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1화 –
나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이슈의 말대로, 이 방의 문 앞을 황실의 인장을 새긴 기사들이 중무장하고 지키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기사단에 내가 눈을 끔벅이고 있자, 에이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까 뭘 들은 거야? 저 앞에 방금 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안식의 장’에 반역자들이 숨어들었다고 그랬잖아.”
“네에……?”
아니, 저 사람들이 언제 나왔는데?
이곳에는 음유 시인밖에 없었다고.
그때 나와 에이슈의 말을 살짝 심각한 얼굴로 듣고 있던 코라가 끼어들었다.
“이상하다고 했잖니. 아까 공간이 비틀리면서 실리아가 거기에 휩쓸린 것 같잖니.”
“휩쓸렸다고?”
“그러잖니.”
공간이 비틀리고 내가 휩쓸렸다고?
아까 주변의 소리는 안 들리는데 음유 시인의 목소리만 들리던, 바로 그 상태를 말하는 건가?
“우선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리를 뜨잖니. ‘안식의 장’은 반역자들 때문에 즉시 폐장했잖니.”
“폐장……?”
“응. 그리고 이곳에 참가한 귀족들은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일정만큼 이곳 황실에 대기해야 한다더군.”
에이슈가 코끝을 훔치며 말했다.
황실 기사단이 안내하는 대로, 귀족들이 불안한 얼굴로 이곳을 나서고 있었다.
“다들 왜 저렇게 불안한 얼굴이죠?”
내 물음에 에이슈가 머리를 긁적였다.
“반역자들을 색출할 때까지 모두 자신들의 방에 감금되게 생겼으니 그렇지.”
“네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에이슈가 눈을 슬쩍 돌렸다.
갑자기 감금은 웬 감금? 이게 말이 돼?
렛시……!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단 하나뿐인 여자 사람 친구라고 믿었던 렛시에게 배신당한 느낌에 심장을 부여잡았다.
‘으윽.’
렛시는 그렇다 쳐도, 이 두 사람은 뭐야?
나는 눈을 세모꼴을 하고 두 사람을 휙 노려보았다.
“두 분은 초월자잖아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귀띔이라도 해 주시지.”
그들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도 몰랐다고. 이건 황제의 독단적인 명령이야.”
“……!”
에이슈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칼렛…… 렛시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니.
초월자들과 황실은 무조건 같은 편 아니었나?
왜 갑자기 그들을 제외한 거지?
내 의문을 읽은 것처럼, 코라가 입술을 뗐다.
“초월자 중에서 반역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잖니.”
“…….”
코라가 툭 뱉은 말에 에이슈가 입술을 꾹 물었다.
“폐하께서 그럴 리가 없어. 뭔가 사정이 있으셨겠지.”
에이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코라는 흥, 코웃음을 쳤다.
“아니면, 또 우리만 빼놓고 모로카닐과 다자르에게는 말했을 수도 있고.”
평소의 맹한 얼굴은 어디 갔는지, 코라는 냉정한 얼굴이었다. 가늘게 뜨인 눈은 서늘한 기색을 띠고 있었고, 살짝 비틀린 입술은 냉소를 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에이슈가 눈에 띄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럴지도 모르지…….”
둘의 반응을 보아하니, 초월자들 사이에도 뭔가가 있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사람은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이 아니구나.’
다자르와 모로카닐은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이었고.
여러 의문이 한 번에 몰아쳤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생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황실 기사단을 따라 내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반역자로 몰리기 싫으면 말이다.
* * *
높디높은 황궁 건물의 가장 꼭대기,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뾰족한 첨탑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것 참……. 이렇게까지 난리를 친다고?”
검은 머리카락을 말끔히 넘긴 남자는 황금빛 눈을 빛내며 쯧쯧 혀를 찼다.
그의 눈에는 대열을 맞춰 뛰고 있는 황실 기사단과 겁에 질린 채 제 방으로 향하는 귀족들이 담겼다.
“귀족들의 반감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 거지?”
다자르가 답답하다는 듯 목을 감싸고 있는 셔츠 단추를 풀었다. 거친 손짓에 셔츠 단추가 뜯겨 나가며 데구루루 천장을 굴렀다.
“스칼렛이 왜 갑자기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질 모르겠군.”
아무리 ‘그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쳐도.
누군가가 입김이라도 불어넣은 걸까?
