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아리오크 토벌 (2)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한 건 아리오크가 먼저였다.
쿵!
바닥을 부숴 버릴 듯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며 아리오크가 전진했다.
머리에서 고간까지 두 조각 낼 기세로 칼을 휘둘렀다.
강유진은 [회보] 스킬을 사용해 그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아리오크의 측면으로 돌아갔다.
퍼엉!
강유진의 주먹과 아리오크의 팔뚝이 부딪혔다.
아리오크의 팔뚝은 두꺼운 갑옷으로 지켜지고 있었지만, 강유진의 주먹이 꽂힌 순간 마치 과자처럼 부스러졌다.
“성인(聖人)의 힘을 담은 장갑인가!”
아리오크가 흥미롭다는 듯이 소리쳤다.
강유진이 두 손에 끼고 있는 ‘성자의 철권’의 속성을 즉각 간파한 것이다.
“그런 장갑을 끼고 있으면 주먹질로도 나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
마성(魔性)의 존재인 고위 악마에게는 일반적인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성력 대미지가 추가되는 성자의 철권을 장비한 상태라면 물리적인 공격도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다만…….
“하지만 나에게 고통을 줄 정도는 아니군!”
아리오크가 몸을 크게 움직였다.
그 기세에 강유진은 뒤로 후퇴했다.
아리오크의 검술은 파워풀하면서 신속했다. 이죽헌이나 천상운하고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게 아니라, 아예 짓이겨지겠는데.’
강유진은 스킬을 사용하며 계속해서 아리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콰앙! 콰아앙!
아리오크의 공격이 알현실에 있는 물건을 차례차례 박살 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빈틈이 없었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텐가!”
“글쎄.”
빈틈이 없다면 빈틈을 만들면 된다.
강유진은 슬쩍 허점을 내보였다. 그동안의 실전 경험을 통해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리오크는 주저 없이 그 빈틈을 향해 공격을 해 왔다. 함정이어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이 담긴 공격이었다.
강유진은 이번에도 스킬을 사용해 측면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리고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
퍼억!
이번에도 아리오크는 팔뚝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갑옷의 팔뚝 부분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에 맨살로 받아 내야 했다.
신성력 덕에 피부 조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말했지 않느냐!”
아리오크가 포효했다.
“나에게 고통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그 상태로 아리오크는 팔뚝을 휘둘렀다. 강유진은 두 팔을 교차시킨 뒤 [호신강기] 스킬로 방어했다.
스킬로 방어했는데도 불구하고 강한 충격이 느껴졌고, 뒤로 한참 밀려났다.
하지만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강유진은 냉정히 아리오크를 관찰했다.
‘페넥스와 마찬가지인가.’
성자의 철권의 신성력 대미지가 부족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물리 대미지가 부족한 건지, 아리오크에게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피부가 조금 녹는 듯했지만 금방 회복되어 버렸다.
‘어쨌든, 이걸로는 안 된다.’
예전에 바포메트와 싸웠을 때하고는 다르다.
바포메트도 고위 악마였지만 페넥스나 아리오크는 더 급이 높다.
방어력도 재생력도 차원이 다르다.
성자의 철권을 장비한 채 그냥 주먹으로 때리는 걸로는 유효타를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유진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뒤랑달 레플리카를 꺼냈다.
“음?”
아리오크가 움직임을 멈추고 빤히 쳐다봤다.
“성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창이군. 장갑과는 달리 재현도가 훨씬 높은 것 같구나.”
아리오크가 사자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재미있군! 어디 한번 해봐라!”
덤벼 보라는 듯이 아리오크는 그 자리에서 두 팔을 벌렸다.
그 모습을 노려보며 강유진은 땅을 박찼다.
창으로 개조된 뒤랑달 레플리카를 두 손으로 붙잡고 아리오크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아리오크는 어려움 없이 자기 칼로 창을 쳐 냈다.
“하하! 창 솜씨는 주먹 솜씨보다 한참 부족하구나!”
정확한 지적이었다.
강유진은 창술은 그다지 수련하지 않았다. 아마 단순히 기술만 보자면 석태준 쪽이 더 나을 것이다.
거대한 목표를 향해 투척하는 식으로 쓰면 그럭저럭 유용하지만, 이렇게 인간 크기의 적을 상대로 공격을 주고받을 때는 별로 쓸 만하지 못하다.
