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89)
이씨 사남매는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성의 첨탑으로 올라갔다.
“아까 보신 대로 길드 베이스는 성 앞마당과 중앙 홀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배 씨가 저희와 가실 던전이 저기.”
류시우가 균열 입구 반대 방향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독 안개가 진해 이보배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째려보니 색이 짙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저편에 숲이 있고 숲에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 내부에 던전이 있는데 거기가 목적지입니다.”
“용케 발견하셨네요.”
“탐색을 즐겁게, 샅샅이 하는 게 사계절의 장점이죠.”
“그럼 바로 이동하겠, 웁!”
질풍 방패 추효풍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한현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균열 초행을 데리고 바로 던전에 들어간다니! 하루는 여기 머물면서 균열 내부에 적응해야지!”
한현우가 입이 막힌 채 웅얼거렸다.
“공략했잖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여긴 A급 균열이니 공략 완료했어도 방심해선 안 돼. 우리끼리만 있어도 방심은 금물인데 심지어 균열 초행 생산계에 저레벨 각성자도 있잖아. 우리가 초대했으니 책임지고 조심해야지.”
추효풍이 뭐 모르는 한현우를 엄히 꾸짖었다.
한현우는 추효풍이 맞는 말을 하자 생각이 모자랐음을 깨닫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성급히 행동했습니다. 하루 정도 상태를 지켜보며 균열에 적응하도록 하죠.”
“던전이 있는 동굴까지 거리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늪은 어떻게 건널 생각이니?”
독 안개를 뚫고 숲과 성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던 이해기가 물어보았다.
이보배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을 물어보는 작은오빠에게 오랜만에 존경심을 품었다.
‘배 같은 걸 띄우나? 늪에 배가 뜨나? 아니면 빙제가 마법으로 늪을 얼려서 걸어가는 걸까?’
잘하면 이번 기회에 호수를 얼리는 빙제의 위엄을 목격하게 되는 것인가!
이보배가 내심 기대하는데 한현우가 흥을 깼다.
“독은 많이 접할수록 좋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건너야 합니다, 가 아니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당연하단 듯이 말하던 한현우가 갑자기 본인의 말을 철회했다.
일행의 후미에서 뒤따르던 광전사가 그에게 살기를 날리고 목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살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보배를 제외한 전원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여름은 언제 살기를 내보냈냐는 듯 시치미 뗐다.
광전사는 이목이 집중된 김에 전투 연금을 대신해 말했다.
“현우가 업을 거예요. 그렇지, 현우야?”
“네, 제가 업겠습니다.”
질풍 방패에 이어 광전사까지 한현우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한현우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대충 깨닫고 둘이 하라는 대로 하기로 했다.
반발은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왔다.
“네? 업어주실 거면 질풍 방패님이나 광전사님이 업어주시는 게 효율이 좋지 않을까요?”
이보배가 의아해서 입을 연 것이다.
업혀 가는 마당에 업어줄 사람 고르는 건 건방진 자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보배는 진지했다.
늪을 걸어서 건너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니 생산계와 전투계에 걸친 한현우보단 전투계, 그중에서도 신체 스탯이 높은 추효풍이나 나여름이 이보배를 업는 게 효율이 좋았다.
이보배의 발언이 충격적이었기에 모두의 시선이 한현우에게 쏠렸다.
다들 하는 생각은 비슷했다.
‘유유상종이라더니.’
‘우리 막내가 나쁜 물이 들었어.’
효율을 사랑하는 한현우지만 다행히 그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형, 누나의 경고로 잘못을 알아챘다.
한현우는 좋아하는 사람과 스킨십할 수 있는 기회를 고작 효율 때문에 날릴 위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보배 씨를 업어야 합니다.”
“그런가요?”
“네. 왜냐하면 여름이 누나가 시우 형을 업고 제가 이보배 씨를 업어서 탱커인 효풍이 형 손을 비워놓는 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사계절 길드의 길드 마스터들은 동시에 탄식했다.
그들의 막내는 효율 때문에 좋은 기회를 차버릴 효율 바보가 맞았다.
‘이게 정답이죠?’
한현우는 존경하는 형, 누나에게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류시우는 이마를 짚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댔으니 어쨌든 둘이 가까워질 기회는 사수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죄송해요, 제가 아직 많이 모자라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보배 씨는 훌륭합니다.”
이보배와 한현우는 덕담을 나누며 첨탑을 내려갔다.
류시우는 갈 길이 구만리임을 실감하고 동료들과 눈빛을 교환해 전의를 고취시켰다. 그러다 이해기와 눈이 마주쳤다.
이해기는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류시우에게 동지임을 밝힐 겸 호의적인 미소를 보냈다.
류시우는 사교적인 미소로 화답했다가 미소의 진의를 깨닫고 더 밝게 웃었다.
