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47
요한은 모든 일정을 끝마치자, 김돌석이란 이에게 병문안을 갔다.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가, 감사합니다. 전하.”
“감사하기는. 나야말로 고맙지. 자네가 나를 구했지 않은가.”
사실 김돌석이 아니었어도 이미 암살 대비는 다 해놓은 상태였기에 요한의 목숨을 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뭐가 됐든, 김돌석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어깨에 총상을 입기도 했고.
당연히 요한으로선 이런 김돌석의 행동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갖고 싶은 것이 없는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라면 최대한 들어주지.”
“소, 소인은 전하의 용안을 직접 뵌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김돌석은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그렇게 말하였다.
그의 표정을 보면 정말 어떤 것도 바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물론 그의 가족들은 그런 김돌석과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두 딸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요한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두 딸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을 낮출 필요 없다. 자네는 나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아, 알겠습니다. 전하.”
“왕궁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저택을 하사하겠다. 꼭 거기서 살 필요는 없으니, 일단 받아두도록.”
대경의 집값은 천문학적이었다.
특히 궁궐 주변의 집값은 1만 원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평균 임금이 23원 정도라고 치면, 평범한 사람은 거의 40년 가까이 일해야 겨우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리고 요한이 김돌석에게 하사할 저택은 그보다 더 가치가 높았다.
워낙 대지가 넓어서 시세를 따지면, 2만 원에 가까울 정도였다.
당연히 김돌석은 그런 거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였다.
하지만 요한은 단호하였고, 결국 김돌석은 요한의 선물을 받기로 하였다.
“내가 하사한 저택이라고 평생 수리도 하지 않고 지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아무리 안전하게 지었어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
그렇게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해주고 김돌석의 병실을 나오는데, 김돌석을 담당하는 의사의 모습이 요한의 눈에 들어왔다.
“의사님, 이거 받으십시오.”
“이 돈은 무엇인가요.”
“신돌석 환자를 잘 챙겨달라는 뜻에서 드리는 겁니다.”
복도 한편에서 요한의 내관(환관)이 의사에게 10원짜리 동전 수십 개를 건네주었다.
마치 뇌물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뇌물이 맞았다.
물론 거창한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환자를 잘 챙겨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런 내관의 뇌물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이 돈은 받을 수 없어요. 저는 의사로서 모든 환자를 똑같이 대우하는 사람이에요. 그 환자가 어떤 환자이든, 특별대우는 해줄 수 없답니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의사의 모습에 요한은 깊은 인상을 느꼈다.
사실 의사의 성별이 여성이란 점에서, 또한 미인이라는 점에서 이미 요한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던 상태였다.
참고로 그녀의 외모는 웹툰 원작으로 한 초능력물 드라마에 나왔던 여주인공을 꼭 닮았다.
엄청난 미녀라는 뜻이었다.
“만약 내가 환자여도 똑같이 대우할지 궁금한데?”
“전하?”
의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단호하게 말하였다.
“제 실력으로 전하를 담당할 일은 없겠지만, 설령 운이 좋아 전하를 담당하게 되어도 특별한 대우를 기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례하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대우를 해준다면 요한에겐 나쁠 것이 없었다.
애초에 요한이 병원을 잔뜩 지은 것은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하고 병원을 잔뜩 지었던 것.
그런 의미에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의사의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름이 뭐지?”
“고정희라고 해요.”
“나이가 무척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의사가 됐지?”
대두국의 의사는, 21세기 한국의 의사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상당히 인정받는 직업이었다.
당연히 연봉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돈과 명예 그리고 ‘삶의 보람’까지 챙길 수 있는 직업을 아무나 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돌팔이가 넘쳐났었으나, 이제는 국가에서 인정받은 이들만이 의사라 불렸다.
그리고 그 국가에서 인정받는 과정은 지극히 험난하였다.
한마디로 의대를 나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제가 어려 보이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저 꽤 나이 많은데 말이죠.”
아마 20대 후반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애초에 의대는 조기 졸업 제도가 없었기에 의사의 나이는 최소 20대 후반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얼굴이 워낙 어려 보여 30대 이상은 아닐 거 같았다.
얼굴만 보면 많아야 20살 정도로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결혼도 했겠군.”
“아니요. 아직 미혼이에요.”
“왜 결혼을 안 했지?”
“그야, 남자들이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해서 그런 거겠죠? 얼굴을 보나, 성격을 보나, 남자들이 싫어하는 것들 투성이니까요.”
순간 요한은 그녀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번화가를 잠시 걷기만 해도 연예 기획사로부터 무수히 많은 명함을 받을 것만 같은 외모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 순 있어도 극히 드물 것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17세기이니 미의 기준이 다르겠구나.’
사실 요한도 그동안 많이 느꼈었다.
자신이 보는 미의 기준과 이 시대 사람들이 보는 미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제1 왕후인 정은지만 해도 그의 눈에는 절세 미녀처럼 보였으나, 정작 사람들은 그녀를 부자로만 봤지 미녀로 생각하지 않았다.
고정희도 이와 같은 사례일 수 있었다.