‘역시 창으로는 안 되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강유진은 계속 창을 찔러 댔다.
하지만 결국 아리오크의 커다란 손에 창자루가 잡혀 버렸다.
“흠, 이건 좀 뜨겁군!”
아리오크가 붙잡은 곳은 뒤랑달 레플리카 본체와 연결된 부분이었다.
성자의 철권보다 뒤랑달 레플리카의 신성력이 더 강한지, 아리오크의 손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장난감은 내려놓는 게 좋겠구나!”
아리오크가 엄청난 근력으로 창을 뺏으려 했다.
강유진은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순식간에 창을 빼앗겼고, 몸을 휘청거렸다.
그와 동시에, 강유진의 오른손에 뒤랑달이 출현했다.
창을 빼앗기고 자세를 무너뜨린 건 의도적인 것이었다.
아리오크의 커다란 몸집으로는 쉽게 반응하기 어려운 하단 구석에서 뒤랑달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휘릭!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리오크의 왼쪽 손이 하늘을 날았다.
* * *
“제법이군.”
왼쪽 손목을 잃고 아리오크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아까 강유진이라 불렸던 인간이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한 성검이군. 그런 물건까지 갖고 있었나.”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전설적인 성검일 게 분명했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아리오크의 손목이 무력하게 잘려 나갈 리가 없다.
“하지만 어리석었다, 인간 전사여.”
손목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리오크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상처고, 전황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내 심장을 꿰뚫거나 목을 쳤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었겠지. 하지만 너는 기습으로 고작 내 손목 하나를 쳤을 뿐이다.”
물론 강유진의 기술로는 그게 한계였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또 기습해서 내 심장이나 목을 노릴 건가?”
“…….”
강유진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런 강유진을 보면서, 아리오크는 계속 말했다.
“네가 그런 성검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나는 더 이상 너에게 기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페넥스처럼 엄청난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몰라도, 아리오크는 저 성검에 큰 대미지를 입으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강유진이 갖고 있다는 걸 파악했으니, 이제부터는 어떤 사소한 공격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내 허를 찌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소용없다. 이게 나와 너…… 악마와 인간이 갖고 있는 힘의 차이인 것이다.”
“……글쎄, 어떨까.”
강유진이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오기를 부리는 것 같아서 아리오크는 한숨이 나왔다.
“요행으로 이길 수는 없다…… 강유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인간 전사여. 승패는 실력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아리오크는 앞으로 움직이며 칼을 치켜들었다.
전력을 다해 저 인간을 쓰러뜨린 뒤, 저 성검을 전리품으로 획득해 마신총회에 제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 *
강유진에게는 필살의 기술이 있다.
바로 각성 스킬인 [일체 분쇄]다.
지금까지 강유진은 공룡형 언데드를 시작으로 수많은 거대 괴물을 이 [일체 분쇄] 한 방에 쓰러뜨려왔다.
하지만 무적의 필살기처럼 보였던 이 스킬에도 한계가 있다.
그건 이 스킬이 어디까지나 물리적 대미지에 기반한 기술이라는 점이었다.
적의 절대적인 취약점을 정확하게 가격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면 발동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번 한강에서 싸웠던 교룡은 온몸이 미끄러운 점막으로 뒤덮여 있어 [일체 분쇄]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주먹이 미끄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악마들도 마찬가지다.
악마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성의 방어막은 [일체 분쇄]의 사용을 방해한다. 지난번에 페넥스를 상대로 [일체 분쇄]를 쓰지 못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다.
성자의 철권으로 마성의 방어막을 중화할 수는 있지만, 페넥스 같은 고위 악마의 방어막을 완전히 날려 버릴 수는 없다.
그런 상태에서 [일체 분쇄]가 정확하게 들어갈 리가 없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강유진은 결국 페넥스 상대로 [일체 분쇄]를 시도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강유진은 페넥스와의 싸움을 계속해서 되새겨 봤다.
페넥스는 뒤랑달로 두 조각 내도 죽지 않았다.
물론 페넥스의 재생 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테니 똑같은 짓을 여러 번 하면 결국 죽겠지만, 페넥스 상대로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뒤랑달의 원래 주인이었던 천상운이라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천상운은 싸움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이죽헌한테 뒤랑달을 장비시켜서 싸우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죽헌 본인은 별로 자신이 없어 보였다.