* * *
이보배에게 균열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정확히는 스파르타 교실의 재림을 막고자 하는 길드 마스터의 뜻에 따라 이보배는 한현우의 안내를 받아 성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나도 둘러보겠다. 작은 성이지만 양식이 독특하니 내부도 궁금하구나.”
“어허, 한생아. 여기로 와야지.”
이해기가 점잖게 경고했으나 화르세인지는 이보배의 뒤로 숨었다.
한국의 작은 집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성을 보니 반가운 듯했다.
이보배는 막내 오빠 편을 들었다.
“막내 오빠가 보고 싶다잖아. 같이 가도 되죠?”
“물론입니다.”
“그럼 나도 같이 가마.”
이보배는 따라오려는 이해기를 저지했다.
“잠깐만, 그러면 큰오빠도 같이 가야지. 큰오빠도 가자.”
“에잉, 귀찮은데.”
대마왕은 귀찮아하면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결국 이보배와 한현우 둘에서 이씨 삼형제까지 끼어 다섯으로 늘었다. 이해기는 책임감을 갖고 형과 동생을 챙겨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
‘괜히 둘 사이에 끼지 마.’
‘안 끼어, 귀찮아.’
‘누가 낀다더냐? 난 성만 구경할 것이다.’
다행히 이귀한과 이한생은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순순히 협조했다.
그렇게 이보배와 한현우, 이씨 삼형제 두 덩어리가 을 배회했다.
“어디 불편하거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알려주십시오.”
한현우는 이보배가 균열에 진입해 본 적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이보배를 신경 썼다.
이보배로선 그저 황공무지할 따름이었다.
‘너무 나한테 신경이 집중된 거 같은데. 다른 데 못 돌리나. 아, 저기.’
이보배는 적당한 걸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어, 저기 사람들이 있네요.”
이보배는 성벽에 달라붙어 벽돌을 빼거나 바닥을 파헤치거나, 성 내부의 장식과 가구를 옮기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장롱 하나 들고 쩔쩔매는 걸 봐선 비각성자로 보였다.
“전부 짐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계절은 관리국의 안전 권고를 준수해 공략이 완료된 후에만 짐꾼을 투입합니다.”
전원 정규직에 이어 훌륭한 직원 복지의 일환이었다.
이보배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좋아했지만 한현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런데 공략이 끝나기 전의 균열에 진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말이지.”
내내 뒤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오던 이해기가 끼어들었다. 이유를 알고 있는 이해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기는 미래가 불투명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이제는 아련해진 각성 당시의 기쁨을 떠올렸다.
미공략 균열일 땐 불안하고 공략 완료된 균열일 땐 아쉽다. 그게 사람 마음이었다.
“미공략 균열에 진입하는 게 더 각성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 다들 각성하고 싶어 하니까.”
일자리가 없어 짐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짐꾼은 각성을 꿈꾸며 균열로 진입했다.
“그렇다 해도 너무 위험합니다. 각성하기 위해 사지로 들어가는 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정론이지만 이미 각성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얘기지. 현우 너는 모든 사람이 너와 같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해.”
한현우는 균열의 날 당일 각성한 1세대 각성자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각성했는데 혼자 각성하지 못한 비참함을 모른다.
이해기는 한현우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했다.
화르세인지는 그 꼴을 보고 대악마와 쑥덕였다.
‘우리더러 끼지 말라더니 자기가 먼저 끼는 것 보아라.’
‘둘째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심해. 재수 없는 새끼지.’
‘누가 사기꾼 아니랄까 봐.’
“다른 사람도 있는데 가족 험담은 자제하지?”
“그래서 작게 말했는데?”
“입도 가렸느니라.”
궁지에 몰린 이해기에게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옷장을 운반하던 짐꾼이었다.
한현우를 발견한 짐꾼이 묵례했다가 이해기를 보더니 얼굴을 폈다.
“이게 누구야! 이해기 형씨 맞지?”
“도훈 형님? 사계절 들어가신 거예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이해기도 반갑게 인사했다.
이보배는 대충 둘의 사이를 추측했다.
‘오빠 짐꾼 시절 지인인가 보네.’
“운수대통했지. 형씨도 사계절 입단한 건가?”
“저는 그런 건 아니고…….”
이해기가 자신의 사정을 전하며 자연스럽게 짐꾼과 함께 움직였다.
이보배는 짐꾼을 따라 점점 멀어지는 작은오빠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성 내부엔 사계절이 헤집고 지나간 흔적이 가득했다. 바닥을 헤집거나 벽을 뜯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 놨다. 가구를 들어내는 건 기본이었다.
“정말 샅샅이 뒤지시는군요.”
“일단 자원이 될 만한 건 무조건 챙기고 있습니다.”
“보관은 어떻게 하세요?”
“길드원 중에 창고지기가 있습니다. 인벤토리와 물품 보관에 특화된 직업입니다.”
