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73)
274화. 의義와 협俠의 세계. 무림(武林) (3)
“으아아아악!”
“아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껏해야 3류 무공밖에 익히지 못한 이들에게, 검강을 줄기줄기 뿜어내는 천유성은 재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남은 사람들의 표적이 변했다.
“괴, 괴물 같은! 저 녀석은 포기하고 다른 놈들을 쳐라!”
누군가의 외침에 목표가 천유성에서 진혁으로 바뀌었다.
부우우웅!
칼과 창이 곧장 진혁의 몸을 향해 쏟아졌다.
아니, 쏟아지려고 했다.
카아앙!
청아한 쇳소리가 가로막았다.
칼날이 진혁의 바로 얼굴 위 10cm 부근에서 멈췄다.
“네놈. 감히 주군께 칼을 겨눈 것이냐?”
월영이었다.
든든하게 옆을 보좌하는 수하 덕분에, 진혁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됐다.
“뭐냐 이 기생오래비 같은 놈은? 꼴에 동료라고 대신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기, 기생……오래비?”
월영의 두 눈에 불꽃이 튀어 올랐다.
살기.
그것도 아예 상대를 죽여 버리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는 종류다.
하늘같은 진혁에게 함부로 지껄이는 것도 참기 어려웠는데, 자신까지 모욕해버리다니.
이건 완전히 선을 넘어도 한참이나 넘었다.
가뜩이나 가녀린 체구에 선이 고운 외모가 콤플렉스인 월영이였기에, 지금 느낀 수치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월영이 ‘음영극살(陰影亟殺)’을 발동합니다!]“발끈하면 뭐 어쩔 건…… 끄아아악!”
퍼퍼퍽!
퍼억!
이빨이 옥수수처럼 튕겨 나가며, 짙은 피 운무가 일어났다.
워낙 빠르게 거리를 좁힌 탓에, 사내는 말끝을 채 끝맺지도 못했다.
전후좌우.
쓰러지기 전에 균형이 무너지는 쪽을 가격해서 계속 서 있게 만드는 솜씨는…….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 몸으로 무슨 저런 괴력이…….”
“괴, 괴물들이다.”
아예 상대가 안 된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어른을 두드려 패는 월영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건가? 아니면 이 입인가? 여기? 여기? 응? 말해 봐. 아. 이제 말을 못 하지?”
쾅! 콰앙! 퍼어억!
월영이 사악한 웃음기를 머금은 채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흠…….
‘쟤도 처음 만났을 때 냉철하고 제법 분위기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거지?’
아무래도 나쁜 물이 든 것 같다. 범인은 아마 천유성 때문이겠지.
근묵자흑이라고. 앞으로는 내 곁에서만 있게 해야겠다.
“젠장! 다 틀렸다. 저 꼬맹이를 노려라.”
“그, 그래. 저 꼬맹이 하나쯤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
“설마, 저 꼬맹이까진 강하지 않을 거야.”
남은 선택지는 엘리스 하나뿐.
진혁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냥 우리는 내버려 두고 너네끼리 싸우는 게 더 현명할 것 같은데…….”
눈이 돌아간 망아지마냥 왜 이쪽만 노리는 건지 모르겠다.
하이에나들도 사자한테는 한 수 접어 주는 법인데, 어째 사람이라는 놈들이 그보다 더 무식하냐.
허나, 경고를 해줘 봤자 이미 늦었다.
금기어를 내뱉은 이상 엘리스는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으니까.
“후후후후. 짐은 꼬맹이가 아니다. 꼬맹이가…… 꼬맹이가 아니란 말이다 이 말미잘 같은 것들아! 야! 솔직히 내가 어딜 봐서 꼬맹이인 건데!”
꼬맹이가 격노했다.
쿠쿠쿠쿠쿠쿠!
‘블러드 로드’로 인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하나 둘.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각종 병장기들이 하늘로 떠올랐다.
“어어어?”
“‘겨, 격공섭물(隔空攝物)’이라고?”
“내, 내공이 얼마나 깊다는 거냐?”
검기나 검강만으로도 게거품을 물고 뒤집어질 지경인데, 내공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격공섭물까지 보게 될 줄이야.
이제는 신분패고 나발이고 간에 살아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도, 도망쳐!”
“사람 살려!”
“히이이익!”
완전히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지옥 속.
모두들 가지고 있던 엽전을 집어던지고 연무장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나갔다.
