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9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9화 –
난데없이 소환한 것인데도, 붉은 새는 그다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내 질문에도 아랑곳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이전 세계에서의 기억은 어디까지지?”
“죽은 뒤 내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지?”
먼저 질문한 건 난데. 왜 질문에 질문으로 답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나는 잠자코 답해 주기로 했다. 어쨌든 이 녀석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내 답을 모두 들은 붉은 새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이 이렇게 된 것이었군? 그때 널 환생시킬 때 다른 외부의 힘을 느꼈는데. 그게 바로 이쪽 루벤의 힘이었어. 하지만 아직 어린 녀석인데 어떻게…… 아, 마룡의 드래곤 하트가 있었지.”
저 혼자 중얼대며 답을 찾아낸 붉은 새가 혀를 살짝 내밀어 부리를 핥았다. 아주 맛있겠다는 듯 말이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물을게. 너, 다자르와의 계약은 이제 끝난 거지? 날 환생시켰고 내가 이제 다자르와 만나게 되었으니까.”
“……그렇지.”
다자르는 이 붉은 새, 곧 이전 세계의 루벤에게 세계를 바치는 대신 날 환생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붉은 새는 다자르가 날 만날 때까지 지켜보는 입장이었고 말이다.
붉은 새가 오만한 몸짓으로 날개를 살짝 퍼덕이며 가슴을 쫙 폈다. 그가 살짝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약혼자가 바로 옆에 있는 걸 알지 못하고 바보같이 훌쩍이던 꼴이 제법 우스웠는데. 평생 내게 즐거움을 줄 거라 생각했건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못된 놈이로구만. 나는 팔짱을 낀 채 소파에 기대앉아 있는 다자르를 힐끗 보았다. 다자르는 붉은 새가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얼마나 익숙하면 저렇게 무반응인 거야? 이제 내 사람인 그를 이죽대는 붉은 새가 퍽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참았다.
지금 여기서 화냈다간 원하는 걸 얻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이제 계약은 완전히 끝난 거잖아? 맞지?”
“……맞다고 답했지 않나.”
재차 되묻자 붉은 새가 눈을 살짝 옆으로 굴렸다. 누가 봐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 계약은 종료되었으니, 이제 돌아가도 되잖아?”
“……!”
그랬다. 이제 다자르와의 계약은 끝이 났으니, 그가 이곳을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다. 그 또한 미천한 인간들이 즐비한 이곳 세계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을 것이었다.
혹시 나에게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다기엔 그 이유가 빈약했다.
“그건…….”
붉은 새가 어딘가 찔리는 기색이 있는 듯 눈을 빙글 돌렸다.
‘엇. 정말 뭔가 있는 건가?’
솔직히 붉은 새가 왜 계약이 끝나자마자 떠나지 않는지는 나 또한 알지 못했다.
‘곧 이전 세계의 루벤도 떠나겠군요. 성격이 급한 녀석이니 아마 이미 떠났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자르가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이야기한 걸 들은 뒤, 아직까지 떠나지 않은 그를 보고 혹시나 해서 떠본 것이었다.
그에게 얻고자 하는 게 있기도 했고.
‘그게 혹시 악시온의…… 드래곤 하트인가?’
아까 분명 드래곤 하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입술을 할짝이는 걸 보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에게 흥정하듯 제안했다.
“네가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혹시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말해 봐. 나 또한 네게 부탁이 있거든.”
“뭐든 말해 보라고……?”
그러자 붉은 새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 빛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꺼낸 것은 의외의 요구였다.
“네 녀석이 만든 그 쌀이라는 것을 내놔.”
“……응?”
쌀? 내가 농사지은 그 쌀?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살짝 긴장하고 있던 나는 어깨에서 힘이 쪽 빠지는 걸 느꼈다.
“그, 쌀을 달라고? 으음. 하지만 그건 좀 곤란한데. 이쪽 세계도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 막 보급하려던 참이고.
“아니, 그런데 갑자기 웬 쌀? 그게 왜 너에게 필요한데?”
이 녀석, 나 몰래 다자르 밥이라도 뺏어 먹었나? 쌀이라는 게 루벤의 입맛도 사로잡을 정도였던가. 그래. 맛있긴 하지. 내가 다 이해한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부리를 비죽였다.
