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우다탕!
정지아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를 보며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냐?”
“초, 총관님. 어서 대피하셔야 합니다!”
사내의 말에 정지아는 이를 악물었다.
“기어코 대두 왕이 우리 정씨 일족을 배신하기로 뜻을 정한 건가.”
“그렇습니다. 복건왕의 자산이 압류당하고 있습니다!”
“형님 전하가 대두 왕에게 받았던 각종 이권을 고스란히 빼앗기게 생겼군.”
그는 단번에 상황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심복이 대피하라고 권유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의 배신.
결국 요한은 청이 아닌, 남명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 대두 왕의 군사들이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지금 움직여봤자, 아무런 의미없다. 이곳, 안평에 한해서는 그가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요한이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날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한이라면 배부터 모조리 점거하였을 테니까.
“애초에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다른 곳이 아닌, 나부터 잡으러 왔지 않았겠느냐.”
이 역시 맞는 말이었다.
정지아는 정지룡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고지기였다.
만약 요한이 정지아에게 독한 마음을 품었다면 그부터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요한은 잠잠하였다.
똑똑!
하지만 이런 그의 예상이 틀렸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요한의 사람이었다.
다만, 군부 쪽 인사는 아니었다.
궁에서 나온 듯, 내관의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
“전하께서 정지아 총관을 궁궐로 초대하셨습니다. 부디 저희와 함께 궁궐로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오.”
정지아는 태연한 기색으로 내관의 뒤를 따랐다.
***
대만에 도착하고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남명에서 확답이 전해졌다.
2만 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면 마카오와 샤먼을 주겠다는 확답이었다.
물론 이 밖에 ‘무역 독점권’ 역시 받아냈다.
애초에 마카오와 샤먼이 가치가 있는 건 외부와의 무역을 독점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남명이 새로운 도시를 무역 도시로 키우려 한다면 마카오와 샤먼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을 터.
그 상황을 막기 위해 무역 독점권을 얻어낸 것이다.
“남명이 성의를 보였으니, 우리도 바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지.”
요한은 감휘에게 그리 말하고는 바로 흑기군 군영으로 갔다.
그러고는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복건왕이라 불리는 정지룡은 오늘부로 내 장인이 아니다. 청의 편에 선 이상, 그는 나의 적이다. 하여, 나는 그의 자산을 압류하겠다.”
“모든 자산을 압류하면 되겠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유구와 필리핀에도 명령을 전하도록. 그의 자산은 그곳에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흑기군 장병은 곧 정지룡의 자산을 압류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노린 것은 선박이었다.
항구를 통제하여 정지룡 소유의 선박이 달아나지 못하게 막아냈다.
그 뒤로는 안평 내에 소재한 각종 건물의 소유권을 압류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정지룡이 꾸준하게 투자하여 조성된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압류하였고 말이다.
‘당신이 만든 이 농장은 사위인 내가 잘 써줄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요한은 속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하며, 정지룡의 금고지기인 정지아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이미 관계가 깨진 상황에서 정지아를 만나려는 이유는 단순하였다.
정지룡과의 관계는 깨졌을지 몰라도 정지아는 아직 설득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지아를 설득하여 그를 요한의 사람으로 만든다면 요한은 정지룡의 숨겨진 비자금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
“궁금하지 않나? 일국보다 부유하다는 복건왕의 진짜 자산이?”
“아마 지금까지 압류한 자산보다 많을 것이 분명해요.”
정은지의 그 같은 말에 요한은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지아가 궁전으로 들어오자, 그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며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 와라.”
“외신을 이리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전 마마께서도 계셨군요.”
“반가워요.”
요한과 정은지가 직접 환대해줬음에도 정지아의 얼굴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짜고짜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니, 설령 정지아가 성인군자라 해도 웃는 얼굴로 요한을 상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총관은 알고 있을 거예요. 주상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말이죠.”
“물론입니다. 다만 전하의 결정이 안타깝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정씨 일족의 사람이 정씨 일족과의 의리를 저버리기로 하였으니 말입니다.”
그는 요한이 정지룡을 배신한 일을 두고 한탄하듯 말하였다.
한편으로는 요한을 한심하게 보는 거 같기도 하였다.
표정만 보면 정지룡을 배신한 것이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우리가 정씨 일족과의 의리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아버님(정지룡)이 정씨 일족을 버린 것이라고?”
“복건왕은 정씨 일족의 주인입니다. 정씨 일족을 버릴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나를 비롯해서, 정씨 성을 가진 수많은 인사가 남명에 남기로 했어요. 심지어 아버님의 장자인 국성야까지 말이죠.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했겠어요?”
“무슨 생각으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외신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외신은 단지, 정씨 일족의 가주는 복건왕이니, 정씨 일족의 일원은 어떤 경우에서든 복건왕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정은지는 정지아의 태도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어떤 설득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다.
“절반. 복건왕이 보유한 비자금의 절반을 주겠다.”
정은지가 옆에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요한을 바라봤다.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정지룡의 비자금을 절반이나 정지아와 나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한이 생각하기에는 원래 얻을 수 없는 돈을 절반이나 건지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정지룡의 보복을 막아내기 위해서도 그의 자금력을 줄일 필요가 있었고 말이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복건왕을 배신하고 나의 신하가 되라 말하는 것이다.”
요한은 자신의 회유가 통할 거라고 반쯤 확신하였다.
한 나라보다 부유하다고 알려진 정지룡의 비자금을 절반이나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씨 일족의 수장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권력으로든, 재력으로든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될 텐데, 이 기회를 놓칠 사람은 흔치 않았다.
“외신이 어찌 복건왕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복건왕의 보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한다면 흑기군 1개 중대를 배정하여 철저하게 호위해주지.”
