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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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가시난 족.
볼라니에 도착한 팡가시난 족의 다섯 족장은 요한을 접견하기 전에 부족 전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한자리에 모인 족장들의 얼굴에는 고민으로 가득하였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들이 예상하던 것보다 요한의 전력이 강해 보여 고민에 찬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스페인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곳을 지키는 병사의 수를 세어보면 스페인의 병사들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데, 너희의 생각은 어떻지?”
탈리부란 이름의 족장이 물었다.
“확실히 숫자가 많아 보이긴 합니다. 이곳에 주둔한 병사만 삼천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 봤자 대부분은 일로코 족의 전사들이라던데?”
“하지만 그들 역시 총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곳에 집결한 병사가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막내 족장인 라하네의 말에 다시금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총으로 무장한 수천 명의 군대라니. 그것도 걸어서 겨우 며칠도 안 되는 거리에 주둔하고 있다는 건가.”
그들은 요한을 적대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일로코 족처럼 순진하게 모든 걸 바칠 생각도 없었다.
팡가시난 족은 일로코 족과는 처한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일로코 족은 해안가에 주로 살아 네덜란드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다.
반면 팡가시난 족은 루손 섬 중부 평원에 주로 거주하였다.
네덜란드의 거점에서 다소 벗어난 곳이었기에 오히려 스페인의 수탈을 받았으면 받았지 네덜란드의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이런 그들이었기에 일로코 족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요한의 초대를 받아 볼라니로 온 것은 어디까지나 요한과 ‘거래’를 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일로코 족처럼 요한을 통치자로 인정할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여 무엇을 얻어낼지만 생각할 뿐이었다.
“이 정도 군사력을 가졌으면 우리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는 않을 거 같군.”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총기를 주느니, 그 총기로 저희를 공격해서 노예로 만드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고 생각할 겁니다.”
원래 그들이 요한에게 요구하려고 했던 것은 바로 총이었다.
적이 아닌 동맹으로 남아주는 대가로 최소 수백 정의 총기를 달라고 하려 했던 것.
하지만 막상 요한의 전력을 파악하자 그들은 자신들이 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요한이 가진 전력은 스페인이나 네덜란드가 가진 전력을 압도하였다.
두렵지 않은 적을 상대하는데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까?
설령 필요하다고 여겨도 총기를 주면서까지 그들의 도움을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단 말이오?”
“어느 정도 타협해야지.”
“타협이라. 적어도 일로코 족처럼 중국과 무역할 기회는 얻어야 할 텐데.”
“오면서 일로코 족 분위기 느끼셨습니까? 전성기 시절의 일로코 족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라하네, 자네의 나이가 몇인데 일로코 족의 전성기를 이야기하는 거야?”
“흠흠.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뭐 상태가 좋아 보이긴 했습니다. 굶는 이도 보이지 않는 거 같고.”
족장들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가득하였다.
일로코 족의 부활이 그들에게는 그저 부럽게만 보였던 것.
“요한이라는 자, 얼마나 부유하기에 다 망해가던 일로코 족을 되살린 거지?”
“군사력도 범상치 않은데 부유하기까지 하다니. 확실히 만만한 자는 아닌 거 같습니다.”
“만만하기는커녕 너무 위협적이라서 문제인데···.”
“일로코 족까지 완벽히 그를 따르게 되었으니 더 위협적이게 되었어. 만약 그와 싸우게 된다면 일로코 족도 그를 따를 것이 아닌가?”
탈리부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다른 족장들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까 보니까 스페인 사절도 온 거 같은데, 차라리 스페인과 힘을 합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정한 독립을 위하여 요한이란 자의 손을 빌리려 한 건데, 스페인과 힘을 합치자고? 스페인과 손을 잡으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지?”
“···그것도 그렇군요.”
그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대화를 나누어도 좀처럼 좋은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요한의 세력을 과소평가하고 볼라니로 왔다가, 뒤늦게 진짜 전력을 파악했으니 그들이 막막함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일단 대화를 나눠 보자고. 애초에 우리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대충 예상은 갔다.
스페인처럼 그들을 지배하길 원하는 것일 터.
세금을 걷고 병사로 징집하려는 의도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로코 족과 다르게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다. 상대가 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해도!’
팡가시난 족은 스페인의 통치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던 부족 중 한 곳이었다.
요한이 만약 그들을 굴복하려 든다면 그들은 스페인에 맞서 싸울 때처럼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
팡가시난 족의 족장들이 볼라니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요한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절묘한 시점에 오는군. 하필 스페인 사절이 와있는 상황에 말이야. 아니, 하필이 아닌가?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어.’
파블로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팡가시난 족을 회유하는 데 성공한다면?
스페인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다. 나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대만이란 땅에서 온 김요한이라고 한다.”
요한은 바로 팡기시난 족의 다섯 족장을 불러들였다.
“어떻게 우리의 말을 사용하는 거지?”
한 족장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열심히 배웠다. 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배웠다고?”
“절대 하루아침 배운 실력이 아닌데···.”
“언어를 배울 정도의 열정이라니. 우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섯 족장은 요한을 호의적으로 대하였다.
게임 시스템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못할 테니, 요한이 순수 노력으로 그들의 언어를 배웠다고 생각할 터.
그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싱긋 웃고는 오른손을 내밀며 이처럼 말하였다.