“이 시간에 보는 석양도 제법 운치 있네.”
진혁이 은근슬쩍 연무장의 가장자리로 딴청을 피웠다.
살며시 열린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검은색 덩어리 하나가 재빠르게 빠져나갔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이, 이럴 수가. 태총관. 내가…… 지금 제대로 보는 게 맞는 건가?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저도 믿기지가 않지만…… 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종무량과 태 총관의 입에 날벌레가 넘나들었지만, 차마 그걸 내쫓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지금 연무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으니까.
콰아아앙!
“끄아아아!”
일격에 박살나고 있는 무인들.
거기까진 좋다.
시험에서 누군가 탈락하는 것쯤이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 모든 참사가 단 세 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6척이 넘는 신장에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남자가 검을 휘두르자, 지형과 지물이 완전히 갈려나갔다.
검강.
그것도 굉장히 수준이 높은 경지다.
그림자를 통해 이동하는 어린 공자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뛰어난 암살자를 떠올리게 하는 고속 이동술은 종무량조차 눈으로 쫓아가기 힘들 정도다.
화룡점정으로 내공의 깊이가 가늠되지 않은 가면을 쓴 이인까지 있다니.
‘내가…… 싸운다고 해도 저들 중 하나를 이길 수 있을까?’
종무량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리겠지.
솔직히 말해 생사결을 펼친다고 해도 승률이 4할을 넘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가면을 쓴 상대는 나머지 둘과도 격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 정말로 두려운 건 저 세 사람 때문이 아니다.
‘저 녀석…….’
종무량의 시선이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는 진혁에게 향했다.
‘약한 게 아니었단 건가.’
귀찮은 듯 하품이나 쩍쩍해대며 멍하니 웃고만 있어서 우습게봤는데.
그저 다른 사람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는 수행역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결코 기가 약하거나 내공이 없던 게 아니었다.
단지.
‘경지가…… 보이지 않던 거였어.’
운무관의 관주이자 곤륜의 절정급 고수 중 하나인 자신이 볼 수 없는 영역.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지금 이 순간에도 나머지 세 사람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저 녀석의 명령에 따르고 있다는 말인가?
‘초절정…… 아니, 어쩌면 그 벽을 깼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 머리끝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고동쳤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저 정도 고수를 영입할 수 있다면, 곤륜파 장문인들뿐 아니라 무림맹 전체에서도 종무량이란 이름을 기억할 것이며, 그 공을 치하할 게 틀림없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만!”
종무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시험을 진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 그렇군요. 관주의 말씀이 맞습니다. 뭣들 하느냐? 대협들을 모시지 않고.”
태 총관이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부상자들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런 놈들이야 뼈가 부러지든 기어가든 우리가 뭔 책임을 지란 말이냐? 대충 쫓아내라. 지금 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니 서두르란 말이다.”
“예, 옙!”
무관에 소속된 무인들이 즉시 명령을 이행했다.
어차피 이곳은 천마신교를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곤륜의 입김이 황실보다 세게 작용했기에, 그 말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빨리 꺼져라. 엄살 부리다가 괜히 두드려 맞지 말고.”
무인들이 타봉으로 부상자들을 툭툭 건드렸다.
여차하면 가차 없이 두드려 팰 기세다.
“잠,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떨어질 때 다리가 다쳐서 제대로 걸을 수가…….”
“네놈은 무적신권인지 뭔지를 익히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무적이……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서…….”
“오냐. 그럼, 내가 될 때까지 패 주지. 다들 밀어내라!”
“으아아악!”
“가, 갑니다. 가면 되잖아요!”
구슬픈 비명 소리가 몇 번인가 울려 퍼지고, 곧이어 북적이던 연무장은 완전히 비어 버렸다.
***
운무관의 대우가 180도 달라졌다.
안채에는 그윽한 향이 일품인 철관음(鐵觀音)과 각종 다과가 준비되었다.
하긴,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줬으니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
“…….”
천유성과 월영은 언제나처럼 차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너흰 안 먹냐?”
“단 건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정파 놈들이 주는 걸 먹을 정도로 굶주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이거 꽤 맛있는데, 나름 고급 과자라고.”
진혁은 어깨를 으쓱한 뒤 약과 하나를 입에 넣었다.
이건 안 먹는 놈이 손해다.
반면, 엘리스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기 그릇 안에 들어 있는 과자와 꿀엿 등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오물오물.
