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48
기세등등하게 네덜란드와의 동맹할 것을 선언한 아망쿠랏 1세지만, 그는 곧 엄청난 반발에 휩싸이고 말았다.
“미다그 왕국의 명분은 확실합니다. 네덜란드를 돕는다면 좋을 것이 없을 테니, 개입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렇사옵니다. 미다그 왕국은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동원할 군대도 10만이 넘는다고 하니, 그들과의 충돌은 피해야만 합니다.”
원래도 대두국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4년 전에 대두국의 실체를 일부 엿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마타람 술탄국의 권력자들은 그때 확실하게 느꼈다.
대두국은 마타람 술탄국이 상대할 수 없는 강대국이란 사실을.
그런 대두국이 엄청난 수의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두국의 수도인 대경에 집결한 흑기군의 수만 해도 무려 5만에 달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속국에서 지원한 병력도 5만이었고, 그들은 현재 훈련소에서 열심히 훈련받고 있었다.
그 질이 흑기군에 비해선 확연하게 떨어진다지만, 어찌 됐든 대두국의 동맹군도 5만이나 동원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두국이 동원하는 병력은 총 10만이었으니, 마타람 술탄국의 신료들 입장에선 막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미다그 왕국의 속국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약자의 편에 서서 멸망의 길을 걷느니, 강자의 편에 서서 생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합니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이나 브루나이 술탄국을 보면 속국에 대한 대우가 생각보다 좋습니다. 우리 정도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겁니다.”
오죽하면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마타람 술탄국의 신료들은 비밀스럽게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들이 보기에 네덜란드의 패전은 정해진 일이었다.
아무리 네덜란드가 마타람 술탄국과 우호적인 나라라 해도, 살 놈은 살아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네덜란드가 패배하면 이 근방의 패권은 대두국이 쥐게 될 것이다.
마타람 술탄국이 중립을 지킨다 한들, 대두국이 주도하는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그런 미래가 정해졌다면, 지금 당장 대두국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여 그들은 아망쿠랏 1세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였었다.
네덜란드를 버리고 대두국과 동맹해야 한다고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아망쿠랏 1세는 대두국과 전쟁하겠다고 날뛰니 그들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그들은 대두국과의 전쟁은 불가하다고 극렬하게 간하였다.
“이 겁쟁이들 같으니!”
쾅!
신하들이 자신의 주장을 반대하자 아망쿠랏 1세는 더욱더 분노하였다.
대두국보단 약하다고 해도 마타람 술탄국은 이 근방에서 강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 나라였다.
병사를 징집하면 5만 이상의 군대를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마타람 술탄국의 신료들이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가 정해졌다는 듯 떠들어대고 있었다.
“모두 닥쳐라! 네덜란드 왕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미다그 왕국은 우리의 적이다. 적에 의해 동맹이 위기에 처했건만,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
“하오나 폐하, 미다그 왕국은···.”
“닥치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망쿠랏 1세가 괜히 폭군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신료들의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대두국과 전쟁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여 아망쿠랏 1세는 신료들의 반발을 모두 묵살하고 네덜란드에 사절을 보내기로 하였다.
네덜란드가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그들의 전쟁을 돕겠다는 약조를 하기 위함이었다.
***
아망쿠랏 1세는 프킥이라는 자신의 장인을 사절단 대표로 삼아 바타비아로 보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폐, 폐하! 프킥 공과 라맛 태자가 반역을 일으켰사옵니다!”
사절단 대표로 삼으려던 프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심지어 프킥만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장남인 태자 라맛까지 반란에 동조하였다.
“이놈들이 감히!”
아망쿠랏 1세는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수도에 처박힌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1만 5천.
라맛을 술탄으로 옹립하기 위해 1만이 넘는 병력이 집결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망쿠랏 1세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아니, 무시하기는커녕 당분간은 수성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에 주둔한 상비군이라고 해봐야 기천에 불과하였다.
1만이 넘는 반란군을 상대하려면 지방의 영주들이 징집병을 끌고 응원 오는 걸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지방의 영주들이 프킥과 라맛의 회유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라맛, 이놈을 진즉에 죽였어야 했다!’
아망쿠랏 1세는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그와 라맛 간의 불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총애하는 황자가 따로 있었기에, 이미 진즉부터 사이가 안 좋았었다.
단지 라맛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독살’로 깔끔하게 처리하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독살의 기회를 얻기도 전에 라맛이 반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아망쿠랏 1세로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
요한으로부터 선전 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동인도 회사 즉, VOC는 두려움보다 황당하다는 반응이 더 컸다.
“암살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이랍니까?”
“우리를 공격하려고 억지로 만든 명분이 아니겠습니까.”
“명분이라. 노란 원숭이 따위가 그런 걸 신경 쓸 줄은 몰랐군요.”
요한을 암살하는 것은 총독을 비롯하여 이사회 일부 멤버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일부 멤버들도 시간이 꽤 많이 지났기에 그 일을 까맣게 잊은 상태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자 요한이 밝힌 명분이 사실이란 것이 드러났다.
