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1화 –
모로카닐은 싸늘한 얼굴로 절 노려보는 다자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그가 이곳으로 날아온 건 단순히 루벤을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실리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니, 그거참 제겐 안 좋은 소식이군요. 그래서…… 희아 님은 어디에 있죠?”
“……그건 네가 알아서 뭐 하게?”
잔뜩 날이 선 답이 돌아왔다. 다자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모로카닐은 그게 저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루벤에게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시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안전한 곳은 바로 제 옆이라고, 모로카닐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야기하면 다자르가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모로카닐은 입을 다물었다.
다자르가 한쪽 입술 끝을 비틀었다.
“하! 안전한 곳이라……. 그게 바로 네 옆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다자르는 이미 모로카닐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모로카닐은 속으로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희아 님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요.”
“희아는 너 따위 만날 시간 없으니 돌아가.”
“희아 님의 의견은 묻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저와의 만남을 방해하는 건, 희아 님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겁니다.”
“자유의지?”
다자르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더니,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희아의 자유의지를 억압한 적 없어. 그리고…… 진심으로, 널 만날 시간이 없다니까? 더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돌아가지 그래?”
“…….”
두 쌍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먼저 눈을 돌린 것은 자수정 빛깔의 눈이었다. 모로카닐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제힘을 풀어내며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방해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저는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초월자들과 함께요.”
그리고 그때에는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와 단독으로 붙으면 제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모로카닐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와 맞부딪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럼 곧 뵙죠.”
“…….”
모로카닐은 순식간에 그림자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진 공터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다자르의 귀로 애타게 그를 찾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뒤였다.
“다자르 님! 다자르 님! 어디 계십니까!”
그를 찾는 이는 엘스턴이었다. 다자르는 재빨리 그에게로 향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앗. 여기 계셨군요. 그게, 방금 실베스타인 님께서 결계를 한 번 더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말입니다.”
“……뭐?”
결계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고? 다소 어두웠던 다자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단숨에 실베스타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셨군요, 공작님.”
실베스타인이 진중한 얼굴을 하고 그를 반겼다.
“엘스턴 님과 이야기해 본 결과,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이곳에서 다시 한번 결계를 연결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자의 힘은 필요치 않은 겁니까?”
“세이드리그 후작 말씀이십니까? 있다면 결계를 더 안정적으로 열 수 있겠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결계가 불안정해 오래 열지 못하고, 외부의 방해를 받으면 다소 변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음.”
엘스턴이 옆에서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베스타인 님께서 제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박식하시더군요. 결계에 대해서도 그렇고 말입니다. 저도 지금 다시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놓쳤던 목걸이의 기운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목걸이의 기운……?”
“네. 그때 결계가 끊기면서 목걸이의 기운도 흩어져 버렸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번보다 더욱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다자르에게는 아주 기쁜 일이었다. 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하시죠.”
“네. 그럼 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실베스타인이 묵묵히 그를 불렀다. 희아의 오빠…… 아니 여기선 실리아의 오빠인 그는 동생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크게 놀랐지만, 지금은 자신보다 아주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차분한 것을 넘어 냉철해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저 방대한 지식이라니. 그가 없었다면 희아를 되찾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자가 아카데미 교수로 썩고 있었다니.’
희아가 돌아온다면 그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빨리 그녀를 되찾아야 한다.
다자르는 제 안에 깃든 시아스터의 힘을 풀면서 엘스턴과 실베스타인의 도움을 받아 그녀와 연결된 결계를 만들어 냈다.
“……윽?”
그리고 바로 그때.
콰앙! 별장 깊숙한 곳에서 난데없이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시온이 있는 곳이었다.
“무, 무슨 일이죠? 방금 폭발 소리가…….”
“내가 악시온의 방에 쳐 둔 결계가 루벤의 힘과 부딪히는 소리야.”
희아와 연결하기 위해 힘을 쏟아 내던 중이라, 갑작스러운 루벤의 힘에 타격을 받았다. 다자르의 입술 사이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방금 흘러나온 힘이 루벤의 힘인 겁니까?”
그때 실베스타인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눈이 다자르가 갓 만들어 낸 결계로 향해있었다. 다자르는 그의 목소리에 불안을 느꼈다.
“네. 힘이 더욱 강대해지고 있는 중에…… 제 결계와 부딪힌 것 같군요. 아마 흔들린 틈을 타고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초월자들이 더욱 커진 이 힘을 느꼈겠군. 다자르가 입술을 짓씹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지요?”
그때 실베스타인과 엘스턴이 서로를 바라보며 난감한 목소리로 중얼댔다.
“무슨 문제, 말입니까?”
“조금 전 루벤의 힘 때문에 결계에 이상이 생겼어요. 그리고…… 연결된 곳으로 결계의 이상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 말하는 실베스타인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번 결계의 연결로 실리아의 외양이 변한 것과 그녀가 완전히 다른 세계에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또한 제 동생이 걱정될 것이다. 다자르만큼이나.
“결계의 이상이 전달되다니. 그럼 이 결계를 당장 끊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악시온에게 문제가 생기면 흑매가 달려오기로 했는데, 아직 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단순한 힘 폭발일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아이, 악시온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다자르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희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갈팡질팡했다.
그러자 실베스타인이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나지막이 답했다.
“우선은 힘이 닿는 데까지 결계를 연결해 보지요. 그 후에 닫아도 늦지 않습니다.”
다자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어서, 이 결계를 건너 그들에게 돌아와 주었으면. 그의 바람이 결계를 타고 그녀에게 전해지기를…….
* * *
다자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지나갔다. 나는 시아스터의 가족이 아니니, 내가 바쁠 일은 원래 아니었지만.
‘이런 애를 그냥 지켜볼 수가 있어야지.’
나는 힐끗 단상에 올라있는 다자르를 보았다. 다자르는 시아스터의 식솔을 모두 모아 놓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얼굴은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그런 그가 걱정되어 졸졸 따라다니느라 나 또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가 어른의 표정을 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보자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자르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그의 딱 하나 남은 가족이었다. 감옥에 갇혔던 아버지도 내가 없던 사이 명을 달리했다고 했으니까.
그가 지금 느끼고 있을 상실감은…….
‘악시온을 잃은 것과 같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자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날 밤, 조용히 찾아와 건넨 말은, 더더욱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는 아마 내가 잠든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내게 남은 건 너뿐이야. 희아. 너마저 날 떠나간다면……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어.’
내 침대 옆에 서서 한참을 흐느끼다 떠난 그는 홀로 남은 어린아이 같았다.
휴우. 그날을 떠올리자 한숨이 폭 튀어나왔다.
‘자꾸 우울한 생각만 드네. 나라도 힘내서 다자르에게 기운을 북돋아 줘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날이 좋았다. 선선한 바람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가 다자르에게 밝은 얼굴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휘이이- 우웅-
“……결계?”
분명 이전에 보았던 그 결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공간을 당당히 찢어발긴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