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소란 (3)
어둠을 가르고 수리검이 날아왔다.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지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유진은 어려움 없이 피하면서 움직였다.
‘숫자는 여섯? 아니, 더 있는 건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닌자의 숫자는 여섯 명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겠는데……!’
특별한 수련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스킬의 효과인지, 닌자들에게서는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기척까지 잘 느껴지지 않으니, 강유진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여섯 명의 닌자가 가하는 포위 공격.
하지만 강유진은 [회보] 스킬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그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스킬 사용 중에 스쳐 지나간 닌자 한 명을 주먹으로 때려눕혔다.
‘하나.’
순식간에 동료 하나를 잃은 닌자들이 주춤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강유진은 주저 없이 다리를 치켜들어 근처에 있던 닌자 하나를 걷어찼다. 그 닌자는 날아가서 상가 셔터에 처박혔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둘.’
그대로 몸을 돌리면서 배후를 노리던 닌자 하나에게 화성문식 첩산고를 작렬시켰다. 쾅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간 그 닌자는 동료 하나와 충돌하면서 땅을 굴렀다.
‘셋, 넷.’
이어서 단검을 든 닌자와 낫을 든 닌자가 달려들었다.
앞으로 나선 단검 닌자에게 주먹을 날리려 했지만, 곧바로 다른 닌자가 낫을 던졌다. 사실 그 낫은 사슬이 달려 있는 사슬낫이었다.
교묘하게 움직인 사슬이 강유진의 팔을 휘감았고,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방해당한 강유진에게 단검 닌자가 달려들었다.
‘다섯.’
하지만 강유진은 사슬을 무시하고 단검 닌자의 얼굴에 주먹을 처넣었다.
그리고 팔을 움직여 사슬낫을 던진 닌자를 끌어당겼다.
닌자는 발버둥 치면서 저항했지만 근력의 차이가 명백했다.
결국 질질 끌려온 닌자는 강유진의 발에 머리를 차이고 그대로 기절했다.
‘여섯…… 이대로 끝인가?’
그 순간, 강유진의 시야 구석에서 그림자 하나가 휙 하고 지나갔다.
강유진은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하지만 그 직후, 강유진은 등에서 통증을 느꼈다.
‘수리검……?’
상처는 깊지 않다.
라이더 슈트 타입의 방호복을 뚫은 걸 보면 꽤 좋은 무기 같지만, 살짝 피부를 상처 입혔을 뿐이다.
하지만 그 부위가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독입니다.”
그리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닌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움직이기 어려울 겁니다.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10분 이내에 목숨을 잃게 되죠.”
“당신은…….”
남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건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에는 끔찍한 칼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츠시타 소이치로…….”
“네.”
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주위에 쓰러져 있던 닌자들이 전부 모래처럼 흩어졌다.
“환상대계의 인법(忍法)입니다. 현상대계에 전해져 내려오던 인술(忍術)하고는 다른, 초월적인 술법이죠.”
“……결국 나는 당신이 만들어 낸 분신들하고 싸우고 있었던 건가?”
“그렇지요.”
강유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기척이 잘 안 느껴진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여섯 명 전부 다 분신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물론 분신 하나하나의 힘은 약했지만, 이 정도 술법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일반적인 계약자는 기습당하면 대응하지 못하겠는데? 암살 특화인가?’
케이토가 데려온 인물이니 나름대로 실력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왜 나를 습격한 거지?”
“웃기는군요. 모르겠습니까?”
“전혀 모르겠는데. 케이토가 명령을 내렸나?”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갑자기 그가 소리를 질렀다.
“……한국하고는 달리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습니다. 성으로 부르는 게 기본이고, 만나자마자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 그런가.”
“한국에서도 성 빼고 이름만 부르는 건 좀 가까운 사이에서나 해당되는 얘기 아닙니까? 지금도 다들 ‘강유진’ 이렇게 부르지 ‘유진아’ 이렇게 부르지는 않을 텐데요.”
“……좀 그렇긴 하네.”
