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설마 전하의 뜻에 거역하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필요하다면 해야지.”
“이거 완전히 미친놈이군.”
코스타의 발언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쾅!
“네놈, 반란을 생각하고 있다면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전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다. 만약 전하를 배신하는 놈이 나오면 내가 직접 이 검으로 그놈의 목을 벨 것이다.”
비사야 제도에 주둔한 6여단의 여단장, 비리아투는 아예 대놓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런 비리아투의 모습에 코스타는 속으로 혀를 찼다.
‘비리아투 놈. 누가 노예 출신 아니라고, 제 주인에게 아주 절대복종하는군.’
코스타 역시 노예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자신의 출신을 잊은 듯, 비리아투가 노예 출신이라는 사실을 혐오스럽게 생각하였다.
물론 이런 생각을 내색하지 않았다.
“당연히 반란을 일으킬 생각 따윈 없다. 단지, 전하께서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실수 같은 걸 할 수도 있으니, 필리핀에 관해서는 우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하려는 거다.”
“핑계는 거창하지만, 어찌 됐든 전하의 통제에 따르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전하께서 직접 오신다면 모를까, 그 아랫사람이라면 굳이 지시에 따라줄 이유가 없잖아? 대만에서 누가 오든, 우리보다 전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야.”
오번병 출신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자긍심이었다.
그들은 흑기군의 숫자가 200명도 안 되던 시절부터 요한과 함께 싸워 온, 그야말로 성골 중의 성골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코스타가 오번병 출신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자긍심을 건들자, 여단장들도 조금씩 동조하기 시작하였다.
여단장들이 생각하기에도 성골이나 마찬가지인 자신들이 카우종 같은 육두품(?)의 통제에 따라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만에 하나, 일이 틀어졌을 때는 진짜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지. 어차피 필리핀 주둔군의 숫자는 2만 명이야. 본토의 병력도 2만 명이니, 지키는 쪽이 우리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오히려 유리해.’
코스타는 내심 그런 생각도 하였다.
다른 여단장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생각할 일이었다.
요한이 가진 능력이나 카리스마, 부대 장악력 등을 제쳐두고 본부 여단의 전투력만 생각해도 승산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키는 것만 생각하면 그가 판단하기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요한부터 무리하게 군사를 보내 반란을 진압하기보다는, 여단장들이 가진 권리를 인정하는 쪽으로 해서 내전을 피하려고 할 가능성이 컸다.
신생국을 다스리는 입장에서 내전만큼은 피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코스타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뭐, 그때는 비리아투 같은 왕의 노예부터 빠르게 제거해야겠지만 말이야.’
***
여단장 중에서 코스타처럼 불충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한에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사실 코스타처럼 불충한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을 향한 충성이 여전하다고 해서, 헌병대라는 군 수사 기관을 반길 지휘관은 아무도 없었다.
하여 그들은 공동으로 대응하여 헌병대의 활동을 철저하게 막기로 하였다.
인력에 한계가 있는 헌병대는 이런 여단장들의 방해 공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총독이 나섰지만, 이 또한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였다.
전임 총독인 마투스라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흑기군의 이인자나 다를 게 없는 마투스는 오번병 시절부터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던 인물이었으니.
하지만 현임 총독인 카마찻 말로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저 카우종 같은 번족 출신의 장교들에게만 인망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총독의 개입은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결국, 헌병대는 자잘한 군 범죄를 몇 건 해결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호오. 필리핀의 장군들이 왕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군.”
그리고 이러한 필리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외국인이 있었다.
외국인은 터번을 쓴 젊은 사내였는데,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상인이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신분이었고, 실제 그의 신분은 세작이었다.
술탄의 명령을 받고 필리핀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세작이었던 것.
마닐라에서 온갖 정보를 수집하던 사내였기에 당연히 국왕과 군부(정확히는 필리핀 주둔군)와의 갈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우리의 땅을 되찾을 수 있겠는데?’
필리핀에 주둔한 흑기군이 2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비사야 제도나 대두국의 다른 영토를 노리는 건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징집병이라면 모르는 얘기였다.
하지만 항시 유지되는 상비군이 2만 명이라면 마긴다나오 술탄국으로선 당연히 승산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대두국의 본국에서도 2만에 버금가는 병력이 있다고 파악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바로 그 2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요한에게 반기를 들 것처럼 느껴졌다.
대두국의 전체 병력 중 무려 절반에 달하는 숫자가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사내가 파악한 정보는 그리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다.
정보를 얻는 건 의외로 상당한 자금력이 필요했고, 사내는 그 정도의 자금력은 없었다.
