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하르마게돈 (3)
강유진의 최강의 기술인 화천대뢰 무극(無極)을 맞고도, 크리스티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크리스티나는 본래의 전투법으로 전환했다.
마력으로 대검을 만들어, 예전에 발뭉을 들고 싸웠을 때처럼 검술 위주로 덤벼들었다.
강유진은 차라리 그 편이 더 낫다고 느꼈다.
쿠쿠쿵!
땅이 흔들리고 광풍이 몰아쳤다.
주위에 충만한 루시퍼의 힘을 나눠 사용하며, 강유진은 크리스티나와 함께 천재지변 같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콰르릉!
크리스티나의 공격이 강유진의 어깨에 꽂혔다.
하지만 이미 강유진의 주먹이 크리스티나의 턱을 포착한 상태였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날아간 크리스티나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그런 크리스티나를 향해 도약했다. 일어나지 못하는 크리스티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무명대법 굉천패룡을 사용한다.
땅이 갈라지고, 크리스티나가 왈칵 피를 토했다.
“…….”
바닥에 착지한 강유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격렬한 전투였다.
조금만 틈을 보여도 숨통이 끊길 전투였기에,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 소모도 극심했다.
“크, 윽…….”
크리스티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강유진은 경외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순전히 그녀의 의지 때문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주먹을 쥐려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강유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리스티나.”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영웅이 되겠다고 했었지.”
“그, 래…….”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현상대계 최고의 영웅으로서…… 성좌가, 될 거니까.”
“하지만 나는 네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라고?”
최근에 강유진은 영웅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헤라클레스에게서도, 지크프리트에게서도.
“크리스티나, 너는 확실히 대단한 힘을 지녔어. 네 개인만 평가하자면 충분히 영웅이라 할 수 있겠지.”
“그래, 나는 영웅적인 힘을…….”
“하지만 너는 혼자서만 영웅일 뿐이야.”
“……그게 무슨 소리지?”
“독선적인 심판자가 되려고 하는 너는,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크리스티나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지크프리트가 나한테 말한 적이 있어.”
“지크프리트?”
“영웅은 인간의 정신성의 극한을 보여 주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라고.”
크리스티나의 성좌였던 지크프리트를 언급하며, 강유진은 크리스티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너는 사람들의 열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그래, 그러면…….”
강유진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저 남자한테 들어.”
“……!”
한 남자가 어둠을 헤치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무명의 왕……!”
내 얼굴을 보고 크리스티나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덤벼들지는 못했다.
크리스티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크리스티나.”
“말해 봐! 내가 어디가 영웅이 아니라는 거지?!”
크리스티나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나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어! 이 땅을 침략한 악마들을 쓸어버리는 위업을 달성했어! 이 정도면 충분히 영웅인 거 아니야?!”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아니야.”
“어째서야?!”
“크리스티나.”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요한 묵시록을 근거로,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힘을 얻은 존재는 그릇된 것이며, 고고히 군림하는 심판자야말로 신의 대행자에 걸맞다고 생각했지.”
“그, 그래. 나는 너희들하고 달라. 다른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거짓된 존재인 너희들하고는 달리, 그저 절대적인 정의로…….”
“그것은 한 가지 해석일 뿐이야. 딱히 성경에 그렇게 적혀 있는 건 아니라고.”
애초에 요한 묵시록은 예언서이고, 예언서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성경에서 최고의 영웅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그건…….”
“그건 당연히 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야.”
“……!”
내 말을 듣고 크리스티나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서양의 어떤 사상가는,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동서고금 최고의 영웅이라 평가했어. 그 이유는 그가 자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작은 영웅’을 만들었기 때문이야.”
“작은, 영웅?”
“영웅의 위대함은 그 위대함을 알아볼 수 있는 추종자들이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어. 고결함을 내포한 사람이 아니면 영웅이 고결하다는 걸 느낄 수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는 영웅들의 사회여야 비로소 영웅은 성립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영웅은 영웅으로서 숭상받지 못하고 잊혀지지.”
