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하르마게돈 (1)
쇼핑몰로 가는 길은 별다른 장애물이 없었다.
이곳저곳의 스크린에 무명의 왕의 얼굴이 표시되어 있는 게 기분 나쁠 뿐이었다.
‘악취미.’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크리스티나는 이런 짓을 그만두라고 요구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명의 왕이 악당답게 나온다면 그걸 받아 주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상의 싸움은 성좌들에게 엔터테인먼트인 거니까.’
성좌들이 계약자들을 지켜보는 건 결국 그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온갖 이유로 포장해 봤자, 결국 그냥 구경거리로 삼는 것에 불과하다.
크리스티나는 지크프리드가 소멸하면서 계약이 끊겼고, 무명의 왕은 계약자가 아니라 성좌지만…… 두 명 다 예전에는 계약자였고, 지금 성좌들의 구경거리인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성좌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무명의 왕이 세팅해 놓은 시나리오에 협력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생각했다.
이런 걸 언제까지고 지속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지금의 성좌들은, 선과 악으로 나눈다면 악에 속해.’
인간을 구경거리로 삼고, 그 운명을 조종한다.
그걸 악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할까.
‘성좌들도 숙청의 대상이 되어야 해.’
지상을 평정하면 그다음은 성령대계다.
어떻게든 성령대계로 올라가는 방법을 찾아내, 성령대계의 성좌들을 숙청할 것이다.
물론 모든 성좌를 학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한 성품을 지닌 성좌들은 남겨 둘 생각이다.
‘그리고 훗날 나 스스로도 성좌가 되어…… 다른 성좌들을 이끌고 전 우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이것이야말로, 크리스티나의 최종 목표다.
그걸 위해서라면 크리스티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물론 크리스티나도 알고 있다.
이런 목표를, 다른 인간들이나 성좌들은 결코 지지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절대적인 심판자로서 군림하겠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찬사 속에서 권좌에 오를 생각은 없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서 정점에 오를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진정한 영웅이 될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크리스티나는 쇼핑몰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8층짜리 건물로, 모든 플로어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역시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도 화면이 있군.”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벤트 등을 열 때 쓰는 듯한 넓은 공간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에 무명의 왕의 모습이 표시되어 있었다.
– 도착한 것 같군.
그는 여전히 중식 레스토랑에 앉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러면 슬슬 시작하도록 하지. 내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면 돼.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크리스티나는 슬쩍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안내도를 확인하여, 무명의 왕이 있을 중식 레스토랑이 5층 중앙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5층으로 올라가야 하나.’
크리스티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다가가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 사이에서 커다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멈춰라!”
기괴한 용모를 지닌 자들이었다.
갑옷을 입은 남자, 몸통에 뱀의 머리가 돋아 있는 남자, 표범 머리를 지닌 남자, 이렇게 세 명이 크리스티나를 가로막았다.
“72악마의 15번, 엘리고스다!”
“마찬가지로 72악마의 23번, 아이니일세!”
“이 몸은 72악마의 57번, 오세!”
엘리고스, 아이니, 오세…… 판데모니움의 마신급 악마들이었다.
“왜 여기서 악마들이 나타나지?”
“크리스티나…… 바엘 전하를 시해한 대죄인!”
엘리고스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여기서 바엘 전하의 복수를 할 것이다!”
“아, 그런가.”
이들은 아무래도 바엘을 추종하던 악마들인 듯했다.
바엘의 숨통을 끊은 크리스티나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 같았다.
“재해에서 목숨을 건졌으면 얌전히 숨어 있을 것이지……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 같은데.”
“웃기지 마라! 계집!”
엘리고스가 소리치자, 주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악마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마신급 악마는 아닌 듯했지만, 머릿수가 100을 넘었다.
“여기서 너를 해치워 바엘 전하의 원수를 갚고, 판데모니움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것이다……!”
“너희들에게 미래 따위는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크리스티나는 손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수십 개의 검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아아악!”
“아아악!”
악마들의 비명 소리가 쇼핑몰 안에 울려 퍼졌다.
엘리고스와 아이니, 오세가 다급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의 공격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하찮아.”
무명의 왕이 중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포섭한 모양인데, 이런 게 얼마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무명의 왕, 당신이 준비한 게 고작 이 정도인가?”
목소리를 높이자, 스크린 안의 무명의 왕이 미소를 지었다.
– 그럴 리가 없지. 계속해서 적이 나타날 테니까, 마음껏 즐겨 줘.
그 말과 동시에 새로운 악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꽤 많은 악마들을 구워삶은 듯했다.
“그러니까…… 소용없다니까.”
