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28화 –
내가 딴청을 부리자 짜증 난 눈으로 흥, 코웃음을 친다.
“저번에 그 꼬맹이에게 걸어 준 결계, 기억 안 나?”
“어……. 아, 그거요?”
“그래. 그 결계는 그 꼬맹이 심장에 직접 건 거라, 이제 더는 마기가 흘러나오지도 않을 거고. 결계를 무효화시킬 수도 없어.”
자신만만한 그의 말에 나는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실험도 해 봤으니까 확실해.”
악시온에게 언제 실험을 한 거야?
내가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얼굴을 하자, 다자르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곳에 쳐져 있는 결계는 마물이 평범한 인간은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으음.”
“게다가 그 녀석들은 ‘균열’을 빠져나오자마자 일제히 날 향해.”
응? 다자르를 향한다니?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있는 별관으로 갈 마물이 있을 리도 없고, 하물며 마주치더라도 넌 인식도 못 한다고. 설명이 더 필요해?”
“아니요. 알아들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러자 다자르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툭 던지듯 말했다.
“혹여라도 너나 그 꼬맹이에게 위험한 일이 있으면, 내가 개다.”
본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흐음.’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무리해서 떠나겠다고 주장하기가 퍽 곤란했다. 그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게다가 초월자인 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알았어요. 그럼.”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 나오는 ‘균열의 날’이라니, 자고 일어나면 마물을 잡고 있으려나?
마치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에 느낀, 산타가 올 생각에 들떴던 마음마저 들었다.
내가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다.
* * *
“이 개 같은 놈! 아니, 개! 개 어딨어!”
그리고 나는 ‘균열의 날’ 당일, 앞으로 다자르를 개로 부르기로 했다.
“으헉!”
복도를 내달리다 골목을 휙 돌자마자 나타난 기괴한 모양의 마물에 끼이이익, 걸음을 멈췄다.
와아악! 쟤는 눈이 왜 저래!
터질 것처럼 튀어나온 커다란 마물의 눈알에 기겁하며 숨을 들이켰다.
마물이 나를 보며 기이한 숨소리를 뱉었다.
-기이이이…….
그대로 뒤로 돌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물은 만화에서밖에 못 봤다고! 실리아도 여태껏 마물을 본 적이 없었단 말이야!
“헉…… 헉…….”
하도 달렸더니 입에서 단내가 나고 숨이 찼지만,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미친 듯이 계속해서 달렸다.
내가 다자르를 앞으로 개라고 부르기로 다짐한 건 약 30분 전.
이상한 기척에 자다가 깨서 눈앞에 기이한 게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였다.
아직 꿈속인 건가, 악몽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거대하고 흉악한 이빨은 마치 상어 이빨처럼 촘촘했고, 쩍 벌어진 입은 금방이라도 날 삼킬 것 같았다.
마물이 입을 벌린 채 내 침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헉!”
현실감 없는 모습에 순간 몸이 굳었다. 그대로 다가오는 입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날 일깨운 건 아기 침대에서 잠들어 있던 악시온이었다.
“으앙……. 으아앙…….”
악시온이 울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악시온!’
엉금엉금 기어 악시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머릿속에는 왜 마물이 별관에 있는지, 그리고 왜 나를 노리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보다도 마물에게서 악시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악시온을 지켜야 해!’
막 악시온에게 달려들려던 내 눈에 악시온의 심장 쪽에서 하얀 기운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다자르가 이전에 걸었던 결계와 비슷한 하얀색이었다.
“아……?”
그 기운은 마치 무언가와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엎치락뒤치락하며 움직였다.
가늘게 뜨인 악시온의 눈이 보라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마…… 마마…….”
어? 방금 악시온이…….
나를 부른 것 같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악시온은 완전히 잠잠해졌다.
스르륵 눈을 감고 잠이 든 것이다.
그로부터 몇 분 뒤. 나는 깨달았다.
“헉, 허억. 마물이 내게만…….”
내게 달려든 마물은 악시온에게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막힌 공간인 것처럼 굴었다.
마물을 피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나는 결론을 내렸다.
악시온에겐 다자르가 말한 대로, 마물이 인식하지 못하는 결계가 걸려 있다고.
‘문제는 나야.’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잠옷 차림으로 방을 뛰쳐나왔다.