“송구하오나, 외신은 복건왕을 배신할 생각이 없습니다.”
요한은 미간을 좁혔다.
그로서는 정지아의 판단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지? 그자의 장남인 국성야조차 복건왕을 배신하였는데, 동생인 그대가 이렇게까지 복건왕에게 충성할 이유가 있나?”
“외신이 가진 모든 것은 복건왕이 베푼 것입니다. 그 은혜를 어찌 잊고 복건왕을 배신할 수 있습니까?”
“복건왕이 목숨까지 베풀지는 않았을 텐데?”
“설령 목숨을 위협하셔도 외신의 답변이 달라질 일은 없을 겁니다.”
죽어서도 정지룡을 따르겠다니.
그 단호한 말을 듣고 요한은 혀를 찼다.
이래서야 어떤 말을 해도 그를 회유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관계를 생각해서 그대를 헤치지는 않겠다. 하지만 꽤 오래 감금 생활을 해야 할 거야.”
“호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한은 다시금 혀를 차며 근위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지아는 곧 근위대 병사들의 손에 붙잡힌 채 감옥으로 끌려갔다.
“복건왕에게도 충신은 있었군.”
“송구해요. 소첩도 이렇게 될 줄은 예상 못 했어요.”
“어쩔 수 없지. 뭐, 비자금은 얻지 못했어도 압류한 자산이 적지 않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사실 정지룡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현금만 무려 300만 냥.
여기에 부동산이나 각종 이권의 가치는 500만 냥이 넘었다.
즉, 800만 냥에 달하는 거금을 얻어낸 것이다.
예전이라면 명나라 1년 예산에 버금가는 액수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은자의 가치가 워낙 내려가서 명나라가 아니라, 남명 1년 예산도 이보다 많기는 했지만 말이다.
***
300만 냥의 현금이 새로 확보되자,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치안이 문제라고?”
“예, 피난 온 이들로 인해 각종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겠지?”
“모든 범죄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습니다.”
요한은 새로 확보한 자금으로 가장 먼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현재 남명에서 건너온 피난민은 10만을 넘어 20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대만의 인구가 많이 늘었어도 20만이나 되는 피난민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연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피난민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리고 일자리가 부족하면 아무래도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범죄였으니까.
실제로 삼합회 같은 범죄 조직이 만들어질 조짐이 보였다.
같은 마을 사람끼리 뭉쳐서 하나의 범죄 단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
요한은 범죄율을 낮추고 늘어난 인력을 활용할 겸, 300만 냥 중 무려 절반을 풀었다.
“이참에 제대로 된 수도를 만들어보자고. 물론 왕실이 쓸 궁전도 말이야.”
전쟁이 코앞인 상황에서 쓸데없는 곳에다 돈을 쓰는 거 같기도 했지만, 어차피 돈은 충분하였다.
정지룡이 남겨준 자산 중에서 아직 현금화하지 않은 돈이 500만 냥이나 남아있었던 것이다.
500만 냥이면 1년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금이었기에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하여 요한은 150만 냥에 달하는 거금을 거침없이 사용하였다.
‘7여단도 창설하는 게 좋겠어.’
대만으로 넘어온 피난민 중에 청년층도 적지 않았다.
20대만 뽑아도 만 단위의 숫자가 나왔는데, 이 중에서 우수한 자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이들은 하나같이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아무래도 청나라에 의해 가까운 지인을 잃은 경험이 한 번씩 있었으니 말이다.
청나라 때문에 고향을 잃고 피난민 생활을 전전하고 있기도 했고.
아니나 다를까.
공개적으로 병력을 모집하기 시작하자 많은 장정이 모집에 응하였다.
아마 남명에서 병력을 모집했으면,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흑기군에 대한 명성이 워낙 좋으니 이처럼 반응이 좋은 것일 테지.
뭐가 됐건, 요한으로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
수도를 건설하고 7여단을 창설하는 것.
어느 것 하나 작은 일이 없었다.
심지어 요한은 팔기와의 전투를 대비하여 흑기군에게 새로운 방진을 가르쳐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매일이 바쁜 순간에 요한은 대만을 떠나 유구의 슈리 성으로 향하였다.
“우와아아아아아!”
“김요한 전하 만세! 유구국 만만세!”
유구 백성들은 요한을 향해 열성적인 환호를 보냈다.
식민지나 다름없던 유구를 해방해준 것이 바로 요한이었다.
심지어 흑기군을 주둔하어 유구를 지켜주고 있기도 했다.
이러니 유구에서 요한의 인기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쇼시쓰 저하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셨어. 김요한 전하에게 왕위를 넘기다니 말이야.”
“김요한 전하께서 우리의 왕이 되셨으니, 앞으로 유구는 더 부유하고 안전한 나라가 되겠지?”
“아암! 다른 분도 아니고 김요한 전하시지 않은가.”
“일단 풍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되네. 정부에서 쌀을 수매해준다고 하니 말이야.”
워낙 인기가 많았기 때문일까?
쇼시쓰가 유구 왕위를 요한에게 넘긴다고 선포하였는데도 크게 반발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쇼시쓰의 판단이 옳았다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물론 왕실 인사나 대신들은 권력을 잃을 거란 걱정에 암울한 분위기를 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요한은 많은 이의 환영을 받으며 슈리 성에서 즉위식을 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구 왕으로 즉위한 것이다.
타아앙!
모두가 축복하는 자리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렁뱅이처럼 보이는 중년 사내가 품에서 권총을 꺼낸 뒤, 정면을 향해 발포한 것이다.
놀랍게도 중년 사내의 정면에는 새로이 유구 왕으로 즉위한 요한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