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접근 (2)
제갈금이 용무를 마치고 대표실에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서는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흠…….”
무선 통신을 쓸 수 없게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유선 통신은 지금도 멀쩡히 기능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제갈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올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
누가 전화를 걸었을지 생각하면서 제갈금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무슨 일이지?”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제갈금 님.”
쾌활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지. 신민유, 자네는 어떤가.”
신민유.
제갈금과 마찬가지로 팔부중의 일원으로, 옛 고양 지역을 본거지로 하는 운동선수 출신의 계약자다.
S급 성좌 ‘맹견의 용사’ 쿠 훌린과 계약하고 있는…… SS급 계약자이기도 하다.
“저야 항상 건강하죠. 주위 상황도 평화롭고요.”
“그래, 다행이군.”
“그런데 며칠 전에 원필소를 만났다면서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나?”
“에이, 방법이 있죠.”
신민유의 말대로, 제갈금은 얼마 전에 원필소를 만났다.
강유진 일행이 직접 원필소를 만나러 가서 담판을 짓고 온 모양이었다.
그 결과 원필소는 화성문을 공격하는 걸 포기했고, 오히려 화성문에게 지원 물자를 보내 주기로 약속했다.
‘강유진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렇게까지 할까.’
소문으로는 원필소의 오른팔인 황철마저 강유진한테 쓰러졌다고 한다.
그런 강유진하고 싸우느니 그냥 화친을 하기로 한 것이다.
“듣자 하니 대단한 계약자를 아군으로 삼으셨다고 하던데…….”
“그냥 손님으로 맞이한 거야. 무술 좀 가르쳐 주면서 말이야.”
“아, 무술을 가르쳐 주시는 거군요. 하긴 그런 건 화성문이 최고이긴 하죠.”
“그 녀석은 내 밑에서 무술 배우는 거에 바쁘니까, 괜히 집적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하. 집적대기는요.”
신민유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만 한번 만나 보고 싶긴 하군요. 자리 한번 만들어 주시면 안 됩니까?”
“글쎄, 그건 그 녀석한테 물어봐야 하지만…… 특별한 용건이 없으면 생각 없다고 할 텐데.”
“용건이야 얼마든지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럼 그 용건을 만든 다음에 다시 얘기해. 그거 듣고 전해 줄 테니까.”
“흠, 어쩔 수 없군요.”
아무래도 신민유도 강유진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제갈금 님.”
“뭐지?”
“달기에 대한 정보, 뭔가 없습니까?”
“…….”
달기.
그 이름을 듣고 제갈금은 잠시 침묵했다.
“어디에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단 말이죠.”
“……그러게 말이다.”
2년 전의 시나리오에서 아시아 각지를 소란스럽게 했던 달기가 얼마 전 봉인에서 풀려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팔부중들은 각자 달기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금 님, 정말로 아시는 거 없습니까? 숨기지 말고 공유해 주시죠.”
“자네야말로 아는 게 있으면 알려 줬으면 좋겠는데.”
“하하, 아는 게 있으면 이러겠습니까?”
“글쎄다.”
만약 도망친 달기를 찾아내서 토벌한다면…… 그건 상당히 큰 공적이 된다. 성좌들한테서도 상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팔부중들은 다들 자기가 먼저 달기를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수도권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달기는 예로부터 권력의 중심지에서 공작을 펼치는 걸 선호했어. 수도권에서 다음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고, 제갈금은 담담히 덧붙였다.
“하민아도 달기는 수도권에 숨어 있을 거라 말했고 말이야.”
하민아.
팔부중의 일원인 여성으로, 하남 지역을 본거지로 하고 있다.
S급 성좌인 ‘예언의 마법사’ 멀린과 계약하고 있는 SS급 계약자로서, 팔부중 중에서 유일하게 물리 공격 타입도 마법 공격 타입도 아닌 특수 능력 타입의 계약자다.
그 능력은 일종의 신통력 내지는 통찰력으로, 본래 인간의 두뇌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진실이나 미래 등을 직감적으로 알아맞힐 수 있다.
“이왕이면 달기가 어디 숨어 있는지도 말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전지전능한 능력이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잖아. 그리고 달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으면 자기가 먼저 잡았겠지.”
“달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안 잡고 있을 수도 있죠.”
“……그게 무슨 소리지?”
“제갈금 님.”
신민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민아 그 여자의 신통력, 꽤 대단한 편입니다. 그런데 달기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수도권에 있다는 건 알아냈지 않나.”
“어디 숨어 있는지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죠.”
“……하민아가 달기를 풀어 준 범인이라는 건가?”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지상에서 달기가 봉인된 위치를 알고 있는 건 팔부중뿐이었다.
그렇다면 팔부중에서 누군가가 달기를 봉인에서 풀어 줬을 가능성이 있다.
신민유는 하민아가 그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하민아가 왜 그런 짓을 하겠나.”
“그럼 팔부중 중에서 누가 했겠습니까?”
“꼭 팔부중 중에서 누군가가 해야 하나? 정보가 새어 나갔을 수도 있지.”
“그러면 그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잡아야죠.”
“…….”
“제갈금 님, 이건 누군가가 배신을 때린 겁니다.”
신민유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달기를 이용해 팔부중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수도권의 패권을 손에 넣으려는 거겠죠.”
“…….”
“달기는 그 정도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2년 전의 시나리오에서도 고생했었잖아요.”
달기는 만만한 요괴가 아니다.
만약 팔부중 중 누군가가 그 달기와 손을 잡고 수도권의 패권을 손에 넣으려 한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어쨌든, 저는 한민아를 비롯해서 다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도 해당되는 건가?”
“물론이죠.”
