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소란 (4)
“달기가 전달해 달라고 한 얘기는 이게 끝입니다, 무명 님.”
“그래, 고마워.”
49호의 얘기를 들은 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사이온지 케이토…….’
지금 허공에 투영된 화면에는 케이토가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이 표시되고 있었다.
계란과 베이컨, 팬케이크로 전형적인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먹고 있다. 딱히 일본인이라고 해서 일본식 아침 식사를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저 사람도 참 특이한 사람이네요.”
“그래?”
“네, 명색이 한 나라의 대표인데 직접 서울까지 왔잖아요. 천상운처럼 파격적인 타입일까요? 아니면 강유진과 비슷하게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성격인지?”
“……글쎄.”
강유진과 비슷하다는 건, 의외로 정곡을 찌른 말일지도 모른다.
‘벨리알의 정보가 맞다면, 사이온지 케이토는 강유진과 같은 존재야.’
지난번에 만났을 때, 벨리알은 천화 유신회의 사이온지 케이토가 소체 중 한 명이라는 얘기를 해 줬다.
하민아가 다른 소체들을 움직여서 강유진과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충돌하게 될 건 케이토라는 것도.
‘어젯밤에 케이토와 강유진이 싸운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작은 목소리로 말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엿듣지 못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예 작정하고 강유진한테 달려들면 처리하기 쉬울 텐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것도 어려워.’
만약 케이토가 강유진을 죽이겠다고 대놓고 달려들면 그냥 케이토를 죽여 버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 케이토는 천화 유신회 차원에서 팔부중에게 협력을 제안하러 찾아온 것이다. 또한 지금 당장은 강유진하고도 결판을 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런 식이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 케이토가 언제든지 돌변해서 덤벼들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49호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무명 님……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상황, 강유진 쪽 진영에게 불리한 거 맞죠?”
“그렇지, 이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천화 유신회가 한국 지역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천화 유신회를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말이죠. 그랬다가 그걸 빌미로 일본에서 침공해 올 수도 있고.”
49호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츠시타 소이치로가 강유진을 습격한 기억도 다 지워 놓았으니까, 그걸 빌미로 압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소체 문제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천화 유신회의 제안부터 대처해야겠지. 그러면 케이토도 다른 움직임을 보일지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49호.”
“네, 무명 님.”
“주민하한테 얘기 좀 전해 줘.”
“주민하한테요?”
“그래. 이런 건 주민하에게 얘기하는 편이 나으니까. 아, 마태수도 불러 달라고 해.”
나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천화 유신회의 제안은 이렇게 맞받아치면 될 거야.”
* * *
“……그런 점을 고려하면, 팔부중 측에서 저희 쪽에 이런 규제를 부여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천화 유신회의 교섭 담당인 마츠시타 소이치로의 단언에, 팔부중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 오전까지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지혜를 모았지만, 결국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제 대표.”
“음…….”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천화 유신회의 협력을 얻고 싶다.
하지만 향후 천화 유신회가 한국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막고 싶다.
팔부중들은 이걸 양립해야만 했다.
“저희 천화 유신회는 꼭 이번 공동 작전을 성사시키고 싶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건은 받아들여 주셔야 합니다. 만약 이 정도도 못 해 주겠다고 하신다면…….”
마츠시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화 유신회 입장에서는,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 되겠지요.”
“…….”
마츠시타의 말은 사실상 협박이었다.
이번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걸 명분 삼아 무력 침공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저희로서는, 한국의 계약자분들과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만…….”
“네…….”
요즘 세상에는 국제기구도 없고 조율자 역할을 하는 절대강국도 없다.
그래서 오로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좌들이 하늘 위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큰일을 벌이려면 명분을 갖추는 편이 유리하다. 그래야 성좌들의 지원을 받기 쉬우니까.
만약 성좌들이 ‘아무래도 저쪽에 명분이 있는 것 같은데? 저쪽을 응원해 줘야겠다.’ 하고 한쪽으로 쏠리면 그쪽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천화 유신회는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특별히 협력해 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약간의 양보도 해 주지 않아서 결렬되었다고 해 버리면…… 팔부중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양쪽의 관계가 악화되어 무력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천화 유신회 쪽이 정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양국 간의 복잡한 국가 감정 같은 걸 성좌들이 이해해 줄 리도 없고 말이다.
