 꿈결같이 흩어졌다.
시원했지.
강석이 안마나 다름없었던 뿅망치질을 떠올렸다. 강채영처럼 책상에만 앉아있는 놈하고 매일 나무때리랴 돌때리랴 했던 저하고는 근육량 차이 자체가 다르다는 걸 강채영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시원한 안마만 잔뜩 받았다.
브러쉬가 무얼 뜻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건 아니지만. 뿅망치질이 꽤나 시원하니 조금만 더 모르는 척을 할까. 강석이 삐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침밥을 먹고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가야지. 일주일이면 되려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은 표정으로 강석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웃음이 비집고 나올 것 같았다.
교황의 말을 안 들어도 목 잘리거나 불에 타죽거나 물에 잠겨죽을 일 없는 현대인이라는 사실이 강석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푸흐······”
강석의 입술 사이로 기어코 웃음이 흐를 정도로. 행복했다.
그런 강석을 바라보며 부엌에서 요리를 준비하던 백명희가 강현도가 시선을 맞추고 웃었다.
“저렇게 쉬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이 워낙 대작이었으니까.”
강현도가 백명희에게 속닥거렸다.
대작(大作).
말 그대로의 뜻이었다.
뛰어난 작품이었고, 동시에 규모가 대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컸다.
이라는 성당 축소판 정육면체 공간을 목조로 제작한 것은 물론, 그 안에 벽면을 거울을 붙이고 거울 위에 다시 투명한 색유리와 그 위에 반투명한 황금빛 안료를 덧칠하여 태양의 물결을 그려넣어 인위적인 공간 을 만들고, 그 안 깊숙한 곳에 일반 성인남성의 키가 배보다 더 큰 대리석 조각상 를 넣어놓고, 그것을 가리는 문을 덮어 오래 앉아있으면 톱니가 돌아 문이 열리는 이중구조작업까지.
그 모든 걸 강석이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만들어 냈다.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제작한 작품만 따지고 보면 3개요, 그걸 위에 이중구조 작업을 한 것은 작품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봐도 좋았다.
이 작업을 하기 바로 직전에 마이애미에서는 와 를 연속 작업하고 왔다지. 피곤할 만도 했다.
그것도 대부분의 작업이 서있는 채로 땀을 흘리며 해야 하는 작업이었으니···단순히 예술이라고 하기엔 업무 강도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뿌듯함을 얼굴에 달고 아직 잠이 덜깼는지 소파에 반쯤 누워 겉잠을 들었다 깼다 하는 강석을 바라보며 강현도와 백명희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강석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부모로써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물론, 자신들도 젊을 때는 그렇게 살았다지만···부모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내 자식은 덜 고생했으면 좋겠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힘들지 않고 행복한 일들만 겪었으면 하는 마음.
부모란 물고기를 잡아주면 안 되고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 존재라지만 걱정 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막을 권리도 없기에 백명희와 강현도는 그저 강석이 짧더라도 조금이라도 푹 쉬기를 바랄 뿐이었다.
‘석이 성격에 어차피 곧 작품을 하러 뛰어나갈테지만.’
백명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분주하게 아침상을 차리기 위해 움직였다. 강현도는 그런 백명희를 누구 아내인지 참 예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강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석은 따스한 부모님의 눈길 아래에서 잠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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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잠들었을까.
지잉, 지잉, 진동소리가 핸드폰 주머니에서 들려왔다. 강석이 검은 수면에서 올라오듯 잠에서 깼다. 꿈을 꾸는 일이 잘 없는 강석은 잠들었던 시간의 공백을 느낄 새도 없이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ㅡ 석인감.
“아. 예. 선생님. 저예요. 무슨 일이예요?”
ㅡ ······그게 지금 교황이 을 열고 들어가서 말이다.
“교황이요?”
바티칸 추기경이 올 것이란 건 예상했었지만 교황까지 첫날부터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중간보스가 뜰 줄 알았더니 최종보스가 냅다 나온 상황에 강석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표정이 보일 리 없는 양선구는 평온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ㅡ 그래. 교황. 첼레스티노 6세가 네 작품으로 일직선으로 걸어오더니 감동에 찬 눈으로 십자성호를 냅다 긋고는 고해소 안으로 들어갔어. 지금 추기경만 여기에 열명이 넘는다. 휴식 중에 나올 건지 말 건지,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다만 알려는 줘야 할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다.
혹시 강석에게 말을 하는 것이 들통날까봐 양선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은 편이었다.
“아아.”
강석이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오전 아홉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교황에 대해서는 알아본 일이 없기에 작품을 얼마나 감상할 지는 모르겠지만, 밥 먹고 나갈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ㅡ ···나올 건감?
강석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아뇨.”
쉽게는 못 만나주지. 강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되려나. 강석이 머리를 굴렸다. 거대한 능구렁이가 뱃속에서 꿈틀거렸다. 계산 밝은 노인네가 강석의 눈동자를 통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니?”
“아니예요. 밥부터 먹어요, 우리.”
“그래. 근데 아들. 어제 밥 먹고 우리가 어디 간다고 했지?”
“으음. 일단 오늘은요······”
* * * *
4월 29일로부터 일주일.
이탈리아가 뒤집혔다.