“아, 백인들은 저를 미인이라 봐주기는 했어요. 여자 보는 눈이 조금 다른 모양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백인은 싫어해서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고 있어요.”
그나마 서양인들은 요한과 보는 눈이 비슷한 모양이었다.
요한은 이목구비 뚜렷한 외모를 좋아하니 그런 거 같았다.
“비혼주의자는 아니라는 말이군.”
“비혼주의자요? 세상에 그런 사상을 가진 사람도 있나요? 일단 저는 절대 아니에요. 하루라도 빨리 조선 남자를 꾀어서 시집가고 싶은 마음뿐이거든요.”
정말 놀랍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요한은 픽 웃고 말았다.
***
“전하? 어디 편찮은 곳이 있으십니까?”
내관의 물음에 요한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고정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군.’
그동안 요한은 여인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 정도의 권력을 가진 남자가 이토록 여색에 관심이 없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요한의 기준에서 생각해 보면, 아내가 여섯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여색에 관심을 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요한은 워낙 바쁜 나날을 보냈기에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고정희를 만나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만큼 고정희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외모도 외모지만, 당돌하기 그지없는 태도도 요한의 마음에 쏙 들었다.
본래 그의 이상형이 적극적인 여성이다 보니, 더욱더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고정희는 지성미까지 갖추었다.
21세기 한국이 그렇듯, 의사는 지성미를 갖추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직업이었으니까.
‘고정희도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거 같던데 말이지.’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요한은 젊은 군주였고, 막대한 재산까지 가졌다.
심지어 잘생긴 외모에다, 잘 단련된 육체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외모를 보는 사람이든, 능력을 보는 사람이든, 요한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고정희처럼 급하게 시집을 가려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즉, 요한이 고백하면 고정희를 아내로 들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요한은 대두국의 국왕이었다.
아무리 그녀의 미모가 마음에 들고, 성격이 자신과 잘 맞는 것처럼 느껴져도, 함부로 궁에 들일 수는 없었다.
“고정희란 의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가족 관계가 어떻고,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든 것을 조사하도록 해.”
“충.”
하여 요한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조신길을 궁으로 불러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왕실 정보부를 이런 일에 써먹는 것이 살짝 미안하기도 했지만, 원래 왕실 정보부가 이런 곳이었다.
왕실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고 알아보는 것.
그러니 왕후가 될 수 있는 여인을 조사하는 것도 마땅히 왕실 정보부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해서 나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때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지 않을까 싶었다.
뭐 정작 그녀가 요한을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
고정희 때문에 잠시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이내 요한은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것에 대해서는 친정을 끝마친 뒤에 다시 고민하는 게 좋겠어.’
요한은 이번에도 친정에 나설 계획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전쟁의 향방은 바다에서 결정이 날 것이었다.
바다에서 이기지 못하면 바타비아는 물론이고, 동인도 회사의 주요 영토인 수마트라 섬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해전에서 이기기 위한 필승 카드가 바로 요한 자신이었다.
워낙 육지에서 거둔 승리가 많아 그를 육군의 지휘관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요한은 엄밀히 따지면 해군 지휘관이었다.
게임의 아바타를 만들 때도 ‘해적왕’을 목표로 삼고자, 해양 관련 능력치를 중점으로 올리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네덜란드와의 전쟁에도 친정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대두국에서 요한보다 뛰어난 해군 지휘관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마타람 술탄국은 정말 문제없는 거 맞겠지?’
지금까지 세운 전쟁 계획은 오직 네덜란드만 참전할 때를 가정하고 세운 것이었다.
그런데 원종이 자신했던 것과 달리 마타람 술탄국이 참전하여 네덜란드를 돕는다면?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요한은 그에 대해 살짝 우려하면서도 차분하게 마타람 술탄국에서 돌아올 답신을 기다렸다.
***
마타람 술탄국의 술탄, 아망쿠랏 1세는 대두국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망쿠랏 1세가 야심 차게 주도하였던 사업이 바로 보르네오 섬을 정복하는 사업이었다.
서쪽 방면은 네덜란드의 영역이고 동쪽이나 남쪽(호주) 방면의 영토는 황무지뿐이었다.
남는 곳은 북쪽의 보르네오 섬밖에 없으니, 아망쿠랏 1세는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보르네오 섬을 정복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런 그의 정복 사업은 대두국에 의해 처참한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요한이 보낸 서신을 읽은 그는 분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쾅!
“이 어린놈이 감히 짐을 겁박하는구나! 뭐? 전쟁에 개입하면 용서치 않겠다고?”
대두국의 사신 앞에서는 감히 분노를 표출하지 못했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하들 앞에서는 분노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분노에 찬 아망쿠랏 1세는 아예 이와 같은 선언을 하였다.
“네덜란드에 전해라! 충분한 대가를 준다면 5만 이상의 군대를 지원해 주겠다고!”
네덜란드만 설욕을 준비했던 것이 아니었다.
대두국에 의해 보르네오 섬을 상실한 마타람 술탄국 역시 군대를 모으며 설욕전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대두국에게 복수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