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8화 –
“정말 다자르가 루벤을 숨기고 있을까?”
모로카닐의 옆에서 걷고 있던 에이슈가 눈가를 찡그리며 물었다. 그들은 이미 시아스터의 영토인 ‘루벤의 섬’에 도착해 있었다. 최대한 다자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외곽으로 순간이동 한 참이었다.
모로카닐이 숲을 헤쳐 가며 그를 힐끗 보고 나지막이 답했다.
“글쎄요. 그건 가 봐야 알 수 있겠지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영역 안에서 루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다는 겁니다.”
“확실히 수상하잖니.”
코라가 깊어진 눈으로 에이슈를 바라보았다. 그는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어린 에이슈의 정수리에 그녀는 손을 툭 올렸다.
“게다가 모로카닐의 말에 따르면, 이미 다자르는 루벤과 연관이 있는 걸로 의심받고 있었다고 했잖니. 난 계속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잖니.”
“……하지만 그곳에는 실리아랑 그 꼬마도 있을 텐데.”
그리 말한 에이슈가 입술을 우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다자르를 급습할 예정이었다. 다자르가 이번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반드시 싸우러 간다는 건 아니잖니? 다자르가 평화적으로 나오면 되잖니.”
“…….”
에이슈는 다자르를 떠올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그’ 악명 높은 다자르가 우리의 말을 순순히 듣는다고?
이미 그의 영토인 루벤의 섬에 초월자 셋이 허락도 없이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이미 그들은 다자르에게 결투장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다자르의 입장이었어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고, 하물며 그가 정말 루벤과 연관이 있다면……
“으…… 오늘 우리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겠지? 다자르랑 모로카닐처럼 환생할지도 몰라.”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렴, 에이슈. 나는 이번 생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잖니. 다시 또 초월자로 태어나고 싶지 않잖니.”
코라가 단칼에 에이슈의 말을 튕겨 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에이슈는 그녀가 이번 사건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코라는 자주 평범한 인간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루벤을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비추기도 했고.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이라. 코라가 왜 그런 삶을 동경하는지, 에이슈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루벤을 제거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니까.”
사명에 실패한 초월자들이 결국 환생하지 않던가. 에이슈도 실패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댔다.
“방금 전 루벤의 기척이 사라졌던 건 뭘까?”
그 말에 모로카닐과 코라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가 이내 앞을 보았다. 그들도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들이 루벤의 섬에 오기 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공백기가 있었다.
모로카닐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대신 한 가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응. 그렇잖니. 나도 그게 뭔지 알 거 같잖니. 너도 그렇지 않니? 에이슈. 루벤의 기척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나서, 기운이 변했다는 것.”
에이슈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들어온 숲이 이제 곧 끝나 가고 있었다. 여기만 지나면 이제 다자르가 있는 곳에 도착할 것이었다.
기척의 기운이 변했다라. 에이슈도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훨씬…… 뭐랄까. 성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졌지.”
“네. 맞습니다. 이전까지는 불안정하고 멋대로 날뛰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같은 기운이라는 게 의심될 정도로, 완벽히 안정된 느낌이죠.”
같은 존재인 게 의심될 정도. 에이슈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기운은……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으니까. 그리고 그 완벽함은 천하의 에이슈마저도 겁을 집어먹게 했다.
이제 루벤의 기운은 잠시 다리에서 힘이 빠질 정도로 강대했다. 이제껏 말로만 들었지 완전해진 루벤의 기운을 느끼는 것도,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에이슈는 사실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코라도 평소보다 말이 많은 걸로 봐서, 그녀 또한 저와 마찬가지인 상태일 거라고 에이슈는 생각했다. 이미 한번 루벤과 맞붙은 경험이 있는 모로카닐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제 보이는군요.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하십시오. 최악의 경우에는, 다자르뿐만 아니라 루벤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에이슈는 황급히 제힘을 끌어올렸다. 코라의 주변 공간이 우그러드는 게 보였다. 그녀 또한 온 힘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었다.