“이것 참…… 너무 갑작스러워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군요.”
“너무 늦어지면 판데모니움에 재정비를 할 시간을 주게 되어 버립니다. 오늘 내로 결정해야 합니다.”
마츠시타는 계속해서 팔부중을 압박하고 있었고,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실례합니다.”
그때 회의실 안에 두 남자가 들어왔다.
자리에 없었던 마태수, 그리고 주민하였다.
“죄송합니다만, 자료를 하나 나눠 드리겠습니다.”
마태수가 말하자, 주민하가 이현제와 제갈금, 원필소, 신민유에게 서류를 하나씩 건네줬다.
“이게 뭐죠?”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실 오늘 아침 일찍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말입니다.”
“가만있자…….”
“음?”
“이건……!”
서류를 받은 팔부중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보고, 마츠시타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팔부중들은 서로 눈짓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뭔가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뭡니까?”
“……마츠시타 씨.”
그때 이현제가 입을 열었다.
“조금 상황이 바뀐 것 같습니다.”
“네?”
“개성 탈환 작전과 관련된 정보가 새로 들어왔는데, 기존 작전을 전부 폐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자 주민하가 다가와서 마츠시타에게 프린트물을 건네줬다.
“다른 분들과 같은 자료입니다.”
“무슨 내용입니까?”
“총 세 가지 내용입니다.”
“……세 가지?”
마츠시타는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개성 지역의 새로운 기밀 정보입니다.”
“잠깐만, 이건…….”
“두 번째는 개성 지역에 새로 발생한 이벤트에 대한 것입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리고 세 번째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츠시타는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치켜들었다.
“이게 대체…….”
“마츠시타 씨.”
“이, 이현제 대표!”
“프린트를 대충 훑어보셨으니, 이제 아셨겠죠. 상황이 바뀐 것 같습니다.”
방금 전하고는 달리, 이제는 이현제 쪽에 더 여유가 있었다.
“저희 팔부중은 50명 이하의 정예 멤버만을 개성 탈환 작전에 투입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1천명이나 되는 원군은 필요 없습니다.”
그 말에 마츠시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마츠시타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의실 책상을 손으로 쳤다.
“50명 이하로 개성을 탈환한다? 결코 실현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강유진 일행은 단 4명으로 사리원에 쳐들어가서 사령관을 죽였습니다.”
“그건 테러, 암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도시를 완전히 제압하고 영토로 삼으려면 제대로 된 군대를 투입해야 합니다!”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이현제는 서류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이 서류에는 개성 지역의 온갖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판데모니움 측의 전력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어디가 가장 취약한지, 특히 그 ‘지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런 정보들이 아주 자세히 담겨져 있죠.”
“그 정보들, 신뢰할 수는 있는 겁니까? 애초에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겁니까?”
“그 부분은 저쪽 마태수 씨에게 물으시면 될 것 같군요.”
그 말을 듣고 마츠시타가 다급히 마태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마태수는 여유로운 태도로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마태수 씨,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판데모니움 전문가입니다. 이 정도 정보는 얻어 낼 수 있지요.”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어 낸 거죠?!”
“하하, 그런 건 기밀입니다. 함부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러면 이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마태수가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유진 일행이 사리원을 공략하고 페넥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도, 여기 마태수가 제공해 준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보기에 마태수 씨 정보는 신뢰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걸 안 믿으면 누구 정보를 믿느냔 말이죠.”
제갈금과 원필소, 신민유가 한마디씩 하자, 마츠시타는 할 말이 없어진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츠시타 님.”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주민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말씀드린 두 번째 사항…… 개성 지역에서 새로 개최될 이벤트가 더 중요합니다.”
“그, 그렇지!”
마츠시타가 다급히 서류를 뒤적거렸다.
“이것도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합니까?”
“50명 이하의 계약자가 참가하여 개성 지역을 함락시키라는 이벤트라니…… 매우 부자연스럽지 않습니까!”
그렇다.
주민하가 가져온 서류에는, 이제 개성에서 개최될 이벤트 정보가 적혀 있었다.