“마싯……우움…… 구나. 이 단마슨 지미 취향 우물……이니. 아프로 마니 구비해 두도록 꿀꺽……하여라.”
햄스터같이 볼을 부풀린 건 덤이다.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좀 먹어라.”
뭣보다 그렇게 한 입에 다 넣으면 맛이 느껴지긴 하냐?
“그리고 먹을 땐 체통이란 걸 지켜. 나름 가주라는 애가.”
“응?”
“봐 봐. 여기 입가에 설탕이나 잔뜩 묻히고.”
진혁이 엘리스의 입가에 묻은 하얀 설탕을 훔쳤다.
“지, 지금 뭐 하는……?”
엘리스의 목소리가 뾰족해지려 했을 때였다.
덜컹!
황색 신분패를 든 종무량이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거, 높은 등급의 신분패는 평소에 꺼낼 일이 없어서 찾느라 오래 걸린 것 같군요. 자. 하나씩 받으시죠.”
종무량이 황색빛 신분패 4개를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황색 신분패를 습득하셨습니다!]종류: 1급
내용: 무림에 있는 동안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패로, 각 지역의 주루와 객잔을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으며, 무기와 약초 등을 구입하거나 희귀한 퀘스트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간: 무림 체류 시까지(최대 90일)
그런데.
신분패를 받아 든 진혁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종무량이 넘긴 건 1급.
특급이 아니다.
“분명, 이 위에 한 단계 더 높은 급의 패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특급 패 말씀이군요. 사실 그것과 관련에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규정 상 특급 패를 드리기 위해선 한 가지 동의를 받아야 하거든요. 하하.”
속내를 들킨 듯 멋쩍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무슨 말을 할진 뻔하지만, 진혁은 모른 척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종무량이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아직 소속이 없으신 것 같은데, 곤륜에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특급 패를 드리는 건 물론, 실력에 걸맞은 대우 또한 약속드리죠.”
“호오. 곤륜파에 입문을요?”
“예. 아무한테나 드리는 제안이 아닙니다. 근본 있는 명가의 자손들만 입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이니까요.”
“이야. 말씀만 들어도 영광이네요. 그런 제안을 해 주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크흠! 별 말씀을…… 이것 또한 다 대의를 위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간악한 마교를 몰아낼 수 있다면 신분쯤이야 제 권한으로 넘어가 드릴 수 있습니다.”
종무량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죠. 저 역시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긴 했으니까요.”
“오오! 현명한 선택입니다.”
종무량이 즉시 품 속에서 또 하나의 패를 꺼냈다.
백금으로 만든 ‘특급’ 패다.
거래가 이루어지자 공기가 한결 누그러졌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콰앙!
“과, 관주님!”
문이 부서질 듯 요리한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웬 소란이냐? 지금 중요한 만남 중이라고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 했거늘!”
“죄송합니다. 꼭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숨을 고르던 남자가 다급히 보고를 올렸다.
“보물창고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다, 단약과 그 외에 수많은 기물들이 송두리째…… 없어졌습니다.”
“뭐, 뭣이라? 보물창고가 털려? 서, 설마…… 그것까지 없어진 건 아니겠지?”
“그게…… 그 비급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이럴 수가.”
종무량이 기함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운무관의 관주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야. 하필 이럴 때 도둑이라니. 난감하네요.”
진혁이 혀를 찼다.
정말이지 하필이면 시험을 보느라 경비가 허술해지고. 또 이렇게 종무량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데 신경 쓰느라 정신이 팔린 틈을 노리다니.
누군지 몰라도 아주 치밀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게 틀림없다.
저 봐라. 멀리서 연기까지 솟구치는 걸 보니 불까지 지른 것 같네.
분명 천벌을 받을 거다.
암. 하늘에서 벼락을 떨어뜨리고말고.
“죄송하지만, 곤륜에 들어가는 건 없던 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필요한 건 든든한 뒷배였는데, 자기 집 안방이 털리는 분들은 조금 못 미더워서요.”
진혁이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물론, 특급 패를 잘 챙겨 두는 건 잊지 않았다.
“이이익! 대체 어떤 놈이냐? 천마신교 놈들이라도 쳐들어온 것이냐?”
“그게…….”
보고하던 무인이 다급하게 단서 하나를 늘어놨다.
“용이 되지 못한 어린 이무기처럼 생겼는데, ‘모기’라는 괴성을 질러대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저도 잘…….”
음.
슬슬 튀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