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9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49화 –
“그 녀석과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
그 녀석이라 함은…….
다자르와 나는 눈을 마주했다.
우리 둘이 동시에 떠올린 인물은 바로 그.
“네가 부리고 있는 그 녀석 있잖아.”
“말은 바로 해야죠. 당신만큼 부리진 않는걸요?”
“그래. 정정하자. 우리가 부리고 있는 그 녀석.”
마탑주 엘스턴.
그래. 이곳은 마법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지. 가능한 마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악시온의 검진 날이 곧인데. 잘 됐다.’
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좋아요. 그럼 엘스턴을 불러서 이야기해 봐요.”
우리는 웬일로 서로에게 동의를 표하며, 신속히 엘스턴을 불러들였다.
어차피 바닐라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그였기에 며칠 지나지 않아 마주할 수 있었다.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책상에 앉아 낙서 중인 바닐라의 옆에 서 있던 엘스턴이 입을 헤에 벌렸다.
“우아!”
덩달아 따라 나온 악시온이 바닐라를 보며 아는 척을 했다.
얼핏 보면 총기 없어 보이는 맹한 엘스턴의 눈을 빤히 보면서 입술을 뗐다.
“시간을 조종하는 자가 되어 볼 생각 없냐니까요.”
내 말이 너무 어렵나?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신이 되어 볼래요?”
잠시 침묵하던 엘스턴이 더듬더듬 말했다.
“영애께서, 이렇게 완전히 정신을 놓을 줄은 몰랐…… 으악!”
헛소리를 늘어놓는 엘스턴의 정강이에 무쇠 다리가 안착했다.
정강이를 붙잡은 채 토끼처럼 깡충대는 엘스턴을 무시하고, 악시온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여, 영애. 너무 아픕니다!”
“우아우!”
악시온이 바닐라에게 가고 싶은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내가 엘스턴의 정강이를 까는 걸 지켜본 바닐라가 눈을 반짝이며 얼른 내 옆에 와 앉았다.
“우와! 방그음 어떠케 한 거에여? 나두 배울래. 엘스터언. 알려져.”
“윽. 바닐라 님. 이런 폭력적인 건 배워선…….”
엘스턴이 눈꼬리에 눈물을 찔끔 매단 채 우는 소리를 내자, 바닐라와 엘스턴을 의식한 건지 내숭 부리는 모드가 된 다자르가 반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바닐라. 그런 건 이쪽 에반로아르 영애께 배우는 게 더 좋지 않겠니? 내가 보기엔 그게 더 좋아 보이는구나.”
“우웅……. 다자르가 그러케 이야기하니까 왠지이 시러져써.”
“이런, 이런. 청개구리 같으니.”
하하.
다자르가 시원하게 웃었지만 나는 보았다. 그의 눈이 싸늘하게 반짝이는 걸.
바닐라는 그에게서 얼굴을 팩 돌린 채로, 내게 달라붙었다.
“실리아. 알려쥬 꺼야?”
어머, 너무 귀엽잖아. 이 앙증맞은 얼굴이라니.
물론 우리 악시온도 귀엽지만, 양 갈래머리를 곱게 묶은 어여쁜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니,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악시온과 단둘이 있을 때나 보이는 상냥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싱긋.
“그럼요. 바닐라 양. 언제든 제가 엘스턴의 정강이를 차는 법을 알려 줄게요.”
내용이 퍽 살벌했기 때문에 다자르든 엘스턴이든 누군가 태클을 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
뭐야. 괜히 아무도 말이 없으니 마음이 찝찝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예요?”
왜인지 두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눈을 슬쩍 피하는 게 보였다.
뭐야. 내가 웃는 게 그렇게 못나 보였나.
……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쉽게도 눈치가 없진 않았다.
‘뭐야, 뭐야.’
둘 다 내가 웃는 걸 보고 놀란 눈치인데.
‘하긴, 이 몸이 웃으면 좀 예쁘긴 하지. 그나저나 내가 평소에 그렇게 안 웃었던가? 생각해 보니, 맨날 화만 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봐도, 객관적으로 실리아는 아주 예쁘다. 처음 빙의했을 때 거울을 보고 감탄을 했었으니까.
살짝 웨이브 진 결 좋은 백금발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딱 보기 좋게 떨어지고.
농덕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하얗고 고운 피부에, 크고 동그란 벽안.
워낙 살결이 하얗고 머리 색이 옅은 탓에,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운 느낌이 가득하지만…….
‘나도 슬쩍 웃고 놀랐지.’
