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하르마게돈 (2)
“으, 윽……!”
건물 잔해 속에서 크리스티나는 몸을 일으켰다.
산산조각 난 줄 알았던 육체는 멀쩡했다. 재생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육체 자체는 무사했다.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밤이 되어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나의, 힘은…….”
온몸에 충만해 있던 기운.
바엘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판데모니움 전역에 나무뿌리를 뻗어 흡수한, 그 막강한 힘들.
그것들이 전부 몸 안에서 사라져 있다.
지금 크리스티나의 몸은 루시퍼의 육체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소체였다.
“나의…… 격(格)이…….”
그뿐만이 아니다.
성유물과 마신급 악마를 통해 획득한, 막대한 영적인 에너지.
그것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지금 크리스티나는 루시퍼처럼 영적으로 격이 높은 존재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
“아니, 이건……!”
크리스티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분명히 지금 크리스티나는 루시퍼의 힘을 잃었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사라진 건 아니다.
크리스티나의 몸에서 빠져나왔을 뿐, 주위에 충만해 있다.
“하, 하하……!”
크리스티나는 심호흡을 했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막강한 에너지가 그대로 다시 흡수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다시 흡수할 수 있어……!’
이대로 계속 에너지를 흡수하면, 다시 루시퍼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크리스티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멍청이 같으니라고……!”
크리스티나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어 댔다.
이렇게 도시 하나를 희생시켜야 했을 정도로 거대한 계획을 꾸몄으면서, 무명의 왕은 실패한 것이다.
“무명의 왕, 이 멍청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크리스티나는 환희에 몸을 떨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무명의 왕이 준비한 마법 의식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의 숨통을 끊지도 못했고, 크리스티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지도 못했다.
“스크린 속에서 열심히 잘난 척했으면서…… 아하, 아하하하하!”
멀린도 헤라클레스도 무의미하게 자신을 희생한 게 되었다.
개죽음 그 자체인 것이다.
“꼴좋다, 꼴좋다, 꼴좋다고……!”
이제 더 이상 무명의 왕이 꾸미는 쇼에 어울려 줄 이유가 없다.
그냥 이제부터는 그냥 벌레처럼 짓밟아 죽이면 된다.
지금 무명의 왕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일대를 모조리 날려 버리면 그냥 거기에 휘말려 죽을 것이다.
“내가 전부 심판해 주겠어, 너희들 모두……!”
그렇게 소리치면서, 크리스티나가 두 팔을 벌렸을 때.
“심판받는 건 너야, 크리스티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건물들 잔해를 밟고, 한 남자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강유진……?”
“그래, 나야.”
강유진.
무명의 왕의 계약자이자, 루시퍼의 소체 중 하나.
굴복시켜서 자기 노예로 삼아야겠다고 크리스티나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그 남자가…… 홀로 어둠 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 마법 의식이 실패한 걸 깨닫고, 무명의 왕이 너를 보냈구나?”
크리스티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그래, 결국 무명의 왕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건 강유진 너밖에 없지. 결국 그 남자는 강유진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
“강유진, 너도 슬슬 정떨어지지 않아? 결국 무명의 왕은 자기 계획이 실패하니까 전부 다 너한테 떠넘긴 거잖아. 아주 무책임한 남자지.”
그렇게 말하며 크리스티나는 자기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 강유진. 기회를 줄게.”
“기회?”
“내 발을 핥으면서 충성을 맹세한다면, 내가 너를 거둬들여 주겠어. 이제부터는 무명의 왕이 아니라 나를 섬기도록 해.”
“…….”
“거절해도 소용없어. 너를 굴복시킨 뒤, 강제로 하게 만들면 되니까.”
이미 크리스티나는 힘을 상당 부분 되찾은 상태였다.
지금 회복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유진을 압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크리스티나는 자신만만하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거절하겠어.”
“아, 그래?”
강유진의 대답에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크리스티나는 여유로웠다.
“그러면 역시 강제로 하는 수밖에 없겠네.”