개성 탈환 작전에 맞춰서 준비된 이벤트인 듯, 개성 지역의 판데모니움 세력을 축출하는 것이 이벤트 클리어 조건이었지만…… 50명 이하의 계약자만 참가하라는 특수한 조건이 달려 있었다.
“마츠시타 님, 서류를 보시면 이 이벤트는 클리어 보상이 매우 좋습니다. 어차피 우리들은 개성 탈환 작전을 진행해야 하고, 이 이벤트의 조건을 만족시키며 진행하고 싶습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왜 이 타이밍에 갑자기 이런 이벤트가 실시되냐는 얘기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 떼지 마셨으면 좋겠군요…….”
마츠시타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쪽에서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걸 막기 위해, 그쪽에서 인위적으로 꾸민 일 아닙니까?”
“……마츠시타 님.”
주민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기밀 사항이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고 하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S급 성좌 ‘무명의 왕’…… 저희들의 계약자이기도 한 그 성좌가, 여러 성좌들의 협력을 얻어 판데모니움 축출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마츠시타가 숨을 삼켰다.
“높으신 분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저희 같은 존재들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만…… 지난번 사리원 침입도 그분이 그린 그림으로 진행된 일입니다.”
“…….”
“그분은 개성 탈환 작전에도 깊게 관여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 입장에서는 거기에 묻어가고 싶습니다.”
“묻어가고 싶다……?”
“그분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주민하가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 ‘무명의 왕’이 이런 조건을 설정한 게, 말씀하신 대로 천화 유신회의 참여를 방해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명의 왕’이 그렇게 결정한 거라면 거기에 따르는 게 옳다고 봅니다. 개성을 탈환하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 테니까요.”
“으음…….”
“마츠시타 님, 제가 계약한 성좌이긴 하지만, 그 성좌는 매우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많은 개입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민하가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으으으음!”
마츠시타가 입술을 깨물면서 뭔가를 인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마츠시타가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지만, 바로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케이토도 입을 열었다.
“마츠시타, 됐다.”
“주, 주군!”
“이렇게 됐는데 우리 쪽 입장만 강요할 수는 없지.”
“하지만…….”
“마츠시타.”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마츠시타에게 케이토가 눈짓을 하자, 마츠시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알겠습니다!”
“좋아.”
케이토가 고개를 끄덕인 뒤, 이현제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현제, 그러면 이렇게 하지.”
“…….”
“천화 유신회에서는 계약자 다섯 명을 보내겠어. 그 50명 중에 포함시켜 줘.”
“다섯 명…… 말입니까?”
“그래, 1천명을 보내는 건 포기하지. 다만 조금이나마 참여할 수 있게 해 줘. 우리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체면을 구기게 되니까 말이야.”
“그 정도라면…….”
이현제가 주위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정보가 있다고 해도 어려운 싸움이 될 거야. 정예 중의 정예를 보낼 테니, 분명 도움이 되겠지.”
“……네, 알겠습니다.”
“좋아.”
케이토가 고개를 끄덕인 뒤, 주민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주민하라고 했던가?”
“네.”
“너희들 성좌…… 상당한 수완가인 것 같군. 일반적인 성좌들은 이렇게 재빠르게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그렇게 말한 뒤 케이토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유진뿐만이 아니군. 그 성좌도 만만치 않겠어.”
“…….”
그 말을 남기고, 케이토는 자리를 떴다.
* * *
“주, 주군!”
회의실을 나서는 케이토를, 마츠시타가 다급히 따라왔다.
“주군,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협상을……!”
“협상은 끝이다, 마츠시타.”
케이토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던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네? 그, 그건…….”
“잠을 잘못 잤나? 평소처럼 날카롭지 않았어.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당황하는 마츠시타 앞에서 케이토가 담담히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들의 패배라고 할 수 있겠군.”
“주, 주군에게 패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라, 마츠시타.”
“주군……!”
“어차피 우리 쪽 계약자 1천 명을 이곳에 들여보낸다는 건 늙은이들 계획이었지. 나는 원래 내키지 않았어.”
“그건…….”
“진정한 승패는 다른 곳에서 갈릴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케이토는 호텔 복도를 거침없이 걸어갔다.
“개성 탈환 작전…… 거기서 강유진과 진정한 승부를 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