영웅이 영웅일 수 있는 건 그런 ‘작은 영웅’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기독교적 세계관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심판자가 정답인 건 아니야. 예수 그리스도만 해도 자신이 갖고 있는 영웅적 풍모를 존경하고 계승하려 하는 ‘작은 영웅’을 수백억, 수천억씩 만들었으니까.”
“…….”
“하지만 너는 그런 걸 필요로 하지 않지. 다른 인간이나 성좌들이 너를 뭐라고 생각해도 상관하지 않아. 너 홀로 고고히 정점에 오르면 된다고 생각하지.”
예전에 지크프리트는 말했다.
영웅이란 인간의 정신성의 극한을 보여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숭상받는다고.
하지만 크리스티나라는 존재는 사람들의 숭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네가 아무리 강해져 봤자, 너는 영웅이 될 수 없어. 너는 네 곁에 작은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러니 네가 아무리 대단한 위업을 이루어도…… 너는 천재지변에 지나지 않아.”
“나, 는…….”
“강유진을 봐, 크리스티나.”
나는 손을 치켜들어 강유진을 가리켰다.
“강유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줬어. 그러니까 강유진은 영웅인 거야.”
석태준도, 이죽헌도, 주민하도 강유진에게 매료되어 그 영웅적인 길에 함께 하게 되었다.
작은 영웅이 된 것이다.
“루시퍼조차, 다른 악마들을 매료시키는 영웅이었어.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너는 루시퍼의 계승자조차 되지 못해.”
“…….”
“너는 단순한 천재지변일 뿐이야. 너한테 정의가 있든 사상이 있든 상관없어.”
크리스티나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격렬하던 독기는 물에 씻긴 것처럼 어느새 없어진 상태였다.
“크리스티나, 나는 너 같은 존재는 되지 않아.”
그런 그녀 앞에서, 나는 내 마음을 밝혔다.
“루시퍼의 혼이 내포되어 있든, 루시퍼의 힘을 가졌든, 상관없어.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계속해서 보다 높은 곳을 지향할 거야.”
“…….”
“그런 나를 영웅이라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만약에 내가 영웅이라면, 나는 나를 알아봐 주는 수많은 영웅들을 필요로 해. 나를 알아봐 준다면 그들과 나는 분명히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성좌가 된 이후, 나의 행보는 항상 그런 것이었다.
다른 성좌들 없이 내 성장은 성립할 수 없었다.
지상과 성령대계를 오가면서 내가 보여 주는 이야기에 다른 성좌들이 호응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티나, 나는 항상 다른 성좌들과 함께 있었어.”
“…….”
“내가 동경하던…… 신화와 전설 속의 영웅들과.”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봤다.
마법 의식으로 구름조차 모조리 날아갔는지, 하늘에는 빛나는 별이 가득했다.
그렇게 펼쳐진 성좌(星座)들을 보면서, 나는 성령대계의 성좌(聖座)들을 생각했다.
“크리스티나, 나는 아무리 강해져도 너 같은 존재는 되지 않아.”
“…….”
“그리고 앞으로도…… 너 같은 존재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거야.”
그것은……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존재를 의식한 말이기도 했다.
“……그래.”
크리스티나의 입에서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르마게돈은…… 왕의 군세의 승리인 건가.”
왕의 군세와 신의 군세.
사람들을 현혹시켜 권력을 얻은 왕의 세력과, 신을 따르는 정의로운 세력의 싸움, 그것이 하르마게돈이다.
과거의 멀린은 나와 크리스티나가 충돌하는 미래를 감지하고, 이것이야말로 하르마게돈이라 예언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하르마게돈이 세상의 운명을 바꿀 최종 전쟁이 될 거라 생각해, 강유진이나 크리스티나 같은 절대강자를 양성하려 했다.
