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9화 : 속셈
해밀턴 왕국의 회의실.
이곳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귀족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레드 문으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 안정된 거 같습니다.”
“마수의 피로 오염된 대지도 태양 신전의 도움으로 정화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며칠 전, 철광산을 발견했는데 지금 그 소유권을 두고 영지전이…….”
“마탑에서 진행 중인 계획이…….”
수많은 주제가 떠오르다가 가라앉았다.
그때, 유독 레스 해밀턴의 귀에 들어오는 주제가 있었다.
“칼리바이 숲의 마력이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그것 때문에 주변 마을에도 피해가…….”
“그게 무슨 소리지?”
레스 해밀턴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칼리바이 숲의 마력이 경계를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주변에 있는 마을에도 여러 가지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무슨 피해지?”
“마력에 노출된 짐승들이 하나같이 미쳐 날뛰다가 죽고, 사람들은 매일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상한 병에 걸리는 이들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
칼리바이 숲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어째서 그곳에서 마력이 새어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 안에 뭐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혹여 누군가가 사악한 짓이라도 벌이는 건지 조사했지만, 그것도 모른다.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이라고 할지라도 숲의 마력에 노출되면 미쳐 죽었다.
그나마 위안은 그 마력이 칼리바이 숲의 경계를 넘지 않고 안에 고여 있다는 점이었다.
몇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한데, 그런 칼리바이 숲에 변화가 생겼다.
마력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탑에서는 뭐라고 하고 있지?”
“터졌다고 합니다.”
“터졌다고?”
“네, 물병에 너무 많은 물을 담으면 넘쳐흐르듯이…….”
“칼리바이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마력을 넘어서 넘치기 시작했다는 건가?”
“마탑에서는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음…….”
레스 해밀턴은 침음을 흘렸다.
칼리바이 숲은 어떻게든 손을 대보고 싶었지만, 태양 신전에서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현상 유지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데, 그 현상 유지까지 안 된다면…….
“그 마력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나?”
“마탑에서도 어떻게든 손을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태양 신전은?”
“신전 측에서도 도움을 주고 싶지만, 그쪽도 방법이 없는 거 같습니다.”
“이번 대 성녀가 있을 텐데? 성녀의 도움을 받으면…….”
“그쪽에서 성녀님을 그곳으로 보내려고 할까요?”
“……아니겠지.”
성녀는 태양 신전의 보물이다.
특히 이번 대 교황의 성질은 태양처럼 뜨겁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혈질이었다.
‘신기했지. 설마 내가 보는 앞에서 대주교의 뚝배기를 성물로 후려칠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헛소리한다며 때리고.
이상한 짓 했다고 대가리를 후려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가.
더 놀라운 건, 주변의 반응이었다.
‘일상처럼 넘겼지.’
익숙함을 넘어 일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 교황이 성녀를 무척이나 아낀다고 했다.
태양 신전에서 그런 성녀를 칼리바이 숲처럼 위험한 곳에 보낼 리가 없었다.
교황이 반대할 게 뻔했다.
‘그 성질머리라면 내 머리도 무사하지 않겠지.’
태양의 은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며 신부 여하를 따지지 않게 대가리를 깨버릴 게 분명했다.
왕도 안전하진 않았다.
“뭔가 방법이 없겠나?”
레스 해밀턴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게 떠들던 귀족들은 돌연 입을 닫았다.
덕분에 회의실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칼리바이 숲은 골칫거리였다.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지만, 차마 손을 댈 수 없는 그러한 장소.
방법이 없으니 레스 해밀턴조차 접근 금지 명령만 내려놓은 것이 아닌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괜히 지원해 봤자…….’
‘얻는 건 없잖아? 이럴 땐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지.’
한참 정적이 회의실을 감돌았다.
레스 해밀턴은 크라토를 바라봤지만, 그는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딱히 나설 생각은 없는 거 같았다.
‘하긴, 칼리바이 숲의 문제는 지금까지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지.’
마탑과 태양 신전에서 나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을 인제 와서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나서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럼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니케.”
“네.”
“에이든 사론톤에게 줄 보상을 정했다고 했지?”
“네.”
“듣기로는 그가 직접 원하는 것을 말했다고 하던데, 뭐지?”
“그게…….”
니케는 잠시 주변을 살폈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과연 이 말을 꺼내도 될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칼리바이 숲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습니다.”
“……칼리바이 숲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
“네.”
“어째서?”
“자세한 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곳에 볼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음…… 볼일이라, 그런데 놀랍군, 설마 그런 걸 바랄 줄이야.”
레스 해밀턴이 놀란 만큼 니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 욕심 많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돈을 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는데 설마 칼리바이 숲에 대한 출입 허락을 바란다니.
혹시 중간에 누가 서신을 가로챈 건 아닌지 몇 번이나 검증을 거쳐야만 했다.
그 인간이 돈이 아닌, 다른 것을 바란다는 것이 너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칼리바이 숲이라…… 그곳은 위험하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칼리바이 숲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굳이 그런 곳을…….”
“국왕 폐하.”
레스 해밀턴이 난감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을 때, 기회를 보고 있던 크라토가 손을 들었다.
“크라토, 뭐냐?”
