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5
35화. 합작 (4)
“아니, 이게 무슨…….”
이아손이 이렇게까지 당황해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뭐지? 어떻게 도철을 일격에 박살 낸 거지? 진짜 헤라클레스 수준인 건가?”
강유진이 각성 스킬 [일체 분쇄]로 도철을 분쇄한 것이, 이아손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무명, 강유진에게는 뭔가 특별한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글쎄.”
“조, 좀 알려 주면 안 될까? 다른 사람한테 퍼뜨리지 않을 테니.”
“…….”
“이봐, 제발 좀……!”
그동안 나름대로 강유진을 조사해 왔던 것 같지만, 이 부분은 정보가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 공룡형 언데드를 쓰러뜨렸을 때의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도 그것이 각성 스킬 덕인지는 꿰뚫어 볼 수는 없었을 테니까.
‘백작이 정보를 흘렸다면 몰라도 말이지.’
아우성을 쳐 대는 이아손을 내버려 두고, 나는 관측기 화면에 집중했다.
도철을 쓰러뜨렸다고 끝이 아니니까.
* * *
“주민하 씨! 강유진 씨가 도철을 쓰러뜨렸어요!”
“그렇군요.”
석태준이 소리치자, 뒤에 타고 있던 주민하가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격에 도철을 분쇄하다니, 역시 강유진 님입니다.”
“……별로 안 놀라시는 것 같네요?”
“아니요, 놀라고 있습니다. 호서파의 계약자 십여 명이 달려들었을 때도 아무런 대미지를 입히지 못했던 도철을 일격에 쓰러뜨렸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덤덤한 거 아닌가 하고 석태준은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원래 성격이 그런 건가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면, 이 괴물도 쉽게 쓰러뜨릴 수 있겠군요.”
“…….”
현재 석태준과 주민하는 키메라에 올라탄 채 또 다른 사흉인 궁기와 싸우는 중이었다.
사실 싸운다기보다는 단순히 시간을 버는 중이었다. 석태준과 주민하의 공격은 궁기에게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주민하의 마법으로 궁기를 견제하면서, 강유진과 이죽헌이 도철을 쓰러뜨릴 때까지 도망쳐 다니고 있었을 뿐이다.
“주민하 씨, 이건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얘기인데…….”
석태준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강유진 씨가 도철을 쓰러뜨린 기술,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씁니다.”
“…….”
“그러니까…… 저 날개 달린 호랑이는 다른 방법으로 쓰러뜨려야 된다는 얘기죠.”
“……그렇군요.”
주민하는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마법을 전개했다.
십여 개의 광탄(光彈)이 흩어지며, 송곳니를 내보이며 접근하던 궁기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이 사람, 마법 실력은 확실히 괜찮은데…….’
주민하는 다양한 마법 계통 중에서도 광탄계 마법의 사용자였다.
광탄계 마법이란 흔히 ‘매직 미사일’이라고도 불리는 빛나는 탄환을 발사하는 계열의 마법으로, 순수한 마력 자체를 응축하여 사출하기 때문에 마력 효율이 뛰어나다.
실제로 주민하는 십여 개의 광탄을 여러 번에 걸쳐 동시에 생성해, 궁기가 키메라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잘 견제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저 날개 달린 호랑이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역부족이야!’
하긴 주민하의 전투력으로 사흉을 잡을 수 있었다면 애초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석태준 님, 일단 이 괴물을 지상으로 유인하죠.”
“네?”
“그래야 강유진 님이 이 괴물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 방금 한 얘기 못 들으셨어요? 강유진 씨가 도철을 쓰러뜨린 기술은 이제 못 쓴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강유진 님이 다른 방법으로 쓰러뜨리시겠죠.”
“…….”
석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
문득 아까 이죽헌이 ‘끼리끼리 노네.’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막무가내란 말이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석태준은 키메라에게 명령을 내려 궁기를 아래쪽으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 * *
키메라를 쫓고 있는 궁기를 노려보면서, 강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방금 쓰러뜨린 괴물과 비슷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면,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대미지를 주기 어렵다.
“이봐! 어떻게 할 거지? 방금처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어?”
“그건 더 이상 못 써.”