당연히 사내가 얻은 정보는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흑기군이 반란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긴다나오 술탄국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사내, 안달 망우다다투가 지금까지 넘겼었던 정보들은 하나같이 정확도가 높았었고, 이번에도 그래서 그의 정보를 보고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
“우리가 정당한 권리를 가진 영토를 확보할 기회입니다. 술탄이시여. 10만 대군을 모아 저들을 응징하여 주십시오!”
대두국이 곧 엄청난 내전에 휩싸일 거라는 정보를 듣자,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강경파 대신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전쟁을 부르짖었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대두국 침략을 주장하였었다.
사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주변 지리를 생각하면 대두국 외에는 침공할 곳이 딱히 없었다.
그들의 해군이 가진 수송 능력으로는 거리가 멀리 떨어진 나라를 침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꼭 그런 현실적인 이유가 아닌,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대두국을 공격할 이유는 적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마긴다나오 술탄국이 얻은 건 거의 없었다.
원래도 상당한 영역을 점유하였던 민다나오 섬을 더욱 확실하게 장악했을 뿐이었다.
반면 그들의 동맹이라던 대두국은 필리핀 내에서 가장 큰 섬인 루손 섬 전체를 확보하였다.
거기에 비사야 제도까지 확보하였으니 대두국을 향한 감정이 좋을 수는 없었다.
“저들은 우리의 동맹이다. 그간 맺어왔던 의리가 있는데, 어찌 저들을 공격할 수가 있단 말이냐.”
무하마드 쿠다라트는 강경파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의리를 강조하며 대두국과의 전쟁을 반대하였다.
하지만 의리를 거론한 것은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었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사야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과의 전쟁 당시, 운 좋게 한 번 점령했다가 뜬금없이 전쟁에 개입한 네덜란드에 의해 땅을 빼앗긴 터라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술탄인 무하마드 쿠다라트 역시, 이미 한 번 점령했던 비사야 제도는 물론이고, 루손 섬까지 언젠가 마긴다나오 술탄국이 확보해야 할 강역으로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그가 보기에도 지금의 대두국은 엄청난 위기에 휩싸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일국의 술탄이었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있었기에 대두국과의 전쟁은 신중히 결정해야만 했다.
스페인과의 전쟁 당시, 대두국의 무력을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그였기에 더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저하던 그에게 한 외국인이 찾아와 놀라운 제안을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놀라운 제안이란 다름 아닌, 군사 및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어째서 우리를 도우려는 거지?”
“그야, 복수를 위해서입니다. 저들에 의해 우리는 필리핀 도독령을 잃게 되었습니다. 반면 저들, 미다그는 우리와의 전쟁 이후로 더욱 기세를 올려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겠습니까?”
외국인은 요한 푸거라는 독일 출신의 스페인 상인이었다.
플뢰위트라는 이름의 범선을 수십 척이나 보유한 자였는데, 그 정도의 상인이라면 무기나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문제는 그의 꿍꿍이였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옛 금언이 있다지만, 애초에 마긴다나오 술탄국 역시 스페인의 적이었지 않은가.
심지어 종교적으로도 맞지 않았고 말이다.
그러니 요한 푸거는 절대 복수라는 순수한(?) 목적으로 마긴다나오 술탄국을 도우려는 것이 아닐 것이었다.
실제로 요한 푸거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대두국은 남명으로부터 세 개의 도시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네덜란드와 영국은 상당한 대가를 주고 이 도시의 개항권을 얻어냈다.
하지만 요한 푸거는 그 ‘상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힘으로 굴복하면 개항권 쯤은 가볍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을 이용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좋다. 일단 고민해 보고 보름 안에 답변을 주도록 하지.”
무하마드 쿠다라트라고 이런 요한 푸거의 생각을 다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그저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만 간파하였을 뿐.
하지만 뭐가 됐든, 엄청난 자금력과 십수 척의 배를 거느린 스페인 거상과 동맹하는 건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총기에다 화약까지 충분히 지원해 준다고 하지 않은가?
‘무기만 충분하다면 우리 용맹한 전사들이 전장에서 패배할 리가 없다.’
그는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마긴다나오 술탄국이 크게 활약하지 못한 이유를 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바타비아로 열심히 배를 보내 최대한 머스킷을 많이 모았으나, 겨우 수백 정에 불과하였다.
병사 수는 이만 명인데, 머스킷은 그리도 부족하였으니 활약이 적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오히려 열악한 무기로 그만한 활약을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지휘관들이 적지 않았다.
무하마드 쿠다라트 역시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여 그는 요한 푸거에게 보름의 시간을 달라고 말했던 것과 달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마닐라의 상황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영영 북진은 포기해야 할 것이야.’
이미 국력 차이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진 상태였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대두국은 지금보다 더 강해지게 될 터.
훗날에는 대두국의 남진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견제해야 했다.
필리핀의 반란을 지원하고 그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인다면 그보다 확실한 견제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