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53)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53화
넘어서다 (3)
콰앙!
짓밟은 대지가 폭발한다.
강렬한 기세에 떠밀린 몸이 총탄처럼 쏘아진다.
“크륵? 또? 무슨? 수작을?”
최종철이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팔을 들어 올렸다.
흉악한 송곳의 형태로 변한 그의 팔이 오진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오진은 창을 비스듬히 세워 송곳을 흘려보냈다.
-카가가가가각!
아까 전이었다면 흘리기조차 어려운 공격이었겠지만.
“수작은 네가 부린 게 수작이고.”
익시드를 사용한 지금 이 정도 공격은 여유롭게 흘려버릴 수 있었다.
“뒤져 새끼야.”
파앙!
송곳을 흘려보낸 뒤.
몸을 낮춰 최종철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른손을 쫙 펼쳐 명치에 가져다 댄 후.
“폭뢰.”
파자자자자자작!!!!
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거대한 뇌전이 최종철의 가슴을 후려쳤다.
“키에에에에엑!!!”
최종철이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튕겨 나갔다.
흠집조차 나지 않았던 그의 외피가 까맣게 타들어 간 것이 보였다.
오진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워우.”
이거 미쳤는데?
화력만 놓고 보면 축복을 받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뭐,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순 없겠지만.’
점차 심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고통이야 얼마든 참을 수 있지만, 이대로 익시드 상태를 유지했다가는 단순한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게 될 거란 건 자명한 사실.
“후딱 끝내보자고.”
씨익.
오진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헛? 소리? 하지…!”
최종철이 발악하며 외쳤지만.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창격이 이어졌다.
“직접 확인해 봐.”
푸른 뇌전의 격류가 숨 쉴 틈 없이 최종철을 몰아붙였다.
-콰직! 콰득! 콰자작!
“크륵! 키에에에엑!!”
압도적.
그런 식상한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최종철은 처참하게 농락당했다.
애초에 실력적인 측면에선 최종철보다 몇 수 위에 있는 오진이었다.
부족했던 힘과 스피드의 격차가 좁혀진 이상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거기에 더해.
“마수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오진 씨!”
마수로 변한 각성자들을 모두 처리한 박창현까지 가세했다.
“방해? 하지? 마!”
“어딜!”
난폭하게 몸부림치는 최종철에게 가까이 접근한 박창현이 그의 공격을 방패로 막았다.
-콰앙!!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
“크으윽!!”
아찔한 충격이 방패를 쥔 그의 팔을 뒤로 튕겨냈다.
“정면에서 막지 말고 놈의 주의만 끌어주세요.”
오진이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아, 예. 아, 알겠습니다!”
박창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릿한 팔을 내려다보며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이런 힘을 지닌 마수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최종철을 신명 나게 두들겨 패고 있는 오진을 바라봤다.
저 모습만 보면 무슨 2~3성급쯤 되는 괴수를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뭐야?’
박창현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황소자리의 6성 각성자.
힘이라면 어디 가서 절대 꿀리지 않는 강자였다.
━그런 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한 힘.
지금 그런 힘을 지닌 괴물을 상대로 고작 ‘4성’에 불과한 각성자가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박창현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저 마수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7성급 이상의 마수.
4성 각성자가 7성급 마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칠성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일곱 각성자.
다른 각성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위업을 쌓아 올린 그들조차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진 못했다.
‘오진 씨.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솔직히 마수로 변해버린 최종철보다 그를 압도하고 있는 오진이 더 괴물처럼 느껴졌다.
“크르르르륵!!”
“후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박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망치를 들어 올렸다.
여기선 오진이 말한 대로 마수의 시선을 끌며 그를 도와야 한다.
“흐아아압!”
콰앙!
거센 기합을 터트리며 최종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키샤햐아아아앗!!!”
최종철은 발작하듯 몸을 뒤틀며 막무가내로 팔을 휘저었다.
그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방해? 하지? 마!!!”
붉게 충혈된 마수의 눈이 오진을 향했다.
“저놈만은?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이 호기심 천국 새끼 말투 진짜 뭣 같네.”
오진은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슬슬 시간이 없어.’
익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방.’
앞으로 한 번의 공격으로 결정지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리는 거야 누나.”
고개를 돌려 도시 중심지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검은 아지랑이를 살폈다.
저 아지랑이가 최종철과 이어져 있는 이상 한 방에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초조한 표정으로 아지랑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화르르르르륵!!!!
도시 중심지에서 거대한 화룡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보였다.
강렬한 열 폭풍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푸핫!”
공교롭기 짝이 없는 타이밍에 오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우리 누나도 양반 되긴 글렀다니깐.”
