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합작의 결과 (1)
도철과 궁기.
신화적인 존재인 사흉 두 마리를 동시에 처치한 강유진 일행의 활약은 금방 널리 퍼졌다.
– 진짜 사흉이 아니라 그냥 모습만 흉내 낸 아종 아닙니까?
– 아니, 적어도 도철은 진짜 사흉과 흡사했다고 하더군.
– 자유자재로 입을 벌려 모든 걸 집어삼키는 그 성질…… 진짜 도철이 분명해.
– 그러면…… 정말로, 진짜 사흉을 두 마리나 쓰러뜨렸다는 겁니까? 단 네 명이서?
– 그렇다니까.
“장군님, 그냥 사흉 자체가 생각보다 약한 존재였다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성 문제도 있었을 겁니다.”
“상성 말입니까?”
“사흉은 무시무시한 존재지만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집채만 한 크기의 대형 몬스터들하고는 다르죠.”
“그렇다면…….”
“만약 대형 몬스터 두 마리였다면 강유진 일행은 더 고전했을 겁니다. 하지만 도철도 궁기도 몸집이 별로 크지 않은 존재이니, 육탄전으로 제압할 수 있었겠죠.”
“지난번 바포메트와의 싸움하고 비슷했겠군요.”
“그렇지요. 자세한 건 녹화 영상이 올라와야 알 수 있겠죠.”
생중계를 보지 못한 성좌들은 사흉과 강유진 일행의 전투를 녹화한 영상이 올라오는 걸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리고 성좌 튜브에 새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다들 앞다투어 접속해 영상을 확인했다.
– 와, 진짜로 잡았네.
– 무명 계약자 네 명이서 사흉을 두 마리나 잡았다고?
– 강유진은 이제 무명 계약자라고 하면 안 되지.
– 아무리 그래도 사흉인데, 그걸 어떻게 저렇게 쉽게 잡냐고.
– 쉽게 잡은 거 아닌데? 강유진이 피 철철 흘리는 거 못 봤냐?
– 한 명도 안 죽었는데 쉽게 잡은 거 맞지.
“각하, 제가 보기에도 좀 이상합니다.”
“그런가?”
“마지막에 궁기를 집중 공격해서 잡은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도철은 대체 어떻게 잡은 걸까요.”
“그래, 일격에 산산조각 났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저는 도철이 진짜 도철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김새만 비슷한 가짜였다고?”
“진짜 도철이었다면 저렇게 일격으로 분쇄될 리가 없습니다. 강유진이라는 계약자의 주먹에는 그 정도의 파괴력이 없었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만약 진짜 도철이 맞다면, 사흉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들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별 볼 일 없는 존재였다는 얘기가 되겠죠.”
“하지만 그런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면 그렇게까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성령대계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실 이건 사흉이라는 존재의 신비성 때문도 있었다.
초고대의 괴물로서 사흉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성좌들에게 나름대로 유명한 존재지만, 너무 옛날의 존재라 직접적으로 접해 본 성좌는 드물었다.
그래서 사흉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는 성좌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어디에 기준을 두고 얘기해야 될지 알 수 없어 혼란이 벌어졌다.
– 어, 잠깐만.
– 뭐야?
– 영상 하나 올라왔는데.
– 무명의 성좌가 또 올렸어?
– 지난번 영상이 끝인데?
– 아니, 거기가 아니고 다른 곳.
– 뭐 말하는 거야?
– 제대로 좀 말해 주쇼.
그리고 그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성좌 튜브에 새로운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 반갑습니다, 여러분.
영상 속에서 검은색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 여러분들의 영원한 친구, 여러분들의 믿음직스러운 지원자, 여러분들의 영웅 ‘원정대의 지도자’입니다.
영상을 올린 건 B급 성좌 ‘원정대의 지도자’ 이아손이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얼굴을 내밀고 출현하는 영상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성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애초에 이아손은 성좌들 사이에서 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존재였으니까.
– 요새 큰 화제가 된 전투가 있었죠. 초고대 동양의 무시무시한 괴물…… 사흉을 두 마리나 동시에 처치한 계약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아손의 영상은 성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있었던 사흉과의 싸움에 대해 얘기하는 영상이었으니까.
– 사실 저는 그리스 출신이기 때문에, 동양 쪽 괴물에 대해서 지식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알아봤죠. 사흉이라는 존재는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동양의 신화적 왕이었던…….
먼저 이아손은 이번에 싸웠던 도철, 궁기의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특별한 게 없는 정보였다.
진짜 콘텐츠는 그다음에 나왔다.
– 여기서 가장 의문인 점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사흉인 도철을 강유진이 어떻게 일격에 박살 낼 수 있었냐는 겁니다.
그렇다.
이 영상은, 지난 전투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였던 부분의 해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
– 저도 처음에 봤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저는 그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강유진이 도철을 일격에 박살 낼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이 영상을 통해 독점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 강유진이 도철을 일격에 박살 낼 수 있었던 건, 바로 각성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 하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표정을 짓는 여러분들의 얼굴이 보이는군요. 하지만 진짜입니다.
– 각성 스킬은 계약자가 매우 높은 경지에 도달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스킬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터득할 수 있죠. 그런데 강유진이 벌써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 말이 안 되는 것 같으시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 자, 여기서 게스트를 한 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성좌님은 무려 강유진이 처음으로 각성 스킬을 썼던 현장을 지켜봤던 분입니다. 물론 그때는 그게 각성 스킬인지 몰랐다고 하는데요. 일단 얘기 들어 보시죠. ‘아버지를 죽인 왕자’ 성좌님을 모시겠습니다.
C급 성좌 ‘아버지를 죽인 왕자’…… 그리스의 영웅 오이디푸스가 등장하면서 영상은 더더욱 흥미로워졌다.