오히려 내가 이곳에 있으면 악시온에게 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30분 동안 마물을 피해 달리고 달려서, 본관에 도착한 게 조금 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뭐지? 악시온이 내게 접촉한 것도 아니고. 왜 결계가 나에게만 통하지 않는 거지?’
열심히 생각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허억, 허억. 하아, 죽겠, 네.”
하얀 잠옷은 바닥에 넘어지고 장애물에 부딪히느라 너덜너덜하고 더러웠다.
분명 본관에서 마물을 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자르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
벽을 짚은 채 숨을 고르던 내 앞에 갑자기 커다랗고 검은 게 쿵! 떨어져 내렸다.
“헉!”
이제껏 마주친 것보다 훨씬 살벌하게 생긴 마물이었다.
‘젠장.’
재빨리 벗어나려 했지만, 마물이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뻗은 살점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붙잡힌 손목을 빼내고 싶었으나 마물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그 검은 마물 쪽으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으윽. 이 개…… 개자식, 어디 갔냐고……!”
내가 코앞까지 가까워지자 마물이 쩌억, 입을 벌렸다.
“다자르, 이 나쁜 놈아!”
금방이라도 저 살벌한 이빨에 아득 씹힐 것 같았다. 그럼 엄청 아프겠지. 젠장! 여기서 죽긴 싫다고!
온갖 발버둥을 치며 발악을 하던 바로 그때.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욕 잘하네. 어딜 갔나 했더니…….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헉. 다, 다자르!”
“이젠 이름도 막 부르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하얀 원이 휙 날아가더니, 마물에게 닿았다. 그리고 닿자마자 마물의 몸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재가 되어 흩날리는 마물의 시체 앞에서 나는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그런 나를 뒤에서 단단한 몸이 끌어안듯 지탱했다.
조금 전 퉁명스레 뱉어진 목소리와는 달리, 등에 맞닿은 그의 심장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다닌 건지 숨소리가 거칠었고 그의 턱 끝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내 어깨로 떨어져 내렸다.
“……왔다, 개.”
“으……. 으윽. 이거 뭐야! 당신이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 괜찮아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하. 이상한 파동이 느껴져서 보니, 너에게만 결계가 통하지 않고 있더군.”
그가 날 단단히 끌어안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온기가 닿자 잔뜩 긴장했던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그에게 온몸을 의지한 채로 쭉 미끄러졌다.
우리는 바닥에 주저앉은 모양새가 됐다.
굳세게 쥐고 있던 손이 달달달 떨렸다.
“죽는 줄 알았어.”
“그래.”
“당신이 별일 없을 거라고 했잖아.”
“맞아.”
“개 같은 자식.”
“그래. 나 개다. 그러니까…….”
그가 잠깐 머뭇대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 눈물 좀 그쳐라.”
그 말에 나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내 눈물이라는 걸 그제야 알아챘다.
인식하고 나니 감정이 복받쳤다.
나, 방금 이 새끼 때문에 죽을 뻔했다.
“어엉, 어어엉! 죽는 줄…… 죽는 줄 알았다고! 이 나쁜 놈아! 그러니까 떠나 있겠다고 했잖아! 으흑!”
똑똑이 세드릭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내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뒤에서 날 진정시키듯 안고 있던 다자르가 앓는 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그래. 내가 한 말이 있으니……. 책임을 지지. 뭐든 시켜.”
“흐끕……. 그게, 끅, 정말이에요?”
다자르는 퍽 당황한 듯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이.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벅벅 닦고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그럼 당장 짖어요.”
“……뭐?”
“나한테 위험이 있으면 개라며! 책임을 지라고!”
내가 버럭 외치자 다자르가 “으윽.” 신음을 뱉었다.
“그건 좀…….”
“좀 뭐요! 나 방금 죽을 뻔한 거 못 봤어?”
그러자 그가 정말, 정말,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뗐다.
“머…… 아, 아니, 제길.”
그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고는 조그맣게 말을 이었다.
“나중에. 나중에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국, 비겁하게 다음으로 미루겠다는 말이었지만.
마치 이미 멍멍 왈왈 개 소리를 낸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치욕스럽다는 얼굴과 벌게진 뺨을 바라보며 나는 의기양양하게 훌쩍였다.
그제야 그에 대한 분노가 조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나쁜 놈.
“좋아요. 나중에 반드시예요. 그럼 이제 설명해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여전히 울음기가 서린 목소리로 웅얼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