처음 듣는 직업명에 이보배가 감탄했다.
한현우는 이보배가 묻지도 않았는데 창고지기의 유용성에 대해 일장연설했다.
“만약 길드를 설립할 거라면 창고지기는 꼭 영입하셔야 합니다.”
“와, 그렇군요.”
이보배가 열심히 경청하는 동안 이귀한과 이한생은 한발 앞서 성을 구경했다.
사계절 길드원들은 미리 언질받은 게 있어서인지 낯선 얼굴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알은척했다.
“이보배 씨 오빠들? 누가 이귀한 씹니까?”
“나는 아니다.”
화르세인지가 부정하며 옆에 있는 이귀한을 가리켰다.
알은척한 사계절 길드원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귀한 씨.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가족 외의 사람에겐 관심 없고 흥미 없는 이귀한은 사계절 길드원의 인사를 무시했다.
이보배가 사계절에 다니고 있을 때면 모를까, 전 직장 동료니 예의 차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한생은 이보배를 부르려다 여전히 설명을 듣고 있는 걸 보고 직접 나섰다.
“이 새끼는 악마 새끼라 건드리면 문다. 위험하니 저리 가거라.”
“으르릉.”
동생의 말에 이귀한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사계절 길드원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아, 귀환하고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듣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사계절 길드원이고.”
“으르릉, 왈왈!”
이귀한이 송곳니는 물론이고 어금니까지 드러내며 개 짖는 시늉을 했다. 하는 행동은 장난 같지만 눈빛은 무심했다.
외려 ‘이걸 구실 삼아 파괴와 살육을 자행할 수 있지 않을까?’란 의지까지 느껴졌다.
위기를 감지한 망나니가 버럭 소리쳤다.
“썩 꺼지거라!”
“너무 경계하지 마세요. 저도 귀환자거든요.”
성자의 경고도 무시하고 대악마에게 접근한 청년이 정체를 밝혔다.
“김혁이라고, 나름 TV에도 자주 나왔는데. 하하, 모르시려나.”
이귀한과 화르세인지는 김혁이 누군지 몰랐으나 정체를 밝힌 건 효과가 있었다.
“안 물어봄. 안 궁금함.”
개같이 굴던 이귀한이 사람 말을 한 것이다. 이만하면 같은 귀환자 출신이라고 대악마가 많이 양보해 준 편이었다.
“와, 젊어 보이시네. 제 또랜 줄. 형이 있던 세계는 어땠어요? 제가 있던 곳은 용이랑 마법이 있는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풍 세계였어요.”
이귀한은 대놓고 무시하기 위해 평소 잘 하던 짓을 했다.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실행한 것이다.
물론 이곳은 균열이고 균열 내 전자 기기는 오작동하기 때문에 게임은 켜지지 않았다.
운 좋게 핸드폰 화면이 켜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귀한이 연타한 게임 아이콘을 본 김혁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와아, 형도 프프프! 하는구나! 저도 하는데.”
같은 게임을 한다고 해서 대마왕이 관심을 줄 거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이귀한은 게임에 관심이 있는 거지 게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게임 내 길드에도 가입하지 않아 모두 기본으로 갖고 있는 길드 가입 기념 뽑기권도 받지 못했다.
“하고 있으면 주인공이 저랑 비슷해서 반갑고 그래요. 저도 주인공처럼 미남 미녀에 둘러싸여서 모험했었거든요. 세계는 구하지 못했지만 작은 왕국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고. 하하하!”
“비슷? 얘랑?”
이귀한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평소 이귀한은 한없이 상냥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임 속 주인공을 보며 성내곤 했다.
체키빙 공자는 위험을 감지하고 이보배를 데려오기 위해 움직였다. 대마왕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그 혼자선 악마 새끼를 막을 수 없었다.
“돼지야, 위험하다! 악마가 사람 잡는다!”
“몬스터가 등장했습니까?”
위험하단 얘기에 설명을 늘어놓던 한현우가 깜짝 놀랐다.
이보배는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큰오빠 별명이 악마예요.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이보배는 급히 이귀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직 대악마의 살육은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저 진짜 잘나갔거든요. 아, 진짜 구국의 영웅 소리도 듣고 거기선 제가 제일 셌는데. 여기 오니까 힘의 절반도 못 써요.”
“응.”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제가 진짜 치명적인 매력의 먼치킨이었다니까요.”
“응응.”
김혁은 본인의 잘나가던 시절을 자랑하고 이귀한은 효과적으로 김혁을 죽이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보배는 다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세이프!’
“와아, 저도 더 듣고 싶어요!”
“앗, 혹시 이보배 씨?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균열 실종자가 전부 고생한 건 아니거든요. 저처럼 그쪽에서 더 잘나갔던 사람도 있죠. 하아, 용의 계약자라고 하면 다들 떠받들어 줬는데.”
“하하, 그러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