총독이 요한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게 진실로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총독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패한 것은 아쉬우나, 그들 역시 암살 작전 자체를 나쁘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요한이 VOC를 위협하는 인물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으니.
그리고 어차피 대두국과의 전쟁은 정해진 일이었기에, 전쟁 명분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총독을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뭐, 뭐라고요? 10만이라 했습니까, 지금?”
“이럴 수가. 10만이라니!”
하지만 대두국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자, VOC 이사회는 더 이상 총독을 두둔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만.
무려 10만의 군대가 바타비아로 원정을 온다지 않은가.
심지어 함대의 규모도 엄청났다.
수송선을 제외한 군함만 따져도 그 규모가 무려 200척이었다.
범선 80척에 복선 120척으로 이루어진 대함대였던 것이다.
병사들을 태울 수송선까지 합하면 가히 바다를 가득 메울 정도의 규모였다.
“총독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왜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서 이 사단을 만드냔 말입니다!”
“당신도 찬성한 일이잖아!”
“그럴 리가! 그런 바보 같은 작전을 제가 찬성했을 리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VOC 이사회는 대책을 논하는 대신, 범인 찾기에만 몰두하였다.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는 것에 급급하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VOC는 대두국이 10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느꼈다.
“이제 기댈 것은 본국의 지원뿐입니다.”
“허. 본국의 지원이라. 1년은 족히 기다려야 하지 않습니까?”
여기저기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와 우호적인 국가인 마타람 술탄국이 내전에 휩싸였다.
VOC가 기댈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사실상 VOC의 힘만으로 대두국의 공세를 막아야만 했으니, 그들로선 막막할 따름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본국에서 지원군을 보내려면 최소 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기에 더더욱 막막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 전열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전열함이란 말을 꺼내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금으로서 유일한 위안거리가 바로 전열함이었다.
비록 등급으로 따지면 4급밖에 안 되는 전열함이었으나, 아시아의 바다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한편, VOC의 본국인 네덜란드에서도 대두국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이 소식이 닿기까지 9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기에 대두국이 얼마나 많은 군대를 준비하였고, 마타람 술탄국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일까?
네덜란드 정부는 VOC가 보인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노란 원숭이들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군. 선전 포고라니, 하!”
“차라리 잘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참에 미다그 왕국까지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덜란드 왕실과 정부는 대두국의 선전 포고를 받고 크게 분노하였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지금까지는 대두국의 행태를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를 견제하느라 주요 전력을 아시아로 투사할 여력이 안 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현재 스페인과 전쟁 중에 있었고, 프랑스의 동맹이었던 영국이, 정권이 바뀌면서 네덜란드와 비밀 동맹을 맺었다.
지난 전쟁의 후유증도 거의 극복하여 재정도 나쁘지 않았으니, 아시아로의 원정을 감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였다.
“미다그 왕국을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저들은 무려 10만의 상비군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이들이 대두국과의 전쟁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VOC는 꾸준하게 대두국의 위험성을 보고하였었다.
자신들의 무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대두국의 위험성을 조금 더 과장해서 보고하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과장하여 보고된 내용이 의외로 실제 대두국의 전력과 비슷하였다.
이 같은 VOC의 보고서를 읽은 네덜란드의 권력자들도 대두국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히 10만의 상비군만 봐도 그랬다.
프랑스는 모든 유럽 국가와 싸워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가였다.
그리고 그런 프랑스의 상비군도 20만이 채 안 됐다.
대두국은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 달하는 규모의 군대를 가진 국가였던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두국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 봤자, 승부는 바다에서 결정이 날 터. 하지만 노란 원숭이들은 상선만 잔뜩 보유하였을 뿐, 전열함은 단 한 척도 없지 않소?”
“미개하긴 미개하군요. 해상 국가를 자부하면서 단 한 척의 전열함도 보유하지 못했다니.”
대략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상선과 군선의 구분은 크게 없었다.
상선이 군선으로 쓰였고, 군선이 상선으로 쓰였던 것.
하지만 고작 반세기 만에 해전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전열함이란 것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각국의 해군력은 바로 이 전열함의 수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대두국의 위협이 점점 커지자, 아시아에도 무려 10척이 넘는 전열함을 배치하였다.
즉, VOC의 함선 수가 대두국에 한참 못 미칠 수는 있어도 전열함의 존재로 해군력은 오히려 대두국을 압도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VOC의 현재 전력으로는 노란 원숭이를 굴복하기는 어렵긴 할 테니, 원정을 보내기는 해야 할 겁니다.”
“원정군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좋겠습니까?”
“1만은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VOC가 보유한 해군만으로도 대두국의 공격을 막기는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대두국의 공격을 막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참에 대두국을 굴복시켜 속국 내지는 식민지로 삼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 정부는 수십 척의 전열함과 1만의 병력을 추가로 보내기로 하였다.
심지어 이들이 아시아로 보낼 전력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