이아손은 오이디푸스와 대화하면서 강유진의 ‘성좌 튜브 데뷔’ 이전의 얘기를 늘어놓았고, 강유진이 각성 스킬로 도철을 쓰러뜨린 게 맞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알려 줬다.
– 자,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또 다른 궁금점이 생기셨을 겁니다.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강유진은 벌써부터 각성 스킬을 쓰고 다니냐는 건데요.
그리고 영상의 막바지에서, 이아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 그 부분은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빨리 여러분들께 정보를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구독’과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 * *
“무, 무명 님. 이아손 영상, 우리가 처음 올렸던 영상보다 더 반응이 격렬한데요? 이러다가 우리가 먹히는 거 아닌가요?”
“진정 좀 해라.”
호들갑을 떠는 49호를 나무라면서, 나는 성좌 튜브에 올라온 이아손의 영상을 체크했다.
“지금 우리들 명성 때문에 이아손 영상도 덩달아 뜬 거야. 우리가 먹힐 일은 없어.”
“아, 그런가요?”
“그리고 이아손 영상도 우리가 만들어 준 거잖아. 여차하면 우리가 손 떼면 되지.”
“그건 그렇긴 하네요.”
이아손이 성좌 튜브에 올린 영상은, 내가 기획하고 49호가 편집해 준 것이었다.
주민하를 넘겨주는 대가로 이아손이 받은 것이 바로 이 영상인 것이다.
“그런데 무명 님, 이래서는 이아손만 너무 이득인 것 아닌가요? 주민하 하나를 얻으려고 이아손을 성좌 튜브의 새로운 스타로 만드는 건 좀…….”
“아니, 주민하를 제외하더라도 이건 우리한테 이득이 되는 일이야.”
“네?”
“안 그래도 우리가 더 크기 위해서는 이런 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이런 거라니요?”
“우리들 영상에 대해 떠들어 대는 영상 말이야.”
그렇다.
그냥 우리 쪽에서 강유진 일행의 영상을 올리고 성좌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성좌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걸 보면서, 그냥 우리 쪽에서 설명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해 본 적 있지?”
“아, 네,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해설 영상 같은 걸 올려서 과도하게 설명해 주면 성좌들은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도 있어.”
“아……!”
“우리 쪽에서 모든 걸 다 보여 줘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니 이아손을 통해 정보를 흘리는 거군요!”
“이아손이 올리는 영상은 우리 영상의 화제가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들어 줄 거야. 결국 우리들 이득이 되는 거지.”
나는 우리가 올리는 영상을 분석하거나 해설하는 영상이 언젠가는 나타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아손과 뒷거래를 하여, 아예 내 입김이 닿는 채널을 하나 만들어 미리 선점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사 채널이 생기더라도 선점 효과로 이아손의 채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비판적인 영상을 올린다고 하자. 그때 우리들이 거기에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영상을 올리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지?”
“그야…… 그렇죠.”
“하지만 이아손을 통해서 반박 영상을 올리면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이아손을 이용해 여론전을 할 수도 있는 거야.”
“아, 그런 활용법도 있군요!”
우리 채널에서 하기 어려운 일은 이아손에게 떠넘기면 된다.
이아손은 자기 체면 같은 걸 신경 쓰는 인물이 아니고, 황색언론 역할도 기꺼이 해 줄 것이다.
“앞으로 이아손을 컨트롤하면서, 우리들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방송을 진행하게 만들면 돼.”
“근데 이아손이 다른 생각을 품으면 어떻게 하죠?”
“그때는 조치를 취해야지.”
이미 생각해 둔 방법이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이아손은 이해타산에 밝은 인물이야. 나하고 손을 잡는 게 이득이 된다면 계속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
“그러면 이아손이 배신하지 않도록 우리가 계속 주도권을 잡으면서 우위를 유지해야겠군요?”
“바로 그거야.”
“헤헤. 슬슬 무명 님 사고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49호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주민하는 별로 안 중요하게 됐네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이아손과 합의하여, 주민하는 정식으로 내 계약자가 되었다.
물론 주민하도 흔쾌히 나와의 계약에 응했다.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해서 이아손에게서 넘겨받은 거야.”
“강유진, 석태준, 이죽헌, 주민하…… 이렇게 네 명이 무명 님에게 선택받은 계약자인 거군요.”
“한동안은 이 멤버로 가야지.”
여기서 더 많이 늘리면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
앞으로 한동안은 다른 계약자를 영입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럼 무명 님, 주민하는 어떻게 써먹을 생각이신 건가요? 나머지 셋하고는 좀 타입이 다른데.”
“주민하는 후방 지원 타입이니까, 조금 다른 역할을 맡길 생각이야.”
이미 내 머릿속에는 계획이 짜여 있었다.
* * *
“야, 강유진.”
“뭔데.”
“내 옷 찢어 놓은 거 어떻게 할 거야? 그거 그냥 옷이 아니라 각종 속성 공격에 내성이 있는 방어구였다고.”
“그럼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거 벗어서 줄게. 입어.”
“싫거든?!”
“안 그래도 새 방어구를 살 생각이었어. 사양하지 마.”
“사양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싫은 거야! 신품으로 물어내라고!”
숙소에서 강유진과 이죽헌이 티격태격하고 있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주민하와 석태준이 들어왔다.
“강유진 님, 이죽헌 님.”
주민하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정식으로 이름 없는 분과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잘됐네.”
“그리고 석태준 님을 통해,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주민하는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강유진 님.”
“뭐지?”
“앞으로의 행동 방침에 제안이 있습니다.”
강유진은 입을 다물고 주민하를 쳐다봤다.
그런 강유진을 향해, 주민하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태수를 축출하고 중서부 지역의 패권을 손에 넣을 생각은 없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