크리스티나는 한쪽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주위에 충만해 있는 기운을 손바닥 안에 모았다.
“이 정도로는 죽지 않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강렬한 에너지의 칼날을 강유진에게 날렸다.
아마 강유진이라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기는 해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콰앙!
섬광, 그리고 폭음.
하지만 그 이후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크리스티나가 예상했던 것하고는 전혀 달랐다.
“……어?”
뭔가 이상했다.
강유진이…… 멀쩡히 서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시험 삼아 다시 한번 에너지의 칼날을 날렸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강유진이 맨손으로 그 칼날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확인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강유진의 힘으로 이 공격을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을 터였다.
“궁금해?”
강유진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유를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거지?”
“그래,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강유진이 다가왔다.
그리고 천천히 팔을 치켜들었다.
“무명대법, 굉천패룡(轟天覇龍).”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는 강유진의 주먹이 자신의 가슴에 꽂히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윽……!”
강유진에게서 분출된 막강한 기운이 크리스티나를 집어삼켰다.
그 기운에 휩쓸려 크리스티나는 뒤로 밀려났고, 남아 있던 건물 벽에 격돌했다.
콰콰쾅!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그 잔해가 크리스티나 위에 쏟아졌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방금 이건 강유진이 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이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 그 공격은…… 현재의 크리스티나와 완전히 동격의 공격이었다.
“가, 강유진…….”
크리스티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강유진을 불렀다.
“강유진, 너…….”
“…….”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강유진은 냉정한 표정으로 크리스티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명의 왕의 계획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뭐, 뭐라고……?”
“그래.”
강유진이 천천히 걸어왔다.
“너는 아까 무명의 왕이 실패했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
“실패한 게, 아니라고?”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무명의 왕이 의도했던 것이니까.”
다시 한번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도 주먹은 닿지 않았지만, 그 기운은 크리스티나의 몸통을 정확히 강타했다.
“크, 윽……!”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가, 강유진, 너…….!”
비틀거리면서 크리스티나는 소리쳤다.
“내 힘을, 이 주위에 흩어져 있는 내 에너지를…… 훔쳐 쓰고 있는 거구나……!”
이제야 이해했다.
크리스티나도, 강유진도, 똑같은 소체다.
크리스티나가 할 수 있는 일은…… 강유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훔쳐?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여기 있는 그 무엇도 네 본래의 것이 아니잖아.”
“아니야! 이건 나의 것이야! 내가 손에 넣은, 루시퍼를 재현한 힘이야!”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미 네 손에서 벗어났어.”
“그렇지 않아!”
“무명의 왕이 동료들과 함께 준비한 거대한 마법 의식이, 네 몸에 주입되었던 모든 에너지를 해방시킨 거야.”
“……!”
무명의 왕은 실패했던 게 아니다.
이런 결과가 될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이다.
크리스티나의 몸에 주입되었던 마력이나 생명력, 영적 에너지 등을 모조리 없애 버릴 수는 없다. 또한 루시퍼 때처럼 자멸시키는 것도 바엘의 대처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명의 왕은 크리스티나에게 주입된 모든 에너지를 일제히 해방시키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 에너지를 그대로 빼앗아 사용할 수 있는…… 강유진이 있으니까.
“아아아아아!”
크리스티나는 절규했다.
정신을 집중해, 주위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막강한 기운이 크리스티나의 몸을 감싸, 갑옷이 되고 망토가 되고 날개가 되었다.
‘빨리 끌어모아야 해! 강유진한테 빼앗기기 전에, 모조리!’
다급히 기운을 끌어모으는 동안, 강유진이 다시 움직였다.
땅을 박차고 다가와, 진각을 밟으면서 주먹을 뻗었다.
“화천대뢰, 일순(一瞬).”
크리스티나의 동체 시력으로도 보이지 않는, 신속(神速)의 타격.
그것이 크리스티나의 몸통에 정확히 꽂혔다.
