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ady for Divorc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엘로디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왜, 왜 그래. 카빌…….”
“따라 할 거면 제대로 했어야지.”
카빌의 눈동자가 엘로디의 귓가에 머물렀다.
애달픈 엘로디의 목소리에도, 카빌은 개의치 않고 그녀의 어깨를 잡고 끌고 나왔다.
“어머!”
“꺄악!”
“영주님!”
복도에 있던 하녀들과 노먼이 놀라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영주님께 끌려 나오는 마님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무슨 일이에요?”
그러나 그때.
같은 층에 있는 옆 집무실에서 엘로디가 나오며 물었다.
“꺄악!”
하녀들은 집무실에서 나온 마님과 영주님에게 잡힌 마님, 두 명의 마님을 보며 경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그리고 가장 놀란 것은, 당연히 엘로디였다.
“끼야악! 유령이야!”
엘로디를 따라 집무실에서 나온 이프리트 역시 이 상황을 보고 소리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
“내가, 내가 진짜예요!”
카빌에게 멱살을 잡힌 엘로디는 감옥에 끌려가는 내내 소리쳤다.
하인들과 경비병들이 지하 감옥까지 그 길을 따라왔다.
카빌은 가장 안쪽의 감옥에 가짜 엘로디를 밀어 넣었다.
“카빌, 카빌……. 제발!”
울며 애원하는 그녀를 보면서도, 카빌의 표정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녀들은 뒤에서 이 모습을 구경하며 속닥거렸다.
“넌 누가 진짜인지 알겠어?”
“영주님은 어떻게 저렇게 확신하시지?”
“부부니까 아시는 거 아냐?”
노먼이 그런 하녀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은 금세 입을 다물었다.
“노먼.”
카빌이 턱짓하자, 노먼은 하녀들을 데리고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
엘로디는 감옥에 갇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체 뭐가 그리 서럽고 억울한지, 여자는 내내 흐느꼈다.
“부인.”
“…….”
카빌이 그런 엘로디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엘로디가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곧 알게 되겠죠.”
고문을 하면 다 불게 될 테니.
다만, 부인의 모습을 한 상태로 고문을 할 수는 없었다.
제 스스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혼란스러운 눈으로 감옥 안쪽을 바라보던 엘로디가 고개를 돌렸다.
엘로디는 카빌을 향해 작게 물었다.
“근데 카빌, 넌 어떻게 내가 진짜라고 확신해?”
“……저 사람은 집무실 문을 통해서 들어왔어요.”
“…….”
엘로디와 카빌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마력을 사용해 만든 문이 있었다.
바로 두 사람의 침실로 통하는 문이었다.
각 집무실 사이에 있는 침실. 두 사람은 대부분 서로에게 할 말이 있으면 그 문을 이용했다. 밖의 복도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니까.
겨우 그걸로 알아챘다고?
엘로디가 미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카빌은 대답 없이, 엘로디의 머리카락을 넘겨 오른쪽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엘로디의 오른쪽 귀에는, 카빌과 나누어 낀 통신용 아티팩트 보석이 작게 달려 있었다.
“가짜가 이건 못 봤나 봐요.”
엘로디는 그 말을 듣고, 감옥 안에 갇힌 여자를 살펴보았다.
몸을 웅크리고 있어, 그녀가 귀걸이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본 그대로 겉모습을 바꾸는 마법인가? 하지만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는데…….
“그게 다야?”
엘로디의 물음에 카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부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요.”
본능일까?
카빌은 가짜 엘로디가 집무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공기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엘로디는 한참을 더 감옥 안을 바라봤다. 카빌이 그만 올라가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
어느새 늦은 밤이 되어버렸다.
엘로디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기려 했다.
“……악귀.”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엘로디는 미간을 좁힌 채, 감옥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여자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엘로디를 노려보았다.
억울함, 서러움, 원망.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여자가 그런 감정을 담아 노려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당신은 악귀야, 내가 기필코 당신을……!”
하지만 여자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카빌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엘로디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대체 정체가 뭘까.
아리안느의 모습을 따라 한 자와 동일 인물일까? 모든 게 헷갈려 머릿속이 복잡했다.
***
엘로디가 방으로 돌아간 뒤, 카빌은 기사들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감옥 바로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
여자는 불안한 눈으로 카빌을 힐끔거렸다.
“네 원래 모습이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순순히 돌아오는 게 좋을 거야.”
“…….”
“그 모습을 하고 있으니 좀 끔찍한데.”
카빌의 말에 라리사의 동공이 흔들렸다.
“끔찍하다고……?”
“그래.”
감히 엘로디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불쾌하다는 뜻이었는데, 상대는 다르게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당신도 버티고 있었군요……. 이 끔찍한 여자를.”
“…….”
알 수 없는 말에 카빌이 미간을 좁혔다.
“그럴 줄 알았어요.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죠? 다행이야, 다행이다……. 내가, 내가 꼭 구해 줄게요.”
어느새 감옥 문 앞까지 기어온 여자는 철창을 잡고는 애달픈 눈으로 카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미간을 구긴 카빌에게 흐느끼듯 말했다.
“나예요……. 흐윽…….”
“당신, 누구야.”