“크륵? 어, 어째? 서?”
최종철이 부릅뜬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시 중심지에 잠들어 있던 검은 별의 힘.
그 힘과의 연결이 갑작스럽게 끊어져 버렸다.
“아, 안 돼? 안 돼? 안 돼에에엨!!”
최종철이 덜덜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몸에서 솟구쳐 오르고 있던 검은 기운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씨익.
오진은 비릿하게 웃으며 창을 움켜쥐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고.”
지긋지긋한 전투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
-타앙!
왼팔을 들어 최종철을 향해 와이어를 날렸다.
세 줄의 와이어가 그의 몸에 얽혀 들었다.
“쓰읍.”
짧게 숨을 들이쉰 후.
성흔의 마력을 와이어 슈터에 불어 넣었다.
씨이이이잉!!!
맹렬한 쇳소리와 함께 당겨지는 와이어.
물론. 아무리 최종철의 힘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와이어에 끌려올 정도로 약해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가면 되지.
-타다다다닥!!!
발을 박차 질주한다.
왼팔을 잡아당기는 힘에 몸을 맡기고 속도를 더한다.
“오, 오지 마? 오지 마아아아!!”
최종철은 다급히 날개를 만들어 날아올랐다.
“소용없어.”
이미 와이어에 붙잡힌 그는 도망칠 수 없다.
푸른 뇌전이 사납게 타오르는 은창을 굳게 쥐고.
“━끝이다 이 씹새야.”
최종철의 입안에 은창을 쑤셔 넣었다.
-파자자자자자작!!!
“쿠루루루루엨에엑?!”
은창을 타고 흘러 들어간 푸른 뇌전의 격류가 내부를 휩쓸었다.
풍선처럼 최종철의 몸이 부풀어 오른 후.
-뻐엉!
산산이 박살 나 흩어졌다.
[익시드 스킬을 해제합니다.] [《익시드 Lv1》 스킬이 《익시드 Lv2》로 상승합니다.] [《뇌전(雷電) Lv5》 스킬이 《뇌전(雷電) Lv6》로 상승합니다.]“씨벌.”
후두둑!
쏟아지는 핏물 속에서 오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드럽게 아프네.’
과부하 상태에 돌입했던 부작용일까.
힘이 탁 불리는 듯한 무력감과 함께 혈관을 바늘로 푹푹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전신에 퍼졌다.
‘그래도 보상은 챙겨야지.’
《뇌전》 스킬의 레벨 상승과 익시드라는 새 스킬을 터득하긴 했지만.
애초에 최종철을 노렸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지 않은가.
‘저렇게 작살이 나도 흡수할 수 있나?’
일단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오진은 흑천을 사용해 비산하는 육편에 깃든 성흔을 흡수했다.
물론 다른 각성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꾸륵, 꾸르르륵.
검은 먹구름이 그물처럼 퍼져 조각 난 최종철의 시체에 닿았다.
우우웅!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빛을 뿜으며 몸속으로 힘이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야, 이 상태에서 흡수가 가능하네.’
오진은 바닥에 털썩 누운 자세로 최종철의 성흔을 흡수했다.
검은 먹구름을 타고 거대한 힘이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띠링!
“엥?”
생각지 못한 메시지에 오진은 크게 눈을 떴다.
‘성흔이 아니라 성유물?’
아무래도 최종철의 몸속에 흡수됐던 검은 구슬의 힘을 흡수한 모양.
[성유물의 힘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성유물에 깃든 특성 ‘변형(變形)’이 흑천의 특성에 추가됩니다!]변형은 또 뭔데.
오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창을 열었다.
[변형(變形) : 성흔의 마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육체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오, 뭐야. 개좋은데?”
절로 흘러나오는 탄성.
육체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면 활용할 방법이 말 그대로 무궁무진했다.
‘아까 낫이니 송곳이니 자유자재로 바꾸던 게 이 능력 때문인가?’
물병자리 성흔에 몸을 바꾸는 능력은 없으니 성유물의 힘이라 생각하는 게 옳다.
그나저나 이게 끝인가?
사람을 마수로 만들거나 마수를 조종하는 능력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성유물의 능력을 완전히 흡수하는 게 아니라 그 일부분만 흡수하는 것 같네.’
뭐, 그래도.
성유물의 능력을 제한적이나마 흡수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다른 각성자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근데… 이러면 성흔은?”
오진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그가 원했던 건 최종철이 가지고 있던 성유물의 힘이 아닌 최종철 본인의 힘이었다.
실망감에 휩싸인 채 검은 먹구름을 내려다봤을 때.
[‘흑천’이 ‘물병자리의 성흔’을 흡수했습니다!]‘그렇지!’