얄궂게도 그 절대강자끼리 격돌하게 되어 버려, 멀린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되었지만 말이다.
“하긴, 멀린이 그냥 자기 맘대로 하르마게돈이라 불렀을 분이고…… 나도 내가 신의 군세라고 맘대로 해석했을 뿐이니…… 별 의미는 없는 건가.”
크리스티나가 쓰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내가 졌어, 강유진. 무명의 왕.”
언제부터인가 크리스티나의 육체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의 성좌였던 지크프리트가 그랬듯이, 바람에 날아가는 모래성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소멸해 가면서, 크리스티나는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존재를 기억해 줘. 영웅은 아니더라도, 영웅에게 덤벼들었던 적으로서.”
“물론이야, 크리스티나.”
강유진이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너는 내가 싸워 봤던 그 누구보다 강대한 적이었어.”
“……아하하.”
크리스티나가 멋쩍게 웃었다.
마치 평범한 소녀처럼.
“지옥에 가면, 실비아한테 실패해서 미안하다고 해야겠네. 지옥이 아직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
“지옥이든 어디든…… 당신들이 걸어가는 길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 강유진, 무명의 왕.”
그렇게 웃는 얼굴로, 크리스티나는 말했다.
“너희들의 승리야.”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티나는 소멸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마지막 미소만을 우리들의 기억에 남긴 채.
* * *
멀린이 예언했던 사상 최대의 시나리오 ‘하르마게돈’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무명의 왕은 중국으로 크리스티나를 불러들여 함정에 빠뜨렸고, 강유진이 크리스티나와 대결하여 승리를 거뒀다.
크리스티나가 갖고 있던 막대한 힘은 상당 부분 강유진이 흡수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허공에 흩어졌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힘을 지닌 존재는 지상에 출현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시나리오로 판데모니움은 큰 타격을 받았다. 마신급 악마가 10명도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태수, 정확히는 마태수의 배후에 있던 무명의 왕이 그레모리와 밀약을 맺어, 시베리아에 악마들이 살 수 있는 판데모니움 자치구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물론 앞으로도 많은 갈등이 발생하겠지만…… 세상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상이 평화로워진 건 아니야.”
상하이의 고층 건물 옥상에서, 나는 강유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는 몬스터들이 우글대고 있어. 성좌들도 크고 작은 이벤트와 퀘스트를 개최하고 있고, 계약자들의 싸움은 계속 이어질 거야.”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지상에서 몬스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계약자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몬스터 개체수를 조절하면 되나? 아니면 인간과 몬스터의 생활권이 겹치지 않도록 한다든가.”
“그런 거지.”
강유진은 내 말을 잘 알아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
“바다?”
“여전히 바다는 위험한 곳이야. 덕분에 세계 각국의 교역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지.”
“하긴…… 해양 몬스터들이 우글대니까.”
“그리고 육지의 몬스터와는 달리 계약자들이 별로 손을 못 대고 있지. 바다의 몬스터들을 어떻게 사냥할 건지, 그 방법을 확립해서 보급해야 해.”
“……설마 그걸 나한테 하라는 건 아니겠지?”
“너 아니면 누가 하겠어?”
“나 원 참.”
강유진이 한숨을 내쉬며 난간에 등을 기댔다.
“이제는 바다인가.”
“지상에서는 더 이상 싸울 상대도 없잖아?”
“무슨 소리야. 나는 아시아에서 나가 본 적도 없다고.”
“그럼 이죽헌 따라서 미국으로 가 볼래?”
“차라리 그게 낫겠다. 미국 구경이나 해하겠어.”
“이죽헌은 지금 알래스카에서 개고생하고 있는데 말이야.”
“……편하고 쉬운 일은 없는 건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갑자기 우리들 사이에 얼굴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무슨 나태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강유진 님! 뼈 빠지게 일해야죠!”
공중에서 나타난 49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