카빌의 음성은 차가웠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여자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순간 흠칫하더니, 이내 여자의 눈빛이 싹 바뀌었다.
그녀는 증오가 담긴 시선으로 카빌을 쏘아보았다.
“……역시. 조종당하고 있는 거죠?”
“……미치겠군.”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여자의 반응에, 카빌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라리사는 억울한 눈물만 하염없이 흘려댔다.
잠시, 그 역시 조종당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이 모습이 끔찍하다는 말에…….
하지만 카빌의 눈빛을 다시 보자, 자신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느껴졌다.
공작부인의 겉모습을 향한 증오가 아니었다.
“당신은…… 이미 틀렸군요.”
라리사는 흐느끼며 카빌을 노려보았다. 이자는 이제 이곳을 지킬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신은 결국 이 남자를 구원하지 못했다.
라리사는 구석으로 기어가 몸을 웅크렸다.
우르타에 의해 다예프 성 지하 감옥에 갇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나는 이 아름다운 성에 갇혀서…….
‘하지만 그때처럼 이곳을 파괴하게 가만히 두어선 안 돼…….’
무섭게 타오르던 불, 숨을 막히게 하는 연기,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사람들, 우르타 병사의 손에 죽은 부모님의 시체.
짓밟힌 모든 것들.
라리사는 무릎을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그때의 기억이 또다시 그녀를 절망 속으로 빠지게 했다.
‘이번엔 달라…….’
라리사는 이내 눈물을 닦아냈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했다.
그때, 게이트를 열고 도망친 것처럼.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다.
***
엘로디는 방으로 돌아온 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날이 밝았다.
“마님……. 진짜 마님 맞으시죠?”
엘로디를 챙기러 온 마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엘로디의 입가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무섭게 왜 그래, 마리.”
엘로디의 대답에 마리는 입술을 삐죽였다.
“어제 이후로 하녀들끼리는 서로 얼굴을 볼 때마다 너 맞냐고 묻고 있어요.”
“…….”
하긴 그럴 만했다. 충격을 받은 건 하녀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저 강아지도 진짜 이프리트 맞죠?”
마리가 침대 끄트머리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는 이프리트를 보며 물었다.
‘이프리트가 언제 왔지?’
카빌 곁에 가 있으라고 했는데……. 그럼 밤새 카빌 혼자 있었다는 건가?
엘로디는 걱정스러운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 그자가, 자신에게 악담을 퍼부었던 것처럼 카빌에게도 악담을 퍼부었을까 봐.
마음 약한 카빌의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까 봐.
엘로디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마리와 함께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감옥 문 앞에 둔 의자에 앉아 밤을 지새운 카빌의 표정이 어두웠다.
“……카빌.”
엘로디는 천천히 카빌에게 다가갔다. 카빌은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다.
부인이 충격을 받을 텐데.
밤새 엘로디의 모습으로 버티던 라리사는, 결국 한두 시간 전 기절해버렸다.
그리고 자동으로 고대마법이 풀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라리사가 내내 목걸이를 움켜쥐는 것을 보고, 카빌은 고대의 아티팩트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
감옥에 갇힌 자의 얼굴을 확인한 엘로디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라리사 공주잖아.”
“…….”
엘로디는 현기증이 이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사실 라리사가 세르누아를 떠난 뒤, 소설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아예 잊고 지냈다. 그런데 왜…….
엘로디의 덜덜 떨리는 손을 카빌이 움켜쥐었다.
***
한참 뒤 깨어난 라리사는, 감옥 문 바깥의 엘로디와 카빌을 보며 조소했다.
“무슨 목적으로 온 거죠?”
“…….”
“대체 왜? 그리고 모습은 어떻게 바꾼 거죠? 마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마력이 없어도, 나는 당신 따위한테 지지 않아요.”
엘로디의 질문을 잠자코 듣던 라리사는, 이내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
대체 저게 무슨 소리지.
엘로디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었다.
“고대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 같아요. 저 목걸이.”
카빌이 그런 엘로디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제야 엘로디의 눈에 라리사의 목걸이가 들어왔다.
“…….”
라리사는 눈치를 보고는 몸을 웅크려 목걸이를 소중하게 움켜쥐었다.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처량해서, 엘로디는 꼭 그 소설 속 악당이 된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을 느낀 건, 카빌을 떠나려고 했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소설은 모두 가짜였으니, 자신이 이런 기분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 목걸이가 고대 아티팩트인가요? 누가 준 거죠?”
“…….”
엘로디의 물음에, 라리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카빌은 아예 해탈한 표정이었다. 고문이라도 해서 입을 열게 하고 싶었는데, 엘로디의 모습을 한 상태로는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잠에 빠져 제 모습으로 바뀐 뒤에는 부인이 와버렸고.
“볼로뉴 백작과 손을 잡은 건가요? 그 목걸이는 볼로뉴 백작이 준 거고?”
“…….”
“아니면 신전?”
“…….”
라리사가 움찔했다.
‘대신관님이 주신 게 밝혀져선 안 돼…….’
황제도 외면한 자신의 말을 유일하게 믿어 준 사람이었다.
차라리.
그래, 차라리…….
“그럼 황제?”
엘로디의 이어지는 물음에, 라리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혼당할 준비 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