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13
31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마병실혼인들은 진무앙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점하며 그를 포위했다.
이남이녀로 구성된 그들과의 거리는 오 장.
진무앙은 바닥에 꽂았던 암월도를 빼 들고, 마병실혼인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각기 회색의 쌍환, 적회색의 도, 청적색의 궁, 황금빛의 종을 들고 있었다.
분명 그 무기들은 만겁수라환과 탈혼마도, 단천혈마궁, 그리고 겁화금종이었다.
네 개의 마병을 본 진무앙의 눈빛이 깊어졌다.
‘칠 할이라… 환요를 만들고도 저 정도의 마병을 복제할 정도라면… 그동안 긴가민가했는데 진짜 그 개새끼가 이곳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건가…….’
마병실혼인들이 들고 있는 건 환우마병의 복제품이었다. 하지만 복제품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환우마병 진품의 칠 할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무앙이 아는 한 이곳은 물론이고 마계에서도 저런 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마병실혼인을 이곳으로 보낸 놈은 여기서 전신마가의 유혼반천대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군. 하긴 그걸 알았다면 제물이 될 게 뻔한데 저것들을 보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저들을 보낸 놈이 만약 진짜로 그 개새끼라면… 알고도 보냈을 가능성이 십 할이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 훗, 재미있군.’
진무앙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어쨌든 잘됐어. 내가 그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네가 여기로 와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도 없으니까. 칠마병과 삼신기를 모아 통로를 만드는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진 거잖아.’
그는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보다는 눈앞의 적들을 궤멸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병실혼인들이 진무앙을 포위한 직후부터 그의 발밑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
바닥이 투명한 덕분에 발밑 지하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리는 그곳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시작한 것은 혈선이었다.
중앙에 있는 다섯 개의 보석관과 열두 개의 황금관,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수천 개의 관을 잇는 혈선이 폭발하듯 강렬한 혈광을 뿜었다.
그다음엔 관들의 뚜껑이 일제히 진동하는가 싶더니 한꺼번에 폭죽이 터지듯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그리고 뚜껑이 열린 관에서 기원을 알 수 없는 고풍스러운 전포를 걸친 수천 명의 무인이 일어났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들과 눈이 마주친 진무앙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랄이… 풍년이네.”
그 순간, 마병실혼인들이 진무앙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데에에엥-
강렬한 종소리와 함께 일 장에 달하는 투명하고 거대한 황금종이 진무앙의 머리 위에 나타나 그를 찍어 눌렀다.
겁화금종의 비전 척천멸겁파였다.
동시에 수백 발의 투명한 화살이 진무앙이 회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차단하며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이건 단천혈마궁의 무형섬광시다.
슈슈슈슈슈슈슉!
하지만 진무앙에게 그 공격들은 보이지 않았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 사람과 괴수들의 시신으로 뒤덮인 들판, 무릎까지 차오른 피의 강이 그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만겁수라환의 수라만상경이 만든 환영이었다.
“이제는 복제품까지 날 제대로 자극하는구나.”
중얼거리는 진무앙의 눈빛이 섬뜩할 만큼 잔혹해졌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그가 꿈에서도 보기 싫어하는 ‘태초의 성역’이었기 때문이다.
수라만상경이 만든 환상은 찰나지간에 사라졌다.
진품 만겁수라환의 능력으로도 진무앙을 미혹시키지 못했는데, 하물며 복제품 따위의 환상에 홀릴 리가 있겠는가.
수라만상경이 사라지자 진무앙은 한 자도 떨어져 있지 않은 적회색 도강에 휩싸인 장도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쥔 아름다운 이십대 여인도.
쐐애애애액-
탈혼마도의 탈혼멸절도강이었다.
낙양을 떠나기 전의 그였다면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암혼을 불러냈어야 할 만큼 위력적인 연수합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록 본래의 위력에 비할 바는 아니라도 그는 암혼을 불러내지 않고도 혼돈지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복제품을 상대하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것들을 제물로 삼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마. 어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봐라!’
진무앙은 피식 웃으며 왼손으로 탈혼마도의 도신을 덥석 잡았다.
어느새 그의 전신은 혼돈암혼공의 검푸른 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탈혼마도의 도신을 잡은 왼손 또한 마찬가지였고.
날아들던 가공할 기세가 무색하게 탈혼마도는 쇠집게에 잡힌 것처럼 그 자리에 뚝 정지했다.
다음 순간 진무앙의 오른 주먹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탈혼마도를 쥔 여인의 얼굴 정중앙에 틀어박혔다.
그 속도는 공간을 건너뛰는 수준이라 여인이 주먹을 보았을 때는 이미 그것이 그녀의 코를 부수며 얼굴을 파고든 뒤였다.
쿵!
둔중한 굉음과 함께 금강불괴에 가까운 여인의 단단한 머리가 박살이 났다.
꽈릉-
직후 붕천무적권강의 엄청난 천둥소리가 뒤를 따랐다.
소리가 속도를 따르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찰나,
단천혈마궁의 무형섬광시가 혼돈암혼강기의 외벽을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고막을 두드리는 요란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지만 그뿐이었다.
진무앙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무형시를 무시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오 장이나 떨어져 있던 겁화금종이 단숨에 그의 코앞에 나타났다.
이형환위의 극에 이른 보법이었다.
겁화금종을 들고 있던 약관 청년은 바람처럼 좌측으로 물러나며 겁화금종을 흔들었다.
데…….
척천멸겁파의 여운은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도 전에 사라졌다.
서걱!