오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힐러 계열 중 단연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물병자리의 성흔.
흑천을 각성하고 난 이후 가장 손에 넣고 싶었던 성흔이었다.
“한 번 사용해 볼까.”
안 그래도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참에 잘 됐다.
오진은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리고 물병자리의 성흔을 활성화했다.
-우우웅!
푸른 물방울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허공에 만들어진 푸른 물방울이 몸 안에 스며들자 전신을 짓이기는 듯한 통증이 조금 완화됐다.
‘아직 효과가 별로긴 하네.’
기껏해야 중급 포션 정도인가.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수련하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어.’
굳이 물병자리 성흔을 집중적으로 수련할 필요도 없었다.
흑천에 있는 ‘만류귀종’ 특성 덕분에 거문고자리 성흔의 숙련도 일부가 자동으로 공유가 될 테니까.
“음?”
물병자리 성흔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하던 오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우우우웅!!! 파직! 파지직!!
몸속으로 스며드는 푸른 물방울에 갑자기 뇌전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뭐야?’
의문에 찬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자.
[대표 성흔으로 지정된 성흔과 현재 활성화 중인 성흔 사이에 유의미한 상성 관계를 확인합니다.] [거문고자리의 성흔과 물병자리의 성흔이 공명합니다!] [합성 스킬, 《수력친화(水力親和) Lv MAX》를 습득하였습니다!]“엥?”
물병자리 성흔을 사용했을 뿐인데 뜬금없이 합성 스킬이 만들어졌다.
‘뭐야?’
당황한 표정으로 설명창을 열었다.
[《수력친화(水力親和) Lv MAX》 : 거문고자리의 ‘뇌(雷)’의 기운과 물병자리의 ‘수(水)’의 기운이 이어져 만들어진 스킬. 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물을 흡수하는 거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미친?”
오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무런 제약 없이 물을 흡수하는 것만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이만한 사기 스킬이 없었다.
‘설마 다른 사람한테도 사용할 수 있나?’
흥분에 찬 시선으로 메시지창을 읽어내려가자.
[‘수력친화’ 스킬의 효과는 자신에게만 적용됩니다.]“아.”
오진의 입에서 안타까움에 찬 탄성이 흘러나왔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도 이 스킬을 쓸 수 있었다면 한 번에 고민이 해결됐을 텐데.
“…쯧.”
가볍게 혀를 차며 메시지창을 껐다.
‘급할 것 없어.’
어쨌든 물병자리 성흔을 손에 넣지 않았던가.
부족한 능력은 앞으로 성장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오진은 굳게 주먹을 쥐었다.
“오지나아아아━!!!”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다다다다다!!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가온 하은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진을 내려다보며 꽤액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악!! 우리 오지니가 걸레짝이 됐어!!!”
“보기보다 멀쩡합니다만.”
사실 전혀 멀쩡하지 않지만.
지금은 일단 멀쩡하다고 하자.
“얼굴!! 누가 우리 오지니 얼굴을 이렇게 작살을 내놓은 거야!”
“얼굴은 안 다쳤는데?”
“아. 그럼 원래 이렇게 생긴 건가?”
“이년이?”
내 얼굴이 뭐 어때서.
“캬햐하핫! 농담이야 새꺄!”
하은이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쓰러진 오진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기며 배시시 웃었다.
“…다행이다. 무사해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진짜… 맨날 혼자 나대기나 하고. 이 누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
“…….”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누나.”
“엉?”
“잠깐 다리 좀 만질게.”
“뭐 이 미친 새끼야?”
끙차.
몸을 일으킨 후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더듬더듬 손으로 만졌다.
“야!! 권오진! 뭐, 뭔데 갑자기?!”
최고급 의족으로 인해 진짜 다리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지만.
‘결국 의족에 불과하지.’
오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물병자리의 고위 각성자는 손상된 장기나 신체도 재생시킬 수 있다 했던가?’
피식.
옅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다리에서 손을 뗐다.
물병자리고 나발이고 어차피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오진은 어찌할 줄 몰라 하는 하은을 올려다봤다.
“누나.”
“어, 어?”
“존나 피곤해서 뒤질 것 같아.”
하은을 만나서 긴장이 풀린 탓일까.
미칠 듯한 피로가 한 번에 확 몰려왔다.
진짜 농담 아니고 1초도 더 못 버티겠다 이건.
“나 잔다.”
“뭐? 잔다고? 여기서?”
“차 있는 데까지 업어다 줘.”
풀썩.
쓰러졌다.
“아니! 야!! 권오진 이 새끼야!!”
그녀의 외침이 점차 멀어졌다.
“그래서 다리는 갑자기 왜 만진 건데에에에!!”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