이름 없는 분이 부여해 준 힘…… 일체 분쇄는 하루에 한 번만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 한다.
“젠장, 왠지 그럴 것 같더라…….”
이죽헌이 이를 악물고 칼을 꽉 잡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수밖에 없는 건가?”
“이죽헌.”
생각을 정리하면서, 강유진은 입을 열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뭐?”
의아해하는 이죽헌에게 다가가 짤막하게 작전을 설명했다.
“너 미쳤냐?”
“안 미쳤어.”
“이 자식이 진짜…….”
이야기를 들은 이죽헌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에이, 씨. 나도 몰라! 알아서 해 봐!”
“부탁한다.”
그렇게 짧게 말한 뒤, 강유진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석태준이 키메라를 이용해 궁기를 지상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광대, 여기 있지?”
“부르셨습니까, 강유진 님.”
들판을 달리면서 49호를 부르자,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기가 필요해.”
“지금 강유진 님이 보유한 코인으로는 궁기의 털가죽을 뚫을 수 있는 무기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 대출을 받으실 건가요?”
“대출은 절대로 안 받는다고 했잖아.”
“그럼 어쩌시려고요?”
“털가죽을 뚫을 필요는 없어.”
점점 내려오는 궁기의 움직임을 살피며, 말했다.
“날개를 뚫을 수 있는 공격력이면 돼.”
“알겠습니다. 현재 강유진 님의 소지금은 약 1억 5천만 코인 정도 될 테니, 거기에 맞춰서 준비해 드리지요.”
“알아서 골라 줘.”
평소의 49호는 온갖 잡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끌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준다.
코인이 줄어드는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과 함께, 눈앞에 한 자루의 창이 나타났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수수한 창이었다. 하지만 손으로 잡아 보니 묵직한 게 믿음직스러웠다.
‘온다.’
석태준이 키메라를 지상 근처까지 하강시켰고, 궁기도 키메라를 쫓아 아래로 내려왔다.
강유진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S급 각인으로 강화된 개조인간의 근력을 한계까지 끌어내, 궁기의 오른쪽 날개를 향해 창을 투척했다.
“카아아악!”
창은 궁기의 오른쪽 날개를 정확히 꿰뚫었고, 궁기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A급 성좌 ‘쇠스랑을 든 수군대장’이 훌륭한 투창 솜씨에 감탄합니다.] [A급 성좌 ‘쇠스랑을 든 수군대장’이 당신에게 1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대단한 무용에 박수를 보냅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당신에게 1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성좌들의 칭찬이 이어졌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궁기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날개를 쓸 수 없게 되었다고는 해도 궁기는 엄연히 호랑이의 몸을 지닌 괴물이다. 무시무시한 호랑이 괴물을 상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강유진은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C급 성좌 ‘연환계의 시녀’가 깜짝 놀랍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위험하다고 소리칩니다.]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런 괴물에게 무기도 없이 달려드는 건 자살행위다.
하지만 강유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카아아악!”
궁기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졸랐다.
이런 괴물과 몸싸움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에키드나 등과도 별다른 무기 없이 싸웠다.
다만 이 사흉이라는 괴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맷집을 지니고 있다. 강유진의 주먹질로는 숨통을 끊기 어렵다.
그걸 알면서, 강유진은 궁기에게 몸싸움을 시도했다.
“큭……!”
몸부림치는 궁기의 발톱이 강유진의 몸을 상처 입혔다.
단순히 긁히는 정도가 아니라, 피가 솟구칠 정도로 깊은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강유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해, 궁기를 붙잡고 있으려 했다
“카아아악!”
“……!”
그러나 궁기의 근력도 만만치 않았다.
고개를 치켜든 궁기가 강유진의 팔뚝을 물어뜯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빛의 탄환이 궁기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강유진 님!”
키메라에 타고 있는 주민하가 상공에서 지원을 해 준 것이다.
그 덕분에 강유진은 궁기를 꽉 잡고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넌 미친 새끼야.”
이죽헌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일단 시키는 대로 할게.”
이죽헌은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궁기도 이죽헌은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죽헌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혔다.
“방금 가호도 내려졌고 말이야.”