눈을 접어 웃으면 눈웃음이 아주 매력적인 여인으로 변한다.
칼이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인물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미남미녀였다고 했으니. 아마 유전이 큰가 보다.
‘실베스타인도 꽤나 사교계에서 유명하다고 들었고.’
흠흠.
속으로 혼자 나에 대해 자화자찬을 하고 있자니, 조금 민망해졌다.
내가 헛기침을 하고 있는데, 작은 손바닥이 툭 내 뺨에 와 닿았다.
“와아아……. 예뽀다, 실리아.”
어머. 우리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예쁜 걸 잘 알고 있구나.
나는 기특한 눈으로 바닐라를 바라보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바닐라 양이 더 예뻐요.”
“헤에~”
바닐라가 기분 좋은 듯 그릉대며 내게 뺨을 비벼 왔다. 허윽. 이렇게 귀엽다니.
어느새 내 손으로 손장난을 하고 있는 악시온을 왼쪽에 끼고, 오른쪽에는 바닐라를 안고 있으려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흐뭇한 얼굴로 둘을 토닥이다가 문득 중요한 걸 잊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
퍼뜩 고개를 드니, 두 남자가 조금 어색한 얼굴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퍽 우스운 꼴이라 속으로 킬킬대면서 툭 입을 열었다.
“엘스턴. 그래서 대답은요?”
“예? 예에?”
그가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 그게. 영애께 이런 면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요.”
“어, 어떤 것을……. 아!”
엘스턴이 두 손을 마주치며 답했다.
“신이 되라고 하신 것 말입니까?”
“네.”
“…….”
내 당당한 대답에 엘스턴이 두 손으로 제 뺨을 쭉 잡아당겼다.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니. 저는 이만 잠을 깨러 가 보겠습니다.”
혼자 심각해져서 중얼대는 엘스턴에게 주먹을 천천히 들어 올려 보여 주었다. 엘스턴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아닙니다. 저 주먹이 생생히 보이는 걸 보니, 현실이군요.”
“네. 현실 맞아요. 그리고 신이 되라고 하는 건 그냥 비유고요.”
“그럼……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시간을 조종하는 자에, 신이라니.”
엘스턴이 조금 억울한 얼굴을 했다.
그러자 멀거니 서서 저 멀리를 바라보고 있던 다자르가 그제야 머리를 가볍게 쓸면서 내 맞은편에 툭 앉았다.
“엘스턴은 마탑의 핵심 인사시니, 제가 저번에 새 식량에 대해 설명드렸지요.”
“어음, 그, 그랬죠. 하하. 제가 핵심 인사까지는 아니지만요.”
엘스턴이 어색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엘스턴 입장에서야 자기가 마탑주라는 걸 들키면 내게 더 혼이 날 테니 숨기는 것이었지만,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웃기기만 했다.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려 끌면서 둘의 대화를 경청하는 척했다.
“이곳에서는 제국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식량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아마 짐작하고 계시겠지만요.”
“음……. 네.”
엘스턴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에 어쩐지 ‘이 여자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스친 것 같은 건,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어느샌가 혼자 독심술이라도 터득한 건가, 빙의자의 특혜인가 하는 잡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다자르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나온 주제는 식량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루벤의 추종자들을 알고 계시죠?”
“……!”
“마탑의 핵.심.인.사시니,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엘스턴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가 입매를 딱딱하게 하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살짝 내게 와 닿았다.
“이곳에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겁니까?”
다자르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요. 어차피 이곳에 있는 바닐라는 그들을 저지해야 하는 초월자이고. 여기 이 에반로아르 자작가 분들은 제국의 존폐를 책임지고 식량을 개발하고 계신 분들이니까요.”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나?
다자르가 기품 있는 얼굴로 유려하게 내 쪽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나는 조금 떨떠름해졌다.
아니, 나는 그렇다 쳐도. 악시온은 뭐 하는 게 없긴 한데.
대놓고 사기를 치는 기분이라 살짝 눈을 빙글 돌리는데, 엘스턴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군요. 루벤의 추종자들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엘스턴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다자르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바닥 만 한 종이였다.
“여길 보시죠.”
그리고 그 종이에는 어떤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 문양을 확인한 나는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어. 저건…….
저절로 눈이 내 어깨로 향했다.
‘저번에 내 어깨에 있었던 그 문양.’
그와 동시에 다자르의 입이 열렸다.
“루벤의 추종자들이 쓰는 표식입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종이에 있는 문양을 확인한 엘스턴이 낯을 딱딱히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