이죽헌이 ‘유진아’라고 부른다든가 석태준이 ‘유진 씨’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어색했다.
“그럼 다음부터는 사이온지라고 부를까?”
“사이온지 님 혹은 사이온지 씨라고 부르십시오!”
“깐깐하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마츠시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유진 님, 당신…… 주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셨죠?”
“뭐?”
“시치미 떼지 마시죠!”
“……아.”
그러고 보니 한밤중에 싸우면서 주먹으로 얼굴을 치긴 했다. 그 뒤에 케이토가 입에서 피를 뱉었던 게 기억난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입안이 좀 까진 것 같았는데.”
“그게 그거입니다! 감히 그분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피를 흘리게 하다니……!”
“잠깐, 그건 내가 시비를 건 게…….”
케이토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서로 동시에 주먹을 날리며 싸움을 시작했었다.
“뭡니까? 변명해 보시죠.”
“그게…… 음…….”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 같군요.”
“아니, 근데 내가 일방적으로 케이토한테 덤벼든 것도 아니고.”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마츠시타가 인상을 쓰니 얼굴의 칼자국이 일그러지면서 매우 험상궂은 분위기가 되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용서해 주려고 했지만, 이거 안 되겠군요. 주군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관계없습니다. 여기서……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
“……결국 당신 독단적인 행동인 건가.”
처음에는 케이토가 뒤통수를 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마츠시타의 개인적인 행동이라는 걸 알고 오해는 풀렸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중독되어 고통에 몸부림치도록 하시죠, 강유진.”
그렇게 말하며 마츠시타가 강유진을 빤히 쳐다봤다.
“……가만, 왜 아직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거죠?”
“아, 그건 말이야.”
“뭡니까?”
“나는 웬만한 독은 안 통해.”
“……네?”
등 근육에 힘을 줘서 수리검이 떨어지게 한 뒤, 땅을 박찼다.
마츠시타가 당황하면서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민첩하기는 해. 이죽헌 이상인가?’
만약 마츠시타가 이대로 도망치면 붙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유진은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다.
“독이 안 통하다니, 무슨……!”
“네 주군도 독 안 통하지 않아?”
“……!”
[회보] 스킬을 사용해 마츠시타가 움직일 경로로 파고들어간다.마츠시타의 움직임을 예상해 주먹을 뻗었지만, 주먹이 닿은 순간 마츠시타의 몸이 모래처럼 흩어졌다.
“진짜 별의별 술법을……!”
“저는 A급 성좌 ‘십용사의 필두’ 사루토비 사스케와 계약한 몸! 이 정도 인법은 자유자재입니다!”
“누군지 몰라!”
그렇게 대꾸하며 강유진은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사각에서 날아온 수리검이 팔에 박혔다. 팔을 들지 않았으면 얼굴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위력은 별로 강하지 않아.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이렇게 계속 공격을 허용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또한 마츠시타에게 강력한 비장의 무기가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강유진은 [호신강기] 스킬을 사용해 육체를 보호하며 인벤토리에서 철퇴를 꺼냈다.
그리고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철퇴를 사방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웃……!”
분신은 그렇다 쳐도, 인간이 갑자기 모래처럼 흩어지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인법의 정체는 그냥 눈속임일 것이다. 급속도로 이탈하면서 환상을 보여 줘 시선을 빼앗은 뒤, 사각에서 공격을 가하는 게 분명했다.
‘이탈할 공간조차 없애 버리면 돼!’
마법 같은 걸 쓸 수 없는 강유진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범위공격…… 철퇴를 크게 회전시켜 마츠시타가 도망갈 공간을 뺏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이었다.
“어떻게 저런 육중한 무기를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앗!”
급기야 마츠시타의 발목이 철퇴의 쇠사슬에 휘감겼다.
“인법으로 발목이나 빼 보시지!”
마츠시타는 전형적인 민첩 특화 계약자다. 강유진의 근력 앞에서는 제대로 저항조차 못 했다.
쇠사슬로 휘감은 채, 강유진은 마츠시타를 내동댕이쳤다.
