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6화 : 이상한 사람
헤스티아 영지의 치안 수준은 최악이다.
소매치기는 기본이요.
도둑이 들거나 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좋을 리가 없었다.
보통 영지의 치안은 경비대가 담당해야 했다.
기사가 경찰이라면 경비대원은 파출소의 순경이다.
당연히 이들은 공무원으로 영주에게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게 되어 있다.
원래라면 영주 대리가 받은 지원금으로 월급을 줘야 했겠지만, 렉스는 그러지 않았다.
횡령에 눈이 돌아가서, 다른 이들의 월급에도 손을 댄 것이다.
당연히 월급도 못 받는데, 일할 경비대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열정 페이도 적당히 해야지. 열정 페이가 아니라, 페이에 열정을 줘야 사람들이 일하지.’
경비대는 해산했다.
지금 경비대에 있는 놈들은 그곳을 거점으로 삼은 양아치들에 불과했다.
그러니 치안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후우, 또 소매치기인가?”
“그거 들었어? 저번에 옆집 랑스……. 도둑이 들었다잖아.”
“……그거 경비대에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풉, 우리 영지에 경비대가 어디 있어.”
영지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예전엔 밖에 있는 마수만 무서워하면 되었지만, 이제 안쪽에서는 사람까지 경계해야 했다.
도둑이 들어도 못 잡는다.
설사 잡는다고 해도, 경비대가 없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넘긴단 말인가?
“그래도 이번에 영주가 새로 왔잖아. 혹시 다르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
이곳에 군림하고 있었던 악질 영주 대리인 렉스가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을 봤다.
그동안 렉스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놈 때문에 고생했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런 그를 쫓아냈으니, 이번 영주는 혹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그럴 리가 없잖아. 어차피 귀족은 똑같아.”
남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제 와서 귀족을 믿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믿어 보려고 했지만, 여지없이 믿음에 배신당하지 않았던가.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았다.
“귀족은 어차피 다 똑같아.”
그러기엔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다.
* * *
“흐음, 영지의 치안이 말이 아니네.”
영지를 둘러보고, 저택으로 돌아온 에이든은 집무실에 앉았다.
비명이 들린 장소로 가니, 여성이 소매치기당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었기에 에이든이 직접 나서서 도와줘야만 했다.
에이든이 여성에게 경비대에 관해 묻자, 어느 정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렉스 미친 새끼…….”
렉스가 문제였다.
횡령할 거면, 적당히 할 것이지.
경비대원의 월급에도 손을 대고, 마지막에는 해산시키고 말았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인제 와서 생각하지만, 놈의 머리통을 열어 보고 싶었다.
“우동 사리가 들어 있을 게 분명해…….”
놈이 너무 푸짐하게 싸고 가서, 그걸 치우려면 상당히 고생해야만 할 거 같았다.
싼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었다.
‘빌어먹을.’
에이든은 고민에 잠겼다.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경비대를 부활시키는 일이다.
마수도 충분히 위험하다.
하지만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위험한 상황이다.
‘목책이 있으니까, 당장 마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고…….’
영지를 둘러볼 때, 목책을 보니 상당히 튼튼해 보였다.
근처에서 영지민들이 ‘요정의 축복이야!’, ‘요정께서 우리를 보우하사!’라면서 떠드는 아이들이 보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목책을 만들 때 수백의 요정이 나와서 망치를 들고 뚝딱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빛이 번쩍! 하는 줄 알았는데, 요정이 했다고?’
집무실에서 목책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기는 했지만, 거리가 멀어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았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경비대다.
경비대가 없으면 영지의 치안이 나빠지고, 그렇게 되면 영지민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안 되지……. 다 내 돈줄인데.’
영주는 건물주.
영지민은 임차인이다.
에이든의 꿈은 큰 건물을 사서, 임대료나 받으면서 꿀을 빠는 것이다.
돈 많은 백수가 된다!
그것이 그의 꿈이다.
물론, 여기서는 건물주가 아니라 영주가 되었지만, 건물주나, 영주나.
어찌 보면 비슷한 점은 많았다.
‘임대료 대신 세금 받고, 건물 대신 영지를 관리하는 거지.’
규모만 다를 뿐이지, 해야 할 일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줄인 영지민의 이탈을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경비대가 필요했다.
치안 좋은 곳이 집값도 비싼 법!
사람들은 치안이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 무법지대에서 살 사람은 없었다.
‘저쪽에서도 비슷했지.’
게이트는 어디서든 나타난다.
다만, 게이트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 있고, 덜 나타나는 곳이 있었다.
당연히, 게이트가 자주 나타나는 곳은 집값이 싸고.
덜 나타나는 곳이 비쌌다.
거기에 협회 근처 집값은 다른 곳보다 10배나 차이가 날 정도였다.
‘뭐라더라? 역세권, 편세권을 넘어, 협세권이라고 했던가?’
이곳도 비슷했다.
치안이 좋아야 사람이 모이고, 자리를 잡는다.
누가 밤에 도둑이 들지도 모르는 불안한 집에서 살고 싶을까.
‘돈도 있겠다, 경비대부터 하자.’
“그럼 누가 좋을까?”
먼저 사람이다.
경비소는 건물주 상점으로 사면 되지만, 사람은 살 수 없었다.
인재를 찾아야 했다.
‘밖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나? 하지만 어느 세월에……. 애당초 올 사람은 있고?’
마수의 숲에서 경비대로 일할 사람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면 영지민 중에 찾아야 한다는 건데.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원작 내용이 있었다.
원작 내용 중, 후반부에 우연히 주인공과 합류하는 용병이 한 명 있었다.
‘헤스티아 영지? 그곳에 나도 있었지.’