“자네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것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
제갈금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보가 들어오면 최대한 공유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민유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무거운 기분에 휩싸인 채, 제갈금은 통화를 마쳤다.
“지치는군…….”
성좌와 반목하고, 제자라고 생각했던 한세원의 반란을 경험한 이후…… 제갈금은 자신이 많이 지쳤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나이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늙었다고 느낄 때가 많아졌다.
“슬슬 팔부중 자리에서도 물러날 때가 되었나…….”
B급 성좌와 재계약하는 바람에 전투력도 저하되었다.
다른 팔부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후계자를…….”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는 제갈금의 머릿속에서, 한 젊은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 * *
“결국 그 강유진이라는 계약자 때문에, 화성문을 집어삼키려는 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거군.”
수화기에서 들려온 냉정한 목소리를 듣고, 원필소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현제,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
“그럴 리가.”
이현제.
옛 서울 강북 일대를 지배하고 있는 남자로, 팔부중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 문중과 계약한 SS급 계약자로, 그 실력은 팔부중 최강인 천상운에 버금간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을 지녔으며, 계약자가 되기 전에는 대학교 연구원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한동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적어도 시나리오가 시작될 때까지는 말이지.”
“네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럴 생각이었어.”
황철도 회복 중이고, 한동안 조용히 지내야 한다.
“다른 팔부중들도 한동안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거야.”
“그래?”
“최철민하고는 이미 얘기를 해 봤어. 한동안 얌전히 있겠다고 하던데.”
최철민.
의정부를 본거지로 하는 팔부중으로, S급 성좌 ‘괴력의 영웅왕’ 베오울프와 계약한 SS급 계약자다.
“윤미호도 요새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같은 생각이겠지.”
“그 여자도…….”
윤미호.
남양주를 본거지로 하는 팔부중으로, A급 성좌 ‘짐마차의 기사’ 랜슬롯과 계약한 SS급 계약자다.
“천상운과 신민유, 하민아도 비슷할 거야. 다들 조용히 지내면서 상황을 지켜보겠지.”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달기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
달기 얘기를 꺼내자 이현제가 침묵했다.
이현제는 자기 성좌인 ‘금편의 태사’의 명을 받아 달기 봉인을 주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달기가 봉인에서 풀려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아니…… 거짓일지도 모르지만.’
원필소는 달기가 봉인에서 풀려난 건 이현제의 자작극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편의 태사…… 문중은 봉신연의에서 달기와 같은 편이었으니까 말이지.’
그렇다.
성좌인 문중은 지상의 구미호인 달기를 토벌해야 할 입장이지만, 먼 옛날에는 양쪽 다 은나라 소속이었다.
다른 계약자들이나 성좌들 몰래 야합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굴면서…… 속으로는 구린 짓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의심하면서, 원필소는 이현제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강유진 말인데.”
“…….”
이현제가 노골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나도 관심이 있는데, 한번 만나 볼 수 없을까.”
“강유진을?”
“그래.”
“그건 내가 아니라 제갈금한테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알고 있잖아. 내가 그 노인하고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걸.”
“그건 네가 지난번에 공정해야 한다면서 의자 양보 안 해 줬기 때문이잖아. 노인네한테는 양보 좀 해 주지.”
“어쨌든.”
이현제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유진을 한번 봐야겠어.”
“어쩌려고? 설마 수원까지 내려갈 거야?”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며칠 뒤에 한강에서 정기 토벌이 있잖아.”
“……아.”
한강은 10년 전부터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
수많은 수생 몬스터들의 소굴이 되었기 때문이다.
팔부중들의 노력으로 일부 구역은 안전해졌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몬스터들을 토벌해서 개체수를 줄여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에 강유진을 불러서, 솜씨를 봐야겠어.”
“잠깐, 그러면…….”
“소문이 퍼지면 나 말고 다른 팔부중들도 나타나겠지.”
“…….”
“그만큼 강유진은 흥미로운 떡밥이니까.”
이현제의 얘기를 듣고, 원필소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녀석 진짜…….’
지금 상황에서 팔부중들이 한곳에 모인다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달기 문제도 있고, 곧 시작될 시나리오 문제도 있고……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을 텐데.’
자칫하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방금 한동안 얌전히 지내라고 했던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이 녀석…… 본심이 대체 뭐지?’
정말로 순수하게 강유진을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강유진을 미끼로 팔부중들을 불러내고 싶은 건지…… 원필소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광대.”
“네, 강유진 님.”
부름에 응해 모습을 나타낸 49호에게, 강유진은 천천히 말을 건넸다.
“지금 나한테 8억 코인 정도 있는 것 같아.”
“이것저것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만큼 남아 있으세요? 후원금을 엄청 많이 받으셨군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알고 있습니다.”
49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슬슬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거죠. 그 1억짜리 철퇴는 예전에 백기단하고 처음 싸웠을 때 산 거였죠? 방호복은 처음에 입던 2백만짜리를 도철 쓰러뜨리고 1천만짜리로 바꾼 거고…… 이제는 다 바꿔야죠.”
그렇게 말하며 49호가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맡겨 두시죠. 안 그래도 제가 좋은 무기 몇 개를 생각해 놨습니다. 강유진 님 취향에 맞을 겁니다. 일단 가장 먼저 추천드리고 싶은 건 이 5억짜리…….”
“됐고.”
“네?”
“일단 이것 좀 봐.”
강유진은 49호의 말을 끊고, 종이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렇게 만들고 싶은데, 가능해?”
“……뭡니까. 이 지저분한 낙서는?”
49호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능하냐고.”
“아니, 잠깐만요.”
당황하면서 49호가 종이쪽지를 들여다보았다.
“강유진 님.”
“왜.”
“미쳤어요?”
“이놈 봐라.”
강유진은 49호의 이마를 쥐어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