“그 일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호, 뭐지?”
크라토는 곁눈질로 기분 나쁘게 니케를 힐끗 쳐다봤다.
니케는 불안감에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뭘 하려고?’
지금 이 타이밍에 크라토가 나서니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조금 전만 해도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혹시 내가 이 말을 꺼내는 걸 기다리고 있었나? 하지만 어떻게?’
니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든 말든, 크라토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에이든 사론톤은 요정의 축복을 받은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여러 가지 일을 훌륭하게 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바돈 영지도 그렇고 다양하게 말이죠.”
“그렇지.”
“요정은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고, 에이든 사론톤 또한 그 힘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요정의 신비로운 힘은 이미 모든 이들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헤스티아 영지가 바로 그 증거다.
몰락 직전까지 갔던 그 헤스티아를 에이든은 고작 몇 달 만에 어떤 영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장시켰다.
“그래서?”
“그런 그가 칼리바이 숲에 들어가겠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이유…… 이유라…….”
확실히 그랬다.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에이든은 절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들어가겠다는 건.
“뭔가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는 요정의 선택을 받은 페어리 프린세스니까요.”
“그렇군.”
밑져야 본전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었다.
‘해결해주면 우리에게 좋은 것이고, 실패한다고 해도 괜찮겠지.’
그때는 다른 보상을 주면 되는 일이었다.
“크라토의 말이 맞는 거 같군,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레스 해밀턴의 허락이 떨어지자, 크라토는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니케도 따라 앉긴 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속셈이지?’
* * *
“무슨 속셈이시죠?”
“뭘 말하는 것이냐?”
회의가 끝나고 니케는 크라토를 찾아와 물었다.
니케의 질문에 크라토는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뗐다.
“왜 저를 도와준 거죠?”
“도와줘? 자꾸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나는 너를 도와준 게 아니란다.”
“도와준 게 아니라고요?”
“그래.”
“그럼 왜?”
“왜긴, 나는 그저 왕자로서 앞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왕국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려고 한 것뿐이다. 그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 말을 하며 크라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몸을 돌리며 떠났다.
니케는 그런 크라토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불안했다.
크라토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도와줄 리가 없었다.
그가 나섰다는 건,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뭔가 꾸미고 있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 * *
“어때?”
“아주 훌륭합니다.”
에이든의 질문에 바루스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뱀파이어들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흥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뱀파이어의 능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출중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그림자에 숨으면 일정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면 감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뛰어난 청각에 시각까지.
그들의 모든 능력은 정보 수집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박쥐로도 변신할 수 있더군요, 그걸 이용하면 인간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오오.”
“덕분에 질 좋은 정보가 계속 모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그 공주님?”
“레일라?”
“네, 맞습니다, 그분의 정보 처리 능력도 뛰어나십니다, 덕분에 제가 할 일이 크게 줄어서 여유가 늘었습니다.”
그동안 골머리를 썩이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었다.
심지어 그들은 에이든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배신의 가능성도 없었다.
거기에.
“설마 선크림이라는 물건에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뱀파이어는 에이든에게 벗어날 수 없다.
왜?
그들은 이미 맛을 봤다.
태양의 맛을!
따스한 온기가 자신을 감싸는 그 짜릿함을 한번 맛을 본 이상,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선크림을 만들 수 있는 건, 에이든뿐이었다.
한마디로.
“호구 잡았군요.”
“그렇지.”
에이든은 음침하게 웃었다.
“절대 날 거역 못 하지. 선크림을 내가 가지고 있거든, 내가 구르라면 구르고 짖으라면 짖을 수밖에 없을걸?”
“…….”
“그거 알아?”
“뭘 말입니까?”
“뱀파이어는 굳이 잠을 안 자도 된다는 거?”
“…….”
“아주 빡세게 굴려야지, 오랜만에 들어온 무임금 노동력이니까, 쥐어짤 수 있는 만큼 쥐어짜야지, 밤에도 잠 안 재우고.”
크흐흐, 하며 웃는 에이든을 보며 바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영주님. 내가 뭘 생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시는구나. 나는 영주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어.’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참 대단했다.
그 누가 뱀파이어를 저렇게 쥐어짜려고 할까.
뱀파이어가 불쌍할 정도였다.
어쩌다가 저런 악마에게 붙잡혔는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뱀파이어는 피를 먹는다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좋은 피 좀 구해서 몸보신을 시켜줘야겠구나.’
“그럼 정보 단체는 언제쯤 기능할 거 같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습니다, 아무리 정보를 모아도 그걸 정리하고 확인까지 해야 하니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니, 이대로만 간다면 금방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정보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원작이 틀어진 만큼 이제 내가 아는 미래는 없을지도 몰라, 그만큼 변수를 준비해야 해.’
에이든은 영주다.
영주로서 지켜야 할 것이 많으며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했다.
지킬 준비를.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팍팍 굴려야지, 팍팍…… 뱀파이어는 쉽게 안 죽으니까.’
“아, 그리고 비누 판매는…….”
“그건…….”
정보 단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에이든과 바루스는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그때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한 상인이 허겁지겁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지, 지금 밖에 큰일이 났습니다!!”
상인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요, 요정이 뱀파이어를 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