‘몇 년 조용히 살았었지. 그 당시엔 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
‘뭐, 그 병이 나중에 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뭐 하면서 지냈냐고? 그건…….’
생각났다.
영지의 경비병이 될 만한 인재.
원래라면 원작 후반부에 주인공 일행과 잠시 합류하는 캐릭터.
지금쯤 헤스티아 영지에서 요양 중일 터.
‘왜 이딴 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원작 내용을 알고 있는 에이든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경비대 대장으로는 딱 좋았다.
* * *
“영주님, 도대체 여긴 왜 온 겁니까?”
“왜? 안 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영지의 외곽.
에이든은 기사, 릴과 함께 왔다.
처음 렉스가 있을 때, 에이든을 공격했다가 제압당했던 놈이다.
혼자 오려고 했었지만, 비앙카가 릴을 붙여 줬다.
‘지금 영지의 치안이 안 좋더구나. 릴 경과 함께 움직이렴.’
‘저는 혼자가 편한데요…….’
‘너는 이제 영주이지 않니. 외출할 때는 최소한의 호위는 필요하단다.’
그녀는 에이든이 걱정되었다.
헤스티아 영지의 치안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아들을 걱정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
별수 없이 릴을 데리고 왔다.
영지 외곽.
목책과 가까울수록 사람이 적다.
당연했다.
마수의 숲에서 언제 마수가 쏟아져 나올지 알 수 없다.
목책은 마수를 막기 위한 벽.
목책이 든든해 보여, 안전하게 보이겠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든든한 한편, 보이는 것과 다르게 목책이 무너지면, 그 근방은 곧바로 전투 지역이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되도록 목책과 먼 곳에 자리를 잡았다.
둘은 집 앞에 섰다.
집을 본 릴의 표정이 아연실색해졌다.
“설마……. 여기입니까?”
“어, 왜, 알아?”
“아, 알죠! 당연히 알죠! 영주님, 다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긴 위험합니다!”
“뭐가 위험한데?”
릴은 무언가에 겁먹은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곤 목소리를 줄였다.
“여기에 어떤 미치광이가 산다고 합니다.”
“미치광이?”
“네! 주변에서 신고가 얼마나 들어왔는데요. 밤중에 여기서 훅훅! 학학! 하는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고 하고, 막, 이상한 이름을 부르면서 맛있다~ 라면서 좋아한답니다.”
“…….”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드나드는 사람의 얼굴은 어찌나 험악한지……. 밤중에 보면 오줌을 지릴 정도라니까요!”
그는 상당히 호들갑을 떨었다.
“분명 흉악범이 분명합니다. 지명 수배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돌아가시죠. 여기에 사는 인간은 보통 인간이 아닙니다!”
릴은 제발 에이든이 마음을 돌리길 원했다.
영지민들도 얼마나 무서웠으면, 직접 기사들에게 하소연했을까.
“그래서 못 들어가겠다고?”
“저, 저는 절대 못 들어갑니다! 들어가면 맞아 죽어요!”
그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눈이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에이든은 이해한다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다.
“너의 취향을 이해할게.”
“에?”
“맞아 죽는 것보다, 확실히 심장마비로 죽는 게 깔끔하고 좋지?”
“…….”
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와 나눴던 계약이 떠올랐다.
그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 심장이 멈춘다는 말도 안 되는 계약!
말도 안 되는 계약서이긴 하지만.
이미 그의 특이한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들어가자.”
“크흡…….”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릴은 어쩔 수 없이, 앞장서서 노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죽었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하하하, 아, 아무래도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도, 돌아가시죠!? 다음에 찾아오는 게…….”
“문은 열려 있는 거 같은데? 일단 들어가 보자.”
“무, 문이 열려 있다고 무작정 들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 그런 건 제 기사도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횡령한 기사가 그런 말 하기 좀 그렇지 않아?”
“…….”
“됐고, 들어가자. 안 그러면 관에 들어갈래?”
릴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관에도, 이 안으로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진짜 아무도 없는 건가?”
“그, 그것 보세요! 아, 아무도 없죠? 이제…….”
“아니, 여기 지하실이 있네.”
지하실이 보였다.
에이든은 그 아래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내려가 보자.”
“여, 영주님, 저희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남의 집에 막! 무단으로!”
“가자.”
“흑…….”
릴은 눈물을 머금으며,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여러 개의 촛불이 켜져 있었기에 훤하게 내부가 보였다.
그곳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으으음~ 아주 맛있어! 맛있게 잘 먹었구나! 칼튼! 오오오, 그래그래, 컬튼, 너도 좋았다고? 크하하하! 그럼 오늘 상체는 끝났으니, 하체를 조져야겠구나!”
남자는 곧바로 태산 같은 승모근에 바벨을 얹더니, 스쿼트를 시작했다.
“훅! 훅! 헉! 헉! 흐으읍! 으으음~ 좋아! 맛있다!! 아주 맛있어! 켈슨! 너도 좋다고!? 으하하하! 오늘 제대로 조져 주마! 걱정하지 마라!”
바벨 좌우에는 엄청난 무게의 원판이 걸려 있었다.
딱 봐도 200kg은 가뿐히 넘을 법한 무게인데, 그는 뭐가 그리 뭐가 좋은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광경에 릴은 오금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스쿼트 한 번 할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대퇴근은 강력한 철근처럼 보였다.
오크의 공격쯤은 가뿐히 씹어 먹을 듯한 대흉근과.
마수의 숲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어깨 근육에.
마수의 머리쯤은 간단히 갈아 버릴 듯한 빨래판 복근.
휘어지는 듯한 바벨을 얹고 있는 승모근은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을 선사했다.
“여, 영주님……. 저, 저 인간……. 자신의 근육에 이름을 붙여서 부르고 있는데요……?”
“…….”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여, 여긴 이상한 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