“난 그대들을 돕고 싶다. 일로코 족이 나의 친구가 되었듯, 그대들과도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초대에 응한 걸 보면 요한은 그들이 자신과 협력할 마음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여겼다.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 그들 전체의 마음을 얻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식량이 부족하면 식량을 줄 수 있다.
그는 부유했으니까.
치안이 불안정하면 군사를 빌려줄 수 있다.
그에게는 흑기군이 있었으니까.
그 외에 어떤 도움도 그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도움을 명분으로 요한은 팡가시난 족 전체를 통치할 생각이었다.
“우리는 스페인에 맞서기 위해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확히 어떤 도움을 바라는 거지?”
“스페인의 보복으로부터 우리의 영토를 보호해주길 원한다. 일로코 족을 보호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침 탈리부란 이름의 족장이 그와 같은 요구를 하였다.
이 요구는 사실 요한이 가장 바라는 요구 중 하나였다.
영토를 보호해 달라는 건 그들의 영역에 흑기군을 주둔시켜 달라는 요구와 다를 게 없었다.
흑기군이 팡가시난 족의 영토에 주둔한다는 말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들을 병탄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요한으로선 그들의 요구를 기껍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단,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나는 그대가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해주길 원하고 있다.”
“물론이다. 나는 모든 국가, 모든 부족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한다.”
“그대의 군대가 우리의 마을에 머무르더라도, 우리의 삶의 방식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종교를 존중하고, 우리의 풍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식인 풍습만 아니라면 못 들어줄 요구도 아니었다.
종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요한은 본래 무교였지만, 게임 아바타를 가지고 17세기에 오게 되면서 없던 종교도 생겨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특정 종교를 믿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종교에 관대해진 요한이었으니 자신의 백성이 어떤 종교를 가지든 크게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단, 제국주의 시대의 선교사들처럼 적국의 첩자 노릇을 하지만 않는다면.
“그대들의 삶의 방식과 풍습 그리고 종교까지 모두 다 존중하고 이해해주겠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약속은 믿을 수 없다.”
“그럼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거지?”
“그대의 군대, 흑기군이라고 했던가? 우리도 그 흑기군에 들어가고 싶다.”
그 요구는 오히려 요한이 바라는 요구였다.
흑기군의 규모를 키울 기회가 생기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요한이었다.
마침 팡가시난 족에서 자발적으로 흑기군에 들어온다고 하면 요한으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부족의 위대한 전사들이 일개 병사로 들어가는 건 원치 않는다. 일개 병사가 되면 어떤 지휘권도 행사할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우리 전사들을 장교로 임명하길 바란다. 그래야지만, 그대를 신뢰할 것이다.”
“장교 자리를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군.”
어쩐지.
너무 순순히 자신들의 권리를 넘겨준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아무리 일로코 족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까지 했다지만, 팡가시난 족에겐 요한은 여전히 외지인일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외지인의 군대를 자국 영토에 머무르게 한다?
저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일로코 족이야 네덜란드군의 공격으로 전사들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지, 사실 일로코 족도 흑기군이 부족 영토에 주둔하는 걸 처음부터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우리 팡가시난 족의 전사들을 무시하는 건가? 우리 부족의 전사들은 용맹하다!”
“그대가 말하는 전사들은 총을 쏴본 경험이 얼마나 있지?”
“······.”
“또 군대는 몇 명이나 통솔해 봤는지도 궁금한데? 한 명당, 최소 수십 명의 전사를 통솔해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요한이 직접 가르친 흑기군 장교들의 수준도 여전히 믿을 게 못 되었다.
그런데 군 경력도 없는 팡가시난 족의 전사들을 군 간부로 임명하라고?
형평성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질적 하락부터 감당할 수 없었다.
아마 하극상이 일상이 될 것이다.
애초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돼서 그들의 지시를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요한의 설명에도 그는 납득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른 족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저 막무가내로 장교 자리를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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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군. 대화가 잘 안 된 건가?”
다섯 족장이 물러나자 마투스가 요한을 향해 그와 같이 물었다.
그러자 요한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였다.
“아무래도 우리의 병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론 위협이 덜 됐던 모양이야. 스페인에게든, 원주민 부족에게든 말이지.”
스페인을 압박하기 위해 요한은 여러 준비를 했었다.
이미 네덜란드와 적대 관계가 된 상황.
구태여 스페인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여 그들이 자발적으로 필리핀의 일부를 포기하게끔 유도하였다.
그런데 스페인은커녕 필리핀의 일개 원주민 부족에게도 무력시위가 통하지 않았다.
쿵!
“그냥 힘으로 해결하면 간단한 일이다.”
카우종이 바닥을 찍으며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나 역시 생각해둔 방법 중 하나야. 숫자가 오천 명이나 모였는데 소심하게 굴 필요는 없거든.”
스페인이든, 팡가시난 족이든 대화가 안 통한다 싶으면 그는 망설임 없이 칼을 꺼낼 것이다.
그저 위협만 하려고 흑기군의 규모를 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이왕이면 전쟁 없이 말로 다 굴복시키면 좋겠지만 말이야.’
요한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마치 그가 이런 생각을 하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흑기군 소속 전령이 다급히 뛰어와 놀라운 소식을 전하였다.
“수, 수천 명에 달하는 정체 모를 군대가 바통바가 마을 앞에 출몰하였습니다!”
최근에 요한의 세력으로 합류한 바통바가 마을 앞에 정체 모를 군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 요한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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