지금 상황에서 그다지 현명한 판단은 아닌 것 같은데.
혼자 씁쓸히 중얼대던 그가 문득 눈을 가늘게 뜨고 뒤를 힐끔 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로 뒤 첨탑 쪽이었다.
“뭐야. 혼자 어딜 갔다 온 거야?”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한 인영이 마치 원래 그곳에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실리아가 마주했던 음유 시인이었다.
다자르의 질문에 그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구경 다녀왔어.”
“내 허락 없이 다니지 말랬지.”
으르렁대듯 뱉어진 다자르의 말에도, 그는 끄떡없는 얼굴이었다.
“원래 새는 궁금한 게 많은 법이라고. 여기저기 항상 바삐 움직이는 거 보면 몰라?”
다자르가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녀와 관련된 게 아니면 나타나지도, 혼자 어딜 가지도 말라고 했을 텐데.”
“왜 그건 말을 안 해? 언제는 말도 하지 말라며?”
“그래. 말도 하지 마.”
다자르의 눈빛이 살벌해지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의 몸이 점차 작아지더니, 붉은 새의 모습으로 변했다.
“자유가 없군, 자유가. 루벤이던 때가 좋았지.”
“……너.”
다자르가 으르렁거리듯 뱉은 말에 새가 부리를 콕 다물었다.
루벤이던 때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누가 들으면 기겁할 만한 이야기를 뱉었음에도, 다자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오는 길에 그 여자를 봤는데.”
“뭐? 누구.”
“누구긴. 너와 같이 살고 있는 그 여자 말이야. 추종자들이 이렇게 가득한 곳에 그들만 둬도 되는 거야?”
“…….”
새가 투덜대듯 꺼낸 말에 다자르가 멈칫했다.
실리아. 그러고 보니,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가 답답한 듯 입술을 물었다.
지금 이놈과 이렇게 신경전을 주고받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그녀를 찾아서…….
‘아니, 아니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여자라면, 이런 상황에도 당차게 잘 있을 텐데.’
자신이 돕지 않아도 루벤을 잘 지키며 있을 터였다. 분명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왜 몸이 들썩이는지 모르겠다.
다자르가 중얼댔다.
“젠장.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두고 올 걸 그랬어.”
다자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첨탑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귀찮게 됐군.”
그렇게 중얼댄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홀로 남은 붉은 새가 부리로 툭툭 바닥을 쪼았다.
“그녀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어딜 가지도 말라니. 정말 대책 없는 계약자로군.”
두 날개를 가볍게 펄럭이며 새가 날아올랐다.
“정말 멍청한 녀석이야. 그래서 이렇게 입을 열고, 굳이 자리를 비우는 건데. 이미 이렇게 단서를 주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니. 고마운 줄을 모르고 말이야. 그래서야 그 녀석에게 뺏기고 말겠어.”
불쌍하다는 듯 혀를 쯧쯧 차다가, 이내 아니라는 듯 툭 말을 이었다.
“아니지. 이 녀석이 고통받는 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알아서 하라지.”
키득키득. 붉은 새는 킥킥대며 자리를 떴다.
* * *
에이슈, 코라와 함께 나는 기사단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두 분은 초월자 아니에요? 이렇게 저랑 같이 움직여도 돼요?”
기사단이 안내하는 대로 쫄쫄쫄 움직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이슈랑 코라는 초월자잖아.
‘에이슈도 공작은 아니어도, 유서 깊은 백작가 집안일 텐데.’
사교계에 관심이라고는 없는 실리아였기에 에이슈와 코라가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모르지만.
대신 나는 원작을 읽은 덕분에 에이슈가 대충 백작 가문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초월자들은 대대로 각자 한 가문에서 태어나니까.
“내가 뭐 다자르도 아니고. 황제 폐하의 명령이라는데 따르는 수밖에 없지.”
에이슈가 조금 기가 죽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그는 황제가 그에게 미리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데 꽤나 속이 상한 듯싶었다.
아까부터 어깨가 한껏 내려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저러다 어깨가 바닥까지 처지겠어.’
축 늘어져 있는 에이슈의 어깨를 바라보다 아까부터 조용한 코라를 힐끗 보았다.
평소의 맹한 얼굴이긴 했지만, 어쩐지 너무 조용했다. 그녀도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그때 문득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아까 뭘 봤니? 실리아.”
“네?”
그녀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