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0화 –
“크윽……!”
세드릭의 신형이 허물어져 내리고, 그가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닿은 무릎마저 모래로 변하며 서서히 부서지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드릭은 당황은 했을지언정 절망스럽지는 않은 듯했다. 돌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하하하! 하하! 쿨럭! 크큭, 하핫!
“이렇게 루벤을 만나 보지도 못하고 어이없이 실패한 적은 없었는데. 정말 황당하군!”
세드릭은 뒤이어 계속해서 웃다가 날 노려보았다.
“왠지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다 했어. 내 결계를 꿰뚫은 것도 너지? 어디서 보낸 거지? 혹시 신이 보낸 사자인가?”
“……음.”
나는 세드릭의 절절한 눈빛을 슬쩍 피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나도 이 상황이 좀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야. 세드릭.
‘목걸이는 대체 언제 나타난 거며…… 세드릭은 왜……. 이 목걸이에 뭔가 있는 건가?’
목걸이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뒤늦게 인식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빛을 내며 웅웅 진동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건 단순한 내 느낌이지만, 이 목걸이 왠지 점점 색깔이 진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무언가의 힘을 흡수하는 것처럼…….
“희아. 괜찮아? 저 녀석 말에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단 뒤로 물러나자.”
그때 다자르가 불쑥 나와 세드릭의 사이로 끼어들며 나를 방어하듯 섰다. 그러자 모로카닐도 덩달아 내 앞에 섰는데, 그 모양이 다자르를 견제하는 듯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
‘그래.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했으니 되었어.’
몸이 부서져 내릴 정도이니, 당연히 세드릭은 이 세계에서 소멸할 것이었다. 그럼 앞으로 다자르가 그에게 위협받을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세드릭이 불쑥 말했다.
“아니지, 아니야. 신이 보낸 사자일 리가 없지. 그렇다면 이렇게 멍청할 리가 없으니까.”
멍청하다고? 죽어 가는 자의 마지막 대사라지만, 조금 말이 심한 거 아니냐. 다시 한번 나중에 그를 만나게 되면 최선을 다해 괴롭혀 주고 말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세드릭이 말을 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몸은 세계의 연결고리일 뿐, 내 본체는 마석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겠지. 아아, 아니지. 이 녀석들은 마석이 무언지도 모르겠지. 알아 봤자 이미 늦었을 거고 말이야.”
“……뭐?”
마석? 마석이라고?
세드릭이 그리 말하니 문득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분명 추종자들의 소굴에서 커다란 마석을 보았었지.
‘그걸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기도 했고…….’
세드릭은 이제 대부분의 몸이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툭, 그의 입술이 모래 위로 떨어져 내렸다. 씨익 웃는 모습이 된 입술이 외쳤다.
“멍청한 녀석들! 어차피 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앞을 가로막고 선 두 초월자들의 팔을 탁 잡았다.
“아까 저 맞은 편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걸 봤어요. 거기로 가야 해요!”
“뭐? 희아, 잠깐. 아직 이 녀석이 완전히 소멸한 건…….”
“다자르, 빨리!”
내 말이 맞다는 듯 목걸이가 웅웅 댔다. 지하로 걸음을 옮기자 점차 진동이 더 강해지고 있다. 분명 이쪽이야.
나는 두 사람을 붙잡고 다급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둘은 내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진지한 걸 보고는 입을 다물고 따라왔다.
지하에 내려온 우리는 이윽고 커다란 돌을 발견했다. 검은 기운을 흩뿌리는 마석이었다.
‘이전 세계에서 본 것과 똑같아.’
세드릭의 말에 따르면 이 마석이 그의 본체였다. 그러니까 그가 다시 다른 세계에서 되살아나는 걸 막는 방법은 이걸 제거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저 돌을 파괴해야 해!”
두 사람이 알았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석을 파괴하기 위해 힘을 쏟아 내던 그 순간.
-이미 늦었어. 멍청한 것들.
세드릭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마석에게서 강대한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어둠이 우릴 덮쳤다.
“희아-!”
“희아 님!”
다자르와 모로카닐이 날 부르는 소리가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어…… 잠깐…….’
그와 동시에 의식이 뚝, 끊겼다.
* * *
“으으…….”