“으아악!”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힌 마츠시타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 * *
“가, 강유진 씨. 무슨 일이에요?!”
소란스러운 걸 듣고 달려왔는지, 석태준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 사람, 일본의 마츠시타 씨?! 아니, 왜 그 사람을……!”
“이 사람이 날 죽이려 했어.”
“네? 아니, 또 왜…… 강유진 씨, 뭐 잘못한 거 있어요?”
“너까지 나한테 그러냐.”
마츠시타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깔아뭉갠 채, 강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 그러면 마츠시타.”
“큭, 이런 꼴을 당하다니…….”
마츠시타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당신을 죽여도 돼. 당신은 나를 습격해서 독 묻은 수리검까지 던졌으니까.”
“큭…….”
“하지만 중요한 협상이 진행 중이고, 여기서 당신을 죽이면 안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강유진은 석태준을 쳐다봤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걸 저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그래도 이걸 그냥 용서해 주면 좀 그렇잖아. 혼을 내 줘야지.”
“음…… 뼈라도 부러뜨리면 어떨까요?”
“너무 티 나잖아. 다른 사람들이 왜 다쳤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해.”
“실수로 호텔 방문 닫다가 끼었다고 말하라고 하면 되죠.”
“음…….”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였다.
“고민 중이신 것 같네요.”
바로 그때.
근처 상가 지붕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좋은 새벽이네요.”
중국풍 의상을 입은 요염한 여성…… 달기였다.
한때 세상을 어지럽혔던 구미호지만, 지금은 개심하여 강유진과 마찬가지로 ‘무명의 왕’을 섬기고 있다.
“그 일본인을 혼내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저한테 넘겨주시죠? 안 그래도 일본 쪽 사정을 조사하라는 명령도 받았거든요.”
“일본 쪽 사정을 조사하라는 명령? 그분의 명령인가?”
“네, 그렇죠.”
“그런 건…….”
“고문 같은 건 아무래도 제가 더 잘할 것 같지 않나요?”
“…….”
“그럼 결정이네요.”
달기가 지붕 위에서 내려와서 마츠시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마츠시타가 달기의 요염한 미모와 노출도가 높은 옷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나이가 꽤 있으면서 의외로 순진한 건가.
“아, 뭔가 기대하고 계신가? 하지만 안타깝네요! 저는 최근 청순한 이미지로 컨셉을 바꿔서 말이죠! 옛날 같았으면 두근두근 섹시하고 기분 좋은 고문도 했겠지만 이제는 안 해요!”
그렇게 말한 뒤, 달기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마츠시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 대신 잔뜩 고통스럽게 해 드릴 테니까, 기대하세요. 어쩌면 중간부터 고통이 쾌락으로 바뀔지도?”
“……!”
“우리 쪽에 정보를 다 털어놓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으면 서로 불편해질 테니, 구체적인 기억은 고문이 끝난 다음 지워 드릴게요. 하지만 한동안 잠들 때마다 악몽에 시달릴 수는 있으니까 그 부분은 각오해 두세요.”
“자, 잠깐만! 이봐! 강유진! 나 좀 봐! 나 좀 보라고!! 으으윽!”
강유진이 시선을 돌리며 외면하자, 마츠시타가 마지막 발악으로 무슨 인법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달기가 발끝으로 툭 건드리니 힘없이 축 늘어졌다.
“자, 그러면 데리고 갈게요. 아침이 되기 전에 호텔에 데려다 놓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래…… 잘 부탁할게.”
마츠시타에게 동정심을 느끼면서, 강유진은 마츠시타를 끌고 가는 달기를 배웅했다.
“강유진 씨……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석태준, 일본인들을 만날 때는 이름을 막 부르면 안 돼. 성으로 불러야 된다고.”
“아, 그런가요? 몰랐네요.”
“자칫하면 닌자한테 습격당하는 수가 있어.”
“……헛소리하지 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요. 닌자는 만화에서나 나오는 거라고요.”
“진짠데.”
더 자세히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강유진도 졸렸기 때문에 그냥 석태준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