이현제의 ‘금뢰(禁雷)’로도 페넥스를 쓰러뜨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팔부중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페넥스를 단독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은 현재의 수도권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하나, [일체 분쇄]를 제외하고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강유진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제갈금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호신강기…….’
제갈금에게서 배운 [호신강기] 스킬은 내적인 힘을 끌어올려 그걸 자기 몸에 두르는 기술이다.
가르침을 구하자, 제갈금은 일단 이 호신강기부터 연습시켰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연습한 결과,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몸에 두를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제갈금은 앞으로 실전에서 호신강기를 사용할 때는 그렇게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렇게 많은 기(氣)를 한꺼번에 뿜어내고 있으면 순식간에 기력이 고갈되니까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오랜 시간 동안 내공(內功)을 축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금방 동이 난다고 했던가.’
호신강기 수련을 마친 뒤, 제갈금은 이제 자기 몸 안에 내재된 기운을 끌어내는 건 익숙해졌을 거라고 말했다.
본래 화성문의 계약자들은 대부분 이런 ‘무공’ 스킬로 자기 몸에서 생체 에너지를 끌어올려 싸우고 있었다. 딱히 몸집도 크지 않은 이시온이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것도 다 이런 무공의 힘이다.
하지만 충분한 내공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빠르게 체력이 고갈되는 문제점이 있고, 강유진은 이미 충분한 근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기를 끌어올리는 스킬은 그동안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호신강기] 스킬을 습득하면서 강유진은 비로소 자신에게 내재된 생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 동료들도 금방 뒤를 따라가게 해 줄 테니!”
사자 머리의 악마가 포효하면서 돌진해 왔다.
그 엄청난 기세를 두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면서, 강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뒤랑달을 투척했다.
“어리석은 놈!”
아리오크는 자신의 검으로 뒤랑달을 튕겨 냈다.
그사이 강유진은 [회보] 스킬을 사용해 아리오크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갔다.
“똑같은 수법 따위!”
아리오크가 비웃는 듯이 소리치면서 검을 치켜들었다.
이미 아리오크는 강유진이 원을 그리는 궤도로 자기 측면을 노리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그걸 그대로 받아 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측면을 노리는 강유진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 아리오크의 칼날이 엄습한다.
[당신의 계약 성좌 ‘무명의 왕’에게서 가호(특대)가 내려집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5분 동안 대폭 상승합니다!]‘회보…… 이연보(二連步)!’
한 번 더, 이번에는 조금 더 작은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강유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천상운의 허를 찔렀던 이 연속 풋워크라면 아리오크한테도 통할 거라고.
그리고 확신은 맞아떨어졌다.
아리오크의 칼날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
아리오크가 숨을 삼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살짝 허를 찔려서 나온 반응일 뿐이다. 아리오크는 딱히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그 자신만만함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강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성의 방어막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건 신성력만이 아니다.
현상대계의 물리 법칙을 초월한 힘이라면, 신성력과 비슷한 원리로 악마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다른 세계의 물리 법칙을 파훼할 수 있다.
즉…… 내공이라면 가능하다.
강유진의 육체에 내재되어 있던 생체 에너지가, 본래 이 현상대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내공’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호신강기] 스킬처럼 몸에 둘러 방어용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앞으로 뻗는 주먹에 담아서 일점집중, 그리고 순간적으로 방출.
제갈금이 SS급 계약자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서 개발하였으나, 육체적 한계 때문에 결국 본인은 쓰지 못하고 있는 스킬.
이름은 [화천대뢰(華天大雷)].
주먹이 갑옷을 뚫고 몸통을 강타한 순간, 강유진의 온몸에서 끌어올린 기가 벼락처럼 분출했다.
“오오오……!”
아리오크의 갈기가 곤두섰다.
온몸을 엄습하는 강렬한 기운에 갑옷이 모조리 깨져 나가고…… 그 몸을 뒤덮고 있던 마성의 방어막까지 쓸려 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끝이다.”
주먹을 그대로 아리오크의 몸통에 댄 채, 순간적으로 온몸의 관절을 비튼다.
관절의 움직임에서 발생한 운동 에너지를 [발경] 스킬로 증폭시켜 주먹에 전달, 팔을 휘두르지 않고도 주먹이 닿은 상태에서 타격력을 발생시킨다.
이것이야말로, 피나는 노력 끝에 완성한 ‘마신급 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한’ 2연격.
그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있는 강유진의 각성 스킬이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