자신의 각성 스킬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이동한 이죽헌이, 그 속도를 그대로 실어서 팔을 뻗었다.
노리는 건 궁기의 오른쪽 눈.
아무리 궁기의 털가죽이 두텁다고 해도, 눈알까지 강철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죽헌의 찌르기가, 궁기의 오른쪽 눈을 꿰뚫었다.
* * *
– 좋았어!
– 이죽헌이라면 눈알을 꿰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네.
– 강유진이 이죽헌의 기술을 신뢰한 거라고 할 수 있겠지.
– 확실히 저 멤버 중에서 정확히 눈알을 찌를 수 있는 기술을 지닌 건 이죽헌뿐이니까.
한쪽 눈을 잃은 궁기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 틈을 타 강유진 일행이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마침내 주민하가 궁기의 입안에 광탄을 십여 발 쑤셔 넣었고, 궁기는 내부에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 저 마법사도 은근 뛰어난데?
– 그러게. 광탄계 마법사로서는 실력이 꽤 뛰어난 것 같아.
– 저런 계약자가 왜 아직까지 무명이었지?
– 시골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던 모양인데.
– 강유진하고 계약한 성좌가 저 마법사하고도 계약해서 데려가면 좋을 텐데 말이야.
금각도 채팅창에 올라오는 말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주민하는 강유진의 신봉자인 것 같고, 그냥 같은 성좌와 계약해서 일심동체로 움직이게 하는 편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았다.
– 근데 저 계약자는 ‘원정대의 지도자’와 계약한 상태잖아요?
– 뭐가 문제야? 걔는 B급이고 강유진 성좌는 S급이니까 그냥 뺏어 가면 되지.
– 에이, 이번 방송에서 서로 협동한 걸 보면 서로 우호 관계인 것 같은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뒤통수 칠 수도 있지.
–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가치 있는 인재 같지는 않은데요.
높은 등급의 성좌는 낮은 등급의 성좌와 계약한 계약자를 뺏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채팅창에서 말하는 대로, 무명의 성좌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주민하를 뺏어 갈지는 미지수였다.
* * *
‘가만있자.’
관측기 화면에서는 도철과 궁기를 쓰러뜨린 강유진 일행에 대한 찬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한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주민하였다.
전투 중간에 문득 생각이 나서 성좌 스킬 [근원 통찰]을 사용해 그의 각성 스킬을 확인해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 각성 스킬을 갖고 있다면…… 그냥 내 계약자로 만들어 놓고 싶은데.’
그렇다.
주민하는 석태준 못지않은 사기급 각성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마법 공격 타입 계약자로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나와 계약해 S급 성좌의 혜택을 받으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런데 이아손은 나한테 주민하를 넘겨줄 생각이 없을 텐데.’
이아손의 노림수는 자기하고 계약한 주민하를 강유진의 동료로 만들어, 담당 성좌인 자기의 근원력을 높이는 것이다.
예전의 하후은처럼 나한테 자기 계약자를 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다.
“아주 만족스러운 전투였어, 무명의 성좌.”
내 생각도 모르고, 통신창을 통해 이아손이 태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특히 마지막에 내 계약자가 마무리를 내더라고? 이것 참, 본의 아니게 막타를 치게 되어서 미안하네. 하하하.”
“…….”
“그래도 너희 쪽에서만 멋진 장면을 독점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골고루 활약해야 관전하는 성좌들도 재미있지 않겠어? 물론 내 입장에서도…….”
“원정대의 지도자.”
떠들어 대는 이아손의 말을 끊으며,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안이 하나 있는데.”
“음? 뭐지?”
“주민하를 나한테 양보해 줬으면 좋겠어.”
“…….”
이아손이 잠시 침묵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무명의 성좌…….”
“예전에 나한테서 강유진을 빼앗아 가려고 했던 건 잊었나 보지?”
“그때는 우리 사이에 어떤 인연도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이렇게 함께 일도 진행했으면서 주민하를 빼앗으려 한다면…… 너무 양아치 같은 짓이지.”
“물론 그냥 달라는 건 아니야.”
“……뭐라고?”
“충분한 대가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어리둥절해하는 이아손을 향해,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내가 콘텐츠 하나 제안해 줄까 하는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