“정확히는 그 쌀이라는 것에 깃든 신의 힘을 달라는 말이다.”
“신의 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길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네 녀석이 신이라는 작자와 어떻게든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 몸의 특수함과 차원을 넘나드는 걸 설명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네가 만들어 낸…… 그 쌀이라는 것에는 내가 다자르에게 걸어 둔 저주를 끊어 낼 정도로 강한 신력이 깃들어 있어.”
“…….”
내가 신이랑 연관이 있다고? 게다가 웬 신력? 눈을 끔벅이며 듣고 있자니, 뒤쪽에서 다자르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저도 어떤 건지 좀 알 것 같군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니까요. 저 녀석 말대로 최근 쌀을 섭취할 때마다…… 잊고 있던 당신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 녀석이 내게 끝내 숨기려다가, 널 되찾기 위해 밝혔었지. 그래서 나는 확신했다. 네 녀석은 어떤 식으로든 신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대체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거야?”
“그건 나도 알 수 없지. 그걸 알면 내가 신이게?”
붉은 새가 재수 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쌀에 깃든 신의 힘을 내게 줘. 그걸 갖게 되면 나는 한 걸음 더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혹시 알아? 네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될 수도 있지.”
쌀에 깃든 신의 힘이라. 그런 위대한 것을 이 녀석에 넘긴다고?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내가 그런 짓을……
“좋아. 그렇게 해.”
당연히 할 수 있지. 그깟 신이 나한테 뭘 해 줬다고. 신의 힘을 주는 걸 망설여? 게다가 신의 힘인지 뭔지 준다고 해서 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 테고. 오히려 녀석이 혹할 만한 걸 제시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너무 즉답을 해서인지, 붉은 새는 멍한 얼굴로 눈을 끔벅이기만 했다.
나는 정신 차리라는 듯 그의 눈앞으로 손을 휙휙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그걸 주는 대신, 너도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해.”
“……부, 부탁? 그게 무엇이냐.”
“내 부탁은 두 가지야.”
“나는 하나를 가져가는데, 왜 부탁이 두 가지…….”
“왜 네가 하나를 가져간다고 생각해? 아닐 수도 있는데.”
붉은 새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그 쌀에 깃든 신의 힘과 이쪽 세계의 루벤의 힘을 갖게 될 거야.”
“……뭐?”
“그 대신 내가 부탁하는 건 이거야. 첫째, 네 힘을 일시적으로 한 녀석에게 깃들게 해 줘. 둘째, 악시온이 지니고 있는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가.”
사실은 원래 첫 번째 부탁만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드래곤 하트 이야기를 꺼내며 혀를 할짝이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위험천만한 드래곤 하트를 제거할 수 있다면, 우리도 좋고 저 녀석도 좋고 서로 윈윈 아닌가?
“첫 번째 부탁은 너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고. 이건 쌀에 깃든 신의 힘을 주는 대신 해 주면 돼.”
“…….”
“그리고 악시온이 지닌 마룡의 드래곤 하트는 내가 알기로 곧 이 세계에 숙명적으로 깔린 루벤 그 자체인 걸로 알아.”
원작에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마룡의 드래곤 하트는 곧 루벤의 힘이나 마찬가지라고. 그가 지닌 루벤의 힘이 마룡의 드래곤 하트와 융합해 더욱 흉포한 루벤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내 말에 붉은 새의 눈이 깊어졌다.
“그걸 네 녀석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건 루벤인 나조차 최근에…… 아니, 너는 신과 연관이 있는 존재이니 가능할 수도 있겠군.”
자꾸 신과 연관이 있는 존재이니 뭐니 하니까 조금 오글거리려고 한다. 나는 그의 말을 대충 흘려 버리고 팔짱을 탁 꼈다.
“그래서. 거래 성립이야, 아니야? 어차피 너에겐 해가 될 건 아무것도 없잖아. 오히려 이득이지. 그러니까 빨리 결정해.”
“윽…….”
그러자 붉은 새가 졌다는 듯 두 날개를 휙 올리며 나지막이 답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거래하지.”
그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다자르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는 꽤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그래진 눈이 제법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세드릭에게로 안내해 줄래요? 다자르.”
몇 개월뿐이긴 했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녀석과 작별 인사를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