“으, 윽!”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버텼다.
몸 주위에 잔뜩 끌어모은 기운이 크리스티나의 육체를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자세를 유지하면서, 뒤로 크게 물러섰다.
“하아아앗!”
몸 안에 흡수할 시간조차 부족하다.
크리스티나는 몸에 두른 기운을 조종해 강유진을 공격하려 했다.
등에서 펼쳐진 날개가 강유진을 향해 깃털을 쏘아 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깃털 하나하나가 인간의 목숨 정도는 쉽게 빼앗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깃털을 수백 개 동시에 쏟아부었다.
아무리 강유진이라고 해도 이걸 전부 막아 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쇠구슬이 깃털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강유진이 인벤토리에서 철퇴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
크리스티나는 날개를 이용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깃털 형태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강유진한테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소리를 지르면서 크리스티나는 강유진에게 달려들었다.
몸에 두르고 있던 기운을 한곳에 모아서 검으로 만들었다.
절대적인 파괴력을 지닌 검으로 강유진을 일도양단하려 했다.
콰르릉!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크리스티나의 공격은 강유진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강유진의 뻗은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막강한 기운이, 검을 부수고 크리스티나까지 날려 버린 것이다.
“어, 어째서……!”
크리스티나는 당황스러웠다.
강유진이 루시퍼의 힘을 크리스티나와 동등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이해했다. 그건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강유진이 루시퍼의 힘을 쓰는 수준은 아무리 봐도 크리스티나보다 뛰어났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너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잖아?! 그런데 왜……!”
크리스티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절규했다.
하지만 강유진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대로 크리스티나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펼쳤다.
연속된 공격이 크리스티나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런 크리스티나를 향해, 강유진이 전력을 다한 주먹을 내질렀다.
강렬한 충격에 크리스티나는 땅을 굴렀다.
“어떻게 된, 거냐고…….”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크리스티나가 중얼거렸다.
“그게 그렇게 궁금해?”
“부탁이니까, 대답해 줘…….”
이해가 안 되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 크리스티나를 내려다보면서, 강유진이 말했다.
“[무명대법(無名大法)].”
“무, 명대법……?”
“남의 기운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활용하는 무공 스킬.”
“……!”
“그 무공을 나는 이 중국에서 배웠지. 스승님들한테서 말이야.”
강유진이 다시 주먹을 쥐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티나, 너와 나는 같은 소체야. 루시퍼의 힘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등하지.”
“가, 강유진…….”
“하지만 나한테는 무명대법이 있어. 그래서 주위에 충만해 있는 이 막대한 에너지를, 너보다 훨씬 더 잘 쓸 수 있지.”
크리스티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어둠 속에서 엄청난 양의 기운이 강유진을 향해 모여들고 있다는 걸.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서는…… 내가 너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해.”
“아…….”
크리스티나는 몸을 일으켰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강유진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아아아아!”
온몸의 혈관과 신경이 불타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기운을 끌어모으려 했다.
강유진에게 무명대법이라는 게 있다고 해도, 루시퍼의 힘을 다룬 시간은 자신이 더 길다.
그러니 결코 불리한 게 아니다. 결코 강유진에게 뒤지지 않는다.
“나는, 지지 않아……!”
폭발적인 기운이 솟구쳤다.
주위에서 끌어모은 막대한 에너지가 마치 용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에너지가 응축되어서인지, 피처럼 붉은색의 용이었다.
“강유진, 나는 너를 쓰러뜨리고, 이 세계의 정점에 서서…… 현상대계 최초의 성좌가 될 거야! 그러니 누구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강유진이 자세를 취했다.
“현상대계 최초의 성좌는 무명의 왕이라니까.”
“아니야, 그건 인정할 수 없어! 나는 인정하지 않아!”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강유진이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강유진에게 달려들면서,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하아아아아앗!”
“……화천대뢰, 무극(無極).”
강유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최강의 화천대뢰가 붉은 용을 꿰뚫고, 크리스티나에게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