에이슈가 침을 꼴깍 삼키며 모로카닐을 따라가는 동안, 모로카닐은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과거 그가 환생하기 전의 세계에서, 그는 다른 초월자들을 이끌고 다자르를 급습했었다. 다자르를 치고 그의 품 안에 있던 ‘그녀’, 희아를 제 옆으로 데려왔다.
그때 당시 그녀를 살릴 수 있는 건, 다자르가 아니라 자신이라 믿었었다. 오만하고 가련한 생각이었다. 결국 그녀는 더욱 빠르게 생을 놓아 갔으니까.
하지만 모로카닐은 다시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려 하고 있었다. 다자르의 곁에서 그녀를 데려오는 것. 그게 현재 모로카닐의 목적이었다.
다자르가 루벤과 연관이 있는 걸 이용해서 말이다. 어쩌다 보니 이전과 비슷한 입장이었지만, 상황은 달랐다. 그녀가 시한부의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래도…….’
아직 그녀는 다자르에게 감정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 틈을 파고들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제게 마음을 줄 수 있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래. 분명 그런 생각으로, 초월자들을 이끌고 이곳 루벤의 섬에 온 것인데.
눈앞에 펼쳐진 이 장면은 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모로카닐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실리아?”
“오랜만이에요, 모로카닐.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기다렸잖아요. 앗, 에이슈, 코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어? 어어, 우리는 잘 지냈는데…….”
“그, 그렇잖니.”
실리아가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아니, 실리아뿐만이 아니라 다자르와 마탑주 엘스턴, 그 외 흑매들과…… 꽤 많은 수의 인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가 미리 준비를 해 뒀어요. 루벤을 찾으러 오셨죠?”
그들을 대표하듯 앞에 선 실리아가 불현듯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그녀에게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바로 뒤쪽에는 누군가가 결박당한 채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에이슈가 입을 뻐금대며 물었다.
“루, 루벤?”
“네. 여기 이 사람이 바로 루벤이에요. 그 정체는…… 놀라지 마세요.”
실리아는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치웠다. 그리고 나타난 이는, 놀랍게도 한 달 전 갑자기 사라졌던 제국의 재상 세이드리그 에이하르츠 후작이었다.
“재, 재상이잖니?”
코라의 말에 맞다는 듯 실리아가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이 세계를 루벤에게서 구해 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 루벤을 잡아 가시면 돼요, 여러분.”
셋은 서로를 한 번, 실리아를 한 번 번갈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중 정신을 차린 것은 모로카닐이었다.
“잠깐. 그럼 이전부터 재상이 루벤이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재상은 이미 성인입니다. 그럼 이전부터 루벤이 존재했다는 말이 되는데, 그동안 시아스터에서 몰랐다는 게…….”
“이 루벤,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더라고요. 다자르와 모로카닐처럼 환생자예요. 그리고 본체는 이 몸이 아니에요. 따로 있죠. 그러니 모를 만해요.”
“그럼 왜 미리 말하지 않았니?”
코라의 질문에 실리아가 잠시 머뭇대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세드릭은…… 저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요. 그리고 그가 루벤이자…… 루벤의 추종자들의 수장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게 바로 한 달 전이에요. 그동안 저는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전혀 제 말이 통하지 않더군요.”
“…….”
당장이라도 전투를 치를 태세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온 세 초월자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루벤이 다자르의 곁에 있었던 건 맞지만. 실제로는 다자르가 그를 도운 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 상황의 중심에는 실리아가 있었고.
멍한 얼굴을 한 세 사람을 보며 실리아가 미안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이렇게 늦게 전하게 되어서…….”
* * *
“그래서. 이제 이거면 됐냐?”
붉은 새가 떠나가는 세 사람과 세드릭을 보며 툴툴댔다. 다자르의 어깨에 앉은 채로 부리를 비트는 그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가 기분이 좋거나 말거나, 나는 씩 웃기만 했다. 뭐, 그 덕분에 일이 이렇게 해결된 거니까.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거라고는…….”
다자르가 작게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쉽게 풀리다니.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이 일이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다. 곧 초월자들이 들이닥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붉은 새를 불러들였다.
“너, 이제 계약 다 끝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