암월도가 겁화금종을 든 그의 오른팔을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팔을 벤 암월도에서 불쑥 튀어나온 초승달의 도강이 가공할 속도로 청년의 상체를 어깨부터 허리까지 사선으로 양단해 버렸다.
암월구식의 제일초 삭월의 도강이었다.
암월도의 도강 앞에서 금강불괴에 가까운 마병실혼인의 육체는 종잇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숨에 두 명의 동료를 잃었는데도 만겁수라환과 단천혈마궁을 든 마병실혼인들은 무표정했다.
그들은 사고능력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천무령과 마병 본체를 잃은 그들에게 남은 건, 파괴와 살육에 대한 갈망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전투력뿐이었다.
진무앙은 단천혈마궁의 가진 여인에게 신형을 날리며 자신의 손에 죽은 두 명의 마병실혼인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의 입가에 흐릿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역시 유혼반천대법의 제물이 되는군.’
그들의 시신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전에 가루가 되어 검은색으로 변한 안개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겁화금종의 주인을 벤 진무앙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단천혈마궁을 든 여인에게 신형을 날렸다.
번뜩!
마음이 움직임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궁을 든 여인의 코앞에 나타났다.
여인의 반응은 앞서 진무앙이 죽인 두 남녀와 상당한 차이가 났다.
그녀는 번개처럼 뒤로 물러서며 진무앙의 목을 향해 단천혈마궁을 장검처럼 휘둘렀다.
그녀가 움직이는 속도는 진무앙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고 기민했다.
세찬 파공음이 궁의 뒤를 따랐다.
쐐애액-
진무앙은 궁의 공격을 무시하고 물러나는 그녀를 따라붙었다.
궁의 끝부분이 그의 목을 감싸고 있는 혼돈암혼강벽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쾅!
진무앙의 머리가 반대편으로 한 치가량 밀려났다.
연이어 물러서는 여인의 앞에 수백 발의 투명한 화살이 생성되더니 진무앙의 전신으로 날아들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팡-
무형시가 혼돈암혼강벽과 연쇄적으로 충돌하며 고막을 때리는 폭발음이 줄을 이었다.
초절정고수라도 단숨에 짓이겨 버릴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진무앙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는 없었다.
검은 기류에 휩싸인 그의 우수가 가공할 속도로 궁을 든 여인의 머리로 날아갔다.
여인의 머리가 박살이 나려는 순간, 진무앙과 여인의 거리가 수백 장으로 멀어지며 그 사이로 거대한 철벽이 솟아올랐다.
당연히 만겁수라환이 만든 환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생생했다.
눈앞의 광경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진무앙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꽈르릉-
뇌성벽력과 함께 붕천무적신강이 철벽을 강타했다.
쾅!
예상대로 폭음이 나며 철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환상이 소멸된 자리를 본 진무앙의 눈에 놀람의 기색이 떠올랐다.
철벽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앞에는 만겁수라환의 주인인 청년의 박살이 난 상체가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찰나,
쑤와아아아앙-
고막을 흔드는 엄청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어른 몸통만 한 크기의 거대한 화살이 진무앙의 정수리에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쾅!
만겁수라환의 주인이 목숨을 버리며 진무앙의 시야를 가린 기회를 살려 단천혈마궁을 든 여인이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다.
진무앙의 두 다리가 바닥을 뚫고 무릎까지 파묻혔다.
그것은 이번 일격으로 그가 받은 타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주었다.
쑤와아아아앙-
예의 그 거대한 화살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는 진무앙의 얼굴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졌다.
피식.
진무앙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두 번이나 당하면 무앙(아무것도 올려다보지 않는다)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그는 날아드는 거대한 화살을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그의 장심에서 흘러나온 검푸른 기운이 가공할 속도로 화살과 충돌했다.
쾅!
혼돈암혼장의 제일초 패왕쇄와 부딪친 화살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폭발했다.
폭발의 여파로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진무앙은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화살의 뒤에 숨어 있던 여인은 회피할 시간이 없다는 걸 직감했다.
방금 전의 충격으로 내부가 크게 흔들린 터라 평소처럼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그녀는 천근추를 펼쳐 아래로 뚝 떨어지며 진무앙의 머리를 노리고 궁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한 사람은 솟아오르고, 한 사람은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
둘 사이의 거리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다.
진무앙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단천혈마궁을 향해 암월도를 그어 올렸다.
쑤와아아앙-
암월도의 도신에서 불쑥 튀어나온 반월형의 검푸른 도강이 단천혈마궁을 그대로 양단했다.
콰직-
그러고도 힘이 남은 도강이 여인의 머리로 날아갔다.
그것은 암월구식의 제삼초 단월이었다.
여인은 무심한 눈으로 단월도강을 바라보았다.
서걱-
도강이 여인의 머리를 수직으로 가르며 뒤통수로 빠져나갔다.
사라라라락-
생명의 기운이 사라진 여인은 앞서간 동료들처럼 먼지가 되어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마병실혼인을 모두 제거한 진무앙은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다시 바닥을 밟았다.
입끝에 비웃음을 매단 그가 중얼거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나 보네.”
드드드드드드드드드-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뒤흔들리던 바닥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이 생겨났다.
그리고 금이 좌우로 갈라지며 지옥의 아가리 같은 틈이 입을 벌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안개가 용틀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것도 보였다.
구우우우우우우-
안개 속에서 비명과도 같은 괴성이 들렸다.
동시에 전신을 뒤틀던 검은색 안개가 바닥에 난 갈라진 틈 사이로 폭우처럼 밀려 내려갔다.
그리고 밀려드는 안개의 기세를 이기지 못한 바닥이 통째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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