크리스티나는 다시금 공격을 펼쳤다.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 * *
화면 속에서 동족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레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그레모리는 판데모니움의 72악마이면서 판데모니움을 배신하여 인간에게 붙은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마들이 저렇게 죽어 나가는 모습을 마음 편히 볼 수는 없었다.
“마음이 아프신 것 같군요, 그레모리.”
그렇게 말을 걸었던 건, 그동안 그레모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던 마태수였다.
“동족들의 희생이 안타까우십니까?”
“그렇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예전에…… 벨리알과 김무명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가 있었죠.”
“…….”
“우리 악마들이 인간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솔선해서 피를 흘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레모리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얘기했던 것하고는 상당히 다른 구도가 되었지만…… 여러분의 요청을 받아들여, 많은 악마들이 전선에 나섰습니다.”
일련의 사태로 판데모니움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제는 인간들과 전쟁을 벌이키는커녕, 인간들의 보복을 받아 학살당하는 걸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마태수, 약속대로…… 시베리아 지역에 판데모니움 자치구를 설치하는 걸 추진해 주셔야 합니다.”
“약속은 지킬 겁니다, 그레모리.”
마태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명의 왕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으니까요.”
* * *
5층으로 올라오는 동안, 많은 장애물이 크리스티나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악마들이 나타났고,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좀비 같은 것들도 튀어나왔다.
트랩 같은 것도 있었고, 온갖 다양한 것들이 크리스티나의 전진을 방해했다.
‘슬슬 짜증이 나는데.’
물론 가장 불쾌하게 했던 건,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에 계속 표시되는 무명의 왕의 얼굴이었다.
무명의 왕은 계속해서 떠들어 대며 크리스티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자기가 무슨 최종 보스라도 된 것처럼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기가 준비해 놓은 장애물들을 하나씩 선보였는데, 하나같이 실속이 없다 보니 짜증만 났다.
“크리스티나, 표정 관리를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때 멀린이 다가와 속삭였다.
“많은 성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세계의 정점으로서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 줘.”
“나는…….”
“어쩔 수 없지. 아직 어린애니까.”
옆에서 헤라클레스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더 불쾌해졌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곧바로 감정을 추슬렀다.
“그래, 당신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어린애 같았네.”
“괜찮아. 이제부터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주면 되니까. 음, 이제 5층이군.”
피로 물든 에스컬레이터가 5층에 도달했다.
무명의 왕이 있을 중식 레스토랑은 바로 정면에 있었다.
“당신들은 뒤에서 기다려.”
“괜찮은 건가?”
“어차피 나 혼자서도 상관없잖아.”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멀린과 헤라클레스는 손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린과 헤라클레스를 데려온 건, 그들이 각각 마법사 계열 성좌와 전사 계열 성좌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액세서리인 것이다.
“당신들은 그냥 주위 경계나 해 줘.”
“하지만 크리스티나…….”
“모르겠어?”
크리스티나는 멀린을 쏘아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당신들이 있어 봤자 방해만 돼.”
“……알겠어.”
“뜻대로 해라.”
두 성좌들을 그렇게 후방에 내버려 둔 뒤, 크리스티나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 안은 스크린에 보이던 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구석 자리에는…… 무명의 왕이 앉아 있었다.
‘그래, 이건 함정이겠지.’
크리스티나는 무명의 왕이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간파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무명의 왕은 말하자면 미끼다.
크리스티나가 무명의 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혹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강유진이 나타날 것이다.
‘이 모든 건…… 강유진의 기습을 위한 거였어.’
그걸 알면서도, 크리스티나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강유진이 배후를 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의 크리스티나의 힘이라면 기습을 당한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강유진 말고 다른 적들도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겠지.’
지금 크리스티나는 그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설령 무명의 왕이 성배를 지니고 있고, 그 힘을 강유진에게 부여했다고 해도 자신 있었다.
성배가 강유진에게 영적 에너지를 부여했다고 해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판데모니움 전역에서 빨아들인 온갖 에너지를 흡수한 크리스티나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 나는 지금 생전의 루시퍼조차 능가하는 힘을 지니고 있어.’
크리스티나는 당당하게 걸어갔다.
엑스칼리버를 능가하는 검 마르미아도와즈를 뽑아 들고, 무명의 왕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군, 크리스티나.
하지만 그 목소리는 눈앞에 있는 무명의 왕에게서 들린 것이 아니었다.
레스토랑 내부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들린 것이었다.
“……?”
크리스티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무명의 왕은 그냥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TV 속에 있는 무명의 왕이……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는 걸까?
– 체크메이트.
그 순간.
크리스티나는 몸의 자유를 빼앗긴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
“무명의 왕, 당신은……!”
온몸을 조여드는 강렬한 기운을 느끼며, 크리스티나는 소리쳤다.
“스크린 속의 당신은, 녹화 영상이었던 건가……!”