앓는 소리와 함께 눈을 살짝 떴다. 윽. 눈이 너무 시리잖아. 손을 들어 눈을 덮은 채 중얼댔다.
“다자르? 거기 있어?”
다자르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언뜻 저 멀리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만 끝…….”
“네. 그럼, 그렇게…….”
뭐지? 두 사람, 역시 초월자라 벌써 정신이 든 건가? 응? 정신이 든다고? 내가 정신을…… 잃었었나?
“아!”
벌떡,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동시에 내 위에 덮어져 있던 코트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분명 다자르의 코트였다.
“세드릭! 세드릭은? 마석은 어떻게 된 거지?”
코트를 쥔 채 주춤주춤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시린 눈을 연신 끔벅이다 보니, 점차 시야가 확보되었다.
이곳은 세드릭과 전투를 벌이던 저택의 지하실. 마석이 있던 곳이었다.
‘마석이 없어졌어.’
분명 눈앞에 마석이 있었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빈 공간뿐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내 어깨를 잡았다.
“희아? 괜찮아?”
“어? 다자르. 혹시 여기 있던 마석 봤어? 아까 이상한 힘이 나오고서…….”
“마석?”
다자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의아한 얼굴빛이 된 채, 그가 물었다.
“마석이라니? 꿈이라도 꾼 거야? 여기에 있던 루벤의 추종자들은 우리가 처리했잖아.”
“아무래도 꿈을 꾼 모양이군요. 갑자기 정신을 잃으셔서 놀랐습니다. 희아님.”
모로카닐이 뒤이어 말하며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지? 지금 두 사람, 장난하는 건가? 아니, 이런 걸로 장난칠 사람들이 아니지.
나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마석과 세드릭에 대해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였다. 마치 정말 내가 꿈이라도 꾼 것처럼 바라보는 다자르와 모로카닐은…….
‘기억을…… 잃었어?’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목소리가 있었다.
‘멍청한 녀석들! 어차피 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세드릭이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그렇다면, 그는 이미 다른 세계로 옮겨 간 건가? 그리고 그가 이동하고 나면…… 이전 세계에서 그를 알던 이들은 관련된 기억을 잃게 되는 거고?
‘그럼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도, 만약 세드릭이 죽으면…… 모두 그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잖아.’
그는 윤회를 다시 시작할 것이고 말이다. 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다자르에게 애써 괜찮다고 말하면서 입술을 꾹 물었다.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희아 님의 목걸이가 몸에 흡수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특별한 힘이 깃든 목걸이인가요?”
그때 문득 모로카닐이 물어 왔다. 그의 눈은 내 목덜미를 향해 있었다. 아까 목걸이가 걸려 있던 곳이다.
목걸이가 내 몸에 흡수되었다고?
눈을 끔벅이며 목덜미를 더듬어 보았다.
‘없어. 목걸이가…… 없어졌어.’
아까 전까지만 해도 웅웅 대며 제 존재를 알리던 목걸이가 없어져 있었다. 대신, 몸 안에 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자리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희아, 괜찮아? 어서 시아스터 저택으로 돌아가자.”
다자르가 불쑥 내 손을 잡았다. 이 상황이 분명 혼란스러워야 할 텐데, 머릿속은 웬일인지 매우 차분했다.
분명 내 몸에 뭔가 변화가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래. 돌아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내 답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던 다자르의 얼굴이 밝아졌다.
“돌아가자고…… 해 줬구나.”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공간을 찢을 테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도 참아 줘.”
다자르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신성력을 흩뿌렸다. 그와 동시에 공간이 스르륵 열리던 바로 그때.
“희아 님.”
“아. 모로카닐. 미안해요. 제가 지금 좀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못 할 뻔했네요.”
모로카닐이 짙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뭔가 머뭇대는 기색으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곧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 네. 저도요.”
예의상 싱긋 웃어 주자 모로카닐이 살짝 시선을 비끼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때 다자르가 손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어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나는 다자르와 함께 공간 속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우선 상황을 좀 정리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이 이상한 힘도 좀 살펴보고.’
하지만 시아스터저에 도착한 이후, 난 차분히 내 몸을 살펴볼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다자르 님! 가주님, 가주님께서……!”
“……뭐?”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다자르의 할아버지가 세상과 이별을 고하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