[교황 일정까지 조정해가며 사흘 연속 방문···!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성물이라도 발견 된 건가?!] [성군 첼레스티노 6세 베네치아 비엔날레 이라는 작품 매일 평균 9시간동안 ‘독차지 관람’, 논란 일어···] [교황 첼레스티노 6세··· “교황이 수행해야 할 일정과 추기경들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더 방문했을 것. 이렇게 짧게 기도하게 되어 너무 아쉽다.”] [프리뷰가 열리는 3일 내내 교황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한국에서 건너온 작가 강석을 파헤친다!] [고졸 출신의 천재 조각가, 한국의 미켈란젤로 강석!] [베네치아 비엔날레 최고의 홍보꾼!] [일부 작가들 베네치아 비엔날레 성공이 아니라 강석 작가 개인의 성공으로 봐야 한다 의견 밝혀···] [교황과 일정을 함께했던 17명의 추기경 중 한 명이 속내를 드러내다···! “교황 자기 혼자만 보고 너무 야속하다.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배보다 큰 배꼽! 베네치아 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관람객 전부 국제전 한국관으로 쏠려···]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 파랗게 질린 낯으로 바티칸 교황청에서 목격!] [교황. 대한민국에 “강석과의 만남 기대중!” 적극 어필···!] [화제의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이사벨라 리날디와의 인터뷰!] [이사벨라 리날디 曰 “강석은 나에게 기적처럼 찾아왔다. 소개해준 대한민국 블룸 미술관 진도욱 관장과 박선우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어···”]강석. 강석. 강석. 강석.
매일같이 이탈리아 뉴스에 강석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강석이 뉴스에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나, 교황이 매일같이 러브콜을 보내듯 뉴스를 띄우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체 누구길래 첼레스티노 6세가 이렇게까지···?’
그들이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는 교황 첼레스티노 6세가 평소에는 이런 관심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동심과 무관심.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어떤 것에도 관심갖지 않는다.
그것이 밖에서는 성군이라 불리우고, 안에서는 기도에 미친놈이라고 불리우는 첼레스티노 6세를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그런 사람이 3일 내내 평균 9시간씩 한 작품만 관람하고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들렀다 돌아가질 않나, 매일같이 강석을 보고 싶다고 인터뷰를 내보내질 않나, 그걸 시작으로 추기경들도 일주일 내내 하나둘씩 출석하듯이 강석이 만든 앞에서 놀이공원 어린아이 줄서듯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체 그 이라는 작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람들은 베네치아 비엔날레로 향했다.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로 가는 길에 대한 교통상황을 올리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짧지만 폭발적인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6개월동안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반부터 말도 안되는 관심 수준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만의 강석은 웬만한 이탈리아 출신 화가들보다 인지도가 높은 작가로 재정립 되어갔다.
그리고 오늘로 5월 5일.
한국인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 * * *
“그럼 뭐야? 한국관 참여한 작가 중에 팬카페 회원이 있었던 거야?”
그로부터 다시 사흘이 지난 5월 8일.
한국에서는 어버이날로 한창 카네이션이 거리에 수북한 날. 강채영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친구 윤유란과 해외전화를 하며 젤라또를 퍼먹었다.
ㅡ 그렇다니까! 작가 중에 한 분이 계신 게 분명해. 조금 감상에 대한 부분은 숨긴 것 같길래 개인 쪽지로 여쭤보니까 준비하는 게 있다고 하던데···잘은 모르겠는데 몰라, 대박이야. 미술작가가 아니라 소설작가인가봐. 글이 대박이야. 내가 보내준 카톡 봤어?
“어어. 봐아지.”
강채영이 피곤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윤유란과의 통화가 피곤해서는 아니었다.
강채영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부모님과 평온한 낯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강석이 보였다.
독한 놈···!
아침부터 발바닥이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강채영이 강석을 바라보았다.
4월 29일로부터 무려 열흘. 열흘간 뿅망치질에 대한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평균 2만보를 걸어대는 강석을 바라보며 강채영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쉰다며! 쉰다며! 쉰다며! 이게 쉬는 거냐아!’
오빠라는 작자의 뇌구조는 자신과 정반대로 이루어진 게 틀림 없었다. 게다가 엄마아빠 역시 강석처럼 2만보를 걸어도 멀쩡해보이니···저 혼자 낙동강 오리알처럼 떨어진 느낌까지 날 지경이었다.
ㅡ 채영아? 채영아?
“아아. 듣고 있어.”
ㅡ 그러니까 어떻게 한대?
“뭘?”
ㅡ 석이 오빠 말이야. 석이 오빠가 그래서 교황이랑 만날 거래? 지금 한국에서는 그걸로 지금 국위선양 어쩌고 난리야.
“아아. 몰라?”
ㅡ 그래?
물론 알고 있다. 강석은 속내를 읽기 어려운 얼굴이었지만 가족들은 십년 넘게 매일같이 부대껴 살았다보니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되는 것이 강석의 속내였다.
만날 생각이었다.
다만 쉽게 만날 생각은 아닌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속내를 허락도 없이 말할 수는 없으니까 강채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한 번 물어볼까?”
ㅡ 어, 아니, 어···?
대충 오빠가 말한대로 대답하고 끊어야지. 강채영이 그렇게 생각하며 윤유란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강석에게 냅다 질문을 던졌다.
“오빠. 그래서 교황님은 언제 만나주게?”
매일같이 인터넷에 구구절절 만나달라 낯을 붉히는 교황님이 도배되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강채영이 투명한 눈동자로 강석에게 물어보자, 강석이 아버지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강채영을 바라보았다. 젤라또를 먹는 강채영의 적갈색 눈동자가 사냥감을 잡는 매처럼 빛났다.
“오늘.”
응···? 갑자기?
158. 만나겠다고 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