그렇게 소리치자, 이제야 깨달았냐는 듯이 화면 속의 무명의 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 그래, 크리스티나.
– 내 목소리까지 녹화한 영상이 있고, 목소리 없이 내가 실시간으로 더빙을 해야 하는 영상이 있었지.
–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지만, 나한테는 49호라는 영상 편집 전문가가 있어서 말이야.
그동안 조금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위화감이 있다.
지금 들리는 목소리하고 입 모양이 일치하지 않는다.
방금 말한 ‘실시간으로 더빙을 해야 하는’ 영상일 것이다.
– 자, 그러면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설명해 줘야겠지.
– 너는 아마 내가 미끼가 되어 너를 유인한 뒤, 강유진한테 기습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 하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 짚은 거야.
– 왜냐하면 그 레스토랑에는 아무도 없거든. 단 한 명도 말이야.
– 쇼핑몰 다른 곳에도 없어.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맨 꼭대기인 8층까지, 아무도 없지.
– 애초에…… 이 도시에 살아 있는 인간은 너 말고는 아무도 없어.
이 도시 자체가, 크리스티나의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함정이었다.
– 너는 여기까지 오면서 온갖 장애물을 처리하고 내 목소리에 대꾸하느라 잔뜩 짜증이 나 있었겠지. 그래서 눈치채지 못 했을 거야.
– 건물 바깥, 도시 전역에서 거대한 마법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목소리를 들으며, 크리스티나는 모든 힘을 해방하려 했다.
지금 크리스티나는 이 건물은 물론 도시 전체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 크리스티나, 루시퍼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나?
– 루시퍼는 전쟁 도중에 죽었지만, 딱히 누구와 싸우다가 죽은 건 아니었어.
– 당시의 십자기사단…… 교황청을 전신으로 하는 유럽의 계약자 집단이었지. 교황청이 보유하고 있던 온갖 성유물과 아티팩트를 긁어모아서 거대한 마법 의식을 전개했어. 루시퍼 하나를 잡기 위해서 말이야.
– 루시퍼가 갖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를 폭주시켜서, 루시퍼를 자멸시킨다는 계획이었지. 결국 루시퍼는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지.
– 물론 바엘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웠지. 하지만 어떤 대비책을 세웠는지는 하민아가 알고 있었거든.
– 도시 전역에 설치한 대마법진(大魔法陣), 그리고 쇼핑몰 건물에 설치한 본마법진(本魔法陣)…… 너라는 존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하민아가 직접 설계했고, 달기 등의 협조를 받아 동양의 도술 이론으로 보강했지. 그리고…… 내가 확보하고 있는 성배를 이 마법 의식의 동력원으로 삼았지.
– 준비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었어. 도시 하나를 비워야 했고 말이지. 미리 내가 마태수의 약점을 잡아 놓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으으으으윽!”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력의 흐름 속에서, 크리스티나는 절규했다.
아무리 힘을 끌어올려도 소용없었다.
속박에서 벗어나 마법진을 깨뜨려야 하는데, 외부로 기운이 빨려 나가는 것 같아 어떤 공격도 펼칠 수 없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그렇다면 차라리 내부에서 힘을 폭발시키기로 했다.
바엘의 설계 덕분에 현재의 크리스티나는 몸이 찢겨져 나가도 다시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악!”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대신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폭풍 같은 기운을 뚫고, 헤라클레스가 달려들었다.
“헤라클레스……!”
그는 결코 크리스티나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크리스티나가 조금도 저항할 수 없도록, 크리스티나를 꽉 붙잡았다.
“너 까짓 게, 감히……!”
크리스티나는 저항하려 했다.
이런 상태여도 크리스티나는 헤라클레스보다 우월한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전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헤라클레스가 최고의 영웅이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설마……!”
시선을 돌렸다.
폭풍 같은 마력의 흐름 속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멀린이 지팡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멀린……!”
“아무 할 일도 없을 줄 알고 걱정했지 뭐야.”
헤라클레스를 마법으로 지원해 주면서, 멀린은 만족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멈춰!”
크리스티나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 마법 의식 자체를 멈춰야 해!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는 절대로 견디지 못 해!”
“크리스티나, 인간 주제에 성좌를 걱정해 주다니 너무 웃기는 얘기 아닌가?”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절대강자이고, 심판자이고…… 성좌가 될 영웅이란 말이야!”
“아니다, 크리스티나.”
그때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헤라클레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영웅이 될 수 없다.”
“……!”
눈을 크게 뜨는 크리스티나를 꽉 붙잡고, 헤라클레스가 포효했다.
한계를 초월한 헤라클레스의 두 팔이 크리스티나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 이걸로 끝이다.